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 (32)

운운200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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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존재하지 않는 자의 눈물

 

 

 

 

 

 

 

풀리는 매듭과 엉키는 매듭 (2)


두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년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비형랑.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느낌이, 그의 심장을 두방망이질 치게 했다.


드르르륵-

눈앞의 입구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둠을 수직으로 가르며, 가느다란 빛줄기가 새어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비형랑의 불길한 예감은 정확히 적중했다.

입구가 열림과 동시였다. 날카로운 예기가 열린 틈새를 비집고 벼락같이 날아들었다.


“화야! 피해라!”


살기(殺氣)를 감지한 비형랑은 지체 없이 도화를 구석으로 밀쳤다.

푸욱-

방금까지 도화가 서 있던 자리에 반장정도의 깊은 홈이 움푹 패었다.

만일 그대로 있었다면 두 다리가 날아갔으리라!

비형랑에게 밀려 바닥을 한바퀴 구른 소년은, 동굴의 벽에 사정없이 몸을 부딪쳤다. 도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비형랑은 묵운을 짊어진 채, 재빠르게 도화의 앞을 가리고 섰다.

그리고 곧바로 입구를 항해 청룡검을 겨누었다.

웅웅-

청룡검이 격렬하게 검신을 떨었다. 검을 쥔 비형랑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청룡검을 스스로 흥분하게 만들만큼 대단한 존재가, 반대쪽 입구 앞에 버티고 서있을 터!


‘아마도, 이곳의 주인이 당도하신 모양인데! 제길!’


열린 입구의 틈사이로, 재차 공격이 날아왔다.

섬뜩할 만큼 빨랐고, 또한 더없이 날카로웠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그냥 당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는 급히 진기를 끌어 모았다. 비형랑의 손바닥과 하나가 된 청룡검! 그의 진기가 검으로 쑥쑥 빨려 들어갔다.

비형랑은 두 눈을 치켜뜨고 날아드는 공격을 똑바로 주시했다.


‘채찍인가?!’


두 줄기의 검은 기운이 매섭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의 심장을 노리고 파고드는 날카로운 기운! 비형랑은 거침없이 청룡검을 가로로 내저었다.

부우웅-

깔끔하게 공간을 베어내는 쾌검!

푸르스름한 빛을 뿜는 청룡검의 검날은, 뱀같이 날아드는 기운의 허리를 정확히 끊어냈다.

콰직-

몸통을 잘린 검은 기운은, 끔찍한 소리를 내질렀다.

끼아아악-

펄떡거리며 몸부림치던 잘린 기운은, 허공 속에서 산산이 부서지며 무(無)로 돌아갔다.

과연 천하의 명검, 청룡검(靑龍劍).

서릿발 같이 맑고 웅혼한 검날은, 괴이한 기운을 단칼에 소멸시켰다.

허나 공격한 비형랑역시 화들짝 놀랐다. 날아들던 괴상한 기운을 검으로 베는 순간이었다.

지극히 짧았던 바로 그 순간! 끔찍한 고통이 팔을 관통했다. 쭉 빨려들던 소름끼치는 감각!

청룡검을 쥔 팔뚝이 아련하게 저려왔다.


‘이, 이건 아까 묵운이라는 사내를 잡았을 때와 같은 느낌……! 맞구나! 그놈이야!’


비형랑은 급히 고개를 돌려 도화를 보았다. 이미 자세를 갖춘 도화는 품안에서 부적을 꺼내어 들고 있었다. 비형랑의 눈빛이 사냥직전의 독수리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도화야! 틀림없이 그놈이다. 결국은 마주치는 구나!”


도화는 굳은 눈빛으로 비형랑을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얼굴에도 역시나 비장한 각오가 물씬 풍겨났다. 묵운을 한쪽 옆에 내려놓은 비형랑은, 큰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금 입구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이 사내를 데리고 무사히 나가야 하는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잔뜩 노한 음성이 동굴의 벽을 흔들며 쩌렁쩌렁 울렸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 어떻게 이 곳까지 기어들어 왔느냐!”


벌어진 입구에서, 드디어 한 인영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인영을 자세히 보기위해, 비형랑은 지그시 두 눈을 찌푸렸다. 오는 내내,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놈이라면, 반드시 정상적인 놈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허나 들어나는 상대의 모습은 그의 예상을 뒤엎었다. 단정하고 깔끔한 서생의 모습.

키도 꽤 컸고, 제법 미남이라고 불릴 만 했다. 다만 날카로운 눈초리와 얇은 입술이 신경질적인 성품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생의 손아귀가 서서히 들려 올려졌다.


“어찌 기어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만, 나가는 길은 이 순간 닫쳤다. 크크!”


그리고 그의 다섯 손가락이 정확하게 비형랑을 지목했다. 순간 그의 손바닥 아래에서 다섯줄기의 검은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손끝을 타고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다섯 가닥의 어둠!

목적지는 상대의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펄떡이는 심장!

타앗-

곧바로 비형랑은 있는 힘껏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동시에 처음 두 줄기의 뇌전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발바닥을 스쳤다.

츠츠츠측-

스쳤을 뿐인데도 그의 가죽신 바닥이 부스스 녹아들었다. 그의 두발이 땅을 벗어남과 동시에, 남은 세 가닥의 뇌전이 거침없이 비형랑의 몸을 파고들었다. 그는 즉시 허리를 뒤로 꺾었다. 그의 두 팔을 노리던 검은 뇌전은 아찔하게 허공을 휘감았다. 공기를 가르는 섬뜩한 파공음이 귀를 스쳤다. 비형랑은 뒤로 제비를 돌며 두 팔로 바닥을 짚었다.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몸놀림이었다. 허나 심장을 노리던 남은 하나의 뇌전이 막 그의 등을 꿰뚫기 직전이다. 도저히 피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지켜보던 서생의 입 꼬리가 사악하게 말려 올라갔다. 다급한 도화의 외침이 허공을 때렸다.


“형!! 뒤를 조심해!! 등이야!!”

‘날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면 안 되지!!’


비형랑은 팔꿈치의 탄력을 이용하여, 그 자세에서 몸을 왼쪽으로 급하게 회전시켰다. 돌개바람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반대쪽 동굴 벽으로 급히 몸을 날렸다.

덕분에 그의 등을 노리던 검은 뇌전은, 간신히 옷자락만을 태웠을 뿐이다.

목표물을 잃은 뇌전은, 날아오던 힘 그대로 사정없이 동굴의 오른쪽 벽을 때렸다.

콰르릉

검은 뇌전을 맞은 벽이 우수수 부서져 내렸다. 비형랑은 재빨리 일어나, 다시 중심을 잡고섰다. 그리고 입구에 서있는 서생을 향해 청룡검을 날카롭게 겨누었다. 벽에 부딪힐 때 잘못되었는지, 오른쪽 어깨가 쿡쿡 쑤셔오며 예사롭지 않게 욱신거렸다. 허나 꾹 참고, 겨눈 청룡검에 기운을 흘려 넣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생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비릿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제길……! 탈골은 아닌데?!’

“이 쥐새끼 같은 놈! 알고 보니 날 다람쥐로구나. 허나 네 재주는 여기서 끝이다! 뒤에 숨은 젖비린내 나는 어린 녀석까지!”


“무슨 일이야! 막내야, 괜찮으냐?!”

“아니, 이, 이곳에 웬 동굴이?! 그건 둘째 치고, 사제 이들은 또 누구인가?”


우당탕거리는 소리에 놀란 서생의 일행들이 급하게 동굴로 달려왔다. 그들은 서재로만 알고 있던 곳에 난데없이 동굴이 나타났다는 사실보다도, 갑자기 벌어진 전투에 더 당황하고 있었다. 어둠에 반쯤 가려진 동굴저편의 사내는, 자신의 막내사제를 향해서 검을 겨누고 있었다. 얼핏 보아도, 일단은 적임이 틀림없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

흑의를 걸친 사내와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뚱뚱한 사내도, 천천히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어 들었다. 그 모습을 흘깃 훔쳐보는 서생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실렸다.


적으로 짐작되는 녀석의 일행이 둘이나 더 나타나자 비형랑의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구석에 눕혀둔 묵운을 보았다. 도화가 마문(魔文)의 기운을 잠시 봉했다고는 하나, 언제 해제될지 모를 일이었다. 길어야 한 시진.


‘그전에 저 사내를 작약어른께 보여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없다.’


비형랑은 타오르는 눈으로 서생을 노려보았다. 동굴에서 보았던 추악한 몰골들이 떠올랐다. 뜬눈으로 뱃속의 아이를 빼앗기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여인의 시체들.

그리고 빛도 보지 못하고 넝마가 된 채, 잔인하게 난자당한 가련한 태아(胎兒)들.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격이다.

비형랑은 처음으로 하늘을 원망했다. 미끈한 서생의 얼굴.

적어도, 적어도 인간으로써 이런 짓을 꾸밀 수 있다면, 최소한 반쯤 미쳐있거나 아니면, 정신 나간 괴인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는가! 허나, 눈앞의 저 악마는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이곳에 오는 동안 갖은 고초를 겪은 자신의 몰골이 더 엉망진창이니.

비형랑은 으드득 이빨을 갈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네 이놈! 인두껍을 쓴 마귀새끼! 네 놈이 분명 서문탁이렸다?!”


비형랑은 천천히, 허나 진한 분노가 실린 저음을 토해냈다. 흠칫 놀라는 서생! 그러나 곧 표정을 풀고 예의 비웃음을 흘렸다. 곁에선 그의 사형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귀새끼라니?


“이런! 우연히 숨어든 쥐새끼가 아니라, 날 찾아온 손님이었나 보구나!!”

“사제, 아는 자인가?”


넷째사형이 의문 섞인 눈으로 서문탁을 보며 물었다. 서문탁은 빠르게 시선을 옮겼다.

자신을 노려보는 비형랑과 사형들을 번갈아 보았다. 잠시 서문탁의 두 눈이 거지 행색의 비형랑에게 머물렀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이지? 하긴 살수새끼도 지발로 기어들어온 마당이니. 일단은 사형들을 이용하자. 일단 저놈부터 처리하고, 팽가와도 거리를 벌려두는 게지.’

섬뜩하게 눈빛을 빛낸 서문탁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대신 사형들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소곤거렸다.


「아마도 팽가주, 그년이 절 핍박하기 위해서 보낸 자 같군요. 혹은 노부의 끄나풀일지도. 사형들……. 절위해서라도 저자를 그냥 돌려보내지는 않으실 테지요?!」

「무엇이라? 그들이 너에게 어찌 이리할 수 있단 말이냐! 더군다나 우리가 네 곁에 와있는, 오늘 같은 날까지!! 진정으로 해보자는 거구나!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걱정마라. 네 곁에는 내가 있다. 또한 큰 사형도 있으니!」


가주의 집무실을 나서면서부터 계속 심사가 뒤틀려있던 넷째사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벌써부터 검을 빼들며 동굴 안으로 뛰어들 기세였다. 허나 흑의를 펄럭이는 서문탁의 큰 사형은, 조금 더 신중한 인물이었다. 가주가 그렇게 앞뒤가리지 못하는 인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더군다나 자신의 막내사제가 내뿜는 기운도, 걱정스러울 만큼 의심스러운 그였다. 가늘게 눈을 뜬 그는, 서문탁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자가, 가주가 보낸 놈들이라는 증거가 있느냐?!」


서문탁이 머뭇거리던 바로 그 순간 이었다. 태산과 같은 기세로 비형랑이 달려들었다.

선제공격. 

작전모의라도 하듯 쑤군거리는 적들을 보며, 비형랑은 가차 없이 검을 빼들었다.

수에서 밀린다면, 일단은 저들이 입을 맞추기 전에 치고 들어가는 편이 유리했다.

살심(殺心)을 가득 풍기는 일갈이 터져 나왔다.


“결코 용서치 않겠다. 네놈의 사지를 찢어 죽이리라!”


달려드는 비형랑을 보는 서문탁은, 움츠러들기는커녕 오히려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비형랑을 향해 두 팔을 겨누며 같이 외쳤다.


“이놈!! 정녕 그년이 날 죽이라하여 널 보낸 것이로구나! 오냐, 오너라!”


그년이라?! 그 순간 비형랑은 홍루각에 누워있던 해루를 떠올렸다. 감히 저 더러운 입으로 불쌍한 그 아이를 입에 담다니! 비형랑의 눈에서 불똥이 튀겼다.


“오냐! 그녀를 걸고 널 지옥으로 보내주마! 죽어라!! 이 악마새끼!”


비형랑의 외침은 서문탁의 곁에 선 두 사형의 귀에도 똑똑히 박혔다.

‘그녀’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인물이, 비형랑이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르긴 했지만.

그들에게 그녀는 팽가의 가주, 팽용화.

냉정한 그의 큰 사형 역시 의심을 거두고, 서서히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공동파의 두 제자모두 두 눈을 흉험하게 치켜떴다. 공동파의 이름을 걸고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태청검(太淸劍) 제1장 비문!”


힘찬 기압과 함께 비형랑의 몸이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의 청룡검은 정확하게 서문탁의 목젖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거듭 허공을 밟으며 도약하는 비형랑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푸른 청룡(靑龍)과 같았다.


“태청검(太淸劍) 제2장 운룡! 제3장 쇄마!!!”


쏴아아아-

솟구쳐오던 비형랑의 검 끝으로, 회오리 같은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빠르게 소용돌이치는 회오리의 눈인 청룡검은, 더 없이 맑은 소리를 내질렀다.

휘웅웅-

주위를 압사시킬 듯한 기운은, 막 서문탁을 짓누르기 직전이었다.

허나 그 순간, 서문탁의 눈에 의문이 가득했다.


‘이, 이건 곤륜의 검이 아닌가?! 이자가 어찌하여?’


공동파의 다른 두 제자들도 놀란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허나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대로 가만히 두었다가는, 사제의 목이 곧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들이 막 몸을 날리려던 순간! 사형들의 우려와는 달리, 서문탁은 은근한 조소를 흘리며 급히 두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의 두 손바닥은 정확히 날아드는 청룡검을 향하고 있었다. 서문탁은 청룡검을 노려보며 입술을 작게 들썩거렸다. 워낙 낮은 소리라 곁에 서 있던 그의 사형들은 미처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와 동시였다. 서문탁의 손바닥아래 장삼자락에서, 벼락같은 두 기운이 솟구쳤다. 시커먼 안개와 같은 짙은 암흑 덩어리는, 날아오는 비형랑의 검풍과 정면으로 맞닥트렸다. 두 기운은 엄청난 속도로 부딪히며, 허공에서 작열했다.

콰콰콰쾅-

두 기운의 충돌은 무시무시한 괴음을 동반했다. 동굴 전체의 벽이 흔들거리는 순간이었다.


‘태청검의 검풍을 이리 간단하게 막아내다니! 내가 여기서 목을 내걸고 널 죽여야겠구나!’


또한 저 쳐 죽일 놈은 여유롭게 공격을 막아내며,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비형랑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이놈!! 쉽게 네놈의 목을 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검풍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으나 비형랑은 날아가던 기세 그대로 서문탁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힘껏 청룡검을 서문탁의 복부로 쑤셔 넣었다. 서문탁은 급히 허리를 빼며, 슬쩍 몸을 틀었다. 그리고 오히려 허공을 지르고 있는 비형랑의 청룡검을 향해 스윽 손을 뻗었다.

츠츠츠츠-

그의 손바닥을 타고 나간 다섯줄기의 채찍 같은 기운!

그 기운이 비형랑의 청룡검을 뱀처럼 휘감았다. 동시에 벼락같은 감각이 검을 타고 그의 팔로 쭉 딸려 올라왔다. 청룡검 역시 괴로운지 검신을 꿈틀거리며 힘껏 저항하고 있었다. 검을 쥔 비형랑의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정신이 혼미해져 왔고, 아까부터 저려오던 어깨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팔뚝의 수많은 근육들이 하나하나 끊겨 나가는 것만 같았다.


“크으읏! 더러운 사술을 행하는 놈! 네놈의 끝을 보겠다.”


순간 비형랑은 발가락 끝에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 단전에 있던 모든 기운을 두 팔로 집중시켰다. 그의 팔뚝의 근육위로 핏줄들이 투두둑 불거져 올라왔다.

콰직-

청룡검이 푸르스름한 빛 무리를 뿌옇게 내뿜기 시작했다. 맑은 기운에 반응한 청룡검이, 격렬하게 검신을 떨며 ‘웅웅’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츠츠측-

청룡검을 꼭 말아 쥐고 있던 다섯 가닥의 암흑 줄기는, 그 순간 주춤하며 느슨해졌다.

그제야 서문탁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싹 가셨다. 대충 대충 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챈 것일까? 서문탁의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 그는 두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손바닥 끝으로 더욱 힘을 밀어 넣었다.

정면충돌.

힘과 힘이 팽팽히 맞부딪쳤다.

타탁- 탁-

피가 타는 긴장감 속에서, 청룡검과 뒤엉킨 검은 기운들 사이에 누런 뇌전이 튀었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그의 두 사형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검을 빼든 그들은 비형랑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그들의 날카로운 검날이 비형랑의 어깨와 허벅지를 노리고 날아드는 순간!


“결박(結縛)의 술! 땅이여 묶어두라! 갈!!”


날카로운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곧바로 공동파의 두 제자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넷째 제자가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으앗! 큰 사형!! 땅이, 땅이 울렁거립니다. 어이쿠!”


퉁퉁한 볼을 실룩이며 이리저리 팔다리를 휘젓던 넷째는, 마침내 엉덩방아를 찧었다. 허나 그의 큰 사형은 제법 꼿꼿이 균형을 잡고 있었다. 그는 불쾌한 눈으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과 넷째를 둘러쌀 만큼 되는, 한 장정도 크기의 원이었다. 그 경계 안의 땅이 마치 출렁이는 수면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흑의를 걸친 사내는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놀랍게도 아직은 앳돼 보이는 소년이 앙칼진 눈을 빛내며 자신들을 향해 주문을 읊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첫째제자.

피식. 

흑의를 걸친 사내의 입에서 바람 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고작 어린아이가 아니냐! 허허! 이놈 맹랑하구나!!”


사내는 웃음을 싹 거두어들인 후, 도화를 향해 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힘껏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도약했다.

타앗-

일렁거리는 진흙탕에서 막 발을 빼낸 순간이었다.

불쑥

투박한 손모양의 진흙덩어리가 솟아 올라와서 그의 발목을 확 낚아챘다. 진흙 덩어리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진흙 손이 그의 두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결과적으로 그의 두 발은 일렁이는 바닥에 단단히 옭아매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넷째사제역시 어쩔 줄 몰라 하며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보아하니, 꼬마 녀석이 보통이 아니로구나! 소악귀(小惡鬼)놈! 그 버릇을 고쳐주마!”


사내의 두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발을 떼어내려던 일체의 노력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일렁이는 진흙바닥은 더욱 굳건하게 그의 두 발을 대지에 붙들었다. 그는 자신의 흑의 안으로 빠르게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오히려 이 상확을 역이용했다. 굳건하게 붙들린 두 다리를 축으로 삼았다. 힘껏 상체를 한바퀴 휘젓는 첫 번째 제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넷째 제자의 얼굴이 ‘옳거니!’ 하며 환하게 펴졌다.

상체를 휘저은 사내의 양손에서 각각 서른여섯개의 표창이 분수처럼 뿜어졌다.

쐐에에엑-

쏟아지는 표창들은 무서운 속도로 허공을 가로질렀다.

일흔두 개의 은빛 빛줄기가 사내의 손바닥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장관이었다. 각각의 표창들은 도화의 요혈을 노리며 매섭게 파고들었다. 여린 소년의 몸은,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길 것만 같았다. 피하고자 해도 피할 곳이 없었다. 도저히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도화의 얼굴이 짙은 잿빛으로 질렸다.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이 뒤범벅이 된 표정이었다.

공포는 소년의 사고를 마비시켰다. 도화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그만 굳어 버렸다.


허나 사내의 표창들은 평소보다 한층 더 거센 위력으로 휘몰아쳤다. 다리를 고정시키고 원심력을 이용한 덕분이었다. 실전에서는, 경험(經驗)의 차이가 곧 실력의 차이가 되는 이치.


“비창무(飛槍舞)! 아직 어린 아이에게 그렇게 잔인한 손속을 쓰다니! 화야!!”


수십 개의 표창들이 도화에게 덮쳐드는 모습을 본 비형랑은, 털이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서문탁을 따돌리고 도화의 근처로 가려 하였으나, 서문탁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비형랑의 가슴이 절박하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디를! 너는 내 손에 목줄을 뜯길 것이다! 크크”

“이, 이놈!!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나의 하늘은……. 이 자리에서 네 심장을 취하라고 이르시는데?! 잔말 말고 죽어라!”


팽팽한 긴장감이 한 순간에 흐트러져 버렸다. 비형랑이 도화 쪽으로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서문탁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서문탁은 시간을 더 지체할 생각이 없었다. 보아하니 저기 보이는 꼬마 녀석도 술법을 다루는 실력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이번 한 수로 네놈의 심장을 가른다! 잠시만 허락된 그분의 힘을 빌리마……. 크크’


비형랑은 갑자기 놈이 풍기는 기세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서문탁의 전신으로 검은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난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오른손이 매섭게 비형랑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보기에도 징그러울 만큼 거무칙칙하게 변색된 손은 그 크기도 보통사람의 세배쯤으로 부풀어 있었다.


‘저 손에 가격당한다면, 반드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일단 급히 몸을 뒤로 뺐다. 그러나 이내 목덜미에 다가오는 섬뜩함을 느끼고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숙였다. 서문탁, 그는 어느새 귀신같이 자신의 뒤에 서서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흉측한 손이 그의 척수를 찌부러트리기 직전이었다. 비형랑은 청룡검을 슬쩍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손잡이를 반대로 쥐고, 자신의 겨드랑이 뒤로 힘껏 밀어 올렸다.

챙강!

청룡검과 부딪힌 시커먼 손(毒手)!

괴상하게도 쇠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퍼런 뇌전이 치직 거리며 튀겼다. 비형랑은 그 틈을 벌어 재빨리 서문탁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그의 신경은 온통 도화에게로 쏠려있었다. 표창들이 여린 도화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아아아!! 안된다!! 도화야 숙여!!”


비형랑은 있는 힘껏 도화를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의 전신은 쾌속하게 앞으로 쏘아졌다. 그의 몸은 흐릿한 잔영을 남기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허나 그래도 늦었다. 표창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


‘제길! 제길! 제길!!’


비형랑의 표정이 허옇게 질렸다.


퍼버벅-

퍽-

퍼벅-


일흔두 개의 시린 빛줄기가 사정없이 대상에 틀어박혔다. 암기가 살에 박히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비형랑의 사고를 정지시켰다. 그는 그만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머릿속이 까맣게 비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허나 잠시 후.

표창들이 남긴 시린 빛무리가 사라지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게 된 비형랑!

그의 두 눈엔 놀라움과 비통함으로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흰, 흰둥아……. 흰둥아!!! 아아……!”


날카로운 소년의 비명소리가 동굴을 가득 메웠다. 비형랑보다는 곁에 선 흰둥이가 약간 더 빨랐다. 충직한 영물 흰둥이는, 주인이 위험에 처하자 서슴없이 자신의 몸을 허공에 날렸다. 모든 표창은 흰둥이의 등판에 빼곡히 박혀있었다. 마치 끔찍한 고슴도치 같았다. 야호의 흰 털은 쏟아진 피로 점점 시뻘겋게 물들어갔다.


“아아아아……! 아아……!”


흰둥이의 피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도화! 소년은 멈칫멈칫 다가가 흰둥이의 몸을 더듬었다. 도화는 야호의 몸에 박힌 표창 하나를 푸욱 뽑아 들었다.

울컥울컥-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허나 눈에 익은 붉은 색이 아니었다. 시커멓게 죽은 피.

표창의 끝에는 맹독이 발라져 있었던 것이다.

흰둥이의 두 눈이 힘겹게 떠졌다가 이내 감겼다. 그 모습을 처연하게 내려다보는 도화.


“흰 둥아……!”


도화의 뺨을 타고 굵은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한줄기가 두 줄기가 되고, 두 줄기가 네 줄기가 되었다. 샘물처럼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공동파의 두 제자는 흥! 하며 코웃음을 흘렸다.


‘그깟 개새끼 한 마리 죽은 걸 가지고! 하긴, 주인을 대신 하였으니 명견(名犬)이긴 하군.’

“사형! 아까웠수! 이번엔 내가 처리하리다! 저런 어린놈은 뱃가죽에 칼집을 한번 먹여주면, 겁을 먹고 오줌을 질질 싸는 법이지요. 클클클”


술법을 건 시전자가 집중을 잃자, 어느새 자신들의 두 발을 제압하고 있던 바닥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넷째사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득달같이 소년에게 달려갔다. 그는 검을 쭉 빼들었다. 꼬마 녀석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후딱 해치울 심산이었다. 그의 큰 사형도 천천히 걸음을 옮겨왔다. 이미 서문탁도 그들의 코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넷째 제자는 갈지자(之)를 그리며, 자신의 검을 소년에게 휘둘렀다.

챙강-

허나 그의 검로(劍路)는 허공에서 차단당했다. 도화를 향해 달려오던 비형랑이 내던진 청룡검은 그의 검을 튕겨냈다. 비형랑은 청룡검을 던진 후, 보법을 밟아 순식간에 넷째제자의 코앞까지 달려갔다. 비형랑은 두 팔뚝으로 급히 진기를 끌어올렸다.

퍼억-

그의 무쇠와 같은 주먹이 넷째제자의 가슴을 강타했다. 곧바로 빙그르 돌며 무릎으로 그의 오금을 타격했다.


“쿨, 쿨럭!”


동시에 내던진 청룡검의 손잡이를 물 흐르듯 다시 잡아든 비형랑!

그는 지체 없이 팔뚝에 감아두었던 진기를 청룡검으로 쭉쭉 밀어 넣었다.

쮸웅-

청룡검의 검신을 타고 푸르스름한 빛이 한층 강렬하게 일었다.

그는 검을 옆으로 잡고 수평으로 홱 휘둘렀다.

챙강-

넷째제자의 검은 감히 청룡검의 검기를 거스르지 못하고 반대편으로 튕겨 날아갔다. 날아간 검은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동굴 벽에 푹 박혔다. 넷째제자는 흉하게 얼굴을 찡그리고는 재빨리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비형랑의 공격을 눈여겨보던 큰 제자의 눈에 이채가 일었다.


‘과연 초식의 응용이 뛰어난 자다! 전혀 얽매임이 없구나. 검을 몸과 같이 다룬다!’


큰 제자는 미간을 가늘게 찌푸렸다. 긴장된 표정으로 재빠르게 손을 허리춤으로 내렸다.  흑의를 갈무리하고 있던 허리띠를 쭉 뽑아들었다. 야들야들하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투명한 검날의 연검! 허나 그 날카로운 예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알려진 그의 주무기는 다양한 암기들과 연검술이었다.

휘리릭-

눈에 보이지 않는 예기가 쾌속하게 날아들었다. 이리저리 휘어지며 파고드는 검날은, 도저히 그 방향을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저자가 휘두르는 연검에는, 날카로움을 넘어선 힘(力)이 있었다. 따라서 방어하기도 몹시 까다로웠다.

그 순간 비형랑은 자신도 모르게 사부인 검선의 말을 떠올렸다.


「강함만으로는 부드러움을 상대하기 힘든 법. 허나 방법은 있지. 알고 싶으냐?」

‘쳇. 나도 다급하긴 다급한가 보군. 이 순간에 곤륜산의 노부가 떠오르는 걸 보니.’


파고드는 연검의 검로를 훑는 비형랑의 얼굴에, 피식 미소가 새어나왔다. 그 모습은 공동파의 큰 제자에게 충분히 도발적으로 비춰졌다. 그의 연검이 한층 더 매섭게 날아들었다.


「버려라. 껍데기를 훌훌 날려버려. 강함을 벗어버려라. 그러면 곧 네 검이 사라질 것이야」

‘망할 영감탱이. 쉽게 설명을 해 주던지!’


잔뜩 미간을 찌푸린 비형랑! 그의 긴장된 뺨을, 아슬아슬하게 적의 연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사각-

날카로운 검날에 잘려진 서너 가닥의 머리칼이 눈앞에서 흩날렸다.


「물은 개울을 굽이치며 부드럽게 흐르다가도, 폭포수가 되어 바위를 뚫는다.」


투명한 연검은 비형랑의 사혈만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그 검의 끝은 날름거리는 뱀의 혓바닥처럼 방향을 종잡기가 힘들었다. 비형랑의 몸 여기저기에 작은 선혈들이 난자하게 긁혔다. 무수히 그어진 검 상처에서는 붉은 핏방울이 하나 둘 맺혀 올라왔다.


‘물이 되어라?!’


갑자기 비형랑의 방어자세가 일순간 바뀌었다. 아까까지는 강하게 끊는 방어였다면, 지금은 왠지 상대의 검을 안아드는 듯 했다. 첫째제자의 연검이 그의 옆구리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슈아악-

그 순간 비형랑은 자신의 옆구리를 내주었다. 그리고 청룡검의 검날로 연검을 슬쩍 부딪친 후, 급히 팔을 당겼다. 날아오던 연검의 힘은 배가되어 청룡검과 함께 목적지를 파고들었다.

곧바로 비형랑은 팔에 모아두었던 기운을 급하게 반동으로 튕겨내었다.

투웅-

마치 힘껏 내려친 오뚝이가, 주어진 힘의 크기만큼 세차게 우뚝 일어서듯!

비형랑은 연검의 힘을 역이용해 상대의 검을 퉁겨냈다. 또한 자신의 공력을 주입시킨 청룡검은, 허공에서 푸른 파장을 일으키며 상대를 짓이겨 들어갔다.


‘헉! 이것은 사부님만의 파훼법인데?! 어찌 이자가! 설마, 이 순간 날 상대하며 답을 찾았단 말인가?!’


큰 제자의 얼굴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흘렀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정신을 집중했다.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빠르게 오른손을 벋었다.

슉슉슉-

세 개의 암기가 호선을 그리며 비형랑을 파고들었다. 암기를 쏘아낸 자는 득의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비형랑이 청룡검으로 암기를 쳐내기 직전이었다. 큰 제자가 크게 손을 한바퀴 휘저었다.

놀랍게도 그 순간 암기들은 주인의 명을 듣듯, 비형랑의 턱을 스치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런! 암기를 조정하는구나!’


큰 제자의 손이 가차 없이 사선으로 내리그어졌다. 그와 동시였다. 허공으로 도약하던 암기들은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쏘아진 목표물은 구석의 도화!

그것을 확인한 비형랑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쳐 죽일 놈들!

그와 동시에 상대의 연검이 비형랑의 어깨를 노리며 매섭게 파고들었다.

찰나의 시간.

비형랑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저 없이 자신의 검에 최대의 진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곤 곧바로 도화를 노리고 파고드는 암기들을 향해 내던졌다.

청룡검은 주인의 뜻을 간파했다. 명검은 검날을 떨며 처연하게 울부짖었다.

웅웅-

휘우웅-

한 마리 푸른 용처럼 허공을 가르며, 호선으로 날아가는 청룡검!

검은 용꼬리와 같은 잔영을 남기며, 세 개의 암기를 허공에서 모두 쳐내었다. 검날에 토막 난 암기들은 도화의 주변에 흩뿌려 졌다. 소년은 흰둥이 앞에 멍하게 앉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굵은 눈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지며 흰둥이의 붉은 핏물에 파랑을 일으켰다.


“크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동굴을 뒤흔들었다. 방어를 포기하고 청룡검을 날린 비형랑은, 적의 연검을 고스란히 어깨로 받아 내었다.

퍼억-

피부를 찢고 근육을 끊어내는 검날이, 가차 없이 어깨를 짓이겼다. 엄청난 고통이 그의 어깨를 관통했다. 첫째제자의 입술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는 흑의를 펄럭이며 재차 연검으로 진기를 주입했다.

부륵-

어깨에 꼽은 연검의 방향을 수직으로 비틀며, 비형랑의 오른쪽 어깨 전체를 휘저어 놓았다.

분수 같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비형랑은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급히 무릎으로 진기를 주입시켰다. 그는 뒤로 몸을 튕기며, 적의 거리 밖으로 빠져나왔다. 끔찍한 고통으로 다리가 후들거려 왔다. 자신의 어깨를 힐끔 내려다보았다. 난자하게 끊어진 근육들 사이로 허연 뼈가 들어났다.

연검의 예기에 뼈도 상한 듯했다.

투두둑-

그의 어깨뼈 절반이 내려앉았다. 그래도 다행히 도화를 보니, 암기들로부터 무사한 것 같았다.

정신이 가물가물해져 왔지만, 그는 그 순간 웃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건, 멋진 일이군.’

“죽어라. 이 쥐새끼!”


어느새 다가온 서문탁이 비형랑을 겨냥하여 다섯 손가락을 쭈욱 뻗었다. 손끝에서 뻗어 나온 다섯 줄기의 어둠은, 정확히 비형랑의 요혈을 노리며 비호처럼 날아들었다.

목표는 두 다리, 목 그리고 이미 넝마가 된 그의 오른쪽 어깨.

방어할 검이 없음은 물론이고, 오른쪽 팔마저 움직일 수 없었다. 비형랑에게는 더없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갑자기 모든 순간이 매우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타앗-

펄쩍 뛰어올라 처음 두 줄기는 간신히 피했다. 그는 그 힘을 이용하여 재차 공중제비를 돌고자 했다. 허나 갑자기 무리를 한 탓일까? 아니면 쉼 없이 흘러내리는 출혈 때문일까……! 

허공에서 그의 머리가 빙그르 돌았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틈을 놓칠 리 없는 서문탁의 채찍이, 사정없이 그의 목덜미를 휘감았다.


“크아아아아!!”


그것은 검이 어깨를 헤집어 놓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그의 영혼을 통째로 찌부러트리는 것 같은 고통! 내장이 타들어가고 온몸의 세포가 차례로 터져나갔다.

츄욱-

남은 두 줄기의 어둠이 가차 없이 그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이미 뼈까지 들어난 그의 어깨를 꿰뚫고 지나가는 잔인한 손속이었다. 말 그대로 그의 어깨가 너덜너덜하게 헤어져, 곧 팔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만 같았다. 비형랑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동굴을 가득 메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공동파의 두 제자의 눈도 슬며시 찌푸려졌다.

마지막 마무리.

서문탁은 장삼에 가려두었던 괴손을 꺼내어들고 서서히 다가왔다. 거무칙칙하고 커다란 손이 비형랑의 심장을 파고들려는 그 순간이었다.


콰직!

벼락같은 뇌전이 날아들어 서문탁의 괴손을 강타했다.

푸츠츠츠-

그 어떤 것으로도 타격을 받지 않을 것 같은 괴손이었다. 비형랑의 검기에도 끄떡없던 괴손. 허나 벼락같이 내리꽂힌 뇌전의 공격에, 손등에 덩그러니 구멍이 생겨버렸다.

울컥울컥

그 구멍을 타고 녹색의 진득한 독액이 쏟아져 나왔다. 서문탁의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으아아악! 누구냐!!!”


서문탁은 두 눈을 부라리며, 성난 사자처럼 고함을 질렀다. 그의 눈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너, 너넌!”

“멈추어라. 그리고 그에게서 떨어져.”


검은 곱슬머리를 어깨춤에서 일렁이는 소년이었다. 소년은 저벅저벅 서문탁을 향해서 걸어왔다. 소년의 하반신을 중심으로 보랏빛 기운이 일렁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희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위에 덮어진 흰 막이 무섭게 서문탁의 얼굴을 파고들었다.

츠츠츠츳-

소년의 왼손에는 둥글게 뭉쳐진 뇌전이 타닥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소년의 눈을 본 서문탁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허나 곁에선 그의 두 사형들은 소년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어린놈이 요망한 사술을 부리는 모양이 보통이 아니구나! 내 아까 네놈의 싹을 베어내지 못한 것이 한이다!”


그는 연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소년은 품안에서 두장의 부적을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달려오는 이들을 향해 내던지며 낮게 중얼거렸다.


“결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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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 (32)울님들 다들 잘 지내셨어요?

벌써 정신없는 한주가 후다닥 지나가 버리는 토요일입니다.

토요일에도 출근하시는 우리 님들(ㅠ_ㅠ) 제 글을 보며 위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오늘이 벌써 12월3일 입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가지요? 시간이 살과 같이 흐른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네요.

슬슬 한해를 마무리 할때가 된것 같아요.(^_^)『도화』 (32)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비형랑이 크게 다쳐 걱정이 되네요.『도화』 (32)헤헤.

도화가 어려움을 잘 헤져 나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정말로 양을 줄여서 자주 연재할까요? 흐름이 끊길가 염려되어.. 쭉 올렸던 것인데...^^ㆀ 

한번에 읽어 내리는 짜릿한 쾌감! 그게 더 좋지 않나요?! 어헉...나는 변태였던 것인가........! 

지금은 한번에 A4로 16~20페이지씩 올리고 있답니다. 덜덜덜 )

 

날씨가 춥죠?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역시나 파안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기도드려요!

꼬리말 남겨주시고 추천 눌러주시는 울님들~

 

날림작가가 두 손을 모아 힘껏 외칩니다!!

울님들!

싸랑합니데이~~『도화』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