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1화 - 어떤 여자와의 황당한 만남

김상민200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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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

 

 

 

 

제 1화 어떤 여자와의 황당한 만남

 

동민의 발걸음은 심하게 비틀거린다. 아지랑이가 피듯 입김이 가득히 서리고 밤바람이 무척이나 찬 탓인지 옷깃을 가득 여미고 걸어가는 동민의 걸음은 장단을 맞추듯 좌로 2보 우로 3보씩 흔들거리며 걸어간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거하게 한잔 한 동민은 머리가 아픈지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눈동자도 반쯤 풀려 그의 시선 속에 보이는 것은 온통 어지러운 세상 뿐이다. 그때 한 여자가 동민의 팔장을 꼭 끼면서 다가온다.

 

“ 치사하게 혼자 술 먹고 그러냐?”

 

깜짝 놀란 동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지만, 알코올이 이미 몸 안에 충분히 흡수된 탓에 얼굴이 두개로 겹쳐 보이는 등 동민의 시선 속에 비치는 여자의 모습은 형체 조차 알 수 없다. 동민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쓴다. 눈을 비비고 다시 그 여자를 바라본다. 길게 늘여 틀인 머리카락, 눈동자가 무척이나 크고 입술은 도톰하다. 털이 참 많이도 달린 잠바를 입고 또 치마는 무척이나 짧다. 하지만 너무도 취한 탓에 그녀가 누군지는 기억은 나질 않는다.

 

“ 누…구… 세요? 저 아시는 분인가요? “

 

동민은 그 여자를 빤히 쳐다보면서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 어떻게 취했다고 자기 여자 친구도 몰라보냐? 나 몰라 오빠?

  당신 여자 친구 윤 혜선. 혜선이라고"

 

“ 윤혜선? “

 

머리를 긁적이는 동민.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한 없이 하품만 새어 나오고 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엔 술 냄새로 가득하다. 혀는 있는 대로 꼬이는 지금 서 있는 것 조차 힘들 지경이다. 그런 그 앞에 여자 친구라고 서 있는 사람. 윤혜선? 동민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다는 듯 고개만 갸우퉁 거린다.

 

“ 무슨 소리야? 내 여자 친구 이름은 이 경미라고. 이경미 아~! 하하하 상민이가 보냈지? 아님 김 요한? 나 지금 놀리는 거지? 자식들 싱겁긴.”

 

 동민이는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세상이 떠나갈 정도로 탄성을 지른다. 주머니를 뒤적 뒤적 거리더니 5천원 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어 혜선의 손바닥 위에 올려 놓는다. 그리고서는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툭 때리면서 말한다.

 

  “ 연기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순간 혜선의 얼굴은 일그러진 다. 마치 한 대 치려는 듯한 그런 분위기다. 하지만 혜선은 애써 웃음을 짓는다. 두 주먹을 살짝 쥐고선 동민의 가슴을 애교스럽게 두드린다.

 

  “ 지난 밤에 안 해줬다고 삐졌구나? 알았어. 내가 지금 당장 오빠를 죽여주지.

   그럼 마음이 좀 풀리겠어? 어디로 갈까? 엘레강스 모텔? 아니면… 웨딩 모텔? “

 

혜선은 동민의 팔을 꽉 잡고 화난 듯한 표정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동민의 한쪽 발은 땅에 끌리고 신발은 이미 벗겨진 채 모텔 쪽으로 질질 끌려간다. 하지만 이미 동민은 인사불성으로 잠에 깊이 든 상태이다. 혜선은 겨우 온몸에 땀으로 가득 맺힐 정도로 힘겹게 모델 입구까지 동민을 데리고 오는데 성공한다. 그런 광경을 보고 있는 모텔 주인 아저씨는 마냥 재밌는지 웃기만 한다.

 

“ 남자 친구가 술을 많이 했나 보네. 방 하나? 쿠션 좋은 물 침대 방으로 줄까?”

 

혜선은 모든 게 귀찮다는 듯 퉁명스럽게 받아들인다.

 

“ 이 사람 끌고 가기 제일 편한데 아무데나 주세요. 허허헉~~! “

 

주인 아저씨 덕분에 혜선은 동민을 침대에 눕힐 수 있게 된다. 온 몸에 땀으로 흠 뻑 젖은 혜선 외투를 벗어 던지자 주인 아저씨가 위 아래로 훑어본다.

 

“ 고마워요 아저씨! 그럼 이만 저희는…. “

 

한 참을 넋 놓고 혜선이를 바라보던 주인 아저씨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문을 닫는다. 잠시 후 다시 문을 여는 주인 아저씨. 혜선은 눈에 번개가 치듯 아저씨를 노려보며 문을 ‘쾅’하고 닫는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너부러져 있는 동민에게 다가간다. 지금이 동민에게는 마냥 편한지 세상 모르고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다. 혜선은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대며 동민의 옷을 하나 하나 벗기기 시작한다. 한번의 어색함도 없이 속옷까지 모두 벗겨버린다.

 

    “짜식~! 운동 좀 했나 보네. 오늘 나의 돈 줄이 돼줘서 고맙다. 어쩌겠냐? 오늘

    날 만난 것이 네 인생에서 아주 작은 오점 하나라고 생각해라. “

 

혜선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플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 든다. 그 다음에는 동민의 벗은 모습을 찍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번쩍 번쩍하고 후레쉬가 터지고 혜선은 이리 저리 이동하면서 동민의 누드를 찍는데, 이런 상황도 모르는 채 그는 이미 깊은 꿈나라에 빠진 것 같다.

 

“ 아니야 이건 아냐~ 약해! 이 정도로는 돈이 안되지. 그럼 더 진하게 나가볼까?”

 

혜선은 카메라를 잠시 내려둔 후 자신이 입고 있는 옷 마저 천천히 벗기 시작한다. 천 조각들이 혜선의 살결을 타고 스치며 바닥으로 향하는 소리 그 순간만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고요만이 가득했다. 혜선은 속옷 바람으로 동민의 옆에 눕는다. 한 손으로는 동민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파 묻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높이 들고 활짝 웃는다.

 

“ 자~ 하나 둘 셋!  김치.”

 

그런데 후레쉬가 터지는 순간과 함께 잠시나마 혜선은 울고 있는 듯 했다.

 

그 다음 날, 아침! 모텔의 창문 틈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밀려온다. 그토록 춥던 어제의 날씨는 어디 갔는지 봄 날씨처럼 따사하기만 하다. 동민은 자신의 눈꺼풀 위로 눈부시게 비추는 햇살 때문에 잠에서 깬다. 하지만 눈은 뜨지 못한 채 한 쪽 손을 이리 저리 짚어 보다가 이상하리만치 물컹한 것이 손에 잡혀 눈을 떠 보는데 글쎄 어떤 여자가 자기 옆에서 자고 있는 광경을 보고서는 깜짝 놀란다.

 

“ 으으….으악! 뭐야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

 

동민의 그 요란한 비명소리에 혜선도 잠에서 깬다. 눈을 비비며 여유롭게 동민을 바라보면서 지긋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속옷만 걸치고 있는 자신의 몸에 대해서 전혀 부끄럽지 않은 듯이 동민을 빤히 쳐다본다.

 

      “잘 잤어? 오빠! 어제 자기 너무 끝내줬어. 그래서 바로 기절해 버렸잖아. 너무

       환상적이었어.”

 

동민은 혜선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이다. 자기 머리를 지어 뜯어 보기도 하고 가슴을 마구 두드려보기도 하지만 어떤 행동을 해도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제의 일들이 머리 속에서 영상 필름처럼 돌아가지만 마지막 맥주 한잔 먹고 쓰러진 후 부터 기억이 전혀 안 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모르는 여자한테 실수라도 한 것 같은 죄책감에 사로 잡혀 동민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 그런데 실례지만 누구신지….?”

 

혜선이는 동민이게 서서히 다가간다. 갓난아이가 엄마에게 기어가는 것 같은 포즈로 엉덩이는 최대한 올리면서 동민에게 조금씩 거리를 좁힌다. 반면에 동민은 계속 뒷걸음친다..

 

     “ 뭐야 오빠~ 기억이 전혀 없는 거야? 췟 순진한 여자를 모텔까지 데리고 와서

      그 짓까지 해놓고서는 뭐? 누구세요?”

 

    동민은 여기서 자신이 꼬리 내리면 바로 당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야~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전혀 본적도 없는 얼굴인데 너 누구야? 혹시 꽃뱀

   아냐?그렇다면 날 잘못 봤어. 내가 그렇게 순순히 당할 것 같아?”

 

동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혜선의 눈망울이 촉촉히 적셔오더니 이윽고 울음을 터트린다. 너무 리얼해서 연기인지 진짜로 우는 건지 동민은 전혀 구분을 할 수 없다.

 

      “ 오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뭐 꽃 뱀? 순진한 여자 꼬셔서 모텔까지

       데려와서 재미 다 봐 놓고서는 이젠 날 죄인 취급해? 어젯밤 오빠가 내겐 처음

       이었단 말야. 어떻게 할거야? 책임져.”

 

너무 서글프게 운다. 도저히 동민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너무 울어서 눈시울이 홍당무 보다 더 붉어졌고 눈은 심하게 부어 올랐다. 혜선의 말이 진심이건 거짓이건 동민이게는 이 상황을 빠져 나올 방법이 없었다. 그저 잘못했다고 백번이고 천번이고 비는 수밖에.

 

“ 미안해~ 내가 정말 그랬다면 진심으로 사과할게. 네가 좋아서 했건 아니건 너를

믿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 아무튼 다 미안해 그러니깐 용서해줘. 난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 도 있는 몸이라서. 참…. 염치 없는 말이겠지만, 우리 어제 있었던 일은

모두 잊어버리면 안될까? “

 

갑자기 혜선은 동민의 뺨을 올려 붙인다.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방안 가득히    진동이느껴진다. 동민의 볼엔 빨갛게 잘 익은 군고구마처럼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올랐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동민은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퉁명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옷들을 챙겨 입는다.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사진 한 장을 동민에게로 던져 놓고 문쪽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 그 사진… 내가 10년 만에 웃는 모습이야.”

 

      말 한마디 남기고 ‘쾅’ 하는 문 닫는 소리와 함께 혜선은 보이지 않는다. 안도의 한 숨을 쉬는 동민. 하지만 왠지 모르게 껄끄럽다. 사진 속에 자신과 함께 침대에 누워 활짝 웃는 혜선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동민. 그 여자가 한 말 행동들 모두 거짓이라 해도 왠지 그 웃음만은 진실 같았다.

 

 

  

 

  p.s 얼마전부터 새로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워드를 키고 키보드를

  눌러봅니다. 몇년 동안 일기도 한편 안쓰다가 오랜만에 쓸려니 참 어색한 점이 많습니다.. 허접한

  작품이지만. 저희 흔적을 남겨봅니다 그럼 다른 분들의 더 좋은 글을 읽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