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앞서: 안녕하십니까! 추림입니다. 동안 글을 올리지 못해서 너무도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웠습니다. 조금의 핑계를 대자면 너무도 바빴고 몸이 무척이나 아팠다는...! (너무 뻔한 핑계인듯)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몇번 글을 썼었는데 실수도 있었고 피곤에 눌려 포기도 했었고 그랬습니다.(이것도 너무 보이는 핑계인듯) 유리사랑을 기다리셨을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일이 바쁘고 할일이 태산이라 전처럼 자주 올리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대신 일주일에 한 두편 정도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이건 그나마 낳은듯) 아울러 유리사랑 [이벤트] 관련입니다. 정답자가 여러분 나오셨는데, 정답자 세분과 아차상 한분을 추첨하겠습니다. *플라이 스카이님, 뫼님, 영희님! 위의 세분들은 처음 유리사랑이 연재될 때부터 관심을 가져 주시기도 하셨고 지도도 해주신 분들입니다. 그 중 한분은 두번 만났고 이유있는 자리를 했었습니다. 누군지는 당사자만 아실테죠? *지금처럼만 님 위의 분은 아슬하게 정답을 맞추셔서,,, 네분외에 2~3명이 더 계신데 추리고 고민끝에 제 나름대로 이렇게 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이벤트 선물은 뭘까 궁금하시죠? 그건 비밀입니다. *플라이 스카이님, 뫼님, 영희님, 지금처럼만님! 네분들은 alfm1218@duam.net 으로 이메일과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전번은 꼭 필요하지 는 않습니다. 편의상입니다) 를 남겨 주십시오. 제 성의가 전달될때를 대비한 작은 준비입니다. 12월까지 유리사랑을 끝내기로 했는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눈이 온다지요? 여러분 추림처럼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시고 유리사랑 늘 기다려 주시고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일요일 밤 잘 보내시고 내일 월요일 힘차게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추림소축에서 전해 드립니다! ------------------------------------------------------------------- 우웨에엥...... 자동차가 텅 빈 도로를 빠르게 지나치자 아스팔트에 엷게 깔린 빗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촉촉히 내리는 빗물을 그대로 맞으며 유미의 시선은 추림의 불꺼진 빌라를 하염없이 바라 보고 또 바라 보았다. "추림......!" 나직한 웅얼거림이 새어나오고 그녀의 미간이 아픈듯 일그러졌다. 벌써 그녀가 이곳을 찾은지가 몇번인지 헤아릴 수 조차 없었다. 무엇엔가 홀린듯 그녀는 추림과 함께했던 모든곳을 찾고 또 찾아 배회하고 다녔다. 어리석은 현실에서의 도피를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나서 긴 잠에서 깨고 난 그 녀의 정체성은 단 하나의 목적의식만 이루려 끝없이 갈구했다. 이추림! 어디에도 흔적이 없는 그의 존재를 찾아 헤매고 다녔던 것이다. 새벽 한시가 넘은 거리는 한산하고 적만한 가운데 소리없이 쏟아지는 빗물만이 을씨년 스러웠다. 또...옥! 머리칼에 매달린 빗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작은 부딪힘을 울리고 유미의 멍한 얼굴엔 바보같은 웃음 한 줄기가 만들어졌다. 석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던 유미의 신형이 움직이며 도로가를 건너기 시작했다. 편도 삼차선 도로를 아무런 안전여부없이 건넌 그녀는 보도를 따라 추림의 빌라가 위치한 곳으로 다가갔다. 휭하니 썰렁한 빌라는 어둠에 잠긴 채 마치 거대한 무덤같은 분위기였다. 빌라의 현관 입구에 설치된 추림의 우편함을 뒤지자 작은 열쇠가 나왔다. 멍하게 열쇠를 손에 들고 응시하던 유미가 다시 바보스런 웃음을 짓고는 곧장 추림의 빌라 현관으로 다가가 열쇠를 키박스에 꼿았다. 끼이익! 작지만 유난히도 커다란 소리로 느껴지며 현관문이 열리고 눅눅하고 습한 곰팡이 냄새가 훅하고 외부로 흘러 나왔다. "......!"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얼굴마저 달아오른 유미는 휘청이며 문가를 손으로 잡고 어둠 속에 드러나는 추림의 집안을 둘러 보았다. "없...어? 추림?" 당연히 없는것을 알면서도 유미의 입에서는 마치 추림이 기다리기라도 있는듯 중얼거리 렸다. 전등 스위치를 켜고 작고 좁은 집안을 한눈에 살핀 유미의 얼굴이 차갑고도 쓸쓸하게 변해 갔다. "흐으...흑!" 가슴이 뻥뚫리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유미의 신형이 바닥으로 주저 앉으며 흐느낌을 토 해냈다. 비에 젖은 터라 축축해진 유미는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서 멍하니 서버렸다. 멈춰진 시간을 홀로 거슬러 올라온 느낌이었다. 아무도 남겨진 이 없는 곳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가 머물던 곳이었다. 그와 함께 했던 곳이고 오로지 그의 보금자리였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집안을 서성거린 유미의 움직임이 그대로 족적이 그려지고 추림 의 행방은 또다시 불명인것을 확인하는 사실만을 느껴야했다. 털썩! "어디에... 도대체! 어디에 있나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유미는 벽에 걸린 낮익은 그림을 촛점없이 바라보며 뼈속깊이 저려오 는 음성을 토해냈다. 그와 함께했던 곳이었다. 자신으로 하여금 그를 깊게 사랑하게 해주고 잊지 못하게 해 주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었다. 그가 주인이면서 무책임하게 버려진 곳으로 둔갑해 있었다. 이곳에 오려고 했던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몇 주째 이렇게 되버렸다. 잠도 잊었고 식사도 잊어버렸다. 오로지 추림에게 받았던 편지들을 수십번도 더 읽어 내려갔고 그가 해 주었던 말들을 되새 기고 기억하려 안간힘을 써댔다. 잊으려 지워버리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더 크고 또렷하게 떠올랐고 미칠듯이 그가 그리웠다. 그의 흔적이 남은 곳이면 어디든 찾았고 버릇처럼 사명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확인했다. 혹 길가다 거리에서 그를 볼지도 몰라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걷는것이 기계처럼 되버렸다. 장시간 빗속에 노출되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바보처럼 웃곤 하던 유미는 전에도 본적 있는 추림의 앨범을 꺼냈다. 유난히도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자신과 같이 추림또한 사진찍는것을 회피하곤 했었다. 언젠가 궁금해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내 모습을 추상속에 담가 간직하고 싶지가 않아! 난 오늘이 내 삶의 전부였으면 싶거든.' 그가 해 준 말은 이상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해가 갔다. 그는 힘들고 외로웠던 것이다. 기쁜 날 별로 없었을 그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사진속에 자 신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 지나간 시간을 총칭하는 말. 그 과거속에 그 자신의 아픈 기억들이 너무도 많다 했었다.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불우한 일과 친구의 죽음, 그리고 수없이 많은 난관들... 그런 시간 이 뒤섞인 날들을 그는 남기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내일이 두렵고 힘겨웠던 것이다. 잊고싶고 또 잊어야 하는 시간들과 연장선상에 놓인 시간들을 떠 올리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두툼한 앨범엔 온통 그 주위 사람들의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겨우 그의 독사진은 열장이나 될까했다. 그나마 한강을 배경으로 한 사진과 설악산 대청봉을 올라 포즈를 잡은것 하고 어느 바다 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만이 제대로 명함을 들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과 여의도 에서 찍은 사진이 유난히 크고 또렷하게 보였다. 단 두장을 찍었던 사진 중 하나였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추림의 곁에 어색하게 서있는 자신을 추림이 살며시 어깨동무해 주는 모습이었다. "흐흠...훗!" 작은 웃음이었다. 어딘지 어색하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웃음이었지만 분명 그것은 기쁠때 짓는 웃음이었다. 볼것이 무엇이 그리 있다고 유미의 눈동자는 사진속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그때 그랬잖아요. 여름엔 바닷가를 가자고... 거짓말...쟁이." 씁쓸하게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 그녀는 사진을 가슴에 대고 눈을 감았다. 보였다. 짧은 시간동안 추림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장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겨울날 동안 일어난 일들이 아련한 뭉클거림으로 떠올랐다. 자신과 처음 만나 이곳으로 택시로 동승해 오고 나서 그가 지어 보였던 표정과 몸짓들, 진 한 블랙 커피를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며 들려준 이야기들... 장미꽃을 한아름 안겨주며 울 넌 자신을 지켜보아주던 그의 조용한 모습, 지치고 술에 취한 자신을 업고 긴 거리를 걸으 며 했던 말과 노랫소리들... 그리고 자신으로 하여금 참 여인으로 태어나게 해주었던 그의 뜨겁던 몸짓! 마치 꿈같았다. 길고 긴 잠속에서 꾸었던 하나의 꿈같이 아릿하게 맴돌며 기억되었다. "나쁜사람! 미워요. 추림. 당신이 미워요. 그만큼 미안해하고 용서해 달라 했잖아요. 제가 어떻해 하면 되나요? 우린... 안되는 건가요? 아니 전 당신에게 안되는 여자인가요? 제가 당신을 불행하게 하나요? 약속... 내기 했잖아요. 당신이 날 영원히 기다려 주기로 내기했 으면서 이래도 되나요? 거짓말! 거짓말쟁이! 나쁜사람!" 사진속의 추림을 바라보며 유미의 독백은 한동안 이어졌다. 미치도록 그립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간데 없고 세상천지에 이토록이나 버려진 느낌이 란 정말 감당하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왔다. 문득, 유미는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 아랫입술을 깨문 유미의 눈에서 눈물을 흘러 내렸다. 느닷없이 떠오른 기억이 그녀를 울게 만들었다. "추림! 이렇게... 이렇게 힘들었구나! 가슴이 수천만 갈래로 찢어지고 심장이 얼어붙을 정 도로 차가웠구나! 아! 난 추림씨에게 미안한 짓만 했군요. 그때 추림 당신도 그렇게 힘들었 어요? 내가 많이도 미웠나요?" 예전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 감히 추림을 사랑한다 하면서도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었고 그 외에 다른 이들과 같 이 했던 순간들이 기억되었다. 악몽같은 순간들이 결국 그와 엇갈리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모든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새삼 그것을 다시 거론하고 떠올리지 않더라도 지금 자신이 힘든 것 만큼이나 그도 당시 에 지금의 자신처럼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또다른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새벽 네시가 다 되어서 유미유 하던 일을 겨우 끝냈다. 집안 곳곳을 쓸고 닦아내고 이불과 옷들을 모두 꺼내 빨았다. 오랜동안 비워두고 방치한 터라 먼지와 곰팡이가 상당했다. 자신의 집을 청소하고 단장하듯이 유미는 정성스럽게 곳곳을 살펴가며 말끔이 쓸고 닦았 다. 샤워를 하고 추림의 옷으로 갈아입은 유미는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 자작했다. 지치고 약해진 몸이라 술 몇잔에 금새 취기가 올라 정신이 몽롱해졌다. 벽에 등을 붙이고 비스듬이 기대앉은 그녀는 추림이 자주 부르곤하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느낌만으로는 추림이 당장 회색빛 현관문을 열고 환한 웃음을 짓고 들어 올것만 같았다. "추림. 변하지 않을거지요? 이대로 우리가 헤어진다해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요? 절 사랑한다는 당신의 말 변하지 않았으면 해요. 백년만 사랑하고 천년만 기억하겠다던 추림 의 말 저 아직도 기억해요. 이대로 끝나는건 아닐거예요. 저도 당신을 잊지 않겠어요." "울지 않을래요. 울 기운도 없는걸요. 이제 기다리는것만 남은건가요? 그래요. 우리 내기 해요. 누가 더 오랜동안 서로를 기다릴 수 있는지. 부디... 당신이 이겨주길 바래요. 그래 야 당신의 부탁을 내가 들어 드리잖아요. 부디 당신이... 이겨주길......" 가련한 미소를 내비친 채 유미의 눈이 살며시 감겼다. "...그리고 미안...해요." * * * "몰라요 정말." 추용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지만 집요한 성격의 수연은 그런 추용을 유심히 살피며 바라보 았다. "넌 네형과 똑같아. 용아 거짓말 못하는건 너나 추림이나 같아. 넌 지금 거짓말 하고있어." 김수연이 강원도 고향으로 내려온것은 어제였다. 추림을 찾을길이 없어 고민하다가 결국 가장 빠른길을 택한것이 강원도행이었다. 어릴적 보고 수년동안 보지 못한 추림의 동생들은 자신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 커졌고 어 려운 상대로 변해 있었지만 고향 후배이자 친구의 동생이라는 이유가 기운이 되었다. "자 말해봐. 네 형인 추림이 어디에 있는지 넌 알고 있지 그렇지 않아?" 순전히 수연의 짐작이고 생각이었지만 이미 만나본 추림의 형이나 누나조차 모르고 있는 추림의 행방을 추용마저 모른다면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정말... 모른다니까요!" 추용이 다시 다부지게 말했다. 하지만 어딘지 작은 떨림을 보이는 추용의 음성을 수연은 놓치지 않았다. "프훗!" 갑자기 수연이 싱거운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왜 그토록이나 추림을 찾으려 하는지... 그에게 유독 집착하는 것인지 스스로 이해 할 수 없어 실소가 터진 것이다. 추용은 이 자리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사실 유일하게 형 추림의 현재 상황을 알고 있는 존재가 추용이 유일했다. 여름 방학을 하기전인 칠월 중순쯤에 학교로 편지 한통이 전해졌다. 그것은 추림이 구치소에서 자신에게 보낸 한통의 편지였는데, 공교롭게도 학교 교사중 자 신과 성과 이름이 똑같은 교사가 있었다. 형이 보낸 편지가 당연히 학생인 자신보다 교사에게 먼저 전해졌고 편지를 개봉해 읽어 본 그 교사는 그것이 잘못 전해진 것임을 알았고 본 주인에게 전해진 형의 편지를 읽고 추 용은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엄청 울고 말았다. 형이 보낸 편지의 내용이 소문이 나면서 한동안 학교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편지의 내용에 당부한 것 중 비밀로 해 달라는 부탁이 있어 절대 비밀이어야 하는 일이었 다. 실망스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른이도 아닌 형 추림의 일이었다. 형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 간에 추용은 형을 믿었다. 어릴적부터 형이 비겁하거나 옳지 못한 일을 한 경우를 보여주지 않았다. 편지에 구구절절 사건 내용과 핑계를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 일이 생겼더라도 추용은 추림을 절대 믿었다. 하지만 난감한 일이 생겨 버렸다. 형 추림이야 학교 다닐 때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서 잘 알려져 있었어도 집안 사람 누구도 지금의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일을 형의 친구인 수연이 추궁하듯 묻고 있었다. 사실 추용으로서도 무척 답답하고 걱정이 되고 있는 와중이었다. 누군가에게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딱히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큰형과 누나들에게 말하고 싶어도 자칫 엄마나 아버지라도 아실까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참이었다. 추용은 순간적으로 갈등을 느꼈다. 속 시원하게 말해 버리고 홀가분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형이 간곡히 부탁했던 터라 그 또 한 망설여졌다. "용아! 추림은 비단 너의 형이지만 그를 걱정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많아. 넌 분명 알고 있 어. 서울에서 형과 난 무척 자주 만나곤했어. 그러다가 어느날 그가 사라져서 아주 엉망인 일들이 무척이나 많아. 아니? 그 하나가 어떤 것들을 남기고 사라졌는지? 말해줄까?" 엷게 하장을 한 탓에 얼굴색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 수연은 무척이나 흥분해 있는 상 태였다.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추용이 추림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수연은 믿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조금씩 두근거려왔다.두달이 지나고 있었다. 추림이 사라진지 무려 세달간이나 그 의 흔적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척이나 궁금하고 그가 그리웠다. 산처럼 자신의 뒤에 커다랗게 버티고 있다가 어느날 사라져 버려 등뒤가 시리고 허전했다.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누구에게도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확실해져 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었다. 그가 어떤 상황이어도 달려가 확인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 고백하고 싶었다. "자, 어서 말해줘. 추림이 어디에 있지?" 흥분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수연은 한자 한자 또박또박 끊어 물었다. 수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추용의 입이 열렸다. "도대체 형을 왜 찾으려 하는거죠?" "......!" 추림의 질문은 당신이 무엇인데 형을 찾느냐는 물음이었다. 말하자면 여자로서 남자를 찾는 그런 류의 질문이었다. "난......" "형은 누나가 찾는것을 알면서도 원하지 않을거예요. 형은 그런 사람이죠." 수연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챈 추용이 말하자 수연의 양 미간이 좁혀졌다. 쉬울줄 알았는데 어려워 지는 느낌이 든 것이다. "결국 알고는 있다는 거네?" "모른다고 말해도 믿지 않을거고 알고 있는 사실을 말 안한다고 계속 물을테니 어쩔 수 없 네요." 추용의 어깨가 축 쳐졌다. 긴장이 조금 풀리면서 맥이 빠진 탓이었다. "누나. 형 좋아하죠?" "......?" 추용의 짖궂은 질문에 수연은 조금 당황한 채 추용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많았어요. 제가 형이나 누나 동창들과 무척 친해요. 알아요? 학교 담벼락에 온통 형의 이 름이 도배된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상이었다구요. 누나같은 여자들... 이상하네? 여자 들이라고 하니까... 하여튼 한둘이 아니었죠. 형이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집으로 얼마나 많이 찾아 오던지... 한가지만 물어 볼께요. 형과 얼마나 친해요?" 수연은 이 추림의 동생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추림이 맥을 짚어 어떤 일을 파고 든다면 추용은 주로 질문과 상황을 끌어다가 표현하는 것을 즐겨 하고 있었다. 그리곤 결과에 대한 것을 확인하려 들었다. "말 재주가 좋네? 그건 추림을 닮았나? 어릴때는 꼬마더니 이제는 제법 어른인걸?" "쿡쿡! 누나 뭐 착각한거 아니예요? 우린 같은 세대라구요. 누나가 이만했다면 저도 이만 했을때 같이 자란 세대라구요. 꼬마는 무슨." 추용이 손으로 키재기를 하며 말했다. 말로 추용을 당할 수 없음을 알고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농담을 마무리 지었다. "형과는... 글쎄? 난 무척이나 친근하다 여기고 있는데 추림은 어떨까? 그가 날 위해 피곤 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말을 해주고 도움을 주었어. 이 정도면 되니? 그가 힘들때 곁 에 있어도 주었고 내가 힘들때 그가 떠오르곤 했어. 친구지만 존경한다고 할까? 아니면.. . 음... 닮고 싶다고 할까? 그는 내게 많은 웃음을 보여 주기도 했고 비틀거리는 모습도 보 여 주었어. 이 정도면 안되니?" "형이요? 그랬단 말이에요? 그 자식이 변했나?" "......!" 추용이 추림을 자식이라 부르며 말하자 수연이 놀라 눈을 흡떴다. "어? 쿡! 놀라기는요. 형과 난 예전부터 그랬어요. 형이 먼저 그러자고 했어요. 친구처럼 지내자고. 제가 형안테 친구가 되면 좋았을텐라고 말하니까 형이 그러라고 하던데요. 그 래서 가끔 그렇게 불러보곤 했는데... 뭐 기억이 많이 나면 그렇게 되니... 아고! 엉뚱한 말 만 했네. 좋아요. 대신 비밀이어야 해요." "......!" 수연은 연신 고개만 끄덕이며 추용의 입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제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은 형이......" 추용의 입에서 긴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추용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수연의 얼굴 표정이 수시로 변하며 탄식과 놀람 그리고 안타까 움이 수없이 교차했다. * * * 정오 12시가 되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각동의 감호소 철문이 개방되면서 푸른 수의를 입은 미, 기결수들이 복도로 쏟아져 나왔 다. 긴 복도 오른편으로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이 열을 지어 대식당으로 이동하자 반대편에선 미리 식사를 끝낸 다른 이들이 꺼꾸로 감호소를 찾아 걷고 있었다. 경기도 안양 감호소로 이송된지 삼주가 지나 어느정도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추림 도 그런 그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영등포 구치소에 있을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 하루를 기계처럼 무의미하게 보내고 깊은 수렁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추림이 사람들 틈에 끼어 느리게 식당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추림의 등뒤로 몇명의 사람들이 빠르게 주위를 살피며 다가왔다. 웅성거리며 복도를 따라 걷던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그들이 스치는 곳을 기점으로 조용 해 지기 시작해서 추림이 막 고개를 돌릴 때였다. 커다란 덩치를 지닌 네명의 사내가 다가와 추림을 애워싸듯 포위하며 걷는 움직임으로 가 장하고 그 중 한명이 손에 든 무언가를 빠르고 강하게 추림의 옆구리에 쑤셔 넣었다. "크흑!" 갑자기 추림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어느새 사내들은 그를 지나쳐 저만치 비껴 나갔고 추림은 여느 사람들 틈에 끼어 옆구리 를 부여잡고 휘청거렸다. "억!" "당했다!" "사람불러!" 추림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며 열이 흐트러졌다. 금새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고 추림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크흐흡!" 추림의 왼쪽 옆구리에 삐죽이 무언가 박힌채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한손으로 벽을 잡고 한손으로는 옆구리 상처를 부여 잡은 추림이 인상을 쓰며 고통을 이겨 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당한 것이다. 이곳에 오고 나서 갈등과 반목을 일으킨 자들에게 기어이 이런 테러를 당한 것이다. 눈앞이 어질거리고 현기증이 일었다. 치솔대를 갈아 날카롭게 만든것은 분명한데 잡아빼려해도 근육이 걸려 움직이지 않는 이 유가 이상했다. "삐익! 삐이익!" 멀리서 호각이 날카롭게 울리며 긴박하게 뛰는 발검음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뛰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리고 경물이 느리고 일렁거리며 비춰보였다. 머리가 수없이 회전을 일으키며 사물이 극심하게 흔들렸다.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몸이 둔중하게 느껴지면서 뜨거운 열탕에 휩싸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무겁게 느껴지던 몸이 가볍고 존재감이 상실된듯 느껴져 왔다. 털썩! 바닥으로 몸을 길게 늘어뜨린 추림의 입가에 실날같은 붉은 피가 흘러 나왔다. 무겁게 감기려 하는 눈을 반개한 채 추림은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피곤하고 힘든 날들이었다. 겨우 이십년이었는데 마치 이백년을 산 것 처럼 그렇게 지루하고 힘든 세월이었다. 한줄기 눈물을 흘린 추림이 겨우 짐작할만한 미소를 희미하게 지었다. 지겨웠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쉬고 싶었다. 다시 살아난다해도 소생하기 전까지는 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해 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 기다려... 약속... 후회하지 않아.' 흥건히 피에 젖은 손을 허공에 겨우 들어 누군가에게 흔드는 형상을 취한 추림의 입에서 울컥하고 선지피가 토해졌다. 탁탁탁! 삐이익! 아련하게 멀리서 소란스러운 발자국 소리와 호각소리가 점점 멀어지듯 들려오고 환상처 럼 한 존재의 얼굴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후...회 하지 않...아!' 눈을 힘없이 감은 추림의 입가에 일그러진 웃음이 메달렸다. 축축하게 비에 젖은 9월에 벌어진 어느날의 사건이었다.
유리사랑 (47장/ 사랑을 찾는 사람들!) <실극화> *이벤트 추첨*
글쓰기에 앞서: 안녕하십니까!
추림입니다.
동안 글을 올리지 못해서 너무도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웠습니다.
조금의 핑계를 대자면 너무도 바빴고 몸이 무척이나 아팠다는...!
(너무 뻔한 핑계인듯)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몇번 글을 썼었는데 실수도 있었고 피곤에 눌려 포기도 했었고
그랬습니다.(이것도 너무 보이는 핑계인듯)
유리사랑을 기다리셨을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일이 바쁘고 할일이 태산이라 전처럼 자주 올리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대신 일주일에 한 두편 정도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이건 그나마 낳은듯)
아울러 유리사랑 [이벤트] 관련입니다.
정답자가 여러분 나오셨는데, 정답자 세분과 아차상 한분을 추첨하겠습니다.
*플라이 스카이님, 뫼님, 영희님!
위의 세분들은 처음 유리사랑이 연재될 때부터 관심을 가져 주시기도 하셨고
지도도 해주신 분들입니다.
그 중 한분은 두번 만났고 이유있는 자리를 했었습니다.
누군지는 당사자만 아실테죠?
*지금처럼만 님
위의 분은 아슬하게 정답을 맞추셔서,,, 네분외에 2~3명이 더 계신데 추리고 고민끝에
제 나름대로 이렇게 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이벤트 선물은 뭘까 궁금하시죠?
그건 비밀입니다.
*플라이 스카이님, 뫼님, 영희님, 지금처럼만님!
네분들은 alfm1218@duam.net 으로 이메일과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전번은 꼭 필요하지
는 않습니다. 편의상입니다) 를 남겨 주십시오.
제 성의가 전달될때를 대비한 작은 준비입니다.
12월까지 유리사랑을 끝내기로 했는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눈이 온다지요? 여러분 추림처럼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시고 유리사랑
늘 기다려 주시고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일요일 밤 잘 보내시고 내일 월요일 힘차게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추림소축에서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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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웨에엥......
자동차가 텅 빈 도로를 빠르게 지나치자 아스팔트에 엷게 깔린 빗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촉촉히 내리는 빗물을 그대로 맞으며 유미의 시선은 추림의 불꺼진 빌라를 하염없이 바라
보고 또 바라 보았다.
"추림......!"
나직한 웅얼거림이 새어나오고 그녀의 미간이 아픈듯 일그러졌다.
벌써 그녀가 이곳을 찾은지가 몇번인지 헤아릴 수 조차 없었다.
무엇엔가 홀린듯 그녀는 추림과 함께했던 모든곳을 찾고 또 찾아 배회하고 다녔다.
어리석은 현실에서의 도피를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나서 긴 잠에서 깨고 난 그
녀의 정체성은 단 하나의 목적의식만 이루려 끝없이 갈구했다.
이추림!
어디에도 흔적이 없는 그의 존재를 찾아 헤매고 다녔던 것이다.
새벽 한시가 넘은 거리는 한산하고 적만한 가운데 소리없이 쏟아지는 빗물만이 을씨년
스러웠다.
또...옥!
머리칼에 매달린 빗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작은 부딪힘을 울리고 유미의 멍한 얼굴엔
바보같은 웃음 한 줄기가 만들어졌다.
석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던 유미의 신형이 움직이며 도로가를 건너기 시작했다.
편도 삼차선 도로를 아무런 안전여부없이 건넌 그녀는 보도를 따라 추림의 빌라가 위치한
곳으로 다가갔다.
휭하니 썰렁한 빌라는 어둠에 잠긴 채 마치 거대한 무덤같은 분위기였다.
빌라의 현관 입구에 설치된 추림의 우편함을 뒤지자 작은 열쇠가 나왔다.
멍하게 열쇠를 손에 들고 응시하던 유미가 다시 바보스런 웃음을 짓고는 곧장 추림의 빌라
현관으로 다가가 열쇠를 키박스에 꼿았다.
끼이익!
작지만 유난히도 커다란 소리로 느껴지며 현관문이 열리고 눅눅하고 습한 곰팡이 냄새가
훅하고 외부로 흘러 나왔다.
"......!"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얼굴마저 달아오른 유미는 휘청이며 문가를 손으로 잡고 어둠
속에 드러나는 추림의 집안을 둘러 보았다.
"없...어? 추림?"
당연히 없는것을 알면서도 유미의 입에서는 마치 추림이 기다리기라도 있는듯 중얼거리
렸다.
전등 스위치를 켜고 작고 좁은 집안을 한눈에 살핀 유미의 얼굴이 차갑고도 쓸쓸하게 변해
갔다.
"흐으...흑!"
가슴이 뻥뚫리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유미의 신형이 바닥으로 주저 앉으며 흐느낌을 토
해냈다.
비에 젖은 터라 축축해진 유미는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서 멍하니 서버렸다.
멈춰진 시간을 홀로 거슬러 올라온 느낌이었다.
아무도 남겨진 이 없는 곳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가 머물던 곳이었다.
그와 함께 했던 곳이고 오로지 그의 보금자리였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집안을 서성거린 유미의 움직임이 그대로 족적이 그려지고 추림
의 행방은 또다시 불명인것을 확인하는 사실만을 느껴야했다.
털썩!
"어디에... 도대체! 어디에 있나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유미는 벽에 걸린 낮익은 그림을 촛점없이 바라보며 뼈속깊이 저려오
는 음성을 토해냈다.
그와 함께했던 곳이었다.
자신으로 하여금 그를 깊게 사랑하게 해주고 잊지 못하게 해 주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었다. 그가 주인이면서 무책임하게 버려진 곳으로 둔갑해 있었다.
이곳에 오려고 했던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몇 주째 이렇게 되버렸다.
잠도 잊었고 식사도 잊어버렸다.
오로지 추림에게 받았던 편지들을 수십번도 더 읽어 내려갔고 그가 해 주었던 말들을 되새
기고 기억하려 안간힘을 써댔다.
잊으려 지워버리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더 크고 또렷하게 떠올랐고 미칠듯이 그가 그리웠다.
그의 흔적이 남은 곳이면 어디든 찾았고 버릇처럼 사명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확인했다.
혹 길가다 거리에서 그를 볼지도 몰라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걷는것이 기계처럼 되버렸다.
장시간 빗속에 노출되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바보처럼 웃곤 하던 유미는
전에도 본적 있는 추림의 앨범을 꺼냈다.
유난히도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자신과 같이 추림또한 사진찍는것을 회피하곤 했었다.
언젠가 궁금해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내 모습을 추상속에 담가 간직하고 싶지가 않아! 난 오늘이 내 삶의 전부였으면 싶거든.'
그가 해 준 말은 이상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해가 갔다.
그는 힘들고 외로웠던 것이다. 기쁜 날 별로 없었을 그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사진속에 자
신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
지나간 시간을 총칭하는 말. 그 과거속에 그 자신의 아픈 기억들이 너무도 많다 했었다.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불우한 일과 친구의 죽음, 그리고 수없이 많은 난관들... 그런 시간
이 뒤섞인 날들을 그는 남기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내일이 두렵고 힘겨웠던 것이다.
잊고싶고 또 잊어야 하는 시간들과 연장선상에 놓인 시간들을 떠 올리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두툼한 앨범엔 온통 그 주위 사람들의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겨우 그의 독사진은 열장이나 될까했다.
그나마 한강을 배경으로 한 사진과 설악산 대청봉을 올라 포즈를 잡은것 하고 어느 바다
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만이 제대로 명함을 들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과 여의도 에서 찍은 사진이 유난히 크고 또렷하게 보였다.
단 두장을 찍었던 사진 중 하나였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추림의 곁에 어색하게 서있는 자신을 추림이 살며시 어깨동무해
주는 모습이었다.
"흐흠...훗!"
작은 웃음이었다.
어딘지 어색하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웃음이었지만 분명 그것은 기쁠때 짓는 웃음이었다.
볼것이 무엇이 그리 있다고 유미의 눈동자는 사진속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그때 그랬잖아요. 여름엔 바닷가를 가자고... 거짓말...쟁이."
씁쓸하게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 그녀는 사진을 가슴에 대고 눈을 감았다.
보였다.
짧은 시간동안 추림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장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겨울날 동안 일어난 일들이 아련한 뭉클거림으로 떠올랐다.
자신과 처음 만나 이곳으로 택시로 동승해 오고 나서 그가 지어 보였던 표정과 몸짓들, 진
한 블랙 커피를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며 들려준 이야기들... 장미꽃을 한아름 안겨주며 울
넌 자신을 지켜보아주던 그의 조용한 모습, 지치고 술에 취한 자신을 업고 긴 거리를 걸으
며 했던 말과 노랫소리들... 그리고 자신으로 하여금 참 여인으로 태어나게 해주었던 그의
뜨겁던 몸짓!
마치 꿈같았다.
길고 긴 잠속에서 꾸었던 하나의 꿈같이 아릿하게 맴돌며 기억되었다.
"나쁜사람! 미워요. 추림. 당신이 미워요. 그만큼 미안해하고 용서해 달라 했잖아요. 제가
어떻해 하면 되나요? 우린... 안되는 건가요? 아니 전 당신에게 안되는 여자인가요? 제가
당신을 불행하게 하나요? 약속... 내기 했잖아요. 당신이 날 영원히 기다려 주기로 내기했
으면서 이래도 되나요? 거짓말! 거짓말쟁이! 나쁜사람!"
사진속의 추림을 바라보며 유미의 독백은 한동안 이어졌다.
미치도록 그립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간데 없고 세상천지에 이토록이나 버려진 느낌이
란 정말 감당하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왔다.
문득, 유미는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
아랫입술을 깨문 유미의 눈에서 눈물을 흘러 내렸다.
느닷없이 떠오른 기억이 그녀를 울게 만들었다.
"추림! 이렇게... 이렇게 힘들었구나! 가슴이 수천만 갈래로 찢어지고 심장이 얼어붙을 정
도로 차가웠구나! 아! 난 추림씨에게 미안한 짓만 했군요. 그때 추림 당신도 그렇게 힘들었
어요? 내가 많이도 미웠나요?"
예전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
감히 추림을 사랑한다 하면서도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었고 그 외에 다른 이들과 같
이 했던 순간들이 기억되었다.
악몽같은 순간들이 결국 그와 엇갈리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모든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새삼 그것을 다시 거론하고 떠올리지 않더라도 지금 자신이 힘든 것 만큼이나 그도 당시
에 지금의 자신처럼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또다른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새벽 네시가 다 되어서 유미유 하던 일을 겨우 끝냈다.
집안 곳곳을 쓸고 닦아내고 이불과 옷들을 모두 꺼내 빨았다.
오랜동안 비워두고 방치한 터라 먼지와 곰팡이가 상당했다.
자신의 집을 청소하고 단장하듯이 유미는 정성스럽게 곳곳을 살펴가며 말끔이 쓸고 닦았
다.
샤워를 하고 추림의 옷으로 갈아입은 유미는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 자작했다.
지치고 약해진 몸이라 술 몇잔에 금새 취기가 올라 정신이 몽롱해졌다.
벽에 등을 붙이고 비스듬이 기대앉은 그녀는 추림이 자주 부르곤하던 노래를 흥얼거렸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느낌만으로는 추림이 당장 회색빛 현관문을 열고 환한 웃음을 짓고 들어 올것만 같았다.
"추림. 변하지 않을거지요? 이대로 우리가 헤어진다해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요? 절
사랑한다는 당신의 말 변하지 않았으면 해요. 백년만 사랑하고 천년만 기억하겠다던 추림
의 말 저 아직도 기억해요. 이대로 끝나는건 아닐거예요. 저도 당신을 잊지 않겠어요."
"울지 않을래요. 울 기운도 없는걸요. 이제 기다리는것만 남은건가요? 그래요. 우리 내기
해요. 누가 더 오랜동안 서로를 기다릴 수 있는지. 부디... 당신이 이겨주길 바래요. 그래
야 당신의 부탁을 내가 들어 드리잖아요. 부디 당신이... 이겨주길......"
가련한 미소를 내비친 채 유미의 눈이 살며시 감겼다.
"...그리고 미안...해요."
* * *
"몰라요 정말."
추용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지만 집요한 성격의 수연은 그런 추용을 유심히 살피며 바라보
았다.
"넌 네형과 똑같아. 용아 거짓말 못하는건 너나 추림이나 같아. 넌 지금 거짓말 하고있어."
김수연이 강원도 고향으로 내려온것은 어제였다.
추림을 찾을길이 없어 고민하다가 결국 가장 빠른길을 택한것이 강원도행이었다.
어릴적 보고 수년동안 보지 못한 추림의 동생들은 자신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 커졌고 어
려운 상대로 변해 있었지만 고향 후배이자 친구의 동생이라는 이유가 기운이 되었다.
"자 말해봐. 네 형인 추림이 어디에 있는지 넌 알고 있지 그렇지 않아?"
순전히 수연의 짐작이고 생각이었지만 이미 만나본 추림의 형이나 누나조차 모르고 있는
추림의 행방을 추용마저 모른다면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정말... 모른다니까요!"
추용이 다시 다부지게 말했다.
하지만 어딘지 작은 떨림을 보이는 추용의 음성을 수연은 놓치지 않았다.
"프훗!"
갑자기 수연이 싱거운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왜 그토록이나 추림을 찾으려 하는지... 그에게 유독 집착하는 것인지 스스로 이해
할 수 없어 실소가 터진 것이다.
추용은 이 자리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사실 유일하게 형 추림의 현재 상황을 알고 있는 존재가 추용이 유일했다.
여름 방학을 하기전인 칠월 중순쯤에 학교로 편지 한통이 전해졌다.
그것은 추림이 구치소에서 자신에게 보낸 한통의 편지였는데, 공교롭게도 학교 교사중 자
신과 성과 이름이 똑같은 교사가 있었다.
형이 보낸 편지가 당연히 학생인 자신보다 교사에게 먼저 전해졌고 편지를 개봉해 읽어
본 그 교사는 그것이 잘못 전해진 것임을 알았고 본 주인에게 전해진 형의 편지를 읽고 추
용은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엄청 울고 말았다.
형이 보낸 편지의 내용이 소문이 나면서 한동안 학교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편지의 내용에 당부한 것 중 비밀로 해 달라는 부탁이 있어 절대 비밀이어야 하는 일이었
다.
실망스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른이도 아닌 형 추림의 일이었다.
형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 간에 추용은 형을 믿었다. 어릴적부터 형이 비겁하거나 옳지
못한 일을 한 경우를 보여주지 않았다.
편지에 구구절절 사건 내용과 핑계를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 일이 생겼더라도 추용은 추림을 절대 믿었다.
하지만 난감한 일이 생겨 버렸다.
형 추림이야 학교 다닐 때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서 잘 알려져 있었어도 집안 사람 누구도
지금의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일을 형의 친구인 수연이 추궁하듯 묻고 있었다.
사실 추용으로서도 무척 답답하고 걱정이 되고 있는 와중이었다.
누군가에게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딱히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큰형과 누나들에게 말하고 싶어도 자칫 엄마나 아버지라도 아실까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참이었다.
추용은 순간적으로 갈등을 느꼈다.
속 시원하게 말해 버리고 홀가분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형이 간곡히 부탁했던 터라 그 또
한 망설여졌다.
"용아! 추림은 비단 너의 형이지만 그를 걱정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많아. 넌 분명 알고 있
어. 서울에서 형과 난 무척 자주 만나곤했어. 그러다가 어느날 그가 사라져서 아주 엉망인
일들이 무척이나 많아. 아니? 그 하나가 어떤 것들을 남기고 사라졌는지? 말해줄까?"
엷게 하장을 한 탓에 얼굴색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 수연은 무척이나 흥분해 있는 상
태였다.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추용이 추림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수연은 믿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조금씩 두근거려왔다.두달이 지나고 있었다. 추림이 사라진지 무려 세달간이나 그
의 흔적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무척이나 궁금하고 그가 그리웠다.
산처럼 자신의 뒤에 커다랗게 버티고 있다가 어느날 사라져 버려 등뒤가 시리고 허전했다.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누구에게도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확실해져 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었다.
그가 어떤 상황이어도 달려가 확인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 고백하고 싶었다.
"자, 어서 말해줘. 추림이 어디에 있지?"
흥분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수연은 한자 한자 또박또박 끊어 물었다.
수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추용의 입이 열렸다.
"도대체 형을 왜 찾으려 하는거죠?"
"......!"
추림의 질문은 당신이 무엇인데 형을 찾느냐는 물음이었다.
말하자면 여자로서 남자를 찾는 그런 류의 질문이었다.
"난......"
"형은 누나가 찾는것을 알면서도 원하지 않을거예요. 형은 그런 사람이죠."
수연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챈 추용이 말하자 수연의 양 미간이 좁혀졌다.
쉬울줄 알았는데 어려워 지는 느낌이 든 것이다.
"결국 알고는 있다는 거네?"
"모른다고 말해도 믿지 않을거고 알고 있는 사실을 말 안한다고 계속 물을테니 어쩔 수 없
네요."
추용의 어깨가 축 쳐졌다. 긴장이 조금 풀리면서 맥이 빠진 탓이었다.
"누나. 형 좋아하죠?"
"......?"
추용의 짖궂은 질문에 수연은 조금 당황한 채 추용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많았어요. 제가 형이나 누나 동창들과 무척 친해요. 알아요? 학교 담벼락에 온통 형의 이
름이 도배된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상이었다구요. 누나같은 여자들... 이상하네? 여자
들이라고 하니까... 하여튼 한둘이 아니었죠. 형이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집으로 얼마나
많이 찾아 오던지... 한가지만 물어 볼께요. 형과 얼마나 친해요?"
수연은 이 추림의 동생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추림이 맥을 짚어 어떤 일을 파고 든다면 추용은 주로 질문과 상황을 끌어다가 표현하는
것을 즐겨 하고 있었다. 그리곤 결과에 대한 것을 확인하려 들었다.
"말 재주가 좋네? 그건 추림을 닮았나? 어릴때는 꼬마더니 이제는 제법 어른인걸?"
"쿡쿡! 누나 뭐 착각한거 아니예요? 우린 같은 세대라구요. 누나가 이만했다면 저도 이만
했을때 같이 자란 세대라구요. 꼬마는 무슨."
추용이 손으로 키재기를 하며 말했다.
말로 추용을 당할 수 없음을 알고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농담을 마무리 지었다.
"형과는... 글쎄? 난 무척이나 친근하다 여기고 있는데 추림은 어떨까? 그가 날 위해 피곤
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말을 해주고 도움을 주었어. 이 정도면 되니? 그가 힘들때 곁
에 있어도 주었고 내가 힘들때 그가 떠오르곤 했어. 친구지만 존경한다고 할까? 아니면..
. 음... 닮고 싶다고 할까? 그는 내게 많은 웃음을 보여 주기도 했고 비틀거리는 모습도 보
여 주었어. 이 정도면 안되니?"
"형이요? 그랬단 말이에요? 그 자식이 변했나?"
"......!"
추용이 추림을 자식이라 부르며 말하자 수연이 놀라 눈을 흡떴다.
"어? 쿡! 놀라기는요. 형과 난 예전부터 그랬어요. 형이 먼저 그러자고 했어요. 친구처럼
지내자고. 제가 형안테 친구가 되면 좋았을텐라고 말하니까 형이 그러라고 하던데요. 그
래서 가끔 그렇게 불러보곤 했는데... 뭐 기억이 많이 나면 그렇게 되니... 아고! 엉뚱한 말
만 했네. 좋아요. 대신 비밀이어야 해요."
"......!"
수연은 연신 고개만 끄덕이며 추용의 입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제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은 형이......"
추용의 입에서 긴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추용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수연의 얼굴 표정이 수시로 변하며 탄식과 놀람 그리고 안타까
움이 수없이 교차했다.
* * *
정오 12시가 되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각동의 감호소 철문이 개방되면서 푸른 수의를 입은 미, 기결수들이 복도로 쏟아져 나왔
다.
긴 복도 오른편으로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이 열을 지어 대식당으로 이동하자 반대편에선
미리 식사를 끝낸 다른 이들이 꺼꾸로 감호소를 찾아 걷고 있었다.
경기도 안양 감호소로 이송된지 삼주가 지나 어느정도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추림
도 그런 그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영등포 구치소에 있을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 하루를 기계처럼 무의미하게 보내고 깊은 수렁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추림이 사람들 틈에 끼어 느리게 식당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추림의 등뒤로 몇명의 사람들이 빠르게 주위를 살피며 다가왔다.
웅성거리며 복도를 따라 걷던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그들이 스치는 곳을 기점으로 조용
해 지기 시작해서 추림이 막 고개를 돌릴 때였다.
커다란 덩치를 지닌 네명의 사내가 다가와 추림을 애워싸듯 포위하며 걷는 움직임으로 가
장하고 그 중 한명이 손에 든 무언가를 빠르고 강하게 추림의 옆구리에 쑤셔 넣었다.
"크흑!"
갑자기 추림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어느새 사내들은 그를 지나쳐 저만치 비껴 나갔고 추림은 여느 사람들 틈에 끼어 옆구리
를 부여잡고 휘청거렸다.
"억!"
"당했다!"
"사람불러!"
추림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며 열이 흐트러졌다.
금새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고 추림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크흐흡!"
추림의 왼쪽 옆구리에 삐죽이 무언가 박힌채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한손으로 벽을 잡고 한손으로는 옆구리 상처를 부여 잡은 추림이 인상을 쓰며 고통을 이겨
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당한 것이다.
이곳에 오고 나서 갈등과 반목을 일으킨 자들에게 기어이 이런 테러를 당한 것이다.
눈앞이 어질거리고 현기증이 일었다.
치솔대를 갈아 날카롭게 만든것은 분명한데 잡아빼려해도 근육이 걸려 움직이지 않는 이
유가 이상했다.
"삐익! 삐이익!"
멀리서 호각이 날카롭게 울리며 긴박하게 뛰는 발검음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뛰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리고 경물이 느리고 일렁거리며 비춰보였다.
머리가 수없이 회전을 일으키며 사물이 극심하게 흔들렸다.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몸이 둔중하게 느껴지면서 뜨거운 열탕에 휩싸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무겁게 느껴지던 몸이 가볍고 존재감이 상실된듯 느껴져 왔다.
털썩!
바닥으로 몸을 길게 늘어뜨린 추림의 입가에 실날같은 붉은 피가 흘러 나왔다.
무겁게 감기려 하는 눈을 반개한 채 추림은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피곤하고 힘든 날들이었다.
겨우 이십년이었는데 마치 이백년을 산 것 처럼 그렇게 지루하고 힘든 세월이었다.
한줄기 눈물을 흘린 추림이 겨우 짐작할만한 미소를 희미하게 지었다.
지겨웠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쉬고 싶었다.
다시 살아난다해도 소생하기 전까지는 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해
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 기다려... 약속... 후회하지 않아.'
흥건히 피에 젖은 손을 허공에 겨우 들어 누군가에게 흔드는 형상을 취한 추림의 입에서
울컥하고 선지피가 토해졌다.
탁탁탁! 삐이익!
아련하게 멀리서 소란스러운 발자국 소리와 호각소리가 점점 멀어지듯 들려오고 환상처
럼 한 존재의 얼굴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후...회 하지 않...아!'
눈을 힘없이 감은 추림의 입가에 일그러진 웃음이 메달렸다.
축축하게 비에 젖은 9월에 벌어진 어느날의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