프리즘 7

allcross2005.11.08
조회186

 

7.

 쇼핑백 중 하나는 백화점 마크가 그려져 있지 않았다.

 은색 바탕의 검은 글자 H....B.....


 식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자에 꼬마의 얼굴이 밝아진다.

 서영은 능숙하게 아이의 접시에 피자을 덜어 놓고 먹기 좋게 자른다.

 아이가 둥지 안의 새끼 새처럼 한껏 입을 벌린다.


 서영과 나는 파스타를 먹기 시작한다.

 “저기.....요새 일은 어때요?”


 서영이 물었다. 어색한 적막을 깨기 위해서였겠지만 달갑지

 않은 질문이다.


 내 어조가 다소 냉랭해진다.


 “글쎄..... 이것도 얼마나 버틸지 나도 모르겠어.”


 한 직장에 오래 못 버티는 내 성격을 떠올린 서영은

 자신의 말 실수라는 듯이 얼굴을 붉힌다.


 “아니...나는 그냥......”


서영의 말을 무시하고 피자 조각을 아이의 접시에 덜고

서영이 했던 대로 피자를 조각조각 잘랐다.

미래가 빤히 나를 쳐다본다.


아이의 큰 눈동자에 일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정말 예쁜 아이야.”


미래를 응시한 채 조용히 말했다.


서영의 손이 아이의 머리 위에 얹혀졌다가 조용히 머리카락를

쓸어내린다.

셋이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기에 나는 말주변이 없고

서영은 너무 온화하고 미래는 수줍음을 탔다.


그래도 알 수 없는 아늑함을 느꼈다.

얼마 만인지 알 수 없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내가 계산을 치렀다.

서영은 굳이 나서서 대신 내겠다고 하질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거의 9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택시가 잘 잡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핑계로 잠시 같이 걷는다.


서영의 귀에 대고 아주 나지막하게 묻는다.

우리 사이에서 걷고 있는 아래  미래의 귀에 들릴까봐 불안하다.


 “저기 저 옷, 혹시 나 때문에 산거야?”


 서영은 흠칫한다.

 내가 자존심 상해 화내는 것일까봐 걱정한 듯 하다.


 나는 안심하라는 듯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아니, 그저.... 저 옷 살 때 미래가 이상하게 생각했을까봐...”


 서영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너무도 환한 얼굴이었다.

 그 때의 표정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지현씨......... 그래도 색깔 고를 때는 미래에게 물어봤어.

 미래가 예쁘다고 말한 색깔로 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