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장소에서 경숙이를 기다리는 나는 긴장으로 손에 땀이 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무서운 사람이 없는 내가, 가장 절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비장한 심정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오늘은 더더욱 긴장할 이유가 충분했다. 나의 글에 대해 첫 번째 평가를 해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니 말이다.
마침내 그녀가 도착했을 때, 나는 그녀의 얼굴빛부터 살폈다. 처절한 혹평을 던지기 위해 온 것인지, 아니면 나의 글에 감동을 받은 것인지……그녀의 얼굴에서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러나 안경을 낀 가는 눈매와 야무지게 닫힌 그녀의 작은 입술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좋은 징조인지, 그렇지 않은 징조인지……. 다행히도 단도직입적인 그녀의 성격은 나의 궁금증을 오래 남겨두지 않았다.
“글 다 읽었어.”
역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말을 꺼냈다.
“그, 그래? 어땠어?”
“모르겠어.”
응? 모르겠다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게 분명한 그녀의 입에서 모르겠다는 대답이 나오다니……. 이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르다니?”
“정말 모르겠어. 네가 뭘 말하려고 하는 건지,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도대체 알 수가 없어.”
이건 분명히 칭찬은 아닌 것 같다.
“구체적으로 좀 말해 봐.”
“너무 어수선해. 문장도 일관성이 없고, 내용은 더 그렇고……. 로맨스 물인가 하면, 갑자기 판타지로 흘러가고, 판타지였나 싶다가는 호러가 되고, 그게 또 난데없이 액션 스릴러가 되지를 않나…….”
“요즘은 굳이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퓨전이 많잖아.”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읽는 내내 너무 혼란스러워. 독자가 도저히 적응을 할 수 없는 글이야.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어디로 튀고 있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문장이라도 좀 매끄러우면 그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텐데, 문장은 혼란스러움만 더 가중시키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정신이 없어.”
“그, 그 정도로 형편없어?”
“형편없는지 어떤지도 모르겠다. 내가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는걸.”
‘그건 너의 이해력 부족 때문이잖아!’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다. 사실 경숙이는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내가 보기에 문학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그런 그녀에게 내 글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한 게 잘못인지도 몰라. 내 글은 아무래도 앞서가는 스타일이라 좀 더 감각이 뛰어난 사람에게 보여줬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어쩐지 맥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극히 일반적인 경숙이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대중적 인기를 끌기는 힘들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풀 죽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난 시대를 잘못 태어난 거야. 너무 앞서 가는 감각이 문제라니까…….”
나의 말에 경숙이는 예의 차가운 목소리로 한 마디 툭 내뱉었다.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저걸 친구라고! 친구가 혼신을 다해 쓴 글에 그렇게 매몰찬 평가를 했으면, 미안해서라도 맞장구쳐줘야 하는 거 아냐? 내게는 위로가 필요한 상황 아니냐고! 그러나 경숙이는 전혀 위로의 기미를 띄지 않는 건조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너 평소에 일기도 안 쓰는 애잖아.”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내가 어렸을 때는 이야기 같은 걸 얼마나 잘 만들었는데……. 친구들이 내 얘기를 얼마나 재미있어 한 줄 알아? 그리고 나, 자랑 같아서 말은 안했지만……중학교 때 백일장에서 상 탄 적도 있다. 그 동안 글 쓰는 일을 멀리 해서 그렇지, 검증받은 글 솜씨라고.”
“어렸을 때? 중학교 때 백일장? 어려서 이야기 한 번 안 만들어 보고, 학창 시절에 글짓기로 상 한 번 안타본 사람이 어디 있냐? 그 정도로 작가가 되면 세상에 작가가 넘쳐흐르겠다.”
“그렇게 쉽게 말할 일이 아냐. 그 때 선생님도 내 글을 얼마나 칭찬하신 줄 알아?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각이 있다고. 내가 운이 따라서 시대만 잘 타고 났다면…….”
“그래서? 네 재능을 깨닫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언젠데?”
“그게……너도 알다시피 한 달 전…….”
“그렇게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이 스물다섯 살에 처음으로 글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니? 네게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건 나도 인정하지만-아, 지섭 오빠를 만난 것만 제외하고-꼭 운만 탓할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넌 도대체가 너무 충동적이고……네 글처럼 행동 역시 일관성이 없어. 한 가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한두 번 실패를 한다고 해도 끝까지 밀어 붙여야 하는 거 아냐? 언제나 보면 엉뚱한 일을 벌이고는 금세 네가 할 만한 일이 아니라며 포기해 버리잖아.”
“내가 요리사 자격증 따겠다고 요리 배울 때, 나한테 안 맞는다고 당장 그만두라고 한 게 누군데? 안 맞는 일은 포기할 줄 알아야지, 포기하지 못하는 건 미련스러운 짓이라며?”
“아, 그건……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네가 요리사가 된다는 게 가당키나 하냐? 너 라면 물도 제대로 못 맞추잖아. 밥은 제대로 지을 줄 알아? 그리고 요리학원 오븐을 폭파하는 실력으로 손님 위장을 폭파시킬 일 있니?”
아, 또 하나의 악몽……. 요리학원을 다닌 지 일주일 째 되던 날 생긴 일이다. 그 날은 빵 만들기를 실습하고 있었는데, 이스트를 너무 많이 넣었던 건지 아니면 다른 실수가 있었던 건지……밀가루 반죽이 오븐 속에서 부풀어 오르다 못해 오븐에서 꾸역꾸역 흘러넘쳤고, 급기야는 오븐이 연기를 내며 고장 나버린 것이다.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운이 나빴던 거야! 오븐은 원래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고! 애초에 뭔가 잘못돼 있었던 거야! 그리고 폭파까지는 아니었단 말야!!!”
나의 고통스러운 외침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경숙이는 말을 이었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도대체 갑자기 요리사가 되겠다는 게 웬 말이야. 평소에 전혀 요리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뜬금없이 요리사라니……. 백댄서도 그렇고, 만화가도 그래. 도무지 일관성이 없잖아? 그냥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볼 때마다 그 때 그 때 혹하는 거에 지나지 않아. 네가 초등학생이냐? 이러다가 영화 한 편 보면 영화배우가 되겠다고 하겠지?”
갑작스런 영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나 영화배우나 될까? 이 정도면 미모도 충분…….”
말을 하다가 경숙이의 싸늘한 눈빛에 기가 죽었다. 그래서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조금 우회하기로 했다.
“……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개성파가 인기를 끄는 시대잖아.”
그러나 경숙이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대놓고 무시했다. 내 말을 아예 듣지도 못한 것처럼, 자기가 하던 말을 계속 이었던 것이다.
“남들이 해서 멋있어 보이는 거 말고……네가 정말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잘 좀 생각해 보란 말이야. 충동적으로 저지르지 말고. 넌 좀 깊이 생각하는 게 필요해.”
말이야 쉽다. 이 세상에 나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도 정말 미치도록 알고 싶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 저 일 저질러보는 것이기도 했다. 겪어 보지 않고 어떻게 그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들은 해보지도 않고 자기에게 맞는 일을 다 알 수 있는 걸까? 내가 이상한 건가? 남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척척 써내려가는 시험지에, 전날 밤 밤새도록 공부하고도 답을 한 개도 써넣지 못하는 수험생이 된 기분이었다. 누가 나에게 그 답을 알려 줄 수 있는 거지? 도대체 그런 건 어디 가야 배울 수 있지?
경숙이와 식사를 하면서도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비록 식사 중간에 ‘한 열흘 굶다 나왔냐? 무슨 밥을 그렇게 원수라도 진 듯이 먹니?’라는 경숙이의 잔소리를 들었지만. 그건 내가 식탐이 강해서가 아니라……근심으로 인해 아무 생각 없이, 정말 무의식적으로 숟가락을 움직인 것뿐이란 말이다!
그만큼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내일이면 지섭 오빠와 은혜를 만날 텐데, 그들도 경숙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면 어쩌지? 정말……내가 천부적인 작가가 아니라면?
행운 예감 - 제 4 장 - MY WAY [9]
2
약속장소에서 경숙이를 기다리는 나는 긴장으로 손에 땀이 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무서운 사람이 없는 내가, 가장 절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비장한 심정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오늘은 더더욱 긴장할 이유가 충분했다. 나의 글에 대해 첫 번째 평가를 해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니 말이다.
마침내 그녀가 도착했을 때, 나는 그녀의 얼굴빛부터 살폈다. 처절한 혹평을 던지기 위해 온 것인지, 아니면 나의 글에 감동을 받은 것인지……그녀의 얼굴에서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러나 안경을 낀 가는 눈매와 야무지게 닫힌 그녀의 작은 입술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좋은 징조인지, 그렇지 않은 징조인지……. 다행히도 단도직입적인 그녀의 성격은 나의 궁금증을 오래 남겨두지 않았다.
“글 다 읽었어.”
역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말을 꺼냈다.
“그, 그래? 어땠어?”
“모르겠어.”
응? 모르겠다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게 분명한 그녀의 입에서 모르겠다는 대답이 나오다니……. 이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르다니?”
“정말 모르겠어. 네가 뭘 말하려고 하는 건지,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도대체 알 수가 없어.”
이건 분명히 칭찬은 아닌 것 같다.
“구체적으로 좀 말해 봐.”
“너무 어수선해. 문장도 일관성이 없고, 내용은 더 그렇고……. 로맨스 물인가 하면, 갑자기 판타지로 흘러가고, 판타지였나 싶다가는 호러가 되고, 그게 또 난데없이 액션 스릴러가 되지를 않나…….”
“요즘은 굳이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퓨전이 많잖아.”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읽는 내내 너무 혼란스러워. 독자가 도저히 적응을 할 수 없는 글이야.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어디로 튀고 있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문장이라도 좀 매끄러우면 그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텐데, 문장은 혼란스러움만 더 가중시키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정신이 없어.”
“그, 그 정도로 형편없어?”
“형편없는지 어떤지도 모르겠다. 내가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는걸.”
‘그건 너의 이해력 부족 때문이잖아!’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다. 사실 경숙이는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내가 보기에 문학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그런 그녀에게 내 글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한 게 잘못인지도 몰라. 내 글은 아무래도 앞서가는 스타일이라 좀 더 감각이 뛰어난 사람에게 보여줬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어쩐지 맥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극히 일반적인 경숙이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대중적 인기를 끌기는 힘들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풀 죽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난 시대를 잘못 태어난 거야. 너무 앞서 가는 감각이 문제라니까…….”
나의 말에 경숙이는 예의 차가운 목소리로 한 마디 툭 내뱉었다.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저걸 친구라고! 친구가 혼신을 다해 쓴 글에 그렇게 매몰찬 평가를 했으면, 미안해서라도 맞장구쳐줘야 하는 거 아냐? 내게는 위로가 필요한 상황 아니냐고! 그러나 경숙이는 전혀 위로의 기미를 띄지 않는 건조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너 평소에 일기도 안 쓰는 애잖아.”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내가 어렸을 때는 이야기 같은 걸 얼마나 잘 만들었는데……. 친구들이 내 얘기를 얼마나 재미있어 한 줄 알아? 그리고 나, 자랑 같아서 말은 안했지만……중학교 때 백일장에서 상 탄 적도 있다. 그 동안 글 쓰는 일을 멀리 해서 그렇지, 검증받은 글 솜씨라고.”
“어렸을 때? 중학교 때 백일장? 어려서 이야기 한 번 안 만들어 보고, 학창 시절에 글짓기로 상 한 번 안타본 사람이 어디 있냐? 그 정도로 작가가 되면 세상에 작가가 넘쳐흐르겠다.”
“그렇게 쉽게 말할 일이 아냐. 그 때 선생님도 내 글을 얼마나 칭찬하신 줄 알아?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각이 있다고. 내가 운이 따라서 시대만 잘 타고 났다면…….”
“그래서? 네 재능을 깨닫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언젠데?”
“그게……너도 알다시피 한 달 전…….”
“그렇게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이 스물다섯 살에 처음으로 글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니? 네게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건 나도 인정하지만-아, 지섭 오빠를 만난 것만 제외하고-꼭 운만 탓할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넌 도대체가 너무 충동적이고……네 글처럼 행동 역시 일관성이 없어. 한 가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한두 번 실패를 한다고 해도 끝까지 밀어 붙여야 하는 거 아냐? 언제나 보면 엉뚱한 일을 벌이고는 금세 네가 할 만한 일이 아니라며 포기해 버리잖아.”
“내가 요리사 자격증 따겠다고 요리 배울 때, 나한테 안 맞는다고 당장 그만두라고 한 게 누군데? 안 맞는 일은 포기할 줄 알아야지, 포기하지 못하는 건 미련스러운 짓이라며?”
“아, 그건……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네가 요리사가 된다는 게 가당키나 하냐? 너 라면 물도 제대로 못 맞추잖아. 밥은 제대로 지을 줄 알아? 그리고 요리학원 오븐을 폭파하는 실력으로 손님 위장을 폭파시킬 일 있니?”
아, 또 하나의 악몽……. 요리학원을 다닌 지 일주일 째 되던 날 생긴 일이다. 그 날은 빵 만들기를 실습하고 있었는데, 이스트를 너무 많이 넣었던 건지 아니면 다른 실수가 있었던 건지……밀가루 반죽이 오븐 속에서 부풀어 오르다 못해 오븐에서 꾸역꾸역 흘러넘쳤고, 급기야는 오븐이 연기를 내며 고장 나버린 것이다.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운이 나빴던 거야! 오븐은 원래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고! 애초에 뭔가 잘못돼 있었던 거야! 그리고 폭파까지는 아니었단 말야!!!”
나의 고통스러운 외침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경숙이는 말을 이었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도대체 갑자기 요리사가 되겠다는 게 웬 말이야. 평소에 전혀 요리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뜬금없이 요리사라니……. 백댄서도 그렇고, 만화가도 그래. 도무지 일관성이 없잖아? 그냥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볼 때마다 그 때 그 때 혹하는 거에 지나지 않아. 네가 초등학생이냐? 이러다가 영화 한 편 보면 영화배우가 되겠다고 하겠지?”
갑작스런 영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나 영화배우나 될까? 이 정도면 미모도 충분…….”
말을 하다가 경숙이의 싸늘한 눈빛에 기가 죽었다. 그래서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조금 우회하기로 했다.
“……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개성파가 인기를 끄는 시대잖아.”
그러나 경숙이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대놓고 무시했다. 내 말을 아예 듣지도 못한 것처럼, 자기가 하던 말을 계속 이었던 것이다.
“남들이 해서 멋있어 보이는 거 말고……네가 정말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잘 좀 생각해 보란 말이야. 충동적으로 저지르지 말고. 넌 좀 깊이 생각하는 게 필요해.”
말이야 쉽다. 이 세상에 나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도 정말 미치도록 알고 싶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 저 일 저질러보는 것이기도 했다. 겪어 보지 않고 어떻게 그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들은 해보지도 않고 자기에게 맞는 일을 다 알 수 있는 걸까? 내가 이상한 건가? 남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척척 써내려가는 시험지에, 전날 밤 밤새도록 공부하고도 답을 한 개도 써넣지 못하는 수험생이 된 기분이었다. 누가 나에게 그 답을 알려 줄 수 있는 거지? 도대체 그런 건 어디 가야 배울 수 있지?
경숙이와 식사를 하면서도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비록 식사 중간에 ‘한 열흘 굶다 나왔냐? 무슨 밥을 그렇게 원수라도 진 듯이 먹니?’라는 경숙이의 잔소리를 들었지만. 그건 내가 식탐이 강해서가 아니라……근심으로 인해 아무 생각 없이, 정말 무의식적으로 숟가락을 움직인 것뿐이란 말이다!
그만큼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내일이면 지섭 오빠와 은혜를 만날 텐데, 그들도 경숙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면 어쩌지? 정말……내가 천부적인 작가가 아니라면?
과연 그런 믿기지 않는 일이 사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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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글이 너무 짧네요.
죄송합니다^^;
내용상 다음장으로 넘어가게 되서...부득이하게 이쯤에서 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다음편부터는 지금까지 연재한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시작됩니다.
전에 읽으셨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이제 절대 연재 중단 없이 열심히 연재할께요^^(워낙 신용도를 잃은 작가라...정말 죄송스럽답니다)
참, 제가 잠시 어디를 다녀올 일이 있어서...항상 새벽에 올리던 글을 금요일에는 오후 늦게나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 주세요~
감기가 오려는지 몸이 노곤하네요.
쌍화탕 하나 뎁혀 먹고 한숨 푹 자야겠습니다.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