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만의 은밀한 공상 현실로…

MOMO200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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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의 은밀한 공상 현실로…

 

닫혀진 엘리베이터 안. 공교롭게 낯선 남자와 동승을 하게 됐다. 곁눈질로 슬쩍 상대를 살펴보니 제법 그럴듯한 외모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때 여자는 잠시 생각한다.
이 멋진 남자가 불현듯 키스를 해 오면 얼마나 좋을까. 남자의 자의적인 취향이나 선택권을 완전히 무시한 채 여자 본위로 이뤄지는 이런 공상은 전적으로 여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가장 소극적인 행위 중의 하나다.

물론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멈추고 문이 열리는 순간 여자의 공상은 끝이 난다. 아무도 피해 받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이런 공상을 현실로 끄집어 낸 영화가 있다. 바로 8일 개봉된 영화 ‘애인’(감독 김태은ㆍ제작 기획시대)이 그러하다.

극중 여주인공 여자(성현아)는 7년 사귄 애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약혼자와의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 동승해 공상의 빌미를 제공한 남자(조동혁)가 마침 여자에게 ‘작업’을 걸어 온다. “지하 2층까지 아무도 타지 않으면 술 한잔 살게요.” 여자는 당황한다.

단 한번도 여자는 유치한 공상이 현실로 이뤄질 때의 상황을 준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영화 속 주인공 외에 대부분의 여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지어 낯선 남자와의 뜨거운 정사를 상상해 본 여자일 지라도 그것이 현실로 닥쳤을 때 노련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애인’의 성현아도 고민하고 갈등 한다. 그러다 모든 것을 저버리고 자신의 환상에 몸을 맡긴 후 냉정하게 현실로 돌아온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여자들의 공통된 심리를 포착한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 ‘애인’은 여자의 판타지를 실현해주는 쪽으로 흐르거나, 단 하룻동안의 정사였지만 운명을 느껴버린 안타까운 두 사람의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살렸다면 좋을 뻔 했다. 양쪽을 어설프게 건드린 채 끝나버리고 마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이다. 특히 여자와 남자가 처음 만나 정사를 나누는 장면은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돼 오히려 환상을 깨고 만다.

여자의 감정이나 여자의 심리 상태는 무시한 채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행위’를 묘사하는 연출법도 상당히 낯설기만 하다. 또 중반으로 흐를수록 두 사람은 하룻동안 마치 10년의 연애를 하듯 다양한 감정의 질곡을 건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정서’가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듯한 배우들의 노력도 역부족이었다. 어차피 그럴듯한 현실로 재현되지 않을 바엔 공상은 공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니었을까. ‘원하는 게 이거 아니었어? 도대체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고 질책하는 이기적인 남자와 만난 듯, 영화 ‘애인’은 여자를 참으로 불편하게 만든다. 18세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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