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이 천천히 불구멍을 향해 들어올려졌다. 위로 꺾여진 노인의 손바닥은 정확하게 불구멍을 향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일렁이던 불길이 딱 멈추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해버리기라도 한 듯이.
“춤추어라, 빙화무(氷花舞)!!”
노인의 낮은 외침과 동시였다. 그의 소맷자락 부근에서 다섯 줄기의 푸른 기운이 힘차게 솟구쳐 나갔다. 나선형으로 뻗어 나간 빛줄기는 사정없이 불구멍으로 작열했다.
파바팟-
퍼벅-
허공에 정지해 있던 화염은, 푸른 기운과 충돌하며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수십만 조각으로 부서지는 유리조각처럼. 노인은 그제야 세워들었던 손바닥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들어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어지럽게 흩날리며 춤추는 붉은 빛의 얼음조각! 장관이었다.
츠즈즈츳-
노인의 시린 빙장은, 끓어오르던 솥단지에는 별 영향을 주시 않았던 것 같다.
갑자기 열원을 잃은 솥단지는 치직거리며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숨죽이고 있던 노인은, 솥뚜껑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화악-
뜨거운 증기가 노부의 얼굴을 한가득 감싸 안았다.
노인은 눈치를 살피듯, 재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크크큭! 좋아, 좋아!’
갑자기 노인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또한 두 볼은 홀쭉하게 쭈그러들었다.
스으으읍-
젖 먹던 힘을 다해 뱃심을 끌어 올리는 노인!
“카아아악! 퉤에!”
노인은 누런 가래침을 솥단지 안으로 힘껏 내뱉었다.
뽀얀 쌀밥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불길한 가래침!
누가 볼세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재차 주위를 살피는 노인!
목을 쭉 뽑아 부엌 밖을 내다보면서도, 오른손으로는 부지런히 누런 침을 스윽스윽 밥과 비벼대고 있었다. 또한 비빈구역을 정확하게 기억해두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 * *
의기양양하게 부엌을 벗어나는 노인은 두 손으로 작은 상을 받쳐 들고 있었다. 상위에는 갓 지은 듯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쌀밥 두 그릇과 동치미 그릇이 다소곳이 얹혀져 있었다. 노인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서있는 모옥을 보았다.
발로 툭 건드리면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위태위태한 초가.
주변엔 온통 푸른 하늘과 풀숲뿐이다.
이 일대에서는 아마 이곳이 인간이 살고 있다는 유일한 흔적일 터였다.
‘크크크큭! 여기 앞쪽의 밥그릇이 나의 것이다.’
노인은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두개의 밥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차이가 나지 않았다. 허나 자세히 살펴보면, 앞의 밥그릇에는 봉긋 솟은 중앙의 밥 더미 부분에 흰 밥알 하나가 세로로 우뚝 서 있었다.
아마도 노인만의 표식인 듯했다. 씨-익 미소 짓는 노안!
본인에게는, 새어나오는 즐거운 비명을 참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한 표정이었지만, 보는 이에게는 등짝으로 소름이 쫘악 돋을 만큼 역겨운 얼굴이기도 했다.
바로다음 순간!
노인은 얼굴 한가득 넘실거리고 있는 사악한 표정을 곧바로 지워냈다.
제법 근엄한 표정으로 흰머리를 휘날리며 초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청량한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노인의 귓가를 간질이는 새벽이다. 이윽고 초가의 문 앞에 당도한 노인은 큰 숨을 가슴깊이 들이켰다. 뜯어진 문살이 보기 흉하게 덜렁거리고 있었다. 노인은 눈살을 가득 찌푸렸다.
문짝을 보고 찌푸리는 것인지,
그 방안에 든 대상을 향해 찌푸리는 것인지 모호하긴 했지만.
타각-
노인은 신발을 벗고 방문 안으로 들어갔다.
* * *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외양과는 달리, 방안은 의외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웬 아이하나가 무릎을 꿇은 채로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 앞에는 작은 서책 한권이 펼쳐져 있었다. 노인은 상을 들고 그 앞으로 다가갔다. 기척을 알아차린 소년이 눈을 뜨고 재빨리 명상의 자세를 풀었다.
천하제일 노인(老人) (1)
서장
염치없는 스승과 싸가지 없는 제자
모락모락-
두꺼운 솥뚜껑을 비집고 뿌연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곁에 쭈그리고 앉은 한 노부(老父).
“옳거니. 이쯤이면 되었겠구나!”
구수한 밥 냄새가 좁은 부엌을 가득 메웠다.
코를 벌름거리던 노인의 입술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는 발 옆에 두었던 장작 두서너 개피를 더 주워들어 불구멍 안으로 쑤셔 넣었다.
타닥타닥-
장작개비는 일렁이는 화염 안에서 경쾌하게 타들어갔다.
덜그럭
절그럭 절그럭
화염이 거세어 지자, 둔탁해 보이던 솥뚜껑이 요란스럽게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지금까지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노인이 날카롭게 눈빛을 빛냈다.
화염을 노려보던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술을 들썩이며 낮게 중얼거렸다.
“빙옥장(氷玉掌) 제 삼결……!”
그의 손이 천천히 불구멍을 향해 들어올려졌다. 위로 꺾여진 노인의 손바닥은 정확하게 불구멍을 향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일렁이던 불길이 딱 멈추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해버리기라도 한 듯이.
“춤추어라, 빙화무(氷花舞)!!”
노인의 낮은 외침과 동시였다. 그의 소맷자락 부근에서 다섯 줄기의 푸른 기운이 힘차게 솟구쳐 나갔다. 나선형으로 뻗어 나간 빛줄기는 사정없이 불구멍으로 작열했다.
파바팟-
퍼벅-
허공에 정지해 있던 화염은, 푸른 기운과 충돌하며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수십만 조각으로 부서지는 유리조각처럼. 노인은 그제야 세워들었던 손바닥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들어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어지럽게 흩날리며 춤추는 붉은 빛의 얼음조각! 장관이었다.
츠즈즈츳-
노인의 시린 빙장은, 끓어오르던 솥단지에는 별 영향을 주시 않았던 것 같다.
갑자기 열원을 잃은 솥단지는 치직거리며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숨죽이고 있던 노인은, 솥뚜껑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화악-
뜨거운 증기가 노부의 얼굴을 한가득 감싸 안았다.
노인은 눈치를 살피듯, 재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크크큭! 좋아, 좋아!’
갑자기 노인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또한 두 볼은 홀쭉하게 쭈그러들었다.
스으으읍-
젖 먹던 힘을 다해 뱃심을 끌어 올리는 노인!
“카아아악! 퉤에!”
노인은 누런 가래침을 솥단지 안으로 힘껏 내뱉었다.
뽀얀 쌀밥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불길한 가래침!
누가 볼세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재차 주위를 살피는 노인!
목을 쭉 뽑아 부엌 밖을 내다보면서도, 오른손으로는 부지런히 누런 침을 스윽스윽 밥과 비벼대고 있었다. 또한 비빈구역을 정확하게 기억해두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 * *
의기양양하게 부엌을 벗어나는 노인은 두 손으로 작은 상을 받쳐 들고 있었다. 상위에는 갓 지은 듯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쌀밥 두 그릇과 동치미 그릇이 다소곳이 얹혀져 있었다. 노인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서있는 모옥을 보았다.
발로 툭 건드리면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위태위태한 초가.
주변엔 온통 푸른 하늘과 풀숲뿐이다.
이 일대에서는 아마 이곳이 인간이 살고 있다는 유일한 흔적일 터였다.
‘크크크큭! 여기 앞쪽의 밥그릇이 나의 것이다.’
노인은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두개의 밥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차이가 나지 않았다. 허나 자세히 살펴보면, 앞의 밥그릇에는 봉긋 솟은 중앙의 밥 더미 부분에 흰 밥알 하나가 세로로 우뚝 서 있었다.
아마도 노인만의 표식인 듯했다. 씨-익 미소 짓는 노안!
본인에게는, 새어나오는 즐거운 비명을 참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한 표정이었지만, 보는 이에게는 등짝으로 소름이 쫘악 돋을 만큼 역겨운 얼굴이기도 했다.
바로다음 순간!
노인은 얼굴 한가득 넘실거리고 있는 사악한 표정을 곧바로 지워냈다.
제법 근엄한 표정으로 흰머리를 휘날리며 초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청량한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노인의 귓가를 간질이는 새벽이다. 이윽고 초가의 문 앞에 당도한 노인은 큰 숨을 가슴깊이 들이켰다. 뜯어진 문살이 보기 흉하게 덜렁거리고 있었다. 노인은 눈살을 가득 찌푸렸다.
문짝을 보고 찌푸리는 것인지,
그 방안에 든 대상을 향해 찌푸리는 것인지 모호하긴 했지만.
타각-
노인은 신발을 벗고 방문 안으로 들어갔다.
* * *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외양과는 달리, 방안은 의외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웬 아이하나가 무릎을 꿇은 채로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 앞에는 작은 서책 한권이 펼쳐져 있었다. 노인은 상을 들고 그 앞으로 다가갔다. 기척을 알아차린 소년이 눈을 뜨고 재빨리 명상의 자세를 풀었다.
환하게 밝아진 표정의 소년!
소년은 노인을 바라보며 반갑게(?) 소리쳤다.
“악(惡)아, 어찌하여 오늘 아침은 이리 늦었느냐! 뱃가죽이 등짝에 들러붙을 뻔 하였다. 이놈아!!!! 혼쭐이 나야겠구나!”
“스, 스승님 죄송합니다! 불이 영 시원치 않아서…….”
‘고작 반각 늦었구먼! 제기랄!’
노인의 입 밖으로 더듬더듬 흘러나오는 말과는 달리,
그는 목청껏 불만을 외쳐대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마음속으로.
표정이 약간 풀린 소년은 다시 한번 노인을 째려보며, 툭 말을 내뱉었다.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같은 성장기(成長期)소년은 잘 먹어야 한다니까.”
‘성장기 좋아하네! 오백년 묵은 늙은 영감탱이! 푹 삭은 고약한 너구리!!!’
또다시 노인의 표정이 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랬다.
소년은 바로 반로환동(返路幻童)한 전설속의 초절정 고수.
이 모옥의 주인이자, 또한 노인의 사부이기도 했다.
노인은 상 앞에 앉은 스승의 눈치를 살피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이제 소, 소인도 속세로 내, 내려갈까 합니다…….”
순간, 소년의 얼굴색이 확 변하며 노인을 똑바로 응시했다.
움찔한 노인. 허나 여기서 굴하면 아니 된다!
“제자, 이제는 빙옥장(氷玉掌)도 너끈히 소화하옵고……!”
‘이 늙은이야! 내가 여기서 성질 더러운 노친네 뒷바라지 한 것이 벌써 60년이다, 60년! 양심이 있어봐!’
“흐음, 그렇단 말이지?”
소년은 별 대꾸 없이, 묵묵히 숟가락을 들어 밥그릇으로 가져갔다.
노인은 뚫어져라 자신의 사부를 응시했다.
‘먹어! 먹어! 그래, 크하하하!! 먹어!’
노인은 마음속으로 열렬히 응원했다.
그동안의 서러웠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노인의 정수리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한 숟갈 밥을 퍼든 소년은, 천천히 입으로 숟가락을 가져갔다.
그리고 한입 베어 물려는 순간! 그 자세에서 딱 멈추었다.
“흐음. 네녀석의 신공이 성장한 정도는 밥맛을 보면 안다 하였지.”
숟가락에 얹힌 밥을 빤히 내려다보는 소년.
“스스로 먹어보아라. 얼마만큼의 성취가 있었는지.”
서슴없이 숟갈을 쥔 손을 노인의 입 앞으로 쭉 뻗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오라,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잔말이 많다. 스스로 경지를 칭하니, 일단 먹어봐. 그래야 이야기를 시작하지.”
“……!”
노인의 얼굴에 수십 가지 표정이 뒤섞여 흘러갔다. 뚫어져라 숟갈에 얹힌 밥알을 보는 노인. 왠지 누런 가래가 밥알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먹어라 이놈아!”
“앗! 네에!”
소년의 호통에, 노인은 반사적으로 덥석 숟갈을 물었다. 그리고 한참을 씹었다.
오물오물.
점입가경. 노인의 표정이 무자비하게 구겨들어간다.
“왜? 악(惡)아, 맛이 없느냐?”
“우어어어- 우우”
(그것이 아니오라,)
우웨에에엑-
어제 저녁에 먹었던 소면이 뒤집혀 올라올 것만 같다!
‘으아아아악!! 이 놈의 영감탱이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년의 입가에 조용히 미소가 걸렸다.
끝을 알 수 없이 깊은 소년의 눈은, 충분히 음흉한 빛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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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입니다.
울님들 다들 잘 계시지요?
으허허헉
저, 저는!!
학생들의 입시철이라서 숨쉴시간도 모자랄만큼 바쁘답니다(ㅠ_ㅠ) 우어어엉!
엄청난 눈치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짬짬히 도화를 쓰고 있지요. (덜덜덜)
담주 월욜쯤 되어야 보실 수 있으실것 같아요(죄송합니다!!)
오시는 발걸음,
혹여나 허무한 한숨과 함께 잠길까 염려되어
이것이라도 하나 올려두고 갑니다. 사정이 있어 써두었던 글이지요
돌던지지 말아주셔요!
(우르르 쾅! 콰지직!)
소심한 작가는 저멀리 도망갑니다!(후다다닥!!!)
사랑하는 우리 님들!
다들 파안의 가호가 함께하길 깊이 고개숙여 기도드립니다.
기분좋은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