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나타나리라 예상되던 날 나는 저녁 8시쯤 '미스티'를 찾았다. 푸조를 비좁은 주차장 한 귀퉁이에 대고 술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러나 두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재즈바 '미스티'의 단골 손님이었다. 별 일 없으면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들러 술 한 잔씩 하곤 했던 것이다. 냇 킹 콜의 허스키 보이스가 실내에 감미롭게 흐르고 있었다. 손님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재즈 곡들을 감상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다. 테이블 세 개를 아베크족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평범한 양복 차림의 사내 두 명이 바텐더를 보고 마주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냥 갈 것이냐, 아니면 기다릴 것이냐. 나는 30분쯤 기다리기로 했다. 왜냐면 반드시 그들이 나타날 것 같았기 때문에. 새로 일주일이 시작된 이래 두 사람은 내 기대와 달리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내리 다른 곳에서 저녁 시간을 보냈었다. 때문에 해외로 출국하지 않는 한 그들은 이번 금요일에는 꼭 '미스티'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실내 한 구석의 빈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로 목을 축이며 묵묵히 올드팝에 귀를 기울였다. 이 곡의 제목이 뭐더라. 시가 케이스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이며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맞아. 호기 카마이클이 작곡했다던 바로 그 노래로군. 1927년이던가, 어느 여름날 밤 카마이클이 긴 객지 생활 끝에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지난 날 사랑했던, 그러나 이젠 남의 아내가 되고 만 옛 애인을 회상하며 밤하늘을 쓸쓸히 바라보다가 만들었다던 그 명곡이었다. 나도 모르게 멜랑콜리한 분위기에 뉘엿뉘엿 빠져들 무렵이었다. 현관문이 열리더니 한 쌍의 남녀가 다정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실내를 가로질러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의 옆 자리로 왔는데, 문득 남자 손님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쪽으로 걸어왔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 "역시 내 눈이 정확하군. 십여 일 전 워커힐까지 태워다주셨던 분 맞죠?"
내가 짐짓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자 사내는 반갑다는 듯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기억 안나쇼? 얼마 전 올림픽대로에서 거지 하나를 차에 태워줬잖소. 그 거지가 바로 나요. 갖고 계신 차가 푸조 맞죠? 어쩐지 밖에 푸조가 한 대 보이길래 어디서 많이 본 차다, 생각했지. 반갑시다. 나 박준섭이요."
엉거주춤 내민 손을 그는 힘주어 꽉 잡더니 마구 흔들면서 여자 쪽을 보았다.
"미미. 이리 와봐."
여자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선그라스를 벗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과연 미미였다. 처음 학교 앞에서 보았을 때처럼 그녀는 여전히 긴 생머리였다. 그녀는 선그라스를 이마 위로 맵시있게 올렸다.
"인사해. 왜 있잖아, 지난번 우리가 쉐라톤 워커힐에서 만났을 때 내가 차사고 났었다고 했었지? 그때 나를 태워다준 사람이야."
두 사람은 내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맞은편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준섭이 말했다.
"인사해요. 이쪽은 내 걸프렌드."
다리를 포개고 앉은 채 담배연기를 후우, 내 얼굴 쪽으로 내뿜으며 미미는 한 손을 내밀었다.
"미미라고 해요." "백성민입니다."
손은 작았으나 손가락이 긴 편이었다. 그리고 손바닥 살결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마주잡은 손을 놓을 즈음 미미는 내 얼굴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어디서 한 번 뵌 듯 한 데, 기억이 통 나질 않네."
하지만 느낌으로써랄까, 그녀는 나와 마주친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면서도 일부러 준섭을 의식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 같았다. 나는 모른 체하기로 마음 먹었다.
"듣자니 차를 기막히게 모신다고 그러던데.....혹시 프로?" "아마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때 준섭이 끼어들었다.
"아니 아니, 그렇지 않아. 내가 보기엔 진짜였다구. 오죽하면 그날 내가 바지를 다 갈아입었겠어."
준섭이 낄낄거리자 미미는 곱게 눈을 흘겼다.
"정말이야. 난 그날 진짜 한강 다리 위에서 죽는 줄로만 알았다구. 이제서야 말이지만, 바지를 갈아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찔끔 한 것만은 사실이야."
종업원이 다가왔다. 미미와 준섭은 제각기 좋아하는 칵테일을 주문했고, 나도 마시던 것으로 재차 주문했다. 술이 왔을 때 달착지근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미미는 내 잔을 보며 물었다.
"그게 뭐죠?" "블랙 러시안." "제가 딱 한 모금만 마셔도 될까요?"
나는 말없이 잔을 건네주었다. 미미는 글라스에 담긴 얼음을 갈색의 술에 섞어 흔들더니 한 모금 살짝 맛보았다. 그러더니 제법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모금, 세 모금 마셨다. 준섭이 위스키 더블을 단숨에 쭈욱 들이켜더니 말했다.
"나도 우리 그룹에선 카매니아로 이름깨나 알려진 편인데, 지난번 백형의 솜씨를 보곤 솔직히 존심에 기스 났수. 아니, 그날 백형의 옆자리에서 내심 놀라자빠진 내 자신이 싫어졌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지. 그래, 정말 나 자존심 상했어."
미미를 보며 한 손의 검지와 장지로 사인을 보내자 그녀는 피우던 담배를 준섭의 손에 넘겼다. 미미가 블랙러시안을 빨며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 뭐야? 한 번 붙어보겠다고?"
의중을 찔린 듯 준섭은 내 얼굴을 힐끗 보며 히죽 웃었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가락을 튕겨, 웨이터를 불러 칵테일을 한 잔 더 주문했다. 블랙러시안은 곧 내 앞에 놓여졌다.
"좋지. 하지만 차종이 다른데 게임이 되겠어? 중고 푸조한테 포르셰는 너무 부담스러울 거야."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엷은 미소를 주고받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상대가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냉정을 잃지 않았다.
"그렇죠? 역시 무리겠지요?"
준섭이 흰 이를 드러내며 이죽거렸다. 나는 술잔을 반쯤 비웠다.
"지금 나와 레이스를 벌이자는 겁니까?"
술잔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나는 담배를 꺼냈다. 준섭은 고개만을 까딱했다. 담배를 한 개피 입에 물고 불을 당겼다. 그리고 나는 지그시 미미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어디서?" "시내 도로. 버스도 다니고 화물차도 다니는." "지금?" "백형만 괜찮다면." "무엇을 걸고?" "글쎄, 뭘 걸까? 내가 이기면 그냥 백형의 차에서 타이어를 두 개쯤 접수하는 걸로 하지 뭐." "만일 내가 이긴다면?" "그때는 글쎄, 뭐가 좋을까? 백형은 뭐가 좋겠어요? 돈 백 드릴까? 아니면 이백? 삼백?"
눈, 코, 입. 미미의 얼굴을 훑고 있던 내 시선은 그녀의 입가에서 멈추었다. 나는 여자의 입술을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가 민망할 정도로 뚫어지게 응시하며 말했다.
"입술, 윤미미씨의 입술."
미미나 준섭 둘 다 놀란 표정이 되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미미와 달리 준섭은 곧 평정을 되찾고 키득거렸다.
"좋았어. 백형이 이기면 미미의 입술을 드리지. 이봐, 미미. 내가 지면 말야. 백형한테 멋진 키스를 한 번 해주라고."
준섭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자 미미는 혀를 낼름 내밀었다.
"좋아요. 꼭 이기세요. 그래서 우리 키스 한 번 멋지게 하기로 해요."
한 술 더 뜬 미미의 말에 나는 이를 사려물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근질거리는 미소를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근데, 백형. 타이어는 카센터에서 떼어내는 게 아니고 백형이 직접 해야 합니다. 시합 끝난 뒤 그 즉시."
예정에도 없었던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너무도 즉흥적이고 우발적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제각기 테이블 위에 있던 칵테일을 깨끗이 비운 뒤 곧 바로 재즈바를 나왔다.
STARDUST (5)
입술과 혀
그들이 나타나리라 예상되던 날 나는 저녁 8시쯤 '미스티'를 찾았다. 푸조를 비좁은 주차장 한 귀퉁이에 대고 술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러나 두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재즈바 '미스티'의 단골 손님이었다. 별 일 없으면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들러 술 한 잔씩 하곤 했던 것이다.
냇 킹 콜의 허스키 보이스가 실내에 감미롭게 흐르고 있었다. 손님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재즈 곡들을 감상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다. 테이블 세 개를 아베크족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평범한 양복 차림의 사내 두 명이 바텐더를 보고 마주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냥 갈 것이냐, 아니면 기다릴 것이냐.
나는 30분쯤 기다리기로 했다. 왜냐면 반드시 그들이 나타날 것 같았기 때문에. 새로 일주일이 시작된 이래 두 사람은 내 기대와 달리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내리 다른 곳에서 저녁 시간을 보냈었다. 때문에 해외로 출국하지 않는 한 그들은 이번 금요일에는 꼭 '미스티'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실내 한 구석의 빈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로 목을 축이며 묵묵히 올드팝에 귀를 기울였다.
이 곡의 제목이 뭐더라. 시가 케이스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이며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맞아. 호기 카마이클이 작곡했다던 바로 그 노래로군.
1927년이던가, 어느 여름날 밤 카마이클이 긴 객지 생활 끝에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지난 날 사랑했던, 그러나 이젠 남의 아내가 되고 만 옛 애인을 회상하며 밤하늘을 쓸쓸히 바라보다가 만들었다던 그 명곡이었다.
나도 모르게 멜랑콜리한 분위기에 뉘엿뉘엿 빠져들 무렵이었다. 현관문이 열리더니 한 쌍의 남녀가 다정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실내를 가로질러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의 옆 자리로 왔는데, 문득 남자 손님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쪽으로 걸어왔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
"역시 내 눈이 정확하군. 십여 일 전 워커힐까지 태워다주셨던 분 맞죠?"
내가 짐짓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자 사내는 반갑다는 듯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기억 안나쇼? 얼마 전 올림픽대로에서 거지 하나를 차에 태워줬잖소. 그 거지가 바로 나요. 갖고 계신 차가 푸조 맞죠? 어쩐지 밖에 푸조가 한 대 보이길래 어디서 많이 본 차다, 생각했지. 반갑시다. 나 박준섭이요."
엉거주춤 내민 손을 그는 힘주어 꽉 잡더니 마구 흔들면서 여자 쪽을 보았다.
"미미. 이리 와봐."
여자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선그라스를 벗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과연 미미였다. 처음 학교 앞에서 보았을 때처럼 그녀는 여전히 긴 생머리였다. 그녀는 선그라스를 이마 위로 맵시있게 올렸다.
"인사해. 왜 있잖아, 지난번 우리가 쉐라톤 워커힐에서 만났을 때 내가 차사고 났었다고 했었지? 그때 나를 태워다준 사람이야."
두 사람은 내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맞은편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준섭이 말했다.
"인사해요. 이쪽은 내 걸프렌드."
다리를 포개고 앉은 채 담배연기를 후우, 내 얼굴 쪽으로 내뿜으며 미미는 한 손을 내밀었다.
"미미라고 해요."
"백성민입니다."
손은 작았으나 손가락이 긴 편이었다. 그리고 손바닥 살결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마주잡은 손을 놓을 즈음 미미는 내 얼굴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어디서 한 번 뵌 듯 한 데, 기억이 통 나질 않네."
하지만 느낌으로써랄까, 그녀는 나와 마주친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면서도 일부러 준섭을 의식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 같았다. 나는 모른 체하기로 마음 먹었다.
"듣자니 차를 기막히게 모신다고 그러던데.....혹시 프로?"
"아마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때 준섭이 끼어들었다.
"아니 아니, 그렇지 않아. 내가 보기엔 진짜였다구. 오죽하면 그날 내가 바지를 다 갈아입었겠어."
준섭이 낄낄거리자 미미는 곱게 눈을 흘겼다.
"정말이야. 난 그날 진짜 한강 다리 위에서 죽는 줄로만 알았다구. 이제서야 말이지만, 바지를 갈아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찔끔 한 것만은 사실이야."
종업원이 다가왔다. 미미와 준섭은 제각기 좋아하는 칵테일을 주문했고, 나도 마시던 것으로 재차 주문했다. 술이 왔을 때 달착지근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미미는 내 잔을 보며 물었다.
"그게 뭐죠?"
"블랙 러시안."
"제가 딱 한 모금만 마셔도 될까요?"
나는 말없이 잔을 건네주었다. 미미는 글라스에 담긴 얼음을 갈색의 술에 섞어 흔들더니 한 모금 살짝 맛보았다. 그러더니 제법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모금, 세 모금 마셨다. 준섭이 위스키 더블을 단숨에 쭈욱 들이켜더니 말했다.
"나도 우리 그룹에선 카매니아로 이름깨나 알려진 편인데, 지난번 백형의 솜씨를 보곤 솔직히 존심에 기스 났수. 아니, 그날 백형의 옆자리에서 내심 놀라자빠진 내 자신이 싫어졌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지. 그래, 정말 나 자존심 상했어."
미미를 보며 한 손의 검지와 장지로 사인을 보내자 그녀는 피우던 담배를 준섭의 손에 넘겼다. 미미가 블랙러시안을 빨며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 뭐야? 한 번 붙어보겠다고?"
의중을 찔린 듯 준섭은 내 얼굴을 힐끗 보며 히죽 웃었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가락을 튕겨, 웨이터를 불러 칵테일을 한 잔 더 주문했다. 블랙러시안은 곧 내 앞에 놓여졌다.
"좋지. 하지만 차종이 다른데 게임이 되겠어? 중고 푸조한테 포르셰는 너무 부담스러울 거야."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엷은 미소를 주고받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상대가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냉정을 잃지 않았다.
"그렇죠? 역시 무리겠지요?"
준섭이 흰 이를 드러내며 이죽거렸다. 나는 술잔을 반쯤 비웠다.
"지금 나와 레이스를 벌이자는 겁니까?"
술잔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나는 담배를 꺼냈다. 준섭은 고개만을 까딱했다. 담배를 한 개피 입에 물고 불을 당겼다. 그리고 나는 지그시 미미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어디서?"
"시내 도로. 버스도 다니고 화물차도 다니는."
"지금?"
"백형만 괜찮다면."
"무엇을 걸고?"
"글쎄, 뭘 걸까? 내가 이기면 그냥 백형의 차에서 타이어를 두 개쯤 접수하는 걸로 하지 뭐."
"만일 내가 이긴다면?"
"그때는 글쎄, 뭐가 좋을까? 백형은 뭐가 좋겠어요? 돈 백 드릴까? 아니면 이백? 삼백?"
눈, 코, 입. 미미의 얼굴을 훑고 있던 내 시선은 그녀의 입가에서 멈추었다. 나는 여자의 입술을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가 민망할 정도로 뚫어지게 응시하며 말했다.
"입술, 윤미미씨의 입술."
미미나 준섭 둘 다 놀란 표정이 되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미미와 달리 준섭은 곧 평정을 되찾고 키득거렸다.
"좋았어. 백형이 이기면 미미의 입술을 드리지. 이봐, 미미. 내가 지면 말야. 백형한테 멋진 키스를 한 번 해주라고."
준섭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자 미미는 혀를 낼름 내밀었다.
"좋아요. 꼭 이기세요. 그래서 우리 키스 한 번 멋지게 하기로 해요."
한 술 더 뜬 미미의 말에 나는 이를 사려물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근질거리는 미소를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근데, 백형. 타이어는 카센터에서 떼어내는 게 아니고 백형이 직접 해야 합니다. 시합 끝난 뒤 그 즉시."
예정에도 없었던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너무도 즉흥적이고 우발적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제각기 테이블 위에 있던 칵테일을 깨끗이 비운 뒤 곧 바로 재즈바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