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가서 북한에 비료 30만톤, 쌀 40만톤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그의 귀국 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오락가락하면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 이면 합의를 하지 않았느냐’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장관은 ‘그런 일 없다. 예전에 지원했던 것에 비해서는 굉장히 적은 양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주는 것도 없고, 중단됐던 상황에 대해서 추가로 지원하는 그런 형태로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치 한국정부는 북한 정부에게 빚진 것처럼 왜 그렇게 주지 못해서 안달해 하는지 탈북자들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탈북자들의 입장은 대북지원에 대해 건(件)당 조건을 달고 지원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 정권은 이산가족 면담을 협상카드로 들고 나와 계속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까 우리가 아무리 많은 돈과 식량 또 지원물품을 북한에 도와줘도 북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전혀 없다.
그러니까 북한정부는 이산가족에 대한 면담을 허락하면서 한 번에 몇 백명씩 -아주 소수이다- 면담을 시켜주면서 다른 것들은 전혀 거론치도 못하게 하고 있고, 이번에 처음으로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거론했지만 거론했다는 것뿐이지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은 이산가족을 무기로 삼아 남한의 지원을 ‘받을 건 받고 북한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북한의 전략에 대처해서 이산가족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 정부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대가 없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되는 것이고, 그 다음 납북자 문제 또 국군포로문제들을 가지고 식량 지원을 해야 될 것이다.
탈북자들 입장에서는 납북자 문제나 국군포로 문제도 조건 없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납북자나 국군포로 문제가 우선되어야 되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인권문제 특히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북한에는 5군데의 정치범수용소가 있고 거기에는 20만 명의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 최근 입국한 탈북자에 의하면 약 30만 명 가량의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는 증언도 있다. 이런 정치범수용소야말로 남북 관계, 대북 지원에 아주 중요하고 또 강력한 어떤 협상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단 한 번도 남북장관급 회담이나 남북관계에서 거론된 적이 없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약 10년이 지나갔다. 햇볕정책 이후 한국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총 액수는 8조5,000억 원에 달한다. 달러로 환산하면 80억 달러가 되는데, 1년에 북한 주민들에게 약 2억 달러만 풀어서 식량을 구입한다면 최소한 북한 주민들은 굶지 않는다. 농사를 안 짓고도 그냥 굶지 않고 살 수가 있는데 이런 막대한 양의 지원이 들어갔음에도 여전히 북한에는 굶주림이 계속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은 사실상 북한 주민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북한 정권, 특히 인민군대와 권력층에 집중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재개 명분으로 북한에 비료 30만톤, 쌀 40만톤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북한 주민에게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일방적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탈북자들은 이런 식의 남북관계, 장관급회담을 전혀 북한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나 노무현 대통령이나 또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들은 김정일 정권에 퍼다주면 김정일이 기분이 좋아져 남북관계가 좋아진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또 도와주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악화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얘기하는 남북관계는 북한 인민을 포함한 북한과의 관계가 아니라 김정일 개인과 그 개인을 추종하고 있는 일부 특권세력들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남북관계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산가족 면담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대가 없이 북한이 무조건 시행하게끔 해야 되는 것이고, 우리가 도와주는 대신 대가를 요구한다면 국군포로문제 납북자문제 북한의 수용소 문제, 북한의 경제 개혁문제 이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조건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낸 막대한 돈이 아무 의미 없이 소멸되는 결과가 된다.
강철환, 북한민주화동맹 부위원장 -자유북한방송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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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不姙의 대화’는 이제 그만
‘평양 합의’에도 불구하고 남북 장관급회담이 이런 식으로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관급회담이 열린다고 하면 열에 아홉 사람은 “이번엔 또 뭘 퍼 주려고 그러지” 하는 것이 현실인데 뭘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2000년 6·15 공동선언 채택 후 이를 실천한다는 명분 아래 20차례의 회담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열렸지만 현안다운 현안이 해결된 적은 없다. 그저 북에 쌀 주고 비료 주는 창구 역할만 해 왔을 뿐이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를 제도화하고, 교류·협력의 인프라를 구축한 회담”이라고 평가하지만 낯 뜨거운 소리다. 회담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구성과 투자보장합의서 체결 등이 이뤄지긴 했지만 이조차도 북에 뭔가를 좀 더 쉽게 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산가족 상봉도 성과라고 하기는 어렵다. 만나기만 하면 뭘 하는가. 서신 교환과 자유 왕래, 고향 방문 등으로 조금씩 발전해 나가야 할 것 아닌가.
이 정권 사람들은 ‘퍼 주기’라는 말만 해도 수구 냉전세력으로 몰아붙이지만 솔직히 줄 만큼 줬다. 쌀과 비료만 하더라도 그동안 각각 200만 t과 225만 t을 줬다. 돈으로 치면 쌀은 운송비를 포함해 9000억 원, 비료는 8000억 원이 넘는다. 북이 이번에 요구했다는 쌀 50만 t만 해도 북의 연간 생산량 160만∼180만 t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비료 요구분 35만 t은 전체 생산량 43.4만 t의 80% 이상이다. 다른 대북 지원은 빼고도 이 정도다.
회담 대표단에 軍포함시켜야
이렇게 퍼 주면서도 우리가 얻은 것은 없다. 핵은 물론이고,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 한번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 남북 공동보도문에 애매한 표현으로 한 줄 언급되는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북은 큰 은혜나 베푸는 듯 군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이건 아니다. 과거 서독은 19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34억4000만 마르크, 약 13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동독에 지원했고, 그 대가로 3만3755명의 동독 정치범을 석방시켰다. 우리는 그보다 많은 것을 주고서도 국군포로 한 명 못 데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회담에 변화를 줘야 한다. 양측 회담 대표단에 군(軍) 당국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북 대표단은 회담에서 사실상 정치·군사문제인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이나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얘기만 나오면 자신들은 잘 모른다고 발뺌하기 일쑤다. 철도 연결만 해도 군사적 보장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군 소관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북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 정도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러니까 회담을 해도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어렵사리 합의를 해도 북이 뒤돌아서선 군을 핑계 삼아 묵살해 버리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작년 5월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이 하루 전에 무산된 것도 그래서다. 이번 평양 합의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군 당국자가 대표단에 동참해야 한다. 북과의 어떤 합의도 군이 보증하지 않은 합의는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1991년 역사적인 남북 기본합의서를 탄생시킨 고위급회담도 남에선 합동참모본부 제1차장이, 북에선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각각 참석했다.
회담의 수석대표를 바꾸는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역량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다. 2·13 베이징 합의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은 6자회담은 물론이고 앞으로 열릴 한반도 평화체제 4자회담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관급회담도 그 틀 안에서 6자, 4자와 유기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6자, 4자회담과 함께 가야
그러려면 외교 전반에 밝은 사람이 수석대표를 맡는 게 낫다. 지금처럼 통일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선 ‘쌀 비료 주고 이산가족 상봉 받는’ 남북 대화의 오랜 틀을 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장관급회담은 밖으로는 비핵화를 추동하고, 안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 남북 관계와 북-미, 북-일 관계를 조율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 쌀이나 퍼 주는 회담이 돼선 곤란하다. “북이 거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은 하지 말자.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남북 대화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과 외교가 지금 혹독한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대북지원과 이산가족상봉
대북지원 대가로 전락한 이산가족상봉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가서 북한에 비료 30만톤, 쌀 40만톤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그의 귀국 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오락가락하면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 이면 합의를 하지 않았느냐’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장관은 ‘그런 일 없다. 예전에 지원했던 것에 비해서는 굉장히 적은 양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주는 것도 없고, 중단됐던 상황에 대해서 추가로 지원하는 그런 형태로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치 한국정부는 북한 정부에게 빚진 것처럼 왜 그렇게 주지 못해서 안달해 하는지 탈북자들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탈북자들의 입장은 대북지원에 대해 건(件)당 조건을 달고 지원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 정권은 이산가족 면담을 협상카드로 들고 나와 계속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까 우리가 아무리 많은 돈과 식량 또 지원물품을 북한에 도와줘도 북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전혀 없다.
그러니까 북한정부는 이산가족에 대한 면담을 허락하면서 한 번에 몇 백명씩 -아주 소수이다- 면담을 시켜주면서 다른 것들은 전혀 거론치도 못하게 하고 있고, 이번에 처음으로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거론했지만 거론했다는 것뿐이지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은 이산가족을 무기로 삼아 남한의 지원을 ‘받을 건 받고 북한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북한의 전략에 대처해서 이산가족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 정부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대가 없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되는 것이고, 그 다음 납북자 문제 또 국군포로문제들을 가지고 식량 지원을 해야 될 것이다.
탈북자들 입장에서는 납북자 문제나 국군포로 문제도 조건 없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납북자나 국군포로 문제가 우선되어야 되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인권문제 특히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북한에는 5군데의 정치범수용소가 있고 거기에는 20만 명의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 최근 입국한 탈북자에 의하면 약 30만 명 가량의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는 증언도 있다. 이런 정치범수용소야말로 남북 관계, 대북 지원에 아주 중요하고 또 강력한 어떤 협상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단 한 번도 남북장관급 회담이나 남북관계에서 거론된 적이 없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약 10년이 지나갔다. 햇볕정책 이후 한국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총 액수는 8조5,000억 원에 달한다. 달러로 환산하면 80억 달러가 되는데, 1년에 북한 주민들에게 약 2억 달러만 풀어서 식량을 구입한다면 최소한 북한 주민들은 굶지 않는다. 농사를 안 짓고도 그냥 굶지 않고 살 수가 있는데 이런 막대한 양의 지원이 들어갔음에도 여전히 북한에는 굶주림이 계속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은 사실상 북한 주민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북한 정권, 특히 인민군대와 권력층에 집중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재개 명분으로 북한에 비료 30만톤, 쌀 40만톤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북한 주민에게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일방적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탈북자들은 이런 식의 남북관계, 장관급회담을 전혀 북한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나 노무현 대통령이나 또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들은 김정일 정권에 퍼다주면 김정일이 기분이 좋아져 남북관계가 좋아진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또 도와주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악화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얘기하는 남북관계는 북한 인민을 포함한 북한과의 관계가 아니라 김정일 개인과 그 개인을 추종하고 있는 일부 특권세력들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남북관계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산가족 면담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대가 없이 북한이 무조건 시행하게끔 해야 되는 것이고, 우리가 도와주는 대신 대가를 요구한다면 국군포로문제 납북자문제 북한의 수용소 문제, 북한의 경제 개혁문제 이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조건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낸 막대한 돈이 아무 의미 없이 소멸되는 결과가 된다.
강철환, 북한민주화동맹 부위원장
-자유북한방송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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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不姙의 대화’는 이제 그만
‘평양 합의’에도 불구하고 남북 장관급회담이 이런 식으로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관급회담이 열린다고 하면 열에 아홉 사람은 “이번엔 또 뭘 퍼 주려고 그러지” 하는 것이 현실인데 뭘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2000년 6·15 공동선언 채택 후 이를 실천한다는 명분 아래 20차례의 회담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열렸지만 현안다운 현안이 해결된 적은 없다. 그저 북에 쌀 주고 비료 주는 창구 역할만 해 왔을 뿐이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를 제도화하고, 교류·협력의 인프라를 구축한 회담”이라고 평가하지만 낯 뜨거운 소리다. 회담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구성과 투자보장합의서 체결 등이 이뤄지긴 했지만 이조차도 북에 뭔가를 좀 더 쉽게 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산가족 상봉도 성과라고 하기는 어렵다. 만나기만 하면 뭘 하는가. 서신 교환과 자유 왕래, 고향 방문 등으로 조금씩 발전해 나가야 할 것 아닌가.
이 정권 사람들은 ‘퍼 주기’라는 말만 해도 수구 냉전세력으로 몰아붙이지만 솔직히 줄 만큼 줬다. 쌀과 비료만 하더라도 그동안 각각 200만 t과 225만 t을 줬다. 돈으로 치면 쌀은 운송비를 포함해 9000억 원, 비료는 8000억 원이 넘는다. 북이 이번에 요구했다는 쌀 50만 t만 해도 북의 연간 생산량 160만∼180만 t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비료 요구분 35만 t은 전체 생산량 43.4만 t의 80% 이상이다. 다른 대북 지원은 빼고도 이 정도다.
회담 대표단에 軍포함시켜야
이렇게 퍼 주면서도 우리가 얻은 것은 없다. 핵은 물론이고,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 한번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 남북 공동보도문에 애매한 표현으로 한 줄 언급되는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북은 큰 은혜나 베푸는 듯 군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이건 아니다. 과거 서독은 19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34억4000만 마르크, 약 13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동독에 지원했고, 그 대가로 3만3755명의 동독 정치범을 석방시켰다. 우리는 그보다 많은 것을 주고서도 국군포로 한 명 못 데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회담에 변화를 줘야 한다. 양측 회담 대표단에 군(軍) 당국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북 대표단은 회담에서 사실상 정치·군사문제인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이나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얘기만 나오면 자신들은 잘 모른다고 발뺌하기 일쑤다. 철도 연결만 해도 군사적 보장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군 소관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북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 정도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러니까 회담을 해도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어렵사리 합의를 해도 북이 뒤돌아서선 군을 핑계 삼아 묵살해 버리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작년 5월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이 하루 전에 무산된 것도 그래서다. 이번 평양 합의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군 당국자가 대표단에 동참해야 한다. 북과의 어떤 합의도 군이 보증하지 않은 합의는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1991년 역사적인 남북 기본합의서를 탄생시킨 고위급회담도 남에선 합동참모본부 제1차장이, 북에선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각각 참석했다.
회담의 수석대표를 바꾸는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역량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다. 2·13 베이징 합의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은 6자회담은 물론이고 앞으로 열릴 한반도 평화체제 4자회담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관급회담도 그 틀 안에서 6자, 4자와 유기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6자, 4자회담과 함께 가야
그러려면 외교 전반에 밝은 사람이 수석대표를 맡는 게 낫다. 지금처럼 통일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선 ‘쌀 비료 주고 이산가족 상봉 받는’ 남북 대화의 오랜 틀을 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장관급회담은 밖으로는 비핵화를 추동하고, 안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 남북 관계와 북-미, 북-일 관계를 조율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 쌀이나 퍼 주는 회담이 돼선 곤란하다. “북이 거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은 하지 말자.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남북 대화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과 외교가 지금 혹독한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