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너머의 파란하늘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11월의 마지막 오후입니다. 어제보다 더 춥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따스합니다. 하나 둘 써오던 글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다다르니까 더 잘 쓰고 싶다는 부질없는 오기때문에 몇일 늦었습니다.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 현이 어머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았다. 처음에 흥분하시며 화를 내시던 현의 어머니도 이해가 되시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얘기를 하던 현이 감정이 격해지면서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머니와의 대화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왔지만 멍하니 벽만 바라보며 서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날로 되돌리고 싶었다. 혼자서 마음 고생하는 지은을 생각하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미웠고 준혁의 대한 분노가 일었다. 지은이 링거바늘을 팔에 꽂은 채 잠들어 있었다. 얼굴은 초췌해져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간혹 악몽이라도 꾸는지 헛소리를 해 대었다. 담당의사 말로는 심한탈진에 의한 일시적인 쇼크 상태로 곧 깨어 날거라 했다. 지은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은을 바라보며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 '아악' 지은이가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깜박였다. "지은아! 지은아! 괜찮니?" "어..엄마." "정신이 드니?" "어..엄..마. 여기가 어디야?" 지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다행이다. 여기 병원이야. 생각 안나니?" 지은의 어머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내가 병원에.." "기억 안나니? 그러길래 바보야. 잊어라고 했잖아." 지은의 어머니가 푸념하듯 말했다. "엄마. 내 핸드폰. 핸드폰 어딨어?" "핸드폰은 뭐 할려구?" "현이에게 현이에게 전화를 해야해. 많이 기다릴꺼야." 애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몹쓸 놈에게 전화는 왜 해?" 지은이 현을 찾자 지은의 어머니가 매몰차게 꾸짖듯 말했다. "현이가 많이 걱정하고 있을거야. 나 때문에 현이가 괴로워하고 있을거야." 어느새 지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잊으라고 했잖니? 그 녀석 때문에 네가 이렇게 괴로운걸. 더 이상 엄마는 못 본다. 다시는 그 녀석 만날 생각도 하지마." 목소리에 힘을 실어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현이가 뭘 어떻게 했다고." 지은이 울먹이며 말했다. "며칠 전에 널 찾아왔었어." "어디로? 병원에.." 지은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집으로 왔길래. 엄마가 혼쭐을 내서 보냈으니까, 다시는 네 앞에 안나타날거야. 그러니까 너두 마음 단단히 먹고 준혁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 준혁이 만한 사람 도 없어. 인물좋겠다, 집안 좋겠다, 능력되겠다. 뭐 하나 빠질게 없잖아. 현이라는 애는 고아에다 뭐 하나 변변히 가진거 있니? 아직 학생이고 앞날이 불투명 하잖아. 이여사한테도 전화상으로 단단히 일러뒀으니까, 너두 처신 잘해." "엄마.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랬어. 현이가 뭘 잘못했다고. 잘못한 사람은 준혁씨 라 말이야. 준혁씨가 날 날 강제적으로 겁탈..." 지은이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발악하며 엄마에게 덤비었다. 현이 엄마에게 당했을 모욕을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아무것도 모른채 무턱대고 현을 나무란 엄마가 미웠다. 게다가 현을 수양아들로 맞아준 이여사님한테까지 막말 을 한 엄마가 야속했다. 지은이 침대에 고개를 파묻고 '엉엉'소리내어 울었다. 지은의 어머니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병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이 지은의 대문앞에 무릎을 꿇어 앉아 있었다. 밤새 한숨도 잠들지 못하였기에 두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하루사이 많이 초췌해진 얼굴이었다. 어떻게 오해가 생긴건지, 무엇때문에 지은의 어머니가 화가 나셨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지금 지은의 몸상태가 어떤지 많이 아픈건 아닌지가 더 중요했다. 직접 찾아가서 보았으면 마음이 안심이 되겠지만 어느병원에 입원을 했는지 전혀 알 길이 없기에 무작정 지은의 집을 찾아왔다. 어제 지은의 어머니에게 따귀를 맞았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냥 돌아갈려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끔 지나가는 고급 승용차들이 잠깐씩 멈춰 신기한듯 쳐다보곤 했다. 지은이 퇴원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은이 눈을 떠서 현에 대한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서 집에 가기를 애원했다. 지은의 어머니가 설득을 해 보았지만 막무가내였다. 다행히 담당의사도 탈진외에 별다른 증세가 없다고 퇴원을 허락 해 주었다. 지은의 아버지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안에 히터를 틀어 놓아서 훈훈한 했지만 지은이 입을 꾸욱 다문채 아무 말이 없자 냉기가 도는 듯 했다. 지은이 탄 차가 집앞에 다다르자 가정부 아줌마가 대문앞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차에 다가왔다. "왜 나와 있어요?" 지은의 엄마가 쌀쌀맞게 말했다. "저 사모님. 저기요." 가정부 아줌마가 대문앞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지은이 차에서 내리며 가정부 아줌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웬 사내가 지은의 집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어두움 속에 잘 보이지 않았다. 지은의 아버지가 주차를 한 후 대문앞으로 걸어갔다. 지은이 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이봐요." 지은의 아버지가 사내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아줌마! 경찰에 신고해요." 지은이 가정부 아줌마에게로 걸어가며 말했다. 지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메아리처럼 현의 머리속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현이 감겨있던 눈을 겨우 떠며 고개를 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하루종일 지은의 집 앞에 무릎을 꿇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 지지 않았다. "지..은..아!" 현이 희미한 목소리로 지은을 불렀다. "지은아! 이리로 와 보렴." 지은의 아버지가 사내의 희미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지은 을 불렀다. "네. 아빠." 지은이 종종걸음으로 아버지 곁으로 왔다. "이사람 혹시 아니?" 지은의 아버지가 사내의 턱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현아!" 지은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지..은..아!" 현이 힘겨운듯 한쪽눈을 겨우 뜨며 지은을 바라보았다. "현아! 너 여기서.." 지은이 현을 부둥켜 안았다. "지..은..아! 이..제.. 괜..찮..아!" "바보야. 여기서 날 기다린거야." 지은이 울먹이고 있었다. 현이 지은을 보기위해 다시 감겨버린 눈을 억지로 떠려고 안간힘을 썼다. 희미하게 지은의 모습이 현의 눈에 들어왔다. 안본사이 지은의 얼굴이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두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현이 일어서려는듯 손으로 바닥을 짚고 한쪽 무릎을 일으켜세우다가 힘이 없는 듯 일어서지 못하고 풀썩 제자리에 주져앉아 쓰러졌다. "현아! 아빠!" 지은이 다급한 목소리로 현과 아버지를 불렀다. 지은의 아버지가 부축하려는듯 현의 겨드랑이에 양손을 넣으셨다. 힘에 부치시는듯 아버지의 숨소리가 가빠지셨다. 지은이 아버지와 현을 부축해서 지은의 침대에 현을 겨우 눕혔다. 지은의 아버지 이마 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지은이 현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현이 추운듯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이마가 불덩이었다. 지은이 물수건을 가져와 현의 이마에 얹어 주었다. 무의식중에 현이 이따금씩 지은을 불렀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은이 현을 바라보았다. 지은의 두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은의 부모님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따금 지은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층 을 바라보았다. 지은의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아무말도 않은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요." 어색한 침묵을 깨고 지은의 어머니가 말했다. "무슨일이 있었든거요?" 지은의 아버지의 얼굴이 경직된채 물었다. "제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어요. 현이에게도 이여사에게도." "어떻게 했길래." 지은의 아버지가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지은의 어머니가 어제 현과 있었던 일을 말했다. 지은의 어머니 말을 듣던 지은의 아버지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오늘 낮에 텔릭스 김사장과 점심 식사를 같이 했어. 지금 지은의 침대에 누워있는 현이에 대한 얘기였지. 김사장이 현이에게 거는 기대가 대단하더군. 지금 김사장은 일본 켄테크라는 회사와 100만불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그 프로젝트에 현을 동참 시키려 한다고 말하더군. 김사장이 우리회사에 30%의 수주를 준다는 협약서를 내일 체결 할건데. 이거 큰일났군." 지은의 아버지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현이 지은의 집앞에서 하루종일 무릎을 꿇고 있었다는 사실을 텔릭스 김사장이 알게 된다면 수주 약속은 파기될게 뻔했다. 비록 30%밖에 되지 않지만 차후를 대비한다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현의 어머니가 시계를 바라보며 손에 전화기를 쥔 채 초조하게 거실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벌써 11시가 넘었는데 현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새벽에 일본어 학원에 간다고 나간후에 연락이 되지 않았다. 현의 아버지도 일본과의 프로젝트때문에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연락이 왔었다. 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수십번도 더 해보았지만 받지를 않았다. "여보세요. 김현씨 핸드폰입니다." "여보세요. 현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는 안도감에 현의 이름을 불렀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 지은이에요." "현이 어디있니? 둘이 같이 있는거야." 지은이 인사를 했지만 현의 안부부터 물었다. "네. 지금 저희 집에 있습니다. 걱정하셨죠?" "어떻게 현이가 거기에 있는거니?" "어머니! 죄송합니다. 괜히 저때문에.." 지은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은아! 괜찮다. 나는 괜찮아. 울지마. 지은아!" 지은의 우는 소리에 달래듯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현이가 아파요. 지금 많이 아파요." "어디가? 얼마나 아픈데. 지금 내가 갈테니까." 현의 어머니가 전화를 끊고 외출 준비를 했다. 야근을 한다는 현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이 아프다는 소리에 다리에 힘이 빠져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지은이 아랫층으로 내려오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은의 부모님이 소파에 앉아 계셨다. 아버지는 걱정이 있으신듯 한숨을 쉬고 계셨고 어머니는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계셨다. "엄마! 지금 현이 어머니께서 이리로 오신대요." 지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뭐?" 지은의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현이가 많이 아파요." "어디가?" 지은의 아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이마가 불덩이 같아요." 지은이 울먹이며 말했다. "현이 엄마가 여기는 왜?" 지은을 나무라는 눈빛으로 어머니가 물었다. "현이에게 전화가 왔길래. 아프다구 말씀드렸어요." 집안에 적막을 깨듯 지은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지은의 집과 현의 집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지은이 현관문을 열어 현의 부모님을 맞았다. 현의 부모님 얼굴을 보자 지은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두분다 무척이나 놀란 얼굴이었다. 현의 어머니가 우셨는지 두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오셨어요?" 지은의 어머니가 용서를 구하듯 고개를 숙여 말했다. "네. 늦은 시간에 실례하겠습니다." 얼마나 급하게 오셨는지 현의 어머니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었고, 옷도 집에서 입는 평상복 차림이었다. "김사장님 오셨습니까?" "죄송합니다. 변변치 못한 아들녀석때문에." "아닙니다. 제가 더 죄송합니다. 제 여식때문에 빚어진 일들입니다." "이층에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재우고 내일 데려가십시오." 어색한 자리였다. 지은의 아버지는 김사장 눈치를 보기에 바빴고 지은의 어머니도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 못했다. "지은아! 현이 볼 수 있겠니?" 현의 어머니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조용하게 말했다. "네. 이층으로 가시죠." 지은이 앞장을 섰다. 이층으로 올라오자 현이 지은의 방에서 비틀거리며 걸어나왔다. "현아!" 어머니가 현을 불렀다. "괜찮아?" 지은이 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지은아! 콜록 이제 콜록 괜찮은거지. 이제 콜록 안심이 콜록 된다. 미안해. 네곁에 항상 있어주질 못했어." 현이 목이 아픈듯 기침을 하며 겨우 말을 이었다.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너한테 짐만 되는거 같아." "현아! 정신차리고 집에 가자. 자세한 얘기는 네몸이 나으면 하고." 현의 어머니가 현을 부축해서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현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일층으로 내려오자 초조하게 기다리든 김사장이 현을 등에 업었다.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지은의 아버지가 대문까지 김사장 가족을 배웅했다. 김사장의 차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본 후 지은의 아버지가 씁쓸한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사진(#16)
창문너머의 파란하늘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11월의 마지막 오후입니다.
어제보다 더 춥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따스합니다.
하나 둘 써오던 글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다다르니까 더 잘 쓰고 싶다는 부질없는
오기때문에 몇일 늦었습니다.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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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 어머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았다.
처음에 흥분하시며 화를 내시던 현의 어머니도 이해가 되시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얘기를 하던 현이 감정이 격해지면서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머니와의 대화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왔지만 멍하니 벽만 바라보며 서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날로 되돌리고 싶었다.
혼자서 마음 고생하는 지은을 생각하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미웠고 준혁의 대한 분노가 일었다.
지은이 링거바늘을 팔에 꽂은 채 잠들어 있었다.
얼굴은 초췌해져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간혹 악몽이라도 꾸는지 헛소리를 해
대었다.
담당의사 말로는 심한탈진에 의한 일시적인 쇼크 상태로 곧 깨어 날거라 했다.
지은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은을 바라보며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
'아악' 지은이가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깜박였다.
"지은아! 지은아! 괜찮니?"
"어..엄마."
"정신이 드니?"
"어..엄..마. 여기가 어디야?" 지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다행이다. 여기 병원이야. 생각 안나니?" 지은의 어머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내가 병원에.."
"기억 안나니? 그러길래 바보야. 잊어라고 했잖아." 지은의 어머니가 푸념하듯
말했다.
"엄마. 내 핸드폰. 핸드폰 어딨어?"
"핸드폰은 뭐 할려구?"
"현이에게 현이에게 전화를 해야해. 많이 기다릴꺼야." 애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몹쓸 놈에게 전화는 왜 해?" 지은이 현을 찾자 지은의 어머니가 매몰차게 꾸짖듯
말했다.
"현이가 많이 걱정하고 있을거야. 나 때문에 현이가 괴로워하고 있을거야." 어느새
지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잊으라고 했잖니? 그 녀석 때문에 네가 이렇게 괴로운걸. 더 이상 엄마는 못
본다. 다시는 그 녀석 만날 생각도 하지마." 목소리에 힘을 실어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현이가 뭘 어떻게 했다고." 지은이 울먹이며 말했다.
"며칠 전에 널 찾아왔었어."
"어디로? 병원에.." 지은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집으로 왔길래. 엄마가 혼쭐을 내서 보냈으니까, 다시는 네 앞에 안나타날거야.
그러니까 너두 마음 단단히 먹고 준혁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 준혁이 만한 사람
도 없어. 인물좋겠다, 집안 좋겠다, 능력되겠다. 뭐 하나 빠질게 없잖아. 현이라는
애는 고아에다 뭐 하나 변변히 가진거 있니? 아직 학생이고 앞날이 불투명 하잖아.
이여사한테도 전화상으로 단단히 일러뒀으니까, 너두 처신 잘해."
"엄마.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랬어. 현이가 뭘 잘못했다고. 잘못한 사람은 준혁씨
라 말이야. 준혁씨가 날 날 강제적으로 겁탈..." 지은이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발악하며
엄마에게 덤비었다.
현이 엄마에게 당했을 모욕을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아무것도 모른채 무턱대고
현을 나무란 엄마가 미웠다. 게다가 현을 수양아들로 맞아준 이여사님한테까지 막말
을 한 엄마가 야속했다. 지은이 침대에 고개를 파묻고 '엉엉'소리내어 울었다.
지은의 어머니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병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이 지은의 대문앞에 무릎을 꿇어 앉아 있었다.
밤새 한숨도 잠들지 못하였기에 두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하루사이 많이 초췌해진
얼굴이었다.
어떻게 오해가 생긴건지, 무엇때문에 지은의 어머니가 화가 나셨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지금 지은의 몸상태가 어떤지 많이 아픈건 아닌지가 더 중요했다.
직접 찾아가서 보았으면 마음이 안심이 되겠지만 어느병원에 입원을 했는지 전혀
알 길이 없기에 무작정 지은의 집을 찾아왔다.
어제 지은의 어머니에게 따귀를 맞았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냥 돌아갈려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끔 지나가는 고급 승용차들이 잠깐씩 멈춰 신기한듯 쳐다보곤 했다.
지은이 퇴원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은이 눈을 떠서 현에 대한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서 집에 가기를 애원했다.
지은의 어머니가 설득을 해 보았지만 막무가내였다. 다행히 담당의사도 탈진외에
별다른 증세가 없다고 퇴원을 허락 해 주었다.
지은의 아버지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안에 히터를 틀어 놓아서 훈훈한
했지만 지은이 입을 꾸욱 다문채 아무 말이 없자 냉기가 도는 듯 했다.
지은이 탄 차가 집앞에 다다르자 가정부 아줌마가 대문앞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차에 다가왔다.
"왜 나와 있어요?" 지은의 엄마가 쌀쌀맞게 말했다.
"저 사모님. 저기요." 가정부 아줌마가 대문앞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지은이 차에서 내리며 가정부 아줌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웬 사내가 지은의 집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어두움 속에 잘 보이지 않았다.
지은의 아버지가 주차를 한 후 대문앞으로 걸어갔다. 지은이 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이봐요." 지은의 아버지가 사내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아줌마! 경찰에 신고해요." 지은이 가정부 아줌마에게로 걸어가며 말했다.
지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메아리처럼 현의 머리속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현이 감겨있던 눈을 겨우 떠며 고개를 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하루종일 지은의 집
앞에 무릎을 꿇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 지지 않았다.
"지..은..아!" 현이 희미한 목소리로 지은을 불렀다.
"지은아! 이리로 와 보렴." 지은의 아버지가 사내의 희미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지은
을 불렀다.
"네. 아빠." 지은이 종종걸음으로 아버지 곁으로 왔다.
"이사람 혹시 아니?" 지은의 아버지가 사내의 턱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현아!" 지은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지..은..아!" 현이 힘겨운듯 한쪽눈을 겨우 뜨며 지은을 바라보았다.
"현아! 너 여기서.." 지은이 현을 부둥켜 안았다.
"지..은..아! 이..제.. 괜..찮..아!"
"바보야. 여기서 날 기다린거야." 지은이 울먹이고 있었다.
현이 지은을 보기위해 다시 감겨버린 눈을 억지로 떠려고 안간힘을 썼다.
희미하게 지은의 모습이 현의 눈에 들어왔다.
안본사이 지은의 얼굴이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두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현이 일어서려는듯 손으로 바닥을 짚고 한쪽 무릎을 일으켜세우다가 힘이 없는 듯
일어서지 못하고 풀썩 제자리에 주져앉아 쓰러졌다.
"현아! 아빠!" 지은이 다급한 목소리로 현과 아버지를 불렀다.
지은의 아버지가 부축하려는듯 현의 겨드랑이에 양손을 넣으셨다. 힘에 부치시는듯
아버지의 숨소리가 가빠지셨다.
지은이 아버지와 현을 부축해서 지은의 침대에 현을 겨우 눕혔다. 지은의 아버지 이마
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지은이 현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현이 추운듯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이마가
불덩이었다. 지은이 물수건을 가져와 현의 이마에 얹어 주었다.
무의식중에 현이 이따금씩 지은을 불렀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은이 현을 바라보았다.
지은의 두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은의 부모님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따금 지은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층
을 바라보았다. 지은의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아무말도 않은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요." 어색한 침묵을 깨고 지은의 어머니가 말했다.
"무슨일이 있었든거요?" 지은의 아버지의 얼굴이 경직된채 물었다.
"제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어요. 현이에게도 이여사에게도."
"어떻게 했길래." 지은의 아버지가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지은의 어머니가 어제 현과 있었던 일을 말했다. 지은의 어머니 말을 듣던 지은의
아버지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오늘 낮에 텔릭스 김사장과 점심 식사를 같이 했어. 지금 지은의 침대에 누워있는
현이에 대한 얘기였지. 김사장이 현이에게 거는 기대가 대단하더군. 지금 김사장은 일본
켄테크라는 회사와 100만불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그 프로젝트에 현을 동참
시키려 한다고 말하더군. 김사장이 우리회사에 30%의 수주를 준다는 협약서를 내일 체결
할건데. 이거 큰일났군." 지은의 아버지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현이 지은의 집앞에서 하루종일 무릎을 꿇고 있었다는 사실을 텔릭스 김사장이 알게
된다면 수주 약속은 파기될게 뻔했다. 비록 30%밖에 되지 않지만 차후를 대비한다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현의 어머니가 시계를 바라보며 손에 전화기를 쥔 채 초조하게 거실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벌써 11시가 넘었는데 현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새벽에 일본어 학원에 간다고 나간후에 연락이 되지 않았다.
현의 아버지도 일본과의 프로젝트때문에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연락이 왔었다.
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수십번도 더 해보았지만 받지를 않았다.
"여보세요. 김현씨 핸드폰입니다."
"여보세요. 현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는 안도감에 현의 이름을 불렀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 지은이에요."
"현이 어디있니? 둘이 같이 있는거야." 지은이 인사를 했지만 현의 안부부터 물었다.
"네. 지금 저희 집에 있습니다. 걱정하셨죠?"
"어떻게 현이가 거기에 있는거니?"
"어머니! 죄송합니다. 괜히 저때문에.." 지은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은아! 괜찮다. 나는 괜찮아. 울지마. 지은아!" 지은의 우는 소리에 달래듯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현이가 아파요. 지금 많이 아파요."
"어디가? 얼마나 아픈데. 지금 내가 갈테니까." 현의 어머니가 전화를 끊고 외출 준비를
했다. 야근을 한다는 현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이 아프다는 소리에 다리에
힘이 빠져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지은이 아랫층으로 내려오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은의 부모님이 소파에 앉아
계셨다. 아버지는 걱정이 있으신듯 한숨을 쉬고 계셨고 어머니는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계셨다.
"엄마! 지금 현이 어머니께서 이리로 오신대요." 지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뭐?" 지은의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현이가 많이 아파요."
"어디가?" 지은의 아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이마가 불덩이 같아요." 지은이 울먹이며 말했다.
"현이 엄마가 여기는 왜?" 지은을 나무라는 눈빛으로 어머니가 물었다.
"현이에게 전화가 왔길래. 아프다구 말씀드렸어요."
집안에 적막을 깨듯 지은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지은의 집과 현의 집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지은이 현관문을 열어 현의 부모님을 맞았다.
현의 부모님 얼굴을 보자 지은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두분다 무척이나 놀란 얼굴이었다. 현의 어머니가 우셨는지 두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오셨어요?" 지은의 어머니가 용서를 구하듯 고개를 숙여 말했다.
"네. 늦은 시간에 실례하겠습니다."
얼마나 급하게 오셨는지 현의 어머니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었고, 옷도 집에서 입는
평상복 차림이었다.
"김사장님 오셨습니까?"
"죄송합니다. 변변치 못한 아들녀석때문에."
"아닙니다. 제가 더 죄송합니다. 제 여식때문에 빚어진 일들입니다."
"이층에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재우고 내일 데려가십시오."
어색한 자리였다. 지은의 아버지는 김사장 눈치를 보기에 바빴고 지은의 어머니도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 못했다.
"지은아! 현이 볼 수 있겠니?" 현의 어머니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조용하게 말했다.
"네. 이층으로 가시죠." 지은이 앞장을 섰다.
이층으로 올라오자 현이 지은의 방에서 비틀거리며 걸어나왔다.
"현아!" 어머니가 현을 불렀다.
"괜찮아?" 지은이 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지은아! 콜록 이제 콜록 괜찮은거지. 이제 콜록 안심이 콜록 된다. 미안해.
네곁에 항상 있어주질 못했어."
현이 목이 아픈듯 기침을 하며 겨우 말을 이었다.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너한테 짐만 되는거 같아."
"현아! 정신차리고 집에 가자. 자세한 얘기는 네몸이 나으면 하고." 현의 어머니가
현을 부축해서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현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일층으로 내려오자 초조하게 기다리든 김사장이 현을 등에 업었다.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지은의 아버지가 대문까지 김사장 가족을 배웅했다.
김사장의 차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본 후 지은의 아버지가 씁쓸한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