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예감 - 제 6 장 - 초단기 연예계 체험기 [14]

유즈나200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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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카메라 테스트를 받기로 한 날 아침이 밝았다. 준비할 것은 너무 많은데, 3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후딱 지나가버린 것이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날이 밝자마자 거울 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헉, 그런데 이게 웬일! 이마 중앙에 빨간 뾰루지 하나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며칠 동안 시도한 갖가지 팩과 마사지 때문일까, 아니면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 걸까?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생전 안 나던 뾰루지가 나다니……운이 없기도 하지.”

 

 뾰루지를 살며시 눌러보며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그저 작은 뾰루지일 뿐이지만, 내게는 불운의 징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지! 나를 믿고 전적으로 지지해주는 지섭 오빠를 생각해서도 말이야. 나는 다시 어제 지섭 오빠와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오빠, 아무리 내가 하고 싶다고 했다지만, 이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는 일이에요? 오빠는 프로잖아요. 솔직히 나 자신 없는데…….”

 

 “그냥 아영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무리하게 결정한 게 아니야. 사실 이번에 신선한 신인의 얼굴이 필요하기도 하고……아영이 정도면 잘 맞을 것 같아서. 물론 나야 예쁜 아영이 꼭꼭 감춰두고 혼자 보고 싶지만, 아영이가 원한다면 오빠 욕심만 채울 수는 없잖아.”

 

 “오빠, 장난해요?”

 

 “장난이라니, 무슨 소리야?”

 

 “정말 괜찮은 신인을 발굴하려고 한다면 은혜 정도는 돼야지, 내가 낄 자리가 어디 있어요?”

 

 모처럼 제정신을 차리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지섭 오빠는 놀랄 만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연예계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한 건 은혜가 아니라 너잖아. 그리고 솔직히 은혜가 예쁘기는 해도……아영이하고야 비교가 되나?”

 

 듣기 좋은 소리이기는 했지만 황당함이 더 앞섰다. 정말 콩깍지가 씌어도 이렇게 단단히 씔 수가……. 아무래도 시력검사를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믿고 있는 지섭 오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솟아났다.

 

 “뾰루지가 작아서 분장 받으면 가려질 것도 같은데…….”

 

 어제의 대화에서 다시 환기를 거울 속 얼굴로 돌리고, 나의 장점인 낙천주의를 끌어 모았다. 그래, 비록 콩깍지 증후군에 걸렸다지만 지섭 오빠는 프로잖아? 그런 지섭 오빠가 그렇게 믿고 있을 때에는 분명 그럴 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일 거다. 혹시 알아? 카메라 앞에 서면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만화책 속 주인공처럼, 나의 천부적인 재능이 미친 듯이 용솟음칠지…….

 

 “아자아자, 파이팅!!!”

 

 자, 이제 다시 자신감 장착 완료다!

 

 


3

 

 


스튜디오의 분주한 분위기는 나에게 무척 낯선 것이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신기한 기계들과 사람들의 외침. 이곳에서 마주 한 지섭 오빠는 내가 평소에 알던 부드러운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자신만만하면서도 약간은 냉정해 보이는 태도가 정말 프로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낯설게 느껴졌다. 어쩌면 평소와 달리 공적인 짧은 인사만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지섭 오빠의 여자 친구라는 게 알려지면 캐스팅에 대해 잡음이 있을 우려가 있으니, 그런 내색을 하지 말기로 이미 입을 맞춰 두었던 것이다.

 

 낯설고 분주한 스튜디오 안에서 낯익은 승우의 얼굴을 발견했을 때 느낀 감정은 거의 반가움에 가까운 것이었다. 내가 녀석의 얼굴을 보고 반가움을 느낄 날이 있을 줄이야! 까무잡잡한 얼굴에 어린 시큰둥한 표정마저 친숙하게 느껴졌다.

 

 “야, 여기서 정말 널 보게 되다니……의외다.”

 

 나의 전에 없이 반가운 인사에 녀석은 잠시 놀란 듯 했지만, 금세 다시 좀 전의 시큰둥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그제 서야 녀석의 광대뼈 부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멍 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앗, 이게 바로 내가 만들어 놓은 멍인가?’

 

 설마 은혜가 나와의 약속을 잊고 그 멍의 원인을 밝히지는 않았겠지? 그랬다면 분명 내 앞에서 이런 초연한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을 거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 날 노려봤겠지. 난 그런 믿음을 갖고, 대담하게 녀석에게 물었다.

 

 “얼굴은 웬 멍이야? 누구한테 맞았냐?”

 

 “맞기는……. 지난번에 술 취해서 어디에 부딪혔나 봐.”

 

 역시 전혀 기억을 못하는군. 녀석이 그렇게 술이 약하다니, 이건 정말 의외다. 겉보기로는 술을 항아리 째 마셔도 끄떡없을 것 같은데……. 좋은 약점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나는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이 약점을 기필코 이용하고야 말리라!

 

 “그나저나 안 어울리게 네가 웬일로 이런 걸 한다고 했냐?”

 

 “몰라, 정말 귀찮게……. 난 이런 거 하겠다고 말한 기억 없는데, 이미 스케줄 잡혔다고 한사코 해야 한다잖아. 괜히 너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와 가지고……나까지 이게 뭐냐?”

 

 얼씨구! 남들은 이런 기회 한 번 잡으려고 얼마나 고생인데 이런 배부른 투정이라니……. 하여간 잘났다니까. 그러나 한 마디 쏘아붙일 기회는 없었다. 드디어 나의 카메라 테스트 차례가 된 것이다.

 

 

 


 전후좌우에서 내 얼굴을 담으며 돌아가는 카메라를 보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저렇게 마구 찍어대고 있는데 과연 화면에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올지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괜히 망신이나 당하는 건 아닐까? 평소 남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상으로 미모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나였지만,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까지 당당할 만큼 뻔뻔스럽지는 못했다. 그러나 카메라 테스트의 결과를 화면을 통해 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화면 속의 내 얼굴은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제법 괜찮아 보였다. 코가 조금 더 높았다면 좋았겠지만, 이만하면 텔레비전을 통해 보던 연예인들의 얼굴보다 심하게 떨어지지는 않아 보였다. 훗, 난 역시 이렇게 예뻤던 거군. 이만하면 평소에 자신만만해했던 것도 당연하잖아?

 

 스텝들의 반응 역시 괜찮았다. 내 얼굴이 소위 ‘화면발’ 잘 받는 얼굴이라나? 실물보다 화면상으로 더 예쁘게 나오는 얼굴이라는 것이다(별로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닌 것도 같지만, 이것도 나름의 재능이라 생각하고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음 차례는 승우의 카메라 테스트였다. 그의 카메라 테스트는 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그는 전혀 긴장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고, 카메라 앞에서도 평소의 모습 그대로 냉소적인 표정이었다. 그리고 스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굉장한데. 신 감독은 어디서 이런 인물을 데려왔데?”

 

 “마스크며 체격이며……정말 완벽해.”

 

 나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에 다소 기가 죽었다. ‘그럭저럭 괜찮다’라는 반응만으로도 감지덕지하며 기가 한창 살아나던 참이었는데, 녀석을 향한 이런 찬사들은 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아, 역시 저 녀석이 나의 데뷔 무대를 초라하게 만드는구나. 마음에 안 드는 녀석……. 그러나 더 속상한 것은 내심 그들이 찬사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다. 분명 나보다는 녀석이 이 쪽 계통에 잘 어울린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쳇, 저 녀석은 이 일이 아니더라도 이미 잘나가고 있잖아! 꼭 이 일이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내 일을 방해할 속셈으로 끼어든 게 틀림없어!’

 

 나는 다소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머릿속에 잔뜩 떠올리며, 승우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에 불타올랐다. 그러는 동안 어느 새 승우의 카메라 테스트도 끝이 났다.

 

 

 


 사실 카메라 테스트는 의례적인 것이었고, 우리는 그 날 바로 촬영에 들어가게 됐다. 미리 지섭 오빠한테 들은 대로였지만, 카메라 테스트에만 온 신경을 쏟아온 내게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를 기다리며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지섭 오빠가 슬쩍 다가와 힘을 실어 주었다. 

 

 “수고했어. 콘티는 충분히 읽어 봤지? 이제부터 정말 시작이다.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모두들 처음이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좀 무리하게 일찍 시작하는 것 같긴 하지만……리허설이라고 생각해. 대사 같은 건 없이 표정 연기만 해주면 되니까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평소 아영이의 풍부한 표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 오늘은 스튜디오에서 가벼운 신만 찍을 테니까……힘내, 알았지?”

 

 당당한 프로 감독에서 다시 다정한 나의 남자 친구로 돌아온 지섭 오빠의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이대로 한없이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지만, 나도 이제 프로의 자세를 배워야 할 때이다. 씩씩한 대답이야말로 그 첫 번째다.

 

 “걱정 말아요. 나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재능에 너무 놀라지나 말아요.”

 

 나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지섭 오빠는 웃음 지으며 자리를 떴다. 아, 나도 참……어째서 말만은 그렇게 자신이 넘치는 거지? 사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면서…….

 

 나는 눈치 채이지 않게 승우를 흘끔 쳐다보았다. 녀석도 나처럼 긴장하고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녀석은 언제나 그렇듯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하긴, 녀석을 일반인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되지.

 

 “이 사람들이 내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배우에요?”

 

 갑자기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이번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인 가수가 스튜디오에 들어온 것이다. 오오, 역시 세상은 넓고 미남은 많다! 그렇기에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는 연예인’이라고 써 붙여 놓은 것 같은 그 남자는 은하윤이라는 이름의 신인가수였다. 언뜻 CF에서 얼굴을 본 것도 같은 그는 내 또래였고, 훤칠한 키에 약간 마른 체구가 옷발 끝내주게 생겼다. 얼굴도 마치 깎아 놓은 조각상 같았다.

 

 자신만만한 태도로 스튜디오를 압도하며 들어온 그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존재인 승우를 훑어보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인상이 별론데요. 중요한 역할인데 저런 얼굴 써서 되겠어요? 괜히 키만 멀뚱하니 크고…….”

 

 옳으신 말씀! 어쩐지 저 미남가수하고는 뜻이 잘 맞을 것 같다. 생긴 것만큼이나 사람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군. 그런 그가 이번에는 나에게 눈길을 돌렸다.

 

 “뭐에요? 이 여자가 내 상대역이에요? 예쁜 유명 탤런트를 좀 섭외해달라니까…….”

 

 역력하게 드러나는 실망스러운 눈길. 뭐야? 아니, 지는 뭐가 그렇게 잘 나서? 단번에 높았던 호감도가 마이너스로 치달린다.

 

 ‘자세히 보니 코에 칼 댔네. 턱도 깎은 건가? 본인도 신인인 주제에 거들먹거리는 태도는 아주 톱스타 못지않네. 분명 그럴싸한 빽으로 가수하겠다고 깝죽거리고 있는 것 같은데, 먼저 인간부터 되라!’

 

 머릿속으로 이번 뮤직비디오의 콘티를 떠올려 보았다. 처음에는 저 은하윤이라는 녀석과 연인사이였던 내가 승우를 만나고 배신을 때린다. 그리고 승우로 인하여 상처받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는 은하윤……. 아, 도대체 감정이 살아날 것 같지 않다. 어째서 내가 저런 재수 없는 녀석들 사이에서 방황해야 하는 거냐고. 도무지 설득력 없는 스토리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나의 재능으로 이 난관을 극복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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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몸상태가 많이 안좋아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도 힘이 드네요.

독자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허둥지둥 글을 올리기는 하지만...솔직히 무슨 글을 올린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ㅜ.ㅜ

부족하더라도 용서해주세요~

내일은 건강한 모습, 맑은 정신으로 독자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