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 도대체 어딜 갈려구 지금 나왔을까? 내 20평생에 이렇게 황당한 경우는 난생 첨이네.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모임이 있는날인데 내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땜에 못가다니 한심스럽기 그지없구나. 반주는 다른 사람보고 시키고 난 잘난 사람 얼굴좀 보러 가보자구...엄마한테는 늦게 집에 들어간다고 전화라도 드려야겠지??' "엄마! 나 지금 그 사람 만났어. 이제야 나타났네? 안 만날수도 없구 만나보고 가야겠지?" 엄마께 핸드폰을 걸면서 무지 태연한척 버스에서 발길을 돌려서 그 사람의 차를 찾으며 약속장소로 걸어 갈려니 저 멀리서 조그만 차가 내 옆으로 달려오는게 보였다. '아주 아주 느리게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가야지??' 난 최대한 느리게 걸음을 걸으며 아주 바쁜척 수화기를 귀에 갖다 대었다. 내 앞을 향해 달려오는 그 차가 여태 내가 기다리던 차라는걸 직감적으로 알면서도 모르는척(내가 상대방의 얼굴을 모르니깐 속아넘어갈껄??)그 차를 무시하고 몇발짝 더 앞으로 걸었더니 과연.....운전하던 손으로 조수석의 문을 열면서 타라고 하네?? '흥! 내가 왜 조수석을 타누?? 난 절대 모르는 사람 옆엔 안 탄다구요..' 난 당당하게 조수석의 문을 닫아 버리고 뒷문을 열어제꼈다. 엄마랑 길게 대화를 이끌면서 그 사람을 아주 아주 무시한채.. 뒷자리에 자세를 잡고 앉아서 그 사람을 흘깃 쳐다보니 에구구 내 이상형은 아니네... '괜히 만났나?? 얼핏봐도 그렇게 큰 키는 아니구, 옷차림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구. 외모도 별로구??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그래도 음.. 자세히 보니 귀엽게도 생겼네?? 내가 여태껏 기다린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하루 노는 셈치고 재미있게 얘기라도 해볼까?'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저의 이름은 ...예요.(그냥 그때 첨부터 난 '응큼이'예요. 했으면 어디가 덧나나??)" "아...네...안녕하세요?" 연신 미안하다고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에구 불쌍해라...그래 내가 너그러운 맘으로 한번 봐주지.(나보다 더 너그럽고 이해심이 많은건 지금의 내 남편인데. 그때 첨으로 내가 넓게 맘을 먹은것같네?) 다른 이유도 아니고(나를 퇴자놓을려고 한것도 아니니)우리가 드라이브할 차때문에 그런 것이니 나로서도 그 사람을 나무랄수도 없는걸? 그럼 왜 그 사람이 늦은걸까?? 그 이유인즉.......... 갑자기 나를 만날 거라는 사전 계획도 없이 내 사진만 한번 봤는데 나의 선생님께서 일방적으로 나한테 오는 차편을 마련해 줄테니 만나보라고 해서 아침부터 서둘러 온 바람에 약속 장소까지 오긴 왔는데 그 차도 얻어타고 온 차라 우리가 드라이브라도 갈려면 차가 필요해서 근처에 사는 매형의 차를 빌려가지고 올 생각으로 약속시간 2시간전에 매형네로 간거란다. 그런데 하필 그때가 여름이고 휴가철도 되고해서 수영을 좋아하는 매형이 차를 두고 냇가로 수영을 갔다네?? 차야 누나(남편바로 위의 누나)한테 말해두고 빌려가면 된다는 생각에 얼른 집에 들어가서 사정 얘기를 하고 차를 타고 서둘러 오려고 했는데...에구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글쎄 항상 놓던 자리에 차키가 없더라는 이 말씀!! 그때부터 정말 두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4-5시간을 차키 하나때문에 반나절이 걸려서 만나러 온 만남의 시간을, 첫 데이트의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게 될줄은 우리 두 사람중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차키를 찾는다고 차를 샅샅이 뒤지는데 1시간.. 매형을 찾는다고 헤매는데 1시간.. 다시 차키 찾는다고 1시간.. 온 동네에 방송해서 매형찾고, 누나와 여동생까지 동원해서 차키 찾는다고 1시간... 상황이 이렇게되다보니 만나기로 한 약속의 시간은 빨리도 흘러가버리고 나한테 기다리라고만 말하고(그렇겠지. 차키 하나가 없어서 4시간을 허비할줄 알았더라면 데이트를 취소했겠지.) 차키 때문에 모든 시간을 다 허비했다나?? 세 네시간동안 차키를 찾는덕에 매형차는 깨끗해 졌지만 차키는 나오지도 않고 매형 올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구....(매형이 사는 동네는 워낙 큰 시골마을에다가 냇가도 많아서 휴가철에 놀려온 사람들중에서 매형을 사람을 찾는다는건 역시 불가능한 일이겠죠?)그냥 약속을 취소할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마당에(기다리게 한 시간이 솔직히 미안하니깐?)오후 늦게야 집으로 오는 매형을 향해 화를 쏟아 부으며 차키만 받아가지고 얼른 내게로 달려왔다나??(차를 빌리는 입장에서 화를 냈으니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다린 나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아주 큰 이해심으로 이해를 해주시리라.) 매형집에서 약속장소까지 오는 시간은 약 한시간인데 글쎄 20분이라는 기록으로 내게 왔다고하니 그 얘기는 아주 차가 망가지든 말든, 사고가 나든말든 얼마나 최고속력으로 달렸는지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때의 스릴넘치는 운전에 맛(?)을 들인탓일까??우린 요즘도 가끔씩 지금의 남편의 차속력 때문에 말다툼을 많이한다는 것 아닌가? 아무튼 이 사람이 이런 저런 말로 나에게 변명을 했으면 내가 화가 났을텐데 솔직하게 말해주고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그 사람의 말에 나의 입에선 검은 독기운의 화대신 괜찮다는 말만 연속나오게 만들었다. 하긴 그당시 '내가 차를 못 빌려서 지금의 남편을 고생시킨건 아닐까?' 하는 맘도 있었으니 그 남자만 나쁘다고 할수도 없었다. 내가 집에서 나올때 사무실 차를 빌려 가지고 와서 멋지게 드라이브를 할려고 했었는데 일을 미루고 나오니깐 차를 빌려쓸 상황이 되지 못했고 어쩔수없이 매형의 차를 기다릴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시같으면 대중교통이라도 타고 다니면서 놀러다닌다지만 내가 사는 마을은 차로 20분정도 시골길을 나와야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로 나올수가 있었고, 시내까진 40분정도가 소요되는 곳이었다. 차가 없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곳이라는 걸 나도 인정하는 곳이니만큼 개인차가 없으면 외출도 못하는 시골!....그렇지만 평상시엔 내가 사무실차로 일을 하니깐 차에 대해서 어려움이 없었는데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진 그 날은 너무나 흔하게 쓰던 차마저도 나를 외면을 하였던 것이다. 아무튼 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금은 멋진 드라이브를 해야하는 첫 데이트를 하는 순간이니만큼 기분을 가다듬고 얼른 출발을 하자구요... "어디 가고 싶은곳 있으세요?? 바닷가에 갈래요? 아니면 산에 갈래요? 시간이 늦긴 했지만 시내(약속 장소는 시내가 아니어서)로 나가야겠죠?" "글쎄요..." 나야 이곳에 이사온지가 얼마되질 않아서 어디를 가야하는지 알수도 없을뿐더러 관광명소라고 해봐야 동굴이나 유명한 곳인데. 이시간에 동굴에 갈수도 없구 어딜갈까나? 산도 유명한 곳이 많고 바다도 가깝고... 산(산에 등산가자는게 아니고, 휴양림으로 유명한 곳에 산책정도?)보단 그래도 바다가 낫지...... "전 산보다는 바다가 좋아요." 집과 가까운 주변에서 놀려면 산이 가깝지만 저녁 바다를 좋아하는 난 바닷가로 정했고, 차를 출발시킨지 20분이 지나 있을땐 벌써 넓은 바다를 옆에 낀채 우리는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방파제담을 쌓는데 필요한 돌무더기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옆을 지나 조금 넓은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파도가 출렁되는 바닷가로 이끄는 남자!(나중에 보니깐 그냥 해변가도 많은데 왜 굳이 거길갔는지..가까우면서도 바다가 잘보이는 곳이라며 이 곳을 지날땐 항상 이곳에 와서 바다를 보러 왔다고 나를 데려온 거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그쪽의 생각일뿐 여자인 내 입장을 생각한다면 굳이 험한바위가 있는 곳으로 데려 갔을까?하는 의심의 생각뿐이었다) 그래..여기까진 좋다 이거야..근데 바다를 보려면 멋진 해변가로 가던지. 높은 바위들을 몇개정도는 뛰어넘어야 앞에 탁 트인 바다를 볼수가 있는데 (에구 어케 바위를 뛰어넘어??이 표현은 좀 그렇구) 정숙한 여인이 생전 첨보는 남자 앞에서 뛰어 넘어갈수가 없으니. 게다가 운동신경이 둔한 나로선(너무나도 여성다우니깐?...나의 취미는 음악과 미술인데..이러한 나의 취미를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의 남편은 몰라주네..)한 발자국이 넘는 거리의 바위를 넘나든다는게 위험 천만한 일이 아닐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머 이런 남자가 있어?? 자기만 앞서 가면 되는거야?? 에구 체면이 말이 아니네..뒤따라 갈려면 열심히 바위를 타야 하는데. 스포츠 샌들도 아니고 여성 샌들을 신고 어떻게 가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앞서 가던 그 사람은 내게 몸을 돌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미네?? '아니 이런 무슨?? 내가 첨보는 남자에게 내 손을 줄것 같어?? 절대 안주지..흥.' "자! 손 잡아요." "머예요?? 전 괜찮아요..먼저 앞장서서 가세요!" 내앞으로 쏘옥 내밀던 손은 어느덧 사라지고 앞서서 가는 남자! '흥 별꼴이야..첨부터 내 손을 잡을려고 하다니...' '휴우. 만약 내가 즐겨입는 치마라도 입고 왔으면 아주 큰일날 뻔했네. 내가 오늘 입고 나온 복장도 신경썼다는 말을 들을까봐 최대한 신경안쓰고 평범하게 입고 나온건데도 불편한데, 거기다 굽높은 신발이라도 신었으면 어쩔뻔했어?? 생각만해도 끔찍스럽네' 내가 뒤쳐지자 바위를 타고 해변으로 가려던 그 사람은 가던걸 단념하고, 하긴 내가 "네?? 바위밑으로 내려가서 해변에서 놀자구요?? 절대, 절대로 못 내려가요..." 이렇게 말했으니 몇발자국도 못가서 우린 서로 앞뒤의 바위에 엉덩이를 대고 서서 서로 마주보다가 얘기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또 마주보고 얘기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멋진 데이트를 꿈꿨던 나의 첫 데이트는 '어떻게 서야 뽀족한 바위위에서 자세를 잘 잡고 서있을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내가 좋아하는 바닷가를 바라보는 재미도 잃은채 우리들만의 아주 독특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남들처럼 멋진 해변이 보이는 커피숍같은 곳이 아닌 위험천만한 바위위에서 꾸밈이 없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로 우리의 첫만남의 이야기맥을 이어갔던 것이다. 나의 피아노 선생님에게서 전해들은 그 사람의 간단한 신상 명세서를 제외한 (자신의 자랑보단 실수나 자신의 단점)이야기를 그 사람의 입으로 전해 들었을땐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지만 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솔직함'에 흠뻑 빠져버렸다. 정말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그 사람에게서 항상 느끼면서 맘에 딱 들었던건 그의 '솔직함' 이 '솔직함' 하나가 우리의 결혼생활에서 느끼는 불행을 화해로 이끌어주었고, 서로에게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낼때마다 너무나도 순탄하게 해주는 아주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외모로도 성격으로도 나의 만족을 다 채우진 못하지만 숨길수 없는 '솔직함' 하나만 있으면 우리의 문제점은 언제든지 해결이 되었으니 이 '솔직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리라. 해가 진 붉은 바닷가를 바라보며 차를 출발시키는 순간까지도 난 그 사람의 '솔직함'하나에만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키도, 외모도 별로지만 솔직함 하나는 정말 맘에 들었어.' 이 생각이 미친 범위는 차를 출발시킨후 한 십분이 지나 시내와 집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얌전히 차를 몰던 그 사람의 입에서 황당한 말이 나오기전까지밖엔 그 영향이 미치질 못했다. "시간이 늦었는데 집에 들어가실래요? 아니면 시내에 가서 저녁을 먹고 가야할까요?" '뭐??지금 시간이 거의 8시니깐 늦긴 했지만 그래도 저녁 한끼 정도는 먹고 가야 되는거 아냐?? 뭘 물어보고 그래?? 아깐 시내 나간다고 해놓고선?? 저녁 사줄 생각이 없는거 아냐?? 돈도 없이 나온건 아니겠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나?? 이봐요. 그래도 여자보단 남자가 리더를 해야죠??' 솔직한 심정으로 난 집에 들어가고도 싶었다. 나야 지금 집에 가도 상관없지만 운전을 하는 그 사람의 입장으로 본다면 나를 우리 집까지 바래다주고 매형집까지 갈려면 적어도 2시간은 소요될테니깐 지금이라도 서둘러 가야되는게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에 얽매이게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데?? 4시간동안 기다려서 데이트라곤 바위넘어 바닷가본게 다였다고 어떻게 말하냐구? 첫데이트에서 저녁도 한끼 못먹고?? 아이구..이건 생각만으로도 나한테 너무나 크나큰 모욕이라구? 나한테 미안한 맘이 있다면 이럴수 있을까? 아니지. 두사람을 바라보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도 이건 정말 너무한건데??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 남자가 리더를 못하면 여자인 나라고해서 리더를 못하겠어? 저녁을 먹고가야 나중에 누구한테라도 떳떳하게 첫데이트에 대해 말을 할수 있는거야. 먹자고 하자. "글쎄요?...저녁을 먹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지금 집에 가도 밤이 되는데..." 이렇게까지 내가 먼저 밥을 먹자고 얘기한건 정말이지 내가 점심을 제대로 못 먹고 나와서 배가 고파서 그런것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집에서 어떻게 데이트를 하고 있나 기다릴 울 엄마한테 멋지게 큰소리 칠려고 그러는거였다. 진짜로 내가 저녁 한끼도 못 얻어먹고 집에서 저녁을 챙겨먹는다면 으악!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한테조차 아주 창피한 노릇이었다. '에구구! 무슨 첫 데이트가 이렇게도 힘든거야?? 내가 저녁 안먹고 간다고 했으면 분명 삼거리에서 차를 돌려서 집으로 갔을꺼야..너무나도 무정한 남정네 같으니.... 아까 솔직해서 맘에 들었다는 말 지금이라도 취소할래!! 취소다. 취소!!'
2편-뭐야? 이런게 데이트???
'이 시간에 도대체 어딜 갈려구 지금 나왔을까? 내 20평생에 이렇게 황당한 경우는 난생 첨이네.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모임이 있는날인데 내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땜에 못가다니 한심스럽기 그지없구나. 반주는 다른 사람보고 시키고 난 잘난 사람 얼굴좀 보러 가보자구...엄마한테는 늦게 집에 들어간다고 전화라도 드려야겠지??'
"엄마! 나 지금 그 사람 만났어. 이제야 나타났네? 안 만날수도 없구 만나보고 가야겠지?"
엄마께 핸드폰을 걸면서 무지 태연한척 버스에서 발길을 돌려서 그 사람의 차를 찾으며 약속장소로 걸어 갈려니 저 멀리서 조그만 차가 내 옆으로 달려오는게 보였다.
'아주 아주 느리게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가야지??'
난 최대한 느리게 걸음을 걸으며 아주 바쁜척 수화기를 귀에 갖다 대었다.
내 앞을 향해 달려오는 그 차가 여태 내가 기다리던 차라는걸 직감적으로 알면서도 모르는척(내가 상대방의 얼굴을 모르니깐 속아넘어갈껄??)그 차를 무시하고 몇발짝 더 앞으로 걸었더니 과연.....운전하던 손으로 조수석의 문을 열면서 타라고 하네??
'흥! 내가 왜 조수석을 타누?? 난 절대 모르는 사람 옆엔 안 탄다구요..'
난 당당하게 조수석의 문을 닫아 버리고 뒷문을 열어제꼈다.
엄마랑 길게 대화를 이끌면서 그 사람을 아주 아주 무시한채..
뒷자리에 자세를 잡고 앉아서 그 사람을 흘깃 쳐다보니 에구구 내 이상형은 아니네...
'괜히 만났나?? 얼핏봐도 그렇게 큰 키는 아니구, 옷차림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구. 외모도 별로구??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그래도 음.. 자세히 보니 귀엽게도 생겼네?? 내가 여태껏 기다린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하루 노는 셈치고 재미있게 얘기라도 해볼까?'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저의 이름은 ...예요.(그냥 그때 첨부터 난 '응큼이'예요. 했으면 어디가 덧나나??)"
"아...네...안녕하세요?"
연신 미안하다고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에구 불쌍해라...그래 내가 너그러운 맘으로 한번 봐주지.(나보다 더 너그럽고 이해심이 많은건 지금의 내 남편인데. 그때 첨으로 내가 넓게 맘을 먹은것같네?)
다른 이유도 아니고(나를 퇴자놓을려고 한것도 아니니)우리가 드라이브할 차때문에 그런 것이니 나로서도 그 사람을 나무랄수도 없는걸?
그럼 왜 그 사람이 늦은걸까?? 그 이유인즉..........
갑자기 나를 만날 거라는 사전 계획도 없이 내 사진만 한번 봤는데 나의 선생님께서 일방적으로 나한테 오는 차편을 마련해 줄테니 만나보라고 해서 아침부터 서둘러 온 바람에 약속 장소까지 오긴 왔는데 그 차도 얻어타고 온 차라 우리가 드라이브라도 갈려면 차가 필요해서 근처에 사는 매형의 차를 빌려가지고 올 생각으로 약속시간 2시간전에 매형네로 간거란다.
그런데 하필 그때가 여름이고 휴가철도 되고해서 수영을 좋아하는 매형이 차를 두고 냇가로 수영을 갔다네??
차야 누나(남편바로 위의 누나)한테 말해두고 빌려가면 된다는 생각에 얼른 집에 들어가서 사정 얘기를 하고 차를 타고 서둘러 오려고 했는데...에구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글쎄 항상 놓던 자리에 차키가 없더라는 이 말씀!!
그때부터 정말 두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4-5시간을 차키 하나때문에 반나절이 걸려서 만나러 온 만남의 시간을, 첫 데이트의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게 될줄은 우리 두 사람중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차키를 찾는다고 차를 샅샅이 뒤지는데 1시간..
매형을 찾는다고 헤매는데 1시간..
다시 차키 찾는다고 1시간..
온 동네에 방송해서 매형찾고, 누나와 여동생까지 동원해서 차키 찾는다고 1시간...
상황이 이렇게되다보니 만나기로 한 약속의 시간은 빨리도 흘러가버리고 나한테 기다리라고만 말하고(그렇겠지. 차키 하나가 없어서 4시간을 허비할줄 알았더라면 데이트를 취소했겠지.) 차키 때문에 모든 시간을 다 허비했다나??
세 네시간동안 차키를 찾는덕에 매형차는 깨끗해 졌지만 차키는 나오지도 않고 매형 올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구....(매형이 사는 동네는 워낙 큰 시골마을에다가 냇가도 많아서 휴가철에 놀려온 사람들중에서 매형을 사람을 찾는다는건 역시 불가능한 일이겠죠?)그냥 약속을 취소할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마당에(기다리게 한 시간이 솔직히 미안하니깐?)오후 늦게야 집으로 오는 매형을 향해 화를 쏟아 부으며 차키만 받아가지고 얼른 내게로 달려왔다나??(차를 빌리는 입장에서 화를 냈으니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다린 나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아주 큰 이해심으로 이해를 해주시리라.) 매형집에서 약속장소까지 오는 시간은 약 한시간인데 글쎄 20분이라는 기록으로 내게 왔다고하니 그 얘기는 아주 차가 망가지든 말든, 사고가 나든말든 얼마나 최고속력으로 달렸는지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때의 스릴넘치는 운전에 맛(?)을 들인탓일까??우린 요즘도 가끔씩 지금의 남편의 차속력 때문에 말다툼을 많이한다는 것 아닌가?
아무튼 이 사람이 이런 저런 말로 나에게 변명을 했으면 내가 화가 났을텐데 솔직하게 말해주고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그 사람의 말에 나의 입에선 검은 독기운의 화대신 괜찮다는 말만 연속나오게 만들었다.
하긴 그당시 '내가 차를 못 빌려서 지금의 남편을 고생시킨건 아닐까?' 하는 맘도 있었으니 그 남자만 나쁘다고 할수도 없었다.
내가 집에서 나올때 사무실 차를 빌려 가지고 와서 멋지게 드라이브를 할려고 했었는데 일을 미루고 나오니깐 차를 빌려쓸 상황이 되지 못했고 어쩔수없이 매형의 차를 기다릴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시같으면 대중교통이라도 타고 다니면서 놀러다닌다지만 내가 사는 마을은 차로 20분정도 시골길을 나와야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로 나올수가 있었고, 시내까진 40분정도가 소요되는 곳이었다.
차가 없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곳이라는 걸 나도 인정하는 곳이니만큼 개인차가 없으면 외출도 못하는 시골!....그렇지만 평상시엔 내가 사무실차로 일을 하니깐 차에 대해서 어려움이 없었는데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진 그 날은 너무나 흔하게 쓰던 차마저도 나를 외면을 하였던 것이다.
아무튼 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금은 멋진 드라이브를 해야하는 첫 데이트를 하는 순간이니만큼 기분을 가다듬고 얼른 출발을 하자구요...
"어디 가고 싶은곳 있으세요?? 바닷가에 갈래요? 아니면 산에 갈래요? 시간이 늦긴 했지만 시내(약속 장소는 시내가 아니어서)로 나가야겠죠?"
"글쎄요..."
나야 이곳에 이사온지가 얼마되질 않아서 어디를 가야하는지 알수도 없을뿐더러 관광명소라고 해봐야 동굴이나 유명한 곳인데. 이시간에 동굴에 갈수도 없구 어딜갈까나? 산도 유명한 곳이 많고 바다도 가깝고... 산(산에 등산가자는게 아니고, 휴양림으로 유명한 곳에 산책정도?)보단 그래도 바다가 낫지......
"전 산보다는 바다가 좋아요."
집과 가까운 주변에서 놀려면 산이 가깝지만 저녁 바다를 좋아하는 난 바닷가로 정했고, 차를 출발시킨지 20분이 지나 있을땐 벌써 넓은 바다를 옆에 낀채 우리는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방파제담을 쌓는데 필요한 돌무더기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옆을 지나 조금 넓은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파도가 출렁되는 바닷가로 이끄는 남자!(나중에 보니깐 그냥 해변가도 많은데 왜 굳이 거길갔는지..가까우면서도 바다가 잘보이는 곳이라며 이 곳을 지날땐 항상 이곳에 와서 바다를 보러 왔다고 나를 데려온 거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그쪽의 생각일뿐 여자인 내 입장을 생각한다면 굳이 험한바위가 있는 곳으로 데려 갔을까?하는 의심의 생각뿐이었다)
그래..여기까진 좋다 이거야..근데 바다를 보려면 멋진 해변가로 가던지. 높은 바위들을 몇개정도는 뛰어넘어야 앞에 탁 트인 바다를 볼수가 있는데 (에구 어케 바위를 뛰어넘어??이 표현은 좀 그렇구) 정숙한 여인이 생전 첨보는 남자 앞에서 뛰어 넘어갈수가 없으니. 게다가 운동신경이 둔한 나로선(너무나도 여성다우니깐?...나의 취미는 음악과 미술인데..이러한 나의 취미를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의 남편은 몰라주네..)한 발자국이 넘는 거리의 바위를 넘나든다는게 위험 천만한 일이 아닐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머 이런 남자가 있어?? 자기만 앞서 가면 되는거야?? 에구 체면이 말이 아니네..뒤따라 갈려면 열심히 바위를 타야 하는데. 스포츠 샌들도 아니고 여성 샌들을 신고 어떻게 가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앞서 가던 그 사람은 내게 몸을 돌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미네??
'아니 이런 무슨?? 내가 첨보는 남자에게 내 손을 줄것 같어?? 절대 안주지..흥.'
"자! 손 잡아요."
"머예요?? 전 괜찮아요..먼저 앞장서서 가세요!"
내앞으로 쏘옥 내밀던 손은 어느덧 사라지고 앞서서 가는 남자!
'흥 별꼴이야..첨부터 내 손을 잡을려고 하다니...'
'휴우. 만약 내가 즐겨입는 치마라도 입고 왔으면 아주 큰일날 뻔했네. 내가 오늘 입고 나온 복장도 신경썼다는 말을 들을까봐 최대한 신경안쓰고 평범하게 입고 나온건데도 불편한데, 거기다 굽높은 신발이라도 신었으면 어쩔뻔했어?? 생각만해도 끔찍스럽네'
내가 뒤쳐지자 바위를 타고 해변으로 가려던 그 사람은 가던걸 단념하고,
하긴 내가 "네?? 바위밑으로 내려가서 해변에서 놀자구요?? 절대, 절대로 못 내려가요..."
이렇게 말했으니 몇발자국도 못가서 우린 서로 앞뒤의 바위에 엉덩이를 대고 서서 서로 마주보다가 얘기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또 마주보고 얘기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멋진 데이트를 꿈꿨던 나의 첫 데이트는 '어떻게 서야 뽀족한 바위위에서 자세를 잘 잡고 서있을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내가 좋아하는 바닷가를 바라보는 재미도 잃은채 우리들만의 아주 독특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남들처럼 멋진 해변이 보이는 커피숍같은 곳이 아닌 위험천만한 바위위에서 꾸밈이 없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로 우리의 첫만남의 이야기맥을 이어갔던 것이다.
나의 피아노 선생님에게서 전해들은 그 사람의 간단한 신상 명세서를 제외한 (자신의 자랑보단 실수나 자신의 단점)이야기를 그 사람의 입으로 전해 들었을땐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지만 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솔직함'에 흠뻑 빠져버렸다.
정말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그 사람에게서 항상 느끼면서 맘에 딱 들었던건 그의 '솔직함'
이 '솔직함' 하나가 우리의 결혼생활에서 느끼는 불행을 화해로 이끌어주었고, 서로에게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낼때마다 너무나도 순탄하게 해주는 아주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외모로도 성격으로도 나의 만족을 다 채우진 못하지만 숨길수 없는 '솔직함' 하나만 있으면 우리의 문제점은 언제든지 해결이 되었으니 이 '솔직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리라.
해가 진 붉은 바닷가를 바라보며 차를 출발시키는 순간까지도 난 그 사람의 '솔직함'하나에만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키도, 외모도 별로지만 솔직함 하나는 정말 맘에 들었어.'
이 생각이 미친 범위는 차를 출발시킨후 한 십분이 지나 시내와 집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얌전히 차를 몰던 그 사람의 입에서 황당한 말이 나오기전까지밖엔 그 영향이 미치질 못했다.
"시간이 늦었는데 집에 들어가실래요? 아니면 시내에 가서 저녁을 먹고 가야할까요?"
'뭐??지금 시간이 거의 8시니깐 늦긴 했지만 그래도 저녁 한끼 정도는 먹고 가야 되는거 아냐?? 뭘 물어보고 그래?? 아깐 시내 나간다고 해놓고선?? 저녁 사줄 생각이 없는거 아냐?? 돈도 없이 나온건 아니겠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나?? 이봐요. 그래도 여자보단 남자가 리더를 해야죠??'
솔직한 심정으로 난 집에 들어가고도 싶었다. 나야 지금 집에 가도 상관없지만 운전을 하는 그 사람의 입장으로 본다면 나를 우리 집까지 바래다주고 매형집까지 갈려면 적어도 2시간은 소요될테니깐 지금이라도 서둘러 가야되는게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에 얽매이게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데?? 4시간동안 기다려서 데이트라곤 바위넘어 바닷가본게 다였다고 어떻게 말하냐구? 첫데이트에서 저녁도 한끼 못먹고?? 아이구..이건 생각만으로도 나한테 너무나 크나큰 모욕이라구? 나한테 미안한 맘이 있다면 이럴수 있을까? 아니지. 두사람을 바라보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도 이건 정말 너무한건데??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 남자가 리더를 못하면 여자인 나라고해서 리더를 못하겠어? 저녁을 먹고가야 나중에 누구한테라도 떳떳하게 첫데이트에 대해 말을 할수 있는거야. 먹자고 하자.
"글쎄요?...저녁을 먹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지금 집에 가도 밤이 되는데..."
이렇게까지 내가 먼저 밥을 먹자고 얘기한건 정말이지 내가 점심을 제대로 못 먹고 나와서 배가 고파서 그런것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집에서 어떻게 데이트를 하고 있나 기다릴 울 엄마한테 멋지게 큰소리 칠려고 그러는거였다. 진짜로 내가 저녁 한끼도 못 얻어먹고 집에서 저녁을 챙겨먹는다면 으악!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한테조차 아주 창피한 노릇이었다.
'에구구! 무슨 첫 데이트가 이렇게도 힘든거야?? 내가 저녁 안먹고 간다고 했으면 분명 삼거리에서 차를 돌려서 집으로 갔을꺼야..너무나도 무정한 남정네 같으니....
아까 솔직해서 맘에 들었다는 말 지금이라도 취소할래!! 취소다.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