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옆구리가 옴팡지게 시리군요.... 어디 늑대모피코트 필요하신 분 계시면 01X - XXX - XXXX...... ========================== 이렇게 된 이상 납치 밖엔 없나..... ========================== 수술을 마친 선희와 다시 만난 철수. 병원 침대 위에 등을 돌리고 누운 선희에게 철수가 갈라질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철수 - ...... 괜찮아? 선희 - 예... 철수 - 왜 말 못했어? 선희 - .......미안해요. 철수 - 왜 말 못했냐고!! 선희 - 알잖아요..... 이미 알고 있잖아요... 선희는 그 한마디를 던지고 조용히 흐느꼈다. 왜 아픔도, 두려움도 혼자 삭이며 참아야 했는가. 왜 아무도 모르게 점점 커져가는 내 몸 아닌 내 몸의 조각을 부둥켜안고 쓸어 만지며 괴로움에 입술을 깨물어야 했는가. 철수 - 에이! 쯧!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던 철수는 신경질적으로 병원 침대에 매달린 차트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장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선희가 힘겨운 목소리로 붙잡았다. 선희 - 저기.... 철수씨.... 철수 - 왜? 선희 - 수술비... 어떻게 구한 거예요? 혹시 나쁜 짓 한 거 아니죠? 철수 - ..... 빌렸어. 선희 - 누구한테요? 누가 우리한테 그렇게 큰 돈을 빌려줘요? 철수 - 그... 왜, 정우라고.... 내가 말했었잖아, 옛날 학교 다닐 때 친구 중에 제일 잘 산다던....럭셔리정우. 그놈한테 사정하니까... 빌려주더라고. 선희 - ....... 철수 - 걱정 마, 사정되는 데로 천천히 갚으래. 나중에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자긴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 빨리 일어나야지.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철수는 무의식적으로 배며 가슴께를 문지르고 있었다. 돈 생각을 할 때마다 섬뜩하게 가슴 속에 느껴지는 한기. 지금 이 속에 들어있는 장기들이 담보다. 축 처진 어깨를 끌며 무대에서 내려가는 철수.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희는 조용히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3개월 뒤. 사채업자 사무실. 내가 소파에 걸터앉아 차트를 확인하고 있을 때 박군이 킥보드를 타고 들어왔다. 박군 - 형님, 수금 다녀왔습니다. 업자 - 응? 넌 지금 뭘 끌고 들어오는 거야? 박군 - 돈은 죽어도 없다고 하고, 딱히 가져올 것도 없고 해서 들고 왔습니다. 업자 - .....장난 하냐? 박군 - 형님. 이게 또 타보면 제법 재밌습니다. 업자 - ... 오늘 수금 못한 만큼 월급에서 깐다. 박군 - 혀..형님, 우선 한 번 타보시고 결정을... 박군이 킥보드를 들고 쩔쩔 매는 사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무대위로 올라오던 어깨와 덩치가 사무실 분위기를 살피곤 한쪽에서 신발을 갈아 신기 시작했다. 어깨 - 야야, 숨겨, 숨겨.... 덩치 - 아...안 빠져. 어이쿠! 불안한 자세로 신발을 벗다 넘어진 덩치는 쿠당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나와 눈이 마주쳤고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업자 - 이놈들이 아주.... 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바짝 긴장해서 서있는 박군일당 주위를 한 바퀴 빙 돌고 다시 뒷짐을 지며 말했다. 업자 - 그 신체포기 녀석 쪽은 어떻게 됐냐. 박군 - 지난 주 건 아직 입금이 안됐지만 지금까지 이자도 꼬박꼬박 냈고 해서 일단 오늘만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업자 - 그럼 안 되지. 그렇게 봐주기 시작하면 점점 더 흐트러진다고. 후.. 마침 일도 마무리 됐겠다... 한 번 가보지. 어깨 - .....이거 타고가도 됩니까? 덩치 - 아, 저도.. 밖으로 가자는 말에 다시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내드는 어깨. 덩달아 옆에 있던 덩치도 맞장구를 쳤다. 업자 - 박군아.... 그 씽씽 좀 줘봐라. 박군 - 씽씽이 아니라 킥보듭니다, 형님. 업자 - 아무튼! 박군 - 예, 한 번 타보십쇼. 이게 생각보다 아주... 난 박군에게 반으로 접은 킥보드를 받아들고 숨을 한 번 고른 뒤 냅다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업자 - 이 새끼들이 단체로 아주 미쳐나는 구만? 응? 대출해 줄게 없어서 개념을 대출해줬나 이 자식들이.. 혼비백산해서 밖으로 도망치는 박군일당. 그렇게 수금에 나선 사채업자 일당은 곧 철수의 집에 도착했다. 업자 - 어디보자.... 김철수씨 계십니까? 선희 - 예~ 누구세... 먼저 무대위로 나온 건 선희였다. 단걸음에 무대 중앙까지 나왔던 그녀는 업자일당의 모습에 흠칫 놀라며 두어 걸음을 물러섰다. 선희 - 누구시죠? 업자 - .......... 그녀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말문이 막힌 난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철수 - 누가 왔어? 그때, 런닝차림에 수건을 목에 걸고 나오는 철수. 사채업자일당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재빨리 선희를 무대 밖으로 내보낸 뒤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철수 - 여....여긴 어쩐 일로. 업자 - 몰라서 묻는 건가? 철수 - 이자는 내일까지 꼭 넣겠습니다. 요 며칠 일이 조금 뜸해서.... 업자 - 두 배야. 철수 - 예? 업자 - 밀린 이자는 두 배로 갚는 게 우리 방식이라고. 철수 - 그런 법이.. 빌릴 때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업자 - 방금 전 그 사람이 아내인가 보지? 참 미인이던데... 잘 생각하라고. 괜히 애꿎은 사람 끌어들이지 않게 말이야. 철수의 어깨를 지나치게 큰 동작으로 툭툭 두드린 난 곧장 뒤로 돌아 박군 일당을 끌고 무대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사이 철수가 비실비실 무대 밖으로 나가고 박군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박군 - 형님, 원래 밀린 이자는 두 배씩 받는 거였습니까? 어깨 -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오늘 처음 듣는.... 업자 - 시끄러워! 저놈한테는 그렇게 받아! 내가 빠른 걸음으로 무대에서 내려선 뒤 박군일당은 서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주고받으며 서둘러 나의 뒤를 따라왔다. 결과는 뻔한 일이었다. 기하급수로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는 독촉과 횡포. 철수는 철저히 그 사실을 선희로부터 숨기려했지만 위협의 불도저가 그들의 낙원까지 쳐들어오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군 - 형님이 콩팥 한 쪽 띠어오라고 하시는 걸 특별히 봐주는 거니까, 알아서 잘 해. 응?! 어깨 - 아오.... 칵! 씨. 집 안에 있는 가제들을 엉망으로 엎어놓은 채 철수와 선희를 위협하다 밖으로 나가는 박군일당. 그들이 나간 뒤 선희가 철수에게 소리쳤다. 선희 - 저 사람들은 뭐예요? 친구한테 빌린 거라면서요?! 사정 되는 데로 천천히 갚으면 된다면서요? 철수 - 시끄러워! 너도 그랬잖아! 누가 우리한테 그렇게 큰 돈을 빌려 주냐고! 이 길밖에 없었어, 이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선희 - 왜 그랬어요... 차라리... 차라리 그냥.... 철수 - 그냥 뭐! 그냥 죽게 놔두질 그랬어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너 살리려고 그런 거잖아! 너 살리려고, 같이 살려고, 너 지키려고 그런 거잖아!! 죽어도 내가 죽어. 너 죽게 안 놔둬!! 아직 포기할 수는 없다고.... 그는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건 철수 본인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인공눈이 흩날리는 무대위로 가로등을 대신한 핀조명 하나만 은은한 가운데 업자일당과 마주친 철수. 그가 미처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배에 박군의 발길질이 꽂혔다. 그리고 계속되는 폭행. =허리반동! 허리반동! ㄱ애새끼~!! 얼마나 맞았을까.... 고꾸라진 그에게 업자가 다가섰다. 업자 -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게 뭔지 알아? 어떻게 하면 네 등골까지 발라서 한 푼이라도 더 긁어낼 수 있을까하는 거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와. 왜냐고? 넌 뼛속까지 완벽한 쓰레기거든. 철수 - 일주일만.... 일주일만 더 기다려주시면... 쿨룩. 업자 - 하아..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지가 벌써..... 넉 달 째로군. 계절이 하나 바뀌었다고. 봐, 눈이 내리고 있잖아. 참 많이도 오는군. 사람하나 갖다 묻어봤자 티도 안 나겠어. 철수 - 쿨룩.... 저..... 정말로... 일주일만.. 업자 - 그래, 뭐... 까짓 거 기다려 주지. 하지만 그 때도 돈을 못 갚으면 그 사랑하는 선희 얼굴도 못 보게 될 거야. 철수 - 서...선희에게 무슨 짓을?! 업자 - 허허, 생각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군. 걱정하지 말라고, 그저 담보로 맡겼던 네 눈알을 파가려는 것뿐이니까. 집요하게 계속되는 독촉과 폭행.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강도는 강해져만 갔고 견디다 못한 철수는 도주를 결행하다 업자일당에게 붙들려 죽지 않을 정도로 맞는다. 업자 - 말했었지. 도망치건 뭘 하건 상관없지만 잡히면 발모가지를 잘라버릴 거라고. 농담인 줄 알았나? 야, 붙잡아! 박군일당이 철수를 꼼짝 못하게 누르고 있는 동안 내가 조그만 손도끼를 손안에서 빙빙 돌리며 그에게 다가서자 선희가 필사적으로 앞을 막아섰다. 선희 - 제발..... 제발..... 그만하세요. 곧게 펴지도 못할 만큼 힘없는 팔을 올려 철수를 감싸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 그녀. 한참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던 난 들고 있던 손도끼를 내던지고 뒤돌아섰다. 업자 - ....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가자, 얘들아. 그리고 다시 한 달 뒤. 무대 오른쪽에 꾸며진 초토화되다시피 한 철수와 선희의 집. 또다시 탈선의 길로 접어든 철수가 복권을 긁고 있다. 철수 - 제발, 제발, 제발, 한 장만 걸려라!! 한 장만!!! 하느님, 부처님, 지저스 크라이스트!!!! 이전보다 훨씬 길어진 복권의 줄.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동전을 문지르며 복권을 체크하는 철수의 모습은 마약 중독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수 - 앗싸 오천 원! 페이스 좋아!! 그렇게 반 정도 긁었을까... 문득 철수의 손이 멈췄다. 결국 한 방 터진 건가. 관객들이 숨죽이고 결과를 기다리는 도중 철수가 미친 듯 웃음을 터트렸다. 철수 - 큭큭큭....큭..... 아하하하..... 하하하....젠장 하지만 그 웃음은 이내 싸늘하리만치 심각한 표정으로 돌변했고, 철수는 뭔가를 결심한 듯 성큼성큼 밖을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몹시 피곤한 얼굴의 선희가 집으로 돌아왔다. 선희 - ...... 바닥에 헝클어져있는 복권을 보며 망연자실하는 그녀. 다시 환불하러 갈 생각인지 아직 긁지 않은 부분을 죽 뜯어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잠시 망설인다. =혹시나... 아냐 이거라도 환불을.... 그래도 혹시....=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궁극의 비기 =어느 것이 좋을까요.= 를 통해 한 장을 골라 동전을 두 손에 들고 기도를 올린 뒤 꼼꼼하게 긁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희 - .... 천만 원? 터졌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둡던 무대 왼쪽 편에 불이 켜졌다. 철수 - 움직이지 마!! 주머니에 돈 담아!!!! 같은 시각..... 철수는 칼 한 자루를 꼬나들고 은행원 한 명을 인질로 잡은 채 대치 중이었다. 철저한 엇갈림. 기적은 없다. 그렇게 2막은 마무리 되었다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43화> M & L 3막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옆구리가 옴팡지게 시리군요....
어디 늑대모피코트 필요하신 분 계시면
01X - XXX - XXXX......
========================== 이렇게 된 이상 납치 밖엔 없나..... ==========================
수술을 마친 선희와 다시 만난 철수.
병원 침대 위에 등을 돌리고 누운 선희에게
철수가 갈라질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철수 - ...... 괜찮아?
선희 - 예...
철수 - 왜 말 못했어?
선희 - .......미안해요.
철수 - 왜 말 못했냐고!!
선희 - 알잖아요.....
이미 알고 있잖아요...
선희는 그 한마디를 던지고 조용히 흐느꼈다.
왜 아픔도, 두려움도 혼자 삭이며 참아야 했는가.
왜 아무도 모르게
점점 커져가는 내 몸 아닌 내 몸의 조각을
부둥켜안고 쓸어 만지며
괴로움에 입술을 깨물어야 했는가.
철수 - 에이! 쯧!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던 철수는
신경질적으로 병원 침대에 매달린 차트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장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선희가 힘겨운 목소리로 붙잡았다.
선희 - 저기.... 철수씨....
철수 - 왜?
선희
- 수술비... 어떻게 구한 거예요?
혹시 나쁜 짓 한 거 아니죠?
철수 - ..... 빌렸어.
선희
- 누구한테요? 누가 우리한테
그렇게 큰 돈을 빌려줘요?
철수
- 그... 왜, 정우라고.... 내가 말했었잖아,
옛날 학교 다닐 때 친구 중에 제일 잘 산다던....럭셔리정우.
그놈한테 사정하니까... 빌려주더라고.
선희 - .......
철수
- 걱정 마, 사정되는 데로 천천히 갚으래.
나중에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자긴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 빨리 일어나야지.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철수는 무의식적으로 배며 가슴께를 문지르고 있었다.
돈 생각을 할 때마다
섬뜩하게 가슴 속에 느껴지는 한기.
지금 이 속에 들어있는 장기들이 담보다.
축 처진 어깨를 끌며 무대에서 내려가는 철수.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희는
조용히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3개월 뒤. 사채업자 사무실.
내가 소파에 걸터앉아 차트를 확인하고 있을 때
박군이 킥보드를 타고 들어왔다.
박군 - 형님, 수금 다녀왔습니다.
업자 - 응? 넌 지금 뭘 끌고 들어오는 거야?
박군
- 돈은 죽어도 없다고 하고,
딱히 가져올 것도 없고 해서 들고 왔습니다.
업자 - .....장난 하냐?
박군 - 형님. 이게 또 타보면 제법 재밌습니다.
업자 - ... 오늘 수금 못한 만큼 월급에서 깐다.
박군 - 혀..형님, 우선 한 번 타보시고 결정을...
박군이 킥보드를 들고 쩔쩔 매는 사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무대위로 올라오던 어깨와 덩치가
사무실 분위기를 살피곤
한쪽에서 신발을 갈아 신기 시작했다.
어깨 - 야야, 숨겨, 숨겨....
덩치 - 아...안 빠져. 어이쿠!
불안한 자세로 신발을 벗다 넘어진 덩치는
쿠당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나와 눈이 마주쳤고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업자 - 이놈들이 아주....
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바짝 긴장해서 서있는 박군일당 주위를 한 바퀴 빙 돌고
다시 뒷짐을 지며 말했다.
업자 - 그 신체포기 녀석 쪽은 어떻게 됐냐.
박군
- 지난 주 건 아직 입금이 안됐지만
지금까지 이자도 꼬박꼬박 냈고 해서
일단 오늘만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업자
- 그럼 안 되지. 그렇게 봐주기 시작하면
점점 더 흐트러진다고.
후.. 마침 일도 마무리 됐겠다... 한 번 가보지.
어깨 - .....이거 타고가도 됩니까?
덩치 - 아, 저도..
밖으로 가자는 말에 다시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내드는 어깨.
덩달아 옆에 있던 덩치도 맞장구를 쳤다.
업자 - 박군아.... 그 씽씽 좀 줘봐라.
박군 - 씽씽이 아니라 킥보듭니다, 형님.
업자 - 아무튼!
박군 - 예, 한 번 타보십쇼. 이게 생각보다 아주...
난 박군에게 반으로 접은 킥보드를 받아들고
숨을 한 번 고른 뒤 냅다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업자
- 이 새끼들이 단체로 아주 미쳐나는 구만? 응?
대출해 줄게 없어서 개념을 대출해줬나 이 자식들이..
혼비백산해서 밖으로 도망치는 박군일당.
그렇게 수금에 나선 사채업자 일당은
곧 철수의 집에 도착했다.
업자 - 어디보자.... 김철수씨 계십니까?
선희 - 예~ 누구세...
먼저 무대위로 나온 건 선희였다.
단걸음에 무대 중앙까지 나왔던 그녀는
업자일당의 모습에 흠칫 놀라며 두어 걸음을 물러섰다.
선희 - 누구시죠?
업자 - ..........
그녀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말문이 막힌 난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철수 - 누가 왔어?
그때, 런닝차림에 수건을 목에 걸고 나오는 철수.
사채업자일당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재빨리 선희를 무대 밖으로 내보낸 뒤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철수 - 여....여긴 어쩐 일로.
업자 - 몰라서 묻는 건가?
철수
- 이자는 내일까지 꼭 넣겠습니다.
요 며칠 일이 조금 뜸해서....
업자 - 두 배야.
철수 - 예?
업자 - 밀린 이자는 두 배로 갚는 게 우리 방식이라고.
철수 - 그런 법이.. 빌릴 때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업자
- 방금 전 그 사람이 아내인가 보지?
참 미인이던데... 잘 생각하라고.
괜히 애꿎은 사람 끌어들이지 않게 말이야.
철수의 어깨를 지나치게 큰 동작으로 툭툭 두드린 난
곧장 뒤로 돌아 박군 일당을 끌고
무대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사이 철수가 비실비실 무대 밖으로 나가고
박군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박군 - 형님, 원래 밀린 이자는 두 배씩 받는 거였습니까?
어깨 -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오늘 처음 듣는....
업자 - 시끄러워! 저놈한테는 그렇게 받아!
내가 빠른 걸음으로 무대에서 내려선 뒤
박군일당은 서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주고받으며
서둘러 나의 뒤를 따라왔다.
결과는 뻔한 일이었다.
기하급수로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는 독촉과 횡포.
철수는 철저히 그 사실을 선희로부터 숨기려했지만
위협의 불도저가 그들의 낙원까지 쳐들어오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군
- 형님이 콩팥 한 쪽 띠어오라고 하시는 걸
특별히 봐주는 거니까, 알아서 잘 해. 응?!
어깨 - 아오.... 칵! 씨.
집 안에 있는 가제들을 엉망으로 엎어놓은 채
철수와 선희를 위협하다 밖으로 나가는 박군일당.
그들이 나간 뒤 선희가 철수에게 소리쳤다.
선희
- 저 사람들은 뭐예요? 친구한테 빌린 거라면서요?!
사정 되는 데로 천천히 갚으면 된다면서요?
철수
- 시끄러워! 너도 그랬잖아!
누가 우리한테 그렇게 큰 돈을 빌려 주냐고!
이 길밖에 없었어, 이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선희 - 왜 그랬어요... 차라리... 차라리 그냥....
철수
- 그냥 뭐! 그냥 죽게 놔두질 그랬어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너 살리려고 그런 거잖아!
너 살리려고, 같이 살려고, 너 지키려고 그런 거잖아!!
죽어도 내가 죽어. 너 죽게 안 놔둬!!
아직 포기할 수는 없다고....
그는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건 철수 본인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인공눈이 흩날리는 무대위로
가로등을 대신한 핀조명 하나만 은은한 가운데
업자일당과 마주친 철수.
그가 미처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배에 박군의 발길질이 꽂혔다.
그리고 계속되는 폭행.
=허리반동! 허리반동! ㄱ애새끼~!!
얼마나 맞았을까.... 고꾸라진 그에게 업자가 다가섰다.
업자
-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게 뭔지 알아?
어떻게 하면 네 등골까지 발라서
한 푼이라도 더 긁어낼 수 있을까하는 거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와.
왜냐고? 넌 뼛속까지 완벽한 쓰레기거든.
철수 - 일주일만.... 일주일만 더 기다려주시면... 쿨룩.
업자
- 하아..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지가
벌써..... 넉 달 째로군. 계절이 하나 바뀌었다고.
봐, 눈이 내리고 있잖아.
참 많이도 오는군. 사람하나 갖다 묻어봤자 티도 안 나겠어.
철수 - 쿨룩.... 저..... 정말로... 일주일만..
업자
- 그래, 뭐... 까짓 거 기다려 주지.
하지만 그 때도 돈을 못 갚으면
그 사랑하는 선희 얼굴도 못 보게 될 거야.
철수 - 서...선희에게 무슨 짓을?!
업자
- 허허, 생각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군.
걱정하지 말라고, 그저 담보로 맡겼던
네 눈알을 파가려는 것뿐이니까.
집요하게 계속되는 독촉과 폭행.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강도는 강해져만 갔고
견디다 못한 철수는 도주를 결행하다
업자일당에게 붙들려 죽지 않을 정도로 맞는다.
업자
- 말했었지. 도망치건 뭘 하건 상관없지만
잡히면 발모가지를 잘라버릴 거라고.
농담인 줄 알았나? 야, 붙잡아!
박군일당이 철수를 꼼짝 못하게 누르고 있는 동안
내가 조그만 손도끼를 손안에서 빙빙 돌리며 그에게 다가서자
선희가 필사적으로 앞을 막아섰다.
선희 - 제발..... 제발..... 그만하세요.
곧게 펴지도 못할 만큼 힘없는 팔을 올려 철수를 감싸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 그녀.
한참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던 난
들고 있던 손도끼를 내던지고 뒤돌아섰다.
업자 - ....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가자, 얘들아.
그리고 다시 한 달 뒤.
무대 오른쪽에 꾸며진
초토화되다시피 한 철수와 선희의 집.
또다시 탈선의 길로 접어든 철수가 복권을 긁고 있다.
철수
- 제발, 제발, 제발, 한 장만 걸려라!! 한 장만!!!
하느님, 부처님, 지저스 크라이스트!!!!
이전보다 훨씬 길어진 복권의 줄.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동전을 문지르며
복권을 체크하는 철수의 모습은
마약 중독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수 - 앗싸 오천 원! 페이스 좋아!!
그렇게 반 정도 긁었을까...
문득 철수의 손이 멈췄다.
결국 한 방 터진 건가.
관객들이 숨죽이고 결과를 기다리는 도중
철수가 미친 듯 웃음을 터트렸다.
철수 - 큭큭큭....큭..... 아하하하..... 하하하....젠장
하지만 그 웃음은
이내 싸늘하리만치 심각한 표정으로 돌변했고,
철수는 뭔가를 결심한 듯 성큼성큼 밖을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몹시 피곤한 얼굴의 선희가 집으로 돌아왔다.
선희 - ......
바닥에 헝클어져있는 복권을 보며 망연자실하는 그녀.
다시 환불하러 갈 생각인지
아직 긁지 않은 부분을 죽 뜯어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잠시 망설인다.
=혹시나... 아냐 이거라도 환불을.... 그래도 혹시....=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궁극의 비기 =어느 것이 좋을까요.= 를 통해 한 장을 골라
동전을 두 손에 들고 기도를 올린 뒤
꼼꼼하게 긁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희 - .... 천만 원?
터졌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둡던 무대 왼쪽 편에 불이 켜졌다.
철수 - 움직이지 마!! 주머니에 돈 담아!!!!
같은 시각..... 철수는 칼 한 자루를 꼬나들고
은행원 한 명을 인질로 잡은 채 대치 중이었다.
철저한 엇갈림.
기적은 없다.
그렇게 2막은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