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책.

안정호2005.11.24
조회71

수능보신 모든 수험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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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성적이 나오는 날이였다.
시험보는 날 보다는 훨씬 쌀쌀한 바람이
가슴까지 파고 드는 것은 아마도 성적에 대한 걱정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를 타고 이제 얼마뒤면 내 추억에서나 볼 수 있는 등교길의
모습들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당장 재수를 준
비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내 소중한 생활의 터전인 학교도 이제는
갈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시험 후 반 친구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작년 똑같은 곳에서는 하루하루 신나게 노는 시끌법적함과 함께
시험을 끝낸 후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꿈꾸던 사람들의 웃는소리
함께 했다고 기억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원하던 대학과 과에 무난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해었는데, 너무나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수능은
어쩌면 안이했던 나의 생각을 부숴버렸다.

나름대로 모범생답게 열심히 고3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고
모의고사 점수도 무난히 나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답답한 마음에 본 시계는 벌써 1교시 수업시작 시간에 가까워졌다.

이제 수업은 없지만 괜히 늦게가서
내 성적표를 다른 사람이 볼까
두려운 마음에 서둘로 교실로 향했다.
반에 들어섰을 때 내가 발견한 것은
시험 성적을 초조하게 기다릴 친구들이 아닌
이상한 한 권의 책이였다.

지각했기에 조용히 교실 뒷문으로 들어갔을 때
반 친구들을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내 자리에 놓여진 한 권이 책
'마법의 책'
오래된 가죽으로 된 듯한 겉표지에는 크레파스로 마치
초등학교 1- 2 학년 들이 쓴 것 같은 비뚤비뚤한
글씨체로 쓰여져있었다.

이상했다. 버스에서의 사람들의 북적댐과는 달리 교실은 너무나
고요했다. 모두들 어디 간 것일까.
아마도 성적표를 교실이 아닌
대강당에서 주는 것은 아닌지 라는 걱정이 들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서둘러 가방을 책상에 놓고 나가려는 순간
"잠깐만요..."
어디선가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어디에 있는 거야"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였다.

미처 보지 못했던 교탁 옆에서 호박바지를 입은
어린 아이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법의 책을 배달하는 초보마법사 패치라고
해요. 오늘 당신의 주문을 받고 이 마법의 책을 가져왔습니다."

웃음만 나왔다. 수능 성적표때문에 짜증으로 가득찼던 것이
한 순간에 녹아 내리는 듯한 느낌이였다.
"마법의 책? 꼬마야 누나따라서 학교 왔니? 아니면 아 엄마가
우리학교 선생님이신가보구나 자 이 누나랑 교무실 가자. 마침
누나도 다른 친구들이 어디에 있나 궁금해하고 있거든."

"음음 먼저 저는 꼬마가 아니고요, 패치입니다. 그리고 11년 전에
이 책을 주문하시지 않으셨나요? 이상하다. 저희가 원래 배달이
빠르고 정확하기로 마계에 소문난 회사인데 잠깐만요.."

그 꼬마 아니 패치라는 녀석은 자기 키만한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이럴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패치를
그냥 두고 나가려고 했다.

"아 여기있다. 이주영씨, 90년 3월 2일 신학초등학교에서 주문."
어떻게 저 패치라는 녀석이 내 이름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말이다.

"자자 일단 대금은 저희가 받았으니까 물건 확인해주시고
본인 맞지 오랜만이라 나도 헷갈린다 정말 인간을 빨리 변한다.
그럼 저는 이만 아 반품은 20년 내로 해주시고
연락처는 주문처와 같은 것 알지?. 아 맞다. 사은품으로 이것."

패치는 나에게 조그만한 상자를 주고 교실에서 나갔다.
순간 갑자기 들려오는 따뜻한 바람소리에 교실 창문을 조금씩
흔들렸고 동시에 더 이상 패치의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무슨일인지 모르겠다. 저 패치라는 꼬마는 도대체,
책상위에 덜렁 놓인 한권의 책과 조그만 상자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며 난 책의 첫장을 펼쳤다.

마법.
언제부터인가 산타클로스는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하늘에 가득한 별은 수소와 헬륨등의 결합체라는 것을 배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별로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법이라니
뭐가 마법이라는 것일까.
이책엔 내 소원을 모두 들어줄 요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빌어야 할 소원은 뭘까
수능 성적을 올려 달라고 할까.
아님 세상에서 가자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어
아니지 성형수술 해달라고 할까.

우스워보이는
가장 이루고 싶은 생각들
돈 좋은 학벌 멋진 남자친구
그런것을 바라고 이루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펼치고 천천히 한 페이지 씩 읽어보았다.

'마법의 책을 읽는 당신에게
먼저 이 책을 주문해주신 소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언제나 여러분이 지불해주신 소중한 꿈을
바탕으로 더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먼저 간단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해 드립니다.
이 책은 .........................'

책에는 이 글뒤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장난 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맨 마지막 앞장까지는
백지였다.

맨 마지막 장에는...
'........을 이루기 위해 당신이 노력했던
모든 것에 대한 깊은 애정을
이 책에 담을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였습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누구가도 당신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련을
이결 낼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펼치는 세상의 기적같은 일들
그것을 당신이 꿈꾸는 진정으로 멋진
세상에 대한 애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책은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이루었다는 말인가.
겨우 수능 성적 몇점에 내 인생이 결정되는 세상인데 말이다.

"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

패치의 목소리였다.
"물품배송확인싸인을 안 받아가서 혼나서 다시왔어."
"무슨 소리야 그리고 이책은 뭐야?"

"정말 모르는 것이야? 이 책은.."
"그래 이 책은 도대체 무엇인데.."
"네가 들으면 이 책의 기능을 상실되는 데 괜찮아?"

기능의 상실, 무엇이 겁나겠는가 지금보다 무엇이 나빠지겠는가

"이 책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법과 끝까지 변치 않는 마음을 배우게 해 주는 책이야.
일종의 가이드 북이지. 인간 책으로 치면 키키 한달만 보면 당신도
멋쟁이가 된다..라는 식으로"
"그럼 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거야? 이거 불량품아냐"

패치의 황당한 말에 난 반발했다. 그런 책이라면 내용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잠깐만, 아 그래 그건 네가 정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없어
서라고 그러는 데, 네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있어야 그것에 대한
도움의 말이 있지"

내가 바라는 것이 없다고
난 좋은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 다니다가
집안 좋은 사람과 결혼하며

멋지게 살고 싶다.
비싼 차에 넉넉한 살림하며
고급스러운 음식만 먹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것이 없다고,

"적어도 말야 7살의 너는
'내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를 하게 해주세요 '라고 바랬거든 그러면서 소원을 담은 비행기를 날렸잖아 기억 않나? 너는 우리에게 우수고객이였는데."

잊고 있었다.
아니 잊으려 했다.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은 내가 시시콜콜한 장난 같은 이야기를
쓸 보충수업시간이나 자율학습시간은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 너는 정말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이야기를 쓰는 이가 되려고
했잖아. 참 바보같다. 이 마법의 책을 읽었다면......"

그게 그리 중요한가 나에게는 지금 당장

"수능성적? 그게 뭔데 그게 높으면 너는 네가 원하는
늘 후회없는 삶을 사는 거야? 그게 더 좋은 상품인가??"

"우리는 네가 창밖으로 들려주던 너의 이야기가 참 좋았어
우리 팀장이 그 이야기를 좋다면서 너의 주문을 반겼는데.
우리는 네가 정말 네가 바라는 이야기를 결국에는 만들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패치는 마치 나의 마음을 읽는 듯 계속 떠들어댔다.
"참고로 그 책은 요사이
몇 부 안 팔려. 네가 거의 마지막 구매자일지도
모르겠다. 옛날에는 꽤 인기였는데.. 주문이 없어 거의"

패치가 덧붙인 한마디 말
"이 책이 없이도 모두들 자신들이 진정 바라는 삶을 사나보다
다행이네 우리는 적자지만, 인간계가 행복해지면 그 에너지로
마계도 덩달아 좋아지겠지, 자 싸인 해줘 ."

패치가 내민 종이에 싸인을 했다.

잠시
혼란스럽던 머리 속이 텅 비워졌다.
..

무엇인가 나는 잊고 있었다.
...
마법의 책은 점점 형체를 잃고 있었다.
내가 바랬던 삶의 모습처럼

나는 무엇을 했는가.
내가 진짜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남들이 원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였던가
...

너무 늦은 후회인가.
수능은 내년에 다시보면 되지만

내 인생은 다시 시작할 수 없는데..
....

그래도 다시 웃음이 난다.
목표가 생겼으니까..

어느 대학에 가서
어느 과를 다니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다시 알게 되었으니까..
패치가 주고 간 상자를 열었다.

거기에는
'적립된 당신의 소망으로
추가로 무슨 물건이든 구매 할 수 있습니다.
이 종이에 적어서 하늘에서 3번째로 크고 빛나는 별쪽으로
비행기 접어서 보내주십시요. 안전상 침을 바르는 비행기는
제지 당합니다.'

갖고 싶은 것...
..

그 종이를 소중히 접어서
교실 사물함 한 구석에 있던
빛바랜 어린왕자책에 넣었다.

아마
나에게 마법의 책은
이 책일 것이다.
책장에 묻은 손 때
.... 잊혔졌던 그 소망..
그것이 아마 패치가 주고간 사은품일지도...


다시 조용한 교실에서
나는 가만히 어린왕자를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