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보다 무서운 선수들 (1편)

무릴로닌자200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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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를 거부한 황제의 보자관 마우리시오 쇼군



PRIDE 무대에서 유독 강력함을 들어내며 자신들의 천하를 세웠던 슈트복스 아카데미.
2001년 11월, 팀의 수장인 반달레이 실바가 'IQ 레슬러' 사쿠라바 카즈시를 두번째로 무참히
KO 시키며 초대 미들급 챔피언에 올라 황제가 되면서부터 이들은 미들급의 선수들을 대거
배출해내 미들급을 '슈트복스의 왕국' 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야망을 나타냈고 실제로도
그것은 성공했다.
그리고 2007년 2월에 열린 PRIDE 33 대회까지 무려 6여년 동안이나 타이틀을 지켜내며 자신
들의 왕국을 지켜냈던 반달레이 실바는 '미들급의 황제' (최강자라는 뜻) 라는 명성을 얻어
냈고 그 명성은 미들급에서 두번이나 패한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에게 패배를 안겼던 히카르도 아로나와 댄 핸더슨이 모두 1승 1패의 전적을 주고받은
상대들이기 때문이였다.
이러한 와중에 필자의 마음에 계속해서 짚이는 선수가 한명 있다.
반달레이 실바의 직속 후배인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 (이후 그냥 마우리시오 쇼군)
직속 후배이기 때문에 스스로 타이틀전을 거부했던 2005 미들급 GP의 왕자.
그의 실력이 실바보다 높고 낮고는 아마도 평생 직접 판가름 낼수 없을듯 하다.
(만약 매치업이 성사된다 해도 평소 팀내의 분위기나 쇼군의 성격으로 봐서는 자신이 이길 생각을
하지 않고 경기에 임할 것으로 추측된다.)
아버가 꼽은 '황제보다 무서운 선수' 1편의 주인공이다.




반달레이 실바가 초대 황제가 되기 2달 전인 2001년 9월.
'실바의 스파링 파트너' 라는 마임으로 무릴로 닌자가 PRIDE 무대에 입성한다.
그리고 닌자는 데뷔전에서 실바조차 판정으로 눌렀던 마쓰이 다이지로를 특유의 난폭한 타격으로
KO시키며 멋진 데뷔전에 성공한다.
이후 50%가 겨우 넘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지만 그에게 패배를 안겼던 선수들은 히카르도 아로나,
댄 핸더슨, 케빈 랜들맨,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처럼 명성이 자자한 '거물' 파이터들 뿐이였다.
그리고 2003년, 무릴로 닌자의 친동생으로서 황제인 실바를 보좌하기 위해 또 한명의 슈트복스
파이터가 PRIDE 미들급에 입성한다.
그가 바로 마우리시오 쇼군이다. 여기서 한가지 재밌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무릴로 '닌자' 후아가 실바의 하수인이라는 느낌이 풍겨지는 닌자(주군을 위해 성을 지키고 암살,
또는 첩보 등의 활동을 했던 자객) 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데뷔한데 반해,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는
닌자의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쇼군(닌자를 거느리는 성의 장군) 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데뷔를 한
것이다.
실바를 천왕이라고 생각했다면 할말이 없지만 이미 그 별명에서부터 쇼군은 범상치 않은 냄새를
풍기며 PRIDE 무대에 들어온 것이다.




무릴로 닌자는 반달레이 실바보다 한 수 아래인 실력이였지만 그의 파이트 스타일은 독특했다.
특유의 냉철하고 정교한 스탬프 킥과 싸커킥을 주무기로 사용했던 것이다.
(반달레이 실바도 이 부분에서 충분히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바의 경우는 스탠딩에서 이미 상대
를 거의 혼비백산으로 만들어 다운시킨 뒤에 마무리를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그에 비해 닌자
는 스스로 상대를 그라운드로 끌어들인 뒤 싸커킥과 스탬프 킥을 공격의 중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마우리시오 쇼군은 닌자의 그러한 공격패턴에서 한층 진화한 돋보적인 스탬프 킥을 구사
하기에 이른다.
일명 '풋 스탬핑' 이라고 불리는 자신만의 전매특허 기술로 상대를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이 기술을 완벽히 구사하는 선수는 쇼군 외에는 없다고 봐도 괜찮다.
상대의 일직선으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멈춘 뒤 타점을 정확히 보고 그대로 눌러버리는 이 기술은
실바나 닌자처럼 몸이 무거운 선수들이 사용하기 굉장히 어려운 신기술이였다.
(쇼군의 경우도 몸이 무겁다. 때문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슈트복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쇼군이
그 체중으로 이렇게 민첩하게 뛰어올라 상대를 가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하며 아무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거기다 쇼군은 스탬프, 싸커킥, 파운딩에서도 결코 실바나 닌자에게 뒤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이노키 파괴법을 구사하는 그에게 적수는 많지 않았다.
쇼지 아키라, 고노 아키히로, 나메카와 야스히토, 카네하라 히로미츠가 모조리 1R에 KO 당하자
PRIDE는 쇼군이 보통내기가 아님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PRIDE 2005 미들급 GP.
반달레이 실바에게 도전할 적수들이 대거 배출되었던 역대 최고의 GP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댄 핸더슨, 이고르 보브찬친, 비토 벨포트 등등 기존의 강자들이 새로운 도전자인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알리스타 오브레임 등등의 파이터들에게 여지없이 무너졌다.
또한 실바에게 두차례나 도전하며 거침없는 타격으로 다운까지 빼앗아내고 미들급의 2인자로
군림했던 퀸튼 '램페이지' 잭슨 역시 새로운 강자에게 무릎을 꿇었다.
바로 마우리시오 쇼군이 그 주인공이다.
놀라운 것은 퀸튼이 실바전과 다르게 쇼군전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리며 KO패를 당해버렸다는 점이였다.
물론,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팀선배인 실바나 친형인 무릴로 닌자는 앞서 퀸튼 잭슨과 대결을 펼쳤었고, 이들은 퀸튼의 약점
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너무나 상세히 알고 있었다.
그것을 쇼군에게 알려줬다면 승패는 뻔한 결과였다.
그것은 경기 장면에서도 증명된다. 쇼군은 이 경기에서 스탬핑 공격 등이 아니라 니킥 위주의
스탠딩 타격으로 퀸튼을 매섭게 몰아치며 KO승을 따낸다. (마무리는 싸커킥이였지만)
그러나 팬들은 이 경기를 본 것으로 인해 쇼군의 무서움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퀸튼이 "실바보다 쇼군이 훨씬 강하다. GP 챔피언은 쇼군이다." 는 말을 내뱉어
마우리시오 쇼군은 단번에 챔피언 후보로 등극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대다수의 일반 팬들의 생각일 뿐 전문가들의 주장은 달랐다.
쇼군의 경기가 모두 1R KO인 것은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지만 아직 쇼군의 스태미너나 정신력
등이 약점일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쇼군은 PRIDE에 오기전 마이너스 단체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4승 1패를 기록하는 동안 단
한번도 판정까지 간 적이 없었다.
그러나 GP 8강전을 통해 쇼군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히카르도 아로나와 함께 반달레이 실바를 제압할 도전자 1순위로 꼽히던 BTT의 안토니오 호제
리오 노게이라를 판정까지 가는 접전 끝에 눌러버린 것이다.
이 경기는 쇼군에게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한다.
쇼군의 약점으로 예상되던 서브미션 디펜스, 맷집, 스태미너, 정신력 등등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최상의 수준에 도달했음을 증명했고, 종합격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 5위 안에도 충분히
들어갈 만큼 대단한 명승부가 펼쳐진 것이였다.
이 경기에서의 승리로 인해 쇼군은 실바와 어깨를 견줄만 한 파이터임이 증명되었다 할수 있다.
그리고 GP 결승전에서는 당시 비토 벨포트와 이고르 보브찬친을 잠재우며 올라온 알리스타 오브
레임과 2005 GP 최고의 신성의 자리를 놓고 격돌해 역전 KO승을 따내고 결승전에서 역시 팀선배인
실바를 누르고 올라온 히카르도 아로나를 1R에 파운딩으로 실신시키며 GP 챔피언에 등극한다.




쇼군의 챔피언 등극은 꽤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필자는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고미 다카노리와 쇼군이기에 쇼군의 우승을 예상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은 응원했을 뿐이지만) 쇼군의 챔피언 등극에도 불구하고 정규밸트는 실바의 허리에
감겨 있었다.
쇼군에게 실바의 타이틀을 빼앗으라는 유혹의 목소리를 보내는 팬들도 꽤 됐지만 (필자도 이 중
한사람 이였다 ..... =_=;;) 쇼군은 "반달레이 실바와의 타이틀전은 없다." 라고 단호하게 일축해
버리며 쿠데타의 가능성을 종결시켰다.
그것이 팀선배인 실바를 위했던 것인지, 아니면 팀불화를 일으키기 싫었던 것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쇼군은 스스로가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 분명하다.
황제를 보좌하기 위해 스스로 타이틀을 거부했던 슈트복스의 장군 마우리시오 쇼군.
비록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미들급 전선 무패를 달리고 있는 그가 그 어떠한 미들급
선수보다도 강하다는 의견에 한표를 던져주고 싶다.
그리고 실바가 타이틀을 빼앗긴 지금, 쇼군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를 타이틀전의 주인
공이 되어 탈환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