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 일행은 날이 어두워서야 황도 들어섰다. 그리고 즉시 미란은 비와 함께 제상 무린의 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비를 제상에게 안내한 미란은 곧바로 무영의 방에 들었다.
“누님? 도대체, 며칠 동안 어디 가 계셨던 거죠? 그리고 이리 늦은 시각에…”
“자세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자. 그래, 조사는 어찌 되었느냐?”
“특별한 소득은 없어요. 그 창을 주문한 관리를 통해 대장장이를 찾았는데… 그 대장장이는 그 창이 자신이 만든 창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럼…”
“누구인가 그 대장장이가 그 창을 주문 받은 것을 알고 창이 완성되자 인도되기 전에 진품과 바꿔놓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단서가 전혀 없지 않느냐?”
“네. 아직은… 그런데, 정말 어디를 다녀온 거에요? 집사가 걱정이 태산 같던데…”
“응, 운산에…”
“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특별한 수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다음날 관청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 제상 무린은 미란이 떠나고 난 후 아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게 앉거라.”
아들이 앉자 무린은 곧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무슨 일이냐?”
“네?”
“미란 군사가 내 집에 와서 나도 모르게 너와 밀담을 나누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아버님!”
“내게도 비밀인 것이냐?”
“그렇습니다.”
아들의 이 뜻 밖의 대답에 제상 무린은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영아!”
“아버님! 비록 아버님께서 이 나라의 제상이라 하지만. 이것은 적포청의 비밀조사 입니다. 그 누구에게라도 발설할 수 없습니다.”
“…!”
아들의 이 선언에 무린은 그만 더 이상 캐물을 수가 없었다.
‘뭔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큰 사건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알 수가 없다니… 참으로 답답하군. 미란 군사는 더더욱 말해줄 리 없고… 이것 참… ’
그날 밤.
미란은 호위하는 자도 없이 홀로 귀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밤이 늦었으므로 지나는 행인조치 없었다. 바로 그때 그녀의 앞에 신분을 숨긴 한 사람이 나타났다.
“응?”
“…”
“넌 누구냐?”
그러나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복면을 한 자는 말이 없었다. 그러자 미란은 복면을 한 자객을 향해 다시 명했다.
“누군데 감히 내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냐? 어서 정체를 밝혀라!”
“칼은… 다룰 줄은 아느냐?”
“뭣이?”
미란이 크게 놀라는 사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자는 품에서 칼을 꺼내 미란의 발 앞에 던져다.
“넌… 설마…”
“벌써 잊은 것이냐? 네 생명의 은인인데…”
“헉!”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란은 모든 것이 명확해 짐을 깨달았다.
‘적…령!’
그리고 미란은 지금 적령과 맞서 싸워야만 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살아 있었구나.”
“널 죽이기 전에 죽을 수야 없지 않느냐?”
미란은 망설이지 않고 말에서 내려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막아선 적령도 칼을 뽑아 들었다.
‘귀절도…’
자신이 던져 준 칼을 집어 든 미란에게 적령이 말했다.
“안심해라! 그 칼도 북방의 명공에게서 만든 검이니 쉽게 부러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어디 한번 실력을 보여 보거라!”
미란은 적령의 말을 되뇌었다.
‘북방… 이라고…’
그 순간, 적령이 먼저 달려들었다.
“죽어라!”
그렇게 두 여제의 마지막 결전이 마침내 시작되고 말았다.
‘챙!’
그 일 합으로 두 여제는 다시 멈추어 섰다.
“그 실력으로는 날 이길 수 없다.”
“뭐라고?”
그때 미란의 한쪽 팔에서 피가 솟구쳤다.
‘이런!’
그리고 이어서 다시 두 번째 공격이 시작 되었다.
‘챙!’
역시 미란의 한쪽 다리에서 피가 솟았다.
“큭!”
그러기를 십여 차례… 이미 미란은 온 몸에서 피를 쏟으며 고통 받고 있었다.
“무엇 하느냐? 벌써 힘이 다 한 것이냐?”
“닥치거라!”
미란은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다시 달려들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적령의 몸에 칼을 댈 수가 없었다. 그녀의 그 어떤 공격도 적령에게는 어린아이 장난 같은 것이었다.
“느려! 너무 느리단 말이다!”
적령의 칼날이 이번에는 미란의 한쪽 팔을 아예 잘라내 버렸다.
“커억!”
그러면서도 적령은 더욱 세차게 몰아 붙였다.
“아직이란 말이다! 아직이야!”
쉴새 없이 거센 노기를 발하던 적령은 마침내 시퍼런 귀절도로 미란의 배를 갈랐다. 그 베임은 아주 얇고 세밀한 것이었으며, 그것은 너무나도 잔혹한 검 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인내해 온 수십 년의 고통을 그대로 맛보거라!”
미란의 내장은 이미 땅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자 미란은 칼을 들고 있던 손으로 쏟아지는 내장을 받쳐 들었다.
“싸움에서 칼을 버리다니… 이제 어찌할 것이냐?”
그러나 미란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눈을 흐리지 않으면서 적령을 노려 보았다. 그리고 이것은 적령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냐?”
“뭣이?”
“천하의 영웅이 이정도 안여자보다 못한 배알 밖에 없다니… 한심하구나…”
“닥치거라!”
적령은 다시 내장을 받치고 있던 미란의 한쪽 팔마저 잘라 버렸다.
“…”
그러나 미란은 그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너…”
양 팔을 잃은 채 두 다리로 똑바로 서 있는 미란을 보며 적령은 더욱 이를 갈았다.
“내장이 다 쏟아진 추한 네 모습을 보며 서서히 죽어가거라.”
“훗…”
지금 적령은 자신을 조소하는 미란의 미소를 보며 곧 이성이 붕괴할 참이었다.
‘웃어? 감히…’
그때 미란이 적령에게 물었다.
“그 음모에 가담한 자 중에 왜 제일 먼저 나를 찾은 것이냐?”
“…”
“…”
“그것은… 네가 내 얼굴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 말을 듣자 미란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킥킥킥…”
“왜 웃느냐?”
“상당히 계획적이구나?”
“뭐?”
“피가 끓어 복수를 하려는 자가 꾀나 계획적이라 말했다.”
“…!”
“아직… 멀었구나. 악마가 되기에는…”
“닥쳐!”
미란의 도발에 격노한 적령은 결국 귀절도로 미란의 심장을 깊게 찔렀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미란은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런… 이런… 이렇게 그냥 놓아두어서 죽을 때까지 고통스럽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나? 이러면… 난 이제 곧 죽는다고…”
“너…”
두 여제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노려보며 결코 굽히지 않고 있었다.
“죽기 전에 하나만 묻겠다.”
“무엇…이냐?”
“그 음모에 황제가 개입했느냐?”
“큭… 내가 진실을… 말해줄 것 같으냐?”
“…”
“넌 황제에게까지 가기도 전에… 다른 장수들에게… 죽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전국시대에 천하를 통일한… 영웅들이다. 너 혼자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가…?”
“…”
적령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미란에게 속삭였다.
“먼저 가서 네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거라.”
“훗… 저승에서 보자. 적령…”
그렇게 미란은 자신이 통일한 용국 황도인 천산의 대로에서 허무하게 숨을 거두었다. 때는 제국력 1351년의 어느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비극의 시작일 뿐이었다.
#06
온 몸의 피를 모두 쏟아 창백한 주검이 된 미란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동트기 전 황도를 순찰하던 적포청의 병사였으며, 그는 가장 먼저 이 참담한 사실을 무영에게 알렸다. 그 참담한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무영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의 그 참혹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이럴수가… 미란… 누님…”
무영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노기 가득한 눈에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그때 한 장수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 장군님! 이 일을 어찌 수습해야 하는 것입니까?”
한 장수의 이 말에 무영은 갑자기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수습?’
그러나 이러한 그의 분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장수는 불안하고 창백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
“구… 군사께서 아니 계셔도 용의 안위가 괜찮은 것입니까?”
“…!”
그 순간, 무영은 너무나 큰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이 용에 얼마나 큰 사건인가를…
‘이럴수가…’
그는 즉각 현장을 봉쇄하도록 명했다. 그리고 무영은 사태가 밖에 알려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던 몇몇의 병사와 장수에게 엄명을 하여 함구령을 내렸다.
“명심해라!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곧 참수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가장 먼저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미봉한 무영은 곧 미란의 시신을 거두어 관에 넣은 후 관을 그녀의 자택으로 운구했다.
‘폐하를 뵈어야 한다. 지금 당장…’
새벽.
황제 적룡은 동이 트기도 전에 벌어진 적포청의 수장 무영의 입궁에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더군다나 입궁한 그는 침소에 든 자신을 뵙기를 청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가 아무리 제상의 아들이며, 적포청의 수장이라도 아직 침소에 있는 황제를 억지로 청해 알현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고 어찌 보면 무례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폐하!”
“무슨 변괴라도 난 것이냐? 절차를 무시하고 이리 날 찾다니?”
“폐하! 이 일은 전적으로 은밀히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이리 되었습니다.”
“은밀히 진행하다니…”
“…”
“용화에 관한 일이라면 내 사매에게 일임했는데 어찌 네가 아뢰는 것이냐?”
“그 일은 군사가 제게 일임해 주었습니다.”
“내가 맡긴 일을 네게 일임했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
“폐하!”
“알았다. 사매가 그리 했다면 다 연유가 있겠지. 그래 이리 급히 날 찾은 것이 용화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이냐?
“제가 지금 보고 드리려는 사건과 용화와의 연관성은 아직 조사 중 입니다.”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그렇습니다.”
“용화에 관한 사건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변괴기에 이른 새벽부터 네가 날 찾은 것이냐?”
“폐하! 차마 입에 담기조차 참담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혹, 누가 죽기라도 한 것이냐?”
“…”
“무영! 어서 아뢰거라!”
“군사가…”
“미란이?”
“피살 되었습니다.”
“…!”
무영의 이 참담한 보고에 황제 적룡은 그만 그 자리에서 정신을 놓을 뻔 했다.
“폐하…”
“…지… 지금 무엇이라 하였느냐…”
“군사가…”
무영은 차마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는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긴 침묵이 이어졌다.
‘사… 사매가…’
적룡은 붉게 충혈된 눈에서 눈물을 보이더니 간간히 숨을 헐떡거리며 작은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적룡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실을 또 누가 아느냐?”
“아직은… 몇몇 제 수하들만이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제상 무린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절대로 이 사건을 밖으로 흘려서는 아니 된다. 제국이 크게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적룡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 했다.
“앞장 서거라!”
“폐하?”
“어서 앞장서라 명하지 않았느냐!”
적룡은 심한 노기를 드러냈으며, 무영은 그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대의 금위군의 호위를 받으며 이른 새벽에 황제는 황도를 나와 미란의 저택을 향하고 있었다.
제상 무린의 집.
새벽부터 적포청의 병사가 집으로 찾아와 무영을 찾는 바람에 일찍 깨어 주변의 상황을 살피던 집사가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아직 침소에 있는 무린을 황급히 깨웠다.
“나리!”
“…”
“나리!”
집사의 화급한 계속되는 부름에 무린은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인가?”
“저… 황도가 소란스럽습니다.”
“…황도가?”
집사의 이 말에 무린이 옷을 입고 방 밖으로 나섰다.
“그게 무슨 소린가? 황도가 소란스럽다니?”
“겉으로는 고요합니다만… 이 야심한 새벽에 금위군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금위군이?”
“그렇습니다. 나리.”
집사의 이 말에 무린은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야심한 새벽에 황제를 호위하는 금위군이 움직인다 함은 곧 황제가 친히 궁을 나왔음을 의미했다.
“이 야심한 새벽에 폐하께서 무슨 연유로? 어디를 행차하신단 말이냐?”
“그것이… 금위군 병사들마저 그 연유를 모르는 듯 합니다.”
“뭐라?”
무린은 속히 의관을 정제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금위군이 이동한 방향을 향해 말을 달렸다.
‘도대체 무슨 변괴인 거지? 내 이럴 줄 알았으면, 무영을 좀 더 다그치는 것인데…’
무린이 금위군을 쫓아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미란의 저택이었다.
‘이곳은 군사의 저택이 아닌가?’
무린이 도착한 미란의 저택은 뜻 밖에 금위군이 철통같이 경계를 서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서려는 그를 금위군이 막아 섰다.
“멈추시오!”
“금위군 대장을 불러라!”
그러나 제상이 명을 전하기도 전에 금위군장이 나타났다.
“제상이십니까?”
“금위군장!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것은 저희도 모릅니다. 다만, 폐하께서 이곳을 철저히 감시하라 하셨습니다.”
“감시라니? 어째서…”
“자세한 사정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오늘 새벽에 갑자기 궁으로 적포청의 수장인 무영장군이 폐하를 알현하러 왔었습니다.”
“우리 영이가?”
“그렇습니다.”
무린은 깊이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그 연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사태가 틀림없이 무영이 하던 비밀조사와 관련된 것은 분명한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들어가 봐야겠네.”
“그것은 아니 됩니다.”
“아니 되다니? 나는 이 나라의 제상일세.”
“그것은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제상이라도 아니 됩니다. 폐하의 엄명 입니다. 폐하의 별도의 어명이 없이는 그 누구라도 들여보내서는 아니 된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안에 있는 자들도 절대로 밖으로 내어 보내지 말라 하셨습니다. 혹, 명을 어기는 자는 그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참 하라 하셨습니다.”
“이럴수가… 도대체 군사의 저택에 무슨 변괴란 말인가?”
무린은 그만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금위군 대장이 무린에게 말했다.
“저…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폐하께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뭣이라?”
무린는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지고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이건… 정말로 큰 변괴인가?’
그 시각 저택 내에서는 참으로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미란의 참담하고 싸늘한 주검을 접한 황제 적룡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찢어지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계속 이를 갈며 몸을 떨고 있었다.
2부 8막 : 복수자 #05~#06
#05
며칠 후.
미란 일행은 날이 어두워서야 황도 들어섰다. 그리고 즉시 미란은 비와 함께 제상 무린의 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비를 제상에게 안내한 미란은 곧바로 무영의 방에 들었다.
“누님? 도대체, 며칠 동안 어디 가 계셨던 거죠? 그리고 이리 늦은 시각에…”
“자세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자. 그래, 조사는 어찌 되었느냐?”
“특별한 소득은 없어요. 그 창을 주문한 관리를 통해 대장장이를 찾았는데… 그 대장장이는 그 창이 자신이 만든 창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럼…”
“누구인가 그 대장장이가 그 창을 주문 받은 것을 알고 창이 완성되자 인도되기 전에 진품과 바꿔놓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단서가 전혀 없지 않느냐?”
“네. 아직은… 그런데, 정말 어디를 다녀온 거에요? 집사가 걱정이 태산 같던데…”
“응, 운산에…”
“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특별한 수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다음날 관청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 제상 무린은 미란이 떠나고 난 후 아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게 앉거라.”
아들이 앉자 무린은 곧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무슨 일이냐?”
“네?”
“미란 군사가 내 집에 와서 나도 모르게 너와 밀담을 나누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아버님!”
“내게도 비밀인 것이냐?”
“그렇습니다.”
아들의 이 뜻 밖의 대답에 제상 무린은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영아!”
“아버님! 비록 아버님께서 이 나라의 제상이라 하지만. 이것은 적포청의 비밀조사 입니다. 그 누구에게라도 발설할 수 없습니다.”
“…!”
아들의 이 선언에 무린은 그만 더 이상 캐물을 수가 없었다.
‘뭔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큰 사건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알 수가 없다니… 참으로 답답하군. 미란 군사는 더더욱 말해줄 리 없고… 이것 참… ’
그날 밤.
미란은 호위하는 자도 없이 홀로 귀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밤이 늦었으므로 지나는 행인조치 없었다. 바로 그때 그녀의 앞에 신분을 숨긴 한 사람이 나타났다.
“응?”
“…”
“넌 누구냐?”
그러나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복면을 한 자는 말이 없었다. 그러자 미란은 복면을 한 자객을 향해 다시 명했다.
“누군데 감히 내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냐? 어서 정체를 밝혀라!”
“칼은… 다룰 줄은 아느냐?”
“뭣이?”
미란이 크게 놀라는 사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자는 품에서 칼을 꺼내 미란의 발 앞에 던져다.
“넌… 설마…”
“벌써 잊은 것이냐? 네 생명의 은인인데…”
“헉!”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란은 모든 것이 명확해 짐을 깨달았다.
‘적…령!’
그리고 미란은 지금 적령과 맞서 싸워야만 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살아 있었구나.”
“널 죽이기 전에 죽을 수야 없지 않느냐?”
미란은 망설이지 않고 말에서 내려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막아선 적령도 칼을 뽑아 들었다.
‘귀절도…’
자신이 던져 준 칼을 집어 든 미란에게 적령이 말했다.
“안심해라! 그 칼도 북방의 명공에게서 만든 검이니 쉽게 부러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어디 한번 실력을 보여 보거라!”
미란은 적령의 말을 되뇌었다.
‘북방… 이라고…’
그 순간, 적령이 먼저 달려들었다.
“죽어라!”
그렇게 두 여제의 마지막 결전이 마침내 시작되고 말았다.
‘챙!’
그 일 합으로 두 여제는 다시 멈추어 섰다.
“그 실력으로는 날 이길 수 없다.”
“뭐라고?”
그때 미란의 한쪽 팔에서 피가 솟구쳤다.
‘이런!’
그리고 이어서 다시 두 번째 공격이 시작 되었다.
‘챙!’
역시 미란의 한쪽 다리에서 피가 솟았다.
“큭!”
그러기를 십여 차례… 이미 미란은 온 몸에서 피를 쏟으며 고통 받고 있었다.
“무엇 하느냐? 벌써 힘이 다 한 것이냐?”
“닥치거라!”
미란은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다시 달려들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적령의 몸에 칼을 댈 수가 없었다. 그녀의 그 어떤 공격도 적령에게는 어린아이 장난 같은 것이었다.
“느려! 너무 느리단 말이다!”
적령의 칼날이 이번에는 미란의 한쪽 팔을 아예 잘라내 버렸다.
“커억!”
그러면서도 적령은 더욱 세차게 몰아 붙였다.
“아직이란 말이다! 아직이야!”
쉴새 없이 거센 노기를 발하던 적령은 마침내 시퍼런 귀절도로 미란의 배를 갈랐다. 그 베임은 아주 얇고 세밀한 것이었으며, 그것은 너무나도 잔혹한 검 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인내해 온 수십 년의 고통을 그대로 맛보거라!”
미란의 내장은 이미 땅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자 미란은 칼을 들고 있던 손으로 쏟아지는 내장을 받쳐 들었다.
“싸움에서 칼을 버리다니… 이제 어찌할 것이냐?”
그러나 미란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눈을 흐리지 않으면서 적령을 노려 보았다. 그리고 이것은 적령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냐?”
“뭣이?”
“천하의 영웅이 이정도 안여자보다 못한 배알 밖에 없다니… 한심하구나…”
“닥치거라!”
적령은 다시 내장을 받치고 있던 미란의 한쪽 팔마저 잘라 버렸다.
“…”
그러나 미란은 그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너…”
양 팔을 잃은 채 두 다리로 똑바로 서 있는 미란을 보며 적령은 더욱 이를 갈았다.
“내장이 다 쏟아진 추한 네 모습을 보며 서서히 죽어가거라.”
“훗…”
지금 적령은 자신을 조소하는 미란의 미소를 보며 곧 이성이 붕괴할 참이었다.
‘웃어? 감히…’
그때 미란이 적령에게 물었다.
“그 음모에 가담한 자 중에 왜 제일 먼저 나를 찾은 것이냐?”
“…”
“…”
“그것은… 네가 내 얼굴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 말을 듣자 미란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킥킥킥…”
“왜 웃느냐?”
“상당히 계획적이구나?”
“뭐?”
“피가 끓어 복수를 하려는 자가 꾀나 계획적이라 말했다.”
“…!”
“아직… 멀었구나. 악마가 되기에는…”
“닥쳐!”
미란의 도발에 격노한 적령은 결국 귀절도로 미란의 심장을 깊게 찔렀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미란은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런… 이런… 이렇게 그냥 놓아두어서 죽을 때까지 고통스럽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나? 이러면… 난 이제 곧 죽는다고…”
“너…”
두 여제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노려보며 결코 굽히지 않고 있었다.
“죽기 전에 하나만 묻겠다.”
“무엇…이냐?”
“그 음모에 황제가 개입했느냐?”
“큭… 내가 진실을… 말해줄 것 같으냐?”
“…”
“넌 황제에게까지 가기도 전에… 다른 장수들에게… 죽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전국시대에 천하를 통일한… 영웅들이다. 너 혼자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가…?”
“…”
적령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미란에게 속삭였다.
“먼저 가서 네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거라.”
“훗… 저승에서 보자. 적령…”
그렇게 미란은 자신이 통일한 용국 황도인 천산의 대로에서 허무하게 숨을 거두었다. 때는 제국력 1351년의 어느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비극의 시작일 뿐이었다.
#06
온 몸의 피를 모두 쏟아 창백한 주검이 된 미란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동트기 전 황도를 순찰하던 적포청의 병사였으며, 그는 가장 먼저 이 참담한 사실을 무영에게 알렸다. 그 참담한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무영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의 그 참혹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이럴수가… 미란… 누님…”
무영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노기 가득한 눈에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그때 한 장수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 장군님! 이 일을 어찌 수습해야 하는 것입니까?”
한 장수의 이 말에 무영은 갑자기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수습?’
그러나 이러한 그의 분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장수는 불안하고 창백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
“구… 군사께서 아니 계셔도 용의 안위가 괜찮은 것입니까?”
“…!”
그 순간, 무영은 너무나 큰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이 용에 얼마나 큰 사건인가를…
‘이럴수가…’
그는 즉각 현장을 봉쇄하도록 명했다. 그리고 무영은 사태가 밖에 알려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던 몇몇의 병사와 장수에게 엄명을 하여 함구령을 내렸다.
“명심해라!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곧 참수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가장 먼저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미봉한 무영은 곧 미란의 시신을 거두어 관에 넣은 후 관을 그녀의 자택으로 운구했다.
‘폐하를 뵈어야 한다. 지금 당장…’
새벽.
황제 적룡은 동이 트기도 전에 벌어진 적포청의 수장 무영의 입궁에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더군다나 입궁한 그는 침소에 든 자신을 뵙기를 청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가 아무리 제상의 아들이며, 적포청의 수장이라도 아직 침소에 있는 황제를 억지로 청해 알현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고 어찌 보면 무례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폐하!”
“무슨 변괴라도 난 것이냐? 절차를 무시하고 이리 날 찾다니?”
“폐하! 이 일은 전적으로 은밀히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이리 되었습니다.”
“은밀히 진행하다니…”
“…”
“용화에 관한 일이라면 내 사매에게 일임했는데 어찌 네가 아뢰는 것이냐?”
“그 일은 군사가 제게 일임해 주었습니다.”
“내가 맡긴 일을 네게 일임했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
“폐하!”
“알았다. 사매가 그리 했다면 다 연유가 있겠지. 그래 이리 급히 날 찾은 것이 용화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이냐?
“제가 지금 보고 드리려는 사건과 용화와의 연관성은 아직 조사 중 입니다.”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그렇습니다.”
“용화에 관한 사건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변괴기에 이른 새벽부터 네가 날 찾은 것이냐?”
“폐하! 차마 입에 담기조차 참담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혹, 누가 죽기라도 한 것이냐?”
“…”
“무영! 어서 아뢰거라!”
“군사가…”
“미란이?”
“피살 되었습니다.”
“…!”
무영의 이 참담한 보고에 황제 적룡은 그만 그 자리에서 정신을 놓을 뻔 했다.
“폐하…”
“…지… 지금 무엇이라 하였느냐…”
“군사가…”
무영은 차마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는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긴 침묵이 이어졌다.
‘사… 사매가…’
적룡은 붉게 충혈된 눈에서 눈물을 보이더니 간간히 숨을 헐떡거리며 작은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적룡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실을 또 누가 아느냐?”
“아직은… 몇몇 제 수하들만이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제상 무린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절대로 이 사건을 밖으로 흘려서는 아니 된다. 제국이 크게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적룡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 했다.
“앞장 서거라!”
“폐하?”
“어서 앞장서라 명하지 않았느냐!”
적룡은 심한 노기를 드러냈으며, 무영은 그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대의 금위군의 호위를 받으며 이른 새벽에 황제는 황도를 나와 미란의 저택을 향하고 있었다.
제상 무린의 집.
새벽부터 적포청의 병사가 집으로 찾아와 무영을 찾는 바람에 일찍 깨어 주변의 상황을 살피던 집사가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아직 침소에 있는 무린을 황급히 깨웠다.
“나리!”
“…”
“나리!”
집사의 화급한 계속되는 부름에 무린은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인가?”
“저… 황도가 소란스럽습니다.”
“…황도가?”
집사의 이 말에 무린이 옷을 입고 방 밖으로 나섰다.
“그게 무슨 소린가? 황도가 소란스럽다니?”
“겉으로는 고요합니다만… 이 야심한 새벽에 금위군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금위군이?”
“그렇습니다. 나리.”
집사의 이 말에 무린은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야심한 새벽에 황제를 호위하는 금위군이 움직인다 함은 곧 황제가 친히 궁을 나왔음을 의미했다.
“이 야심한 새벽에 폐하께서 무슨 연유로? 어디를 행차하신단 말이냐?”
“그것이… 금위군 병사들마저 그 연유를 모르는 듯 합니다.”
“뭐라?”
무린은 속히 의관을 정제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금위군이 이동한 방향을 향해 말을 달렸다.
‘도대체 무슨 변괴인 거지? 내 이럴 줄 알았으면, 무영을 좀 더 다그치는 것인데…’
무린이 금위군을 쫓아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미란의 저택이었다.
‘이곳은 군사의 저택이 아닌가?’
무린이 도착한 미란의 저택은 뜻 밖에 금위군이 철통같이 경계를 서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서려는 그를 금위군이 막아 섰다.
“멈추시오!”
“금위군 대장을 불러라!”
그러나 제상이 명을 전하기도 전에 금위군장이 나타났다.
“제상이십니까?”
“금위군장!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것은 저희도 모릅니다. 다만, 폐하께서 이곳을 철저히 감시하라 하셨습니다.”
“감시라니? 어째서…”
“자세한 사정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오늘 새벽에 갑자기 궁으로 적포청의 수장인 무영장군이 폐하를 알현하러 왔었습니다.”
“우리 영이가?”
“그렇습니다.”
무린은 깊이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그 연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사태가 틀림없이 무영이 하던 비밀조사와 관련된 것은 분명한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들어가 봐야겠네.”
“그것은 아니 됩니다.”
“아니 되다니? 나는 이 나라의 제상일세.”
“그것은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제상이라도 아니 됩니다. 폐하의 엄명 입니다. 폐하의 별도의 어명이 없이는 그 누구라도 들여보내서는 아니 된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안에 있는 자들도 절대로 밖으로 내어 보내지 말라 하셨습니다. 혹, 명을 어기는 자는 그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참 하라 하셨습니다.”
“이럴수가… 도대체 군사의 저택에 무슨 변괴란 말인가?”
무린은 그만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금위군 대장이 무린에게 말했다.
“저…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폐하께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뭣이라?”
무린는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지고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이건… 정말로 큰 변괴인가?’
그 시각 저택 내에서는 참으로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미란의 참담하고 싸늘한 주검을 접한 황제 적룡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찢어지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계속 이를 갈며 몸을 떨고 있었다.
“미란! 네가 어찌 이리 간단 말이냐? 미란! 어서 대답해 보거라! 사매!”
적룡의 통곡은 끊일 줄 모르고 계속 되었다.
‘폐하…’
그리고 미란의 죽음에 통곡하는 황제를 보며 무영은 마음이 심히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