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연가 # 1 ▶헤어짐, 그리고 새로운 만남◀

Cute_zLol2005.11.24
조회1,126

'민들레 연가'는 오직 해에게만 마음을 준 존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해라는 것은 절대적인 존재 또는 신을 표현하는 말이겠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사람만을 향한 일편단심의 사랑이라는 해석도 해볼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어쨌든 나름대로 수정을 조금하고 조금 덧붙이고 했는데 그다지 마음에는... 딱히 들지 않네요..

일단 연재를 해보기로 했구요... 물론 그작품들에 제글을 비교하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가시고기나 국화꽃향기처럼 잔잔하면서도 울컥 치미는 슬픈 사랑얘기를 만들고 싶은데..

생각만큼 될지는 모르겠네요... 전에 썼던 글보다는 스케일도 클거고.. 회사에 대한 상세한 사항, 또는

민들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많이 부족해서 세부적인 구도를 잡는것만으로도 너무 힘이들었는데..

욕심이 나는 글이니만큼 열심히 해야하겠죠..^^ 잘부탁드려요^-^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뭐?"

"그만 만나자고."

"갑자기 무슨.. 말이야?"

 

태형은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가다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정민을 보며 작은 한숨을 지었다.

정민역시 오랫만에 만난 태형이가 한 말에 당황해 빨리 태형이가 다음말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

었다. 태형은 아무말 없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놓은후 정민이가

앉아 있는 쪽으로 쭉 밀었다. 정민이는 봉투에 시선을 묶은채 태형에게 물었다.

 

"이게.. 뭐야?"

"꺼내봐."

 

정민은 잠시 주저하는 듯 했으나 떨리는 두손을 겨우 진정시켜가며 테이블 위에 놓여진 하얀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봉투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냈다.

청첩장이었다. 하얀색 바탕에 가운데 'a wedding invitation'이라는 글자와 함께 두개의 선이 만나

는 부분엔 하트 두개가 나란히 그려져있는...

정민은 태형에게 불안한 눈빛을 보내며 도움울 청했으나 태형은 정민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정민의 작은 두손은 정민을 비웃는듯이 안의 내용을 확인시켜주려 청첩장을 펼쳤다.

 

               *모시는 글*

           정민철, 윤영숙의 장남 정태형

           박영호, 김미자의 장녀 박윤미

 

정민은 모시는 글이라고 씌어진 글 아래에 명확히 박힌 태형의 이름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고는 밑

에 두사람이 함께 찍어 올린 두 남녀의 얼굴을 확인했다.

태형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봄햇살처럼 화사하게 웃고있는 윤미라는 여자. 

낮이 익은 얼굴이었다. 태형의 회사 근처에 갔을때 태형과 같이 있는 모습을 여러번 본적이 있었다. 

태형은 단순히 회사 동료일 뿐이라고 얘기했었다.  

 

"나 결혼해."

".. 뭐?.."

"나 결혼한다고."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윤미 본적있지? 다음달에 윤미랑 결혼해."

".. 왜?.."

"왜냐니?"

"날... 사랑한거 아니었어?"

"사랑했어."

"근데?"

"넌 우리가 정말 결혼까지 할수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뭐?"

"그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나도 어쩔수없었어. 부모님도 원하시는 일이고."

"뭐......그럼.. 난 뭐야?"

"널 사랑해. 사랑하지 않은게 아니야. 이럴수 밖에 없다는거 알잖아."

"왜..?"

"우린 어울리지 않아."

"내가.. 가난해서?"

"미안하다. 가볼께. 좋은 사람 만나라.."

 

태형은 떨고있는 정민의 가녀린 어깨를 바라보며 한숨섞인 인사를 하고는 카페를 나갔다.

혼자 남은 정민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수조차 없었다. 태형과 만나온지 자그마치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함께 했던 7년이라는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할 더 많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정민은 몇달전부터 조금 이상했던 태형의 태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같이있어도 옆에 있는 정민

을 알아채지 못할만큼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표정들, 뜸해진 전화들, 자주 한숨을 쉬던 모습들...

그저 좋지않은 일이 생긴줄로만 알았었다. 정민과의 사랑을 끝내려는 것인지는 상상도 못했었다.

정민은 벌떡 일어나 카페 밖으로 뛰어나갔다. 밖으로나간 정민의 눈에는 윤미라는 여자가 타고있는

빨간 고급승용차에 올라타는 태형의 모습이 보였다.

 

"하.. 이런거였니? 너한테.. 나... 쉽게 버릴수 있는 사람이었니?"

 

정민은 뒤를 돌아 치미는 배신감을 감추고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빨간 승용차 안에 서로를 외면한채 나란히 앉은 윤미와 태형.

 

"확실히 얘기했어?"

"그래."

"쟤랑 만나는거 내 눈에 띄어봐. 그땐 모든게 끝장나는거야."

"알았다고. 몇번을 말해!"

"내가 원망스럽니?"

"원망? 너라는 인간한테는 원망이라는 것도 아까워."

"그래서? 그러면 다 버리고 쟤한테 가던가. 난 상관없어. 그렇게되면 무너지는건 니네 집안이니까."

"..."

 

태형은 잔인하게 자신을 비웃으며 말하는 윤미에게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밑바닥부터 함께 일으켜 세운 수호그룹을 혼자 꿀꺽하려는 수호그룹의 김태호회장에게 불만을 품은

태형의 아버지는 전부터 은밀히 친목을 다져온 유정그룹의 박회장에게 수호그룹의 모든 비밀 정보

와 신제품 출시에 관한 정보를 빼돌렸다.

그로인해 태형의 아버지는 유정그룹의 사장자리를 얻을수 있었고, 또한 태형의 결혼까지 진행시킬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태형의 아버지의 숨은 속셈은 박회장의 외동딸인 박윤미와 태형을 결혼시켜

박회장이 죽은후 태형에게 고스란히 유정그룹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었다.

박회장은 늦둥이로 윤미를 얻은 것이기에 이미 70이 넘은 나이였다. 하지만 70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정정하고 일에 대한 치밀함은 보통을 넘어섰기에 태형의 아버지는 발톱을 숨긴채 박회장에게

충성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결정된 태형의 결혼문제에 태형은 아무런 대비도 없이 따를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형의 아버지는 태형에게 결혼이 깨지는 것은 정민철 자신이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것을 깨는 일이

라며, 아버지의 말에 거역할 작은 틈도 주지 않았다.

 

"이 결혼때문에 나도 포기하는거 많아. 여자 하나쯤은 너도 포기해야 공평하지 않겠어?"

"끝내고 왔잖아. 더이상 어쩌라는 거야!"

"어차피 형식적으로 하는 결혼. 니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녀도 나 상관안해.

 세상의 어떤 여자를 만나 무슨 짓을 하던지 상관없어. 쟤만 아니면 되."

"웃기는군. 누구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안한다면서 왜 정민이는 안된다는거야?"

"사랑하니까.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훗.."

 

태형은 윤미에게 비소를 날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쩌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껄?"

"뭐?"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가르쳐줄까?"

"관심없어."

"병신됐어. 그래, 말그대로 병신이지. 뺑소니 사고로 다리 불구가 됐어. 궁금하지 않아? 누가 그렇

 게 만들었는지.. 그사람만 다친거면 나 그사람 포기안했어. 불구가 되든 뭐가 되든 살아만 있으면

 나 다 견디고 그사람과 함께 할수 있었으니까.. 그사람 동생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

 다니던 대학에서 쫒겨났어. 한번도 과톱을 놓친적이 없어서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었는데... 그동

 안 교수랑 놀아나서 받은 성적이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가 터져나와서 결국 쫒겨났어.

 그 사람 엄마는 어떻게 됐게? 죽었어. 늦은 밤에 누군가에게 칼에 찔려서... 아무런 증거도 남아있

 지 않아서 그렇게 그냥 죽었어. 어때? 느끼는거 없어? 정민이라고 했던가? 니가 사랑하는 정민이

 라는 여자는 피해갈수 있을것 같아?"

"..."

 

태형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정민과의 만남을 계속한다면 정민의 신상에 해로운 일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것을 태형 자신도 알고 있었다.

태형이 제일 화가 나는 것은 바로 이런 나약한 자기 자신때문이었다. 태형에게는 아버님의 말을 거

스르고 사랑하는 정민을 택할 용기가 없었다. 설사 그런 용기가 있었다고 해도 자신의 결혼이 성사

되지않고 깨진다면 수호그룹에 대한 아버지의 배신을 수호그룹의 김회장에게 알릴 박회장이었기에

자신때문에 아버지가 모든것을 잃게되는 것을 볼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정민에게는 태형이라는 원망이라도 할수있는 존재가 있는것이겠지만, 태형에게는 원망할

그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사랑하는 여자하나 지킬수 없는 자신이... 그리고 아버지로

인해 결정지어지는 자신의 운명을 한스러워 할뿐이었다.

 

 

 

 

 

 

 

정민은 갑작스런 태형의 이별선언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자신

이 잘못한게 있는지 아무리 되짚어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정민이 중학교 2학년이었을때, 아버지의 작은 사업이 부도가 났고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넉넉했던

정민의 가정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난것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빚쟁이들, 갑자기 들이

닥친 현실에 몸쳐 들어누우신 엄마, 원래부터가 사고뭉치였던 정민의 동생 정수의 가출...

그에 이기지 못하시고 자살을 하신것인지 아니면 사고였는지 정민의 아버지는 부도후 2달이 지났을

무렵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때부터 가장노릇을 하며 하루하루 버티던 정민에게 나타나

준 태형이었다. 늘 어두웠던 정민과는 다른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의 태형의 모습에 생활에 찌들려

닫고만 있었던 마음을 열고 태형을 의지하며 7년을 지내왔었다.

정민의 어머니에게도 살갑게 대해준 태형은 이미 사위대접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태형은 청첩

장과 함께 정민에게 이별을 고한 것이다.

.

"어? 어? 거기~ 비켜요!!"

 

넋을 놓고 걷고 있던 정민은 누군가의 외침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정민을 향해 달려오던 자전거는 정민과 부딪혀 옆으로 나뒹굴었고, 정민도 풀석 넘어지고 말았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사람 역시 자전거에 한쪽 다리가 깔려 아파하고 있었다.

 

"아야~ 어? 저기.. 괜찮아요?"

"네.. 죄송해요.."

"제가 죄송하죠. 제가 모든게 다 완벽한데 말입니다. 자전거 실력만 형편없어서요. 다치지는 않으셨

 어요?"

 

호탕하게 웃으며 정민의 걱정을 하는 남자에게 정민은 생긋 웃어보이며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

덕여 보였다.

 

"어? 야...아니, 저기..너... 정민... 서정민 아니야?"

"네? 절 아세요?"

"야! 너 서정민 맞아? 와~ 진짜 반갑다. 나 모르겠어?"

"누구... 신지..."

 

정민은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 이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기억에서 꺼내보려고 애썼지만

쉽사리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남자의 호탕한 웃음은 처음보는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 아닌

안심과 호기심으로 정민에게 다가왔다. 

 

"나 재하야. 민재하! 기억안나? 우리 초등학교때 같은 반이었잖아!"

"아... 재하..."

 

이제서야 정민의 기억속에 있던 재하의 모습이 고개를 내밀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 짝꿍이 된후로

늘 정민을 놀리고 괴롭히던, 3학년때 또 다시 같은 반이 된 재하는 반 아이들 틈에서 행동대장 역활

을 하기도 했지만 워낙에 작고 외소했던 몸집에 누런 콧물까지 흘리고 다녔었기에 행동대장이라는

존경과 함께 코찔찔이라는 놀림도 동반해서 받았었던 재하... 그 민재하였다.

 

"야~ 진짜 반갑다! 잘지냈어?"

"정말 재하야? 그...코찔찔이 재하?"

"야-_-;; 그런건 기억안해도 되-_-;;"

"풉.. 나 다른것도 기억하는데?"

"뭐? 멋진 민재하?"

"아니? 너 설사병 걸려서 옷에... 쌓던거..^-^"

"우씨-_- 너 오랫만에 만나서 그런 얘기만 하기야?"

"미안^-^ 많이... 변했네?"

 

그랬다. 정민의 기억속에 있던 어린 시절의 재하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언제 저렇게 커

버렸는지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재하가 먼저 정민을 알아보지 못했더라면 정민은 결코 먼저

재하를 알아보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변한 모습이었다.

 

"그러냐? 넌 하나도 안변했다. 야. 일단 일어나자."

"그래.."

 

정민과 재하는 반가운 마음에 아직까지 넘어져 있던 상태로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던 것이다.

재하는 벌떡 일어나 정민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그리고는 정민의 발목을 내려다 보며 걱정스

런 눈빛으로 물었다.

 

"다친거 아니지?"

"그럼^-^"

"정민아. 우리 이러지말고 어디가서 차라도 한잔하자. 와~ 여기서 너를 다 만나고,

 세상이 좁긴 좁나봐."

"그러게^-^"

 

재하는 옆에 있는 나무에 자전거를 세우고 자물쇠를 채운후 정민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어떻게 지내? 결혼은 했고?"

"아니.. 아직.. 넌?"

"나도 아직 안했지. 넌 아직 결혼도 안하고 뭐했냐? 애인은 있고?"

 

애인... 방금 태형이의 이별선고를 듣고 오는 길이었던 정민의 얼굴에는 또다시 그늘이 졌다.

 

"아니.. 없어..^-^ 너는?"

"나도 없는데... 이렇게 예쁜 숙녀를 남자들이 아직까지 그냥 놔뒀단 말이야? 그냥 내가 확!"

"풉.. 장난꾸러기인건 여전하구나?"

"장난아닌데~"

"풉.."

"어? 꽃집이다. 정민아. 너 무슨 꽃 좋아해? 오랫만에 만난 기념으로 내가 꽃 쏜다!"

"나? 민들레.."

"뭐야~ 민들레는 꽃집에서 안팔잖아~"

"난 민들레가 제일 좋더라.."

"그래? 그럼 지나가다가 민들레 보이면 다 꺽어서 너한테 선물해야겠다."

"피..."

 

태형과의 이별로 인해 무거웠던 마음이 재하의 장난덕에 한결 가벼워진 정민은, 오늘 정민이 앞에

나타나준 재하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히죽히죽 웃고 있는 재하에게 환한 웃음을 보였다.

 

 

 

 

 

 

 

"여자 나이 29에 아직 결혼도 안하고 뭐한거냐?"

 

카페안으로 들어간후 주문을 한 커피가 나오자마자 재하는 정민에게 결혼 얘기부터 꺼냈다. 하지

만 지금의 정민에게는 피하고 싶은 주제였기에 정민은 은근슬쩍 이야기의 화재를 돌렸다.

 

"그냥뭐... 그건 그렇고.. 초등학교때 애들이랑 아직 연락해? 애들 다 보고싶다.."

"초등학교때 애들? 아~ 너 기범이 알지? 기억나?"

"기범이?"

 

재하의 말에 정민은 또다시 과거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기범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려 애썼다

순간 떠오른 기억에 정민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통닭집?"

"통닭집!"

 

재하 역시 정민의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치며 정민과 동시에 통닭집을 외쳤다.

동시에 통닭집을 외친 정민과 재하는 마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기범이도 보고싶다. 기범이 생일때 통닭 물리도록 먹은거 생각하면..."

 

정민은 이미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기범이의 생일날 기범이는 같은반 아이

들 열댓명을 초대했었다. 그중 정민과 재하도 함께 있었다. 기범이의 부모님이 튀겨주신 10마리의

통닭은 당시 11살 이었던 아이들에게는 너무 많은 양이었다.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으름장을 놓

은 기범이때문에 아이들은 눈물을 삼키며 다시는 통닭을 먹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뼈만 남을때까지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난 그래도 아직 통닭이 좋아-0-"

"나도 그래^-^"

"아참. 정민아, 너 선영이 기억나?"

"선영이?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 왜 있잖아. 새침떼기 김선영! 기범이가 좋아한다고 매일 닭다리 선물했었던.. 기억안나?"

"아~ 기억나. 닭다리 사건!"

"걔네 둘 어떻게 됐게?"

"어떻게 됐는데?"

"결혼해서 애가 둘이야!"

"정말?"

"기범이가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죽도록 따라다녔었거든. 결국 그 정성에 넘어가서.. 훗~

 근데 기범이 군대가 있을때 둘이 사고를 친거야. 그래서 기범이놈 제대하자마자 식올렸지."

"와...그땐 선영이가 기범이 쳐다도 안봤던거 같은데.. 닭다리도 선영이가 안먹고 다 다른애들 줬었

 잖아."

"그러니까 말이다! 벌써 큰애가 7살이라니까?"

"너무 신기하다.."

"둘이 뭐하는지 알아?"

"뭐하는데?"

"기범이 부모님의 뒤를 이어! 열심히 닭튀기고 있는 중이다!"

"정말? 한번 가서 또 물리도록 얻어 먹어야겠다^-^"

"야야~ 너는~ 한마리 팔아줄 생각은 안하고 얻어먹을 생각만 하냐?"

"그런가?^-^"

"참~ 그때 너 완전 공주였는데.."

"에이~ 내가 뭘?"

"너 매일 원피스에, 머리엔 이따~만한 리본달고 학교 왔었잖냐."

"맞아. 그랬어^-^ 그땐 리본이 왜 그렇게 좋던지.."

"그때 너 진짜 재수없었던거 아냐? 얌체같고 도도하고! 남자애들이 장난이라도 쳐봐. 펑펑 울어대서

 선생님한테 매 엄청 맞게 만들었었잖아!"

"그랬어?"

"그럼! 아마 아직도 걔들 서정민! 하면 치를 떨꺼다."

"너도 그때 나 많이 놀리지 않았었니?"

"내가 중심축이었지-0-"

"그럼 너도 서정민하면 치를 떨겠네?"

"지금 나 부르르~ 치떨고 있는거 안보여?"

"괜히 왜 치를 떨고 있니? 나 갈께."

 

정민은 삐진듯이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척을 했다. 재하는 그런 정민을 보며

여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손을 모아 싹싹 비는 시늉을 해보였다.

 

"에이~ 서정민 공주님! 이렇게 빌잖아요~ 참아요-0-"

"피~"

"뭐.. 지금도 넌 여전히 공주같다."

"장난만 잘치는지 알았더니 능청도 늘었다?"

"넌 내가 무슨 말만하면 장난이고 능청이래냐? 흥! 그건 그렇고 넌 뭐하고 사냐?"

"나야 뭐 그냥 회사 다니고.. 그렇지..^^"

"어디 다녀?"

"JY자동차 다녀.."

"어디? JY?

 

정민의 대답에 재하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JY자동차는 재법 큰회사이기 때문에 아직은 수습

사원일 뿐이지만 JY소속이라는 것이 늘 자랑스러웠던 정민이었다. 그랬기에 정민은 재하가 놀라는

이유 역시 큰 회사에 다녀서 놀라는 것이라 생각했다.

 

"응.. 놀랬어?"

"어?.. 아니.. 거기 좋은데 아니야?"

"운이 좋았어. 교수님이 추천서 써주셔서 다행이 턱걸이로 들어갔지."

"이야~ 좋은데 다니네. 나중에 크게 한턱 쏴라! 설마 거기 월급안주고 그러는건 아니지?-0-"

"얘는~ JY가 작은 회사도 아니고.. 그럴리가 있겠니? 넌? 넌 뭐해?"

"나? 나.. 뭐.. 그냥 조그만 사무실.. 다니지..^-^"

"아.. 그래..^^"

 

정민은 괜히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자랑을 한것같은 미안한 생각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커피스푼

으로 커피잔 안에 담긴 커피를 빙글 빙글 돌렸다. 커피나 차를 마실때의 버릇같은 것이었다.

 

"아참. 나 궁금한게 있는데, 보통 여자들은 장미나 백합? 뭐 그런거 좋아하지 않아?

 넌 많고 많은 꽃중에 왜 하필 민들레를 좋아해?"

"음.. 뭐라고 해야하나..."

 

민들레를 좋아하게된 계기를 설명하자면 아버지의 사업실패부터 말을 꺼내야 했기에 정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어릴때.. 조금 힘들있이 있었어. 그때 정말 죽고 싶어서 차도 옆을 울면서 지나가고 있었는데..

 시멘트 바닥 사이에 민들레 하나가 피어있는걸 봤어. 쪼그리고 앉아서 민들레를 보고있으려니까

 갑자기 부끄러워지더라.. 이 작은 민들레도 살겠다고 시멘트 바닥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죽고

 싶다고 모든걸 포기하고 있는 내가 민들레만도 못한 존재같았어. 그때부터 였던거 같아. 존경심..

 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는데 그땐 정말 그 민들레 하나가 존경스러웠어.

 혹시 너 민들레에 관한 전설아니?"

 

정민은 오랫만에 만나서 이런 얘기나 듣고있어야 하는 재하가 혹시 지루해 하지는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재하에게 물었다.

하지만 재하는 민들레 얘기에 즐거워하며 예쁜 입에서 끝없는 말을 토해내는 정민이 귀엽기만

했다. 재하는 정민에게 웃으며 민들레의 전설에 대한 얘기를 재촉했다.

 

"민들레에 전설도 있어?"

"그럼~ 있지^-^"

"뭔데? 뭔데? "

"옛날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민들레라는 처녀가 살았었는데 그 처녀의 낭군님은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던 중이었대. 3년을 기다려도 낭군님은 돌아오지를 않았고, 결국 그 처녀에게 돌아온건 낭군

 님의 사망소식이었대. 슬픔에 빠진 민들레라는 처녀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말았대. 그후에 그 처

 녀가 낭군님을 기다리며 밟았던 마을 곳곳에 새로운 꽃이 자라나기 시작했는데 동네 사람들은 그

 꽃을 민들레라고 불렀대.

 왜냐면 그 꽃을 꺽어 낭군님.. 하고 부르면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래. 근데 정말 신기한건 실제로 민

 들레를 꺽으면 고개를 숙인다? 몰랐지?"

"진짜?"

"응^-^ 뭐 꽃의 무게때문에 고개를 숙이는거라고 하는데 난 사랑하는 낭군님에게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는 민들레라는 처녀의 모습이라고 믿어^-^ 그래서 민들레의 꽃말도 일편단심이야^-^"

"진짜 민들레를 좋아하긴 하나보네? 나랑 만나서 얘기하는 동안 너 제일 신나게 얘기한거 알아?"

"그랬나?^-^"

"야~ 이거 섭섭한데? 나도 민들레보다 못한 놈으로 만드네. 야~ 이거 섭섭하네~"

"아저씨가 다되서는 왠 투정이야.."

"아저씨라니? 이렇게 잘생긴 아저씨 봤냐?"

"말을 말아야지..^-^"

 

정민과 재하는 두어시간쯤을 서로의 얘기나 동창들의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서로의 대화에 집중하던 두사람은 벌써 밖이 어둑해 진것을 느끼며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재하는 먼저 일어나 커피값을 지불한뒤 정민이 나갈수 있도록 카페

문을 열었다.

 

"집 여기서 가까워? 바래다 줄까?"

"아니야. 버스타면 금방인데 뭐^-^ 너 자전거도 가지러 가야하잖아."

"아참~ 자전거-_-;; 근데 자전거 아니었으면 오늘 너도 못만날뻔 했다. 그치?"

"그러게.^-^"

"그럼 조심해서 가~ 다음에 또 보자! 명심해! 다음에 만날땐 나 너한테 작업들어갈꺼다?"

"어련하시겠어~ 너나 또 자전거 타고가다 괜한 사람 몸상하게 하지말고 조심해."

"그래. 알았어~ 잘가! 다음에 보자~"

 

재하는 두손을 흔들어 보이며 정민과 부딪혔던, 자전거를 세워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재하의

모습을 보며 정민은 섭섭함을 느꼈다. 다음에 또 보자는 재하는 정민의 연락처도 묻지 않고 가버린

것이었다.

 

"7년이나 사귀던 남자도 내가 싫어서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는데, 저렇게 멋진 남자가 된 재하가

 뭐가 부족해서 나같은걸 또 보고 싶겠어..훗..."

 

정민은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태형의 이별의 말을 듣고도 눈물을 흘리

지 않은 정민이었다. 유치하게 울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숨어있던 정민의 눈물이 재하에 뒷모습에 모습을 들어낸 것이다. 갑작스럽게 커지는 배신감과 원

망. 7년동안 사랑했던 시간을 5분도 안되는 시간으로 마침표를 찍은 태형이 원망스러웠다.

그런 태형이를 7년이라는 시간동안 믿고 의지했던 정민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장학금을 타야만

하는 현실과 생활고에 찌들려 웃음을 잃어가던 정민이에 불쑥 나타났던 태형은 망설일 겨를도 없이

정민의 가슴을 공격했었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었지.. 사랑은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라고..

정민의 사랑은 방어할 틈도 없이 공격당한 것이기에 사랑이 아니었던 것일까.

 

"서정민. 뭐하는거니. 언제부터 이렇게 센티멘탈해졌니.. 그깟 사랑 끝나면 그만인데.. "

 

태형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미련함을 잊기위해 정민은 원망의 대상을 재하에게도 옴겼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연락처도 안묻고 그냥가? 몇년만에 만난건데... 나도 이제 매력이 없나보네...

 훗... 매력은 무슨.. 이제 다 늙어서는.."

 

정민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고스란히 두 볼에 남은 눈물의 흔적을 손등으로 대충 날려버린후 머리를

저으며 바쁘게 올라타는 사람들의 틈에 끼어 버스에 올랐다.

 

 

 

 

 

에라.. 모르겠습니다. 일단 올려놓고 보는 Cute_zLol입니다.

스타가 될꺼야 14편도 덜썼고.. 민들레 연가도 2편의 중반부분까지 써놓고...

일만 저지르고는... 또 놀러나가려고 준비중인 Cute_zLol입니다-_ -;;;

키득... 여튼 이제부터 엄청 바빠질것 같아요. 두편이나.. 쓰려면....흐흐

뭐... 언제나 부족한 글이기에... 재미없다고 돌을 던지셔도 기꺼이 맞을수밖에요^-^

그럼~ 난중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