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포청의 한 장수가 수장인 무영을 찾아 무린의 저택을 찾았다. 그러나 무영은 집에 없었다.
예원.
예원에서 아침을 맞은 무영은 관청에 나가는 것이 늦은 것을 알고는 황급히 예원을 나와 적포청으로 향했다. 그러나 적포청에 들어선 그에게는 너무나 큰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적포청에 들어서자 그의 부장이 그에게 화급히 달려왔고, 그가 전해준 소식은 무영을 크게 당혹하게 하고 있었다.
“이… 이럴수가…”
무영이 들어선 그의 집무실에는 이미 제상 무린과 군의 수장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섰지만 사건의 총 책임자인 무영은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제장들은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무영이 이리 말하자 장수들은 한결같이 입을 굳게 다문 채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 보았다. 그러자 제상 무린이 말했다.
“폐하께는 어찌 보고할 생각이냐?”
“이 사건은 제가 폐하께 친히 어명을 받아 지휘하고 있으니, 직접 폐하께 아뢰고 벌을 청하겠습니다.”
무영의 이 말에 무비가 다시 불같이 화를 이었다.
“지금 그것을 묻는 것이 아니지 않나?”
“장군! 고정 하시지요.”
“이것이 고정할 일입니까?”
“장군…”
무영은 지금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엇보다 무영 자신은 간밤에 예원에서 수랑과 있었기에 새벽의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정작 수랑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뛰쳐나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젠장…’
그날 무영은 수군 사령관 유란의 피살 사실을 아뢰기 위해 어전에 나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황제 적룡과 무영만이 있었다.
“그래… 유란 장군마저 피살 되었다고…?”
“…”
황제는 허탈하게 이리 물었고, 무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 무거운 침묵이 흐른 뒤에야 황제가 입을 열었다.
“무영!”
“네! 폐하!”
“만약, 이날 이후로 황도에서 또다시 이러한 암살 사건이 발생하면 내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썩 물러가라!”
노한 황제를 뒤로하고, 무영은 어전을 물러났다. 그는 지금 심히 참담하여 그 심정을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심정은 황제 적룡에게는 더할 나위 없었다.
‘어찌 이리 모두 어이없이 죽는단 말인가? 어찌 이리…’
그날 이후로 무영은 예원에 발을 끊었다. 그리고 오직 비밀조사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무엇보다 유란의 사건 이후로 황도의 고위 관료들의 집에는 종일 적포청의 비밀부대가 경호를 하기 시작했다.
창원군의 집.
황제의 숙부인 창원군의 집에 한 남자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창원군을 찾았다.
“나리! 소인 입니다.”
“들거라.”
그는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창원군의 방에 들어섰다.
“그래 알아 보았느냐?”
“네!”
“어서 말해 보거라.”
“극비리에 모종의 조사가 진행되는 듯 합니다.”
“그 내용이 무엇이냐?”
“보안이 워낙 철저해서 상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군사 미란과 수군사령관 유란에게 무슨 변괴가 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계속 황도의 저택에 머물다가 며칠 전 갑자기 임지로 돌아간 유란장군은 병을 핑계로 전혀 임지의 저택 밖을 출입하지 않는다 합니다. 그리고 적포청의 부대가 은밀히 황도의 고관들 집을 호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틀림없이 대신들마저 모르는 변괴가 있음이구나…”
“그리고…”
“또 무엇이냐?”
“이 일을 지휘하는 자는 적포청의 수장 무영장군인 듯 합니다.”
“그래…?”
“지금까지 조사한 것은 이정도 입니다. 다른 것은 더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각별히 조심하거라.”
“명심하겠습니다.”
패림에 있는 음원맹주인 최무귀의 저택.
그는 지금 그의 첩보대인 비영(飛影)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냐?”
“틀림 없습니다. 지난날 통일 축제 때 용화가 나타난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용화가 나타남과 동시에 군사 미란과 수군 사령관 유란의 병환이라…”
“또 하나…”
“무엇이냐?”
“창원군 쪽의 움직임이 수상합니다.”
“창원군이?”
“그렇습니다. 요즘 그의 저택에 많은 자들이 은밀히 드나들고 있습니다.”
“그래…”
최무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중림의 내상 목경부의 저택.
그는 침소에서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자 그의 처인 처연이 물었다.
“어찌 이리 깊은 한숨을 쉬는 것입니까?”
“미란 군사의 집에 내 선물을 전해주러 갔던 자가 오늘 돌아왔네.”
“그런데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군사의 집에 미처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고 하는군.”
“네? 어째서…”
“집사는 군사께서 병환이 났다 말했다는데… 아무래도 뭔가 불길하단 말이지…”
“…!”
아무리 막으려 해도 변괴에 대한 갖은 추측과 소문은 그렇게 독버섯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12
적포청.
한 여인이 그곳에 무영을 찾아왔다. 그리고 무영이 그녀를 맞고 있었다.
“수랑…”
“말도 없이 사라지시더니… 이제는 통 발걸음을 하지 않으셔서 도리가 아닌 줄 알면서도 이리 찾았어요.”
“미안합니다.”
“업무가 과중한 것인가요?”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제게 마음을 열게 하시고서는 제가 마음을 열자 이제는 실증이 나신 건가요?”
그녀의 이 말에 무영은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절대로…”
“그럼, 무엇이죠?”
계속되는 수랑의 물음에 한참 고심하던 무영은 결국 입을 열었다.
“실은… 어명으로 어떤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그것은 이미 목숨을 담보로 한 것입니다.”
“사건을 해결 못하면 죽게 되다니… 그것이 정녕 옳은 일인가요?”
“모두 내 불찰입니다.”
“어째서…”
“내가 딴 일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딴 일이란 저를 말하는 것인가요?”
“아니…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수랑을 만날 여유가 없습니다.”
“…”
“수랑! 나는 결코 목숨이 아까워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그뿐입니다.”
“어찌하면 목숨을 구명할 수 있는 것이죠?”
“수랑…?”
“그것도 알려주실 수 없는 건가요?”
“…폐하께서는 더 이상 황도에서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면 나를 용서하지 안으신다 하시었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그것은 다만 저를 책하신 것입니다.”
“잘 알겠어요. 저는 그럼… 장군님이 돌아올 때까지 예원에서 기다릴게요.”
“고맙소… 수랑…”
그렇게 무영과 헤어져 물러나오던 수랑은 그만 적포청의 정문에서 안으로 들던 제상 무린과 마주치게 되었다.
“…!”
무린은 그녀를 보자마자 곧 범부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수랑은 황급히 예를 갖추고는 적포청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곧 무린은 아들을 찾았다.
“아버님.”
“방금 나간 여인은 누구냐?”
“네?”
“방금 나간 여인이 누구냐고 묻지 않느냐?”
“…”
아들이 아무 답이 없자 무린은 곧 정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녕 목숨이 몇 개인 것이냐? 어명으로 목을 내어놓고 사건을 조사하는 적포청의 수장이 이 참담한 시기에 여색에 빠져 있단 말이야?”
무린은 지금 아들에게 노하여 크게 꾸짖고 있었다.
“송구합니다.”
“닥치거라!”
“사건은 반드시 해결할 것입니다. 이미 폐하께 목숨을 내어 놓았으니…”
“이런 어리석은 놈 같으니…”
그날 밤.
또 다시 적령은 복면을 한 채… 야음을 틈타 남부군 사령관인 장수 함덕의 저택으로 향했다.
함덕의 저택.
함덕의 저택은 밖에서 보기는 평상시와 다른 것이 없었으나, 내부는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 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 진다 해도 숨어들고자 마음을 먹은 적령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의 저택에 숨어들어 함덕에게 하나의 편지를 남겼다.
‘이것은…’
함덕은 자신에게 보내어진 암살자의 편지를 보고는 곧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어째서일까? 급습을 하지 않고 이번에는 검을 겨루자는 글을 남기다니? 혹, 그 암살자가 아닐지도…’
함덕은 지금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무장은 한 채 저택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따르고자 하는 수하들을 모두 물리치고는 홀로 약속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적포청이 또 다시 소란스러워 졌다.
“무슨 일이냐?”
“장군님! 함덕 장군님이 결투를 신청하는 편지를 받고는 수행하는 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홀로 저택을 빠져 나갔다 합니다.”
“뭣이?”
이 갑작스러운 정보에 크게 놀란 무영은 황급히 적포청의 병사들을 이끌고 편지에 지정되었다던 장소로 말을 달렸다.
‘빌어먹을… 결투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도성 밖 영림강 지류의 습지.
3미터가 넘게 우거진 갈대 숲 사이에서 적령은 함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앞에 장수 함덕이 무장을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왔다! 어서 나와라!”
함덕이 이리 말하자 적령이 곧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나타난 편지를 보낸 자를 보며 함덕은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여인?’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다시 담담하게 되물었다.
“나와 검을 겨루고자 한 것이 너냐?”
“그렇다.”
“혹,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과 관련이 있는 자 이냐?”
“모두 내가 한 짓이다.”
그녀의 이 말에 함덕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어째서 이번에는 암살이 아니라 결투를 신청한 것이냐?”
“난 지금까지 암살을 한 적이 없다.”
“뭣이?”
“모두 정당하게 검을 겨루어 쓰러뜨린 것이다.”
“네가 누구기에 감히 용의 맹장들과 겨루어 승리했단 말이냐?”
“믿지 못하겠거든 직접 겨루어 보면 될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왜 나에게만은 편지를 보내 이곳에 나오게 한 것이냐?”
“네가 암살되었다고 믿어지면 누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곤란해 진다?”
“그렇다.”
“…장군 무영을 말하는 것이냐?”
“아마도…”
“그와 무슨 관계이냐?”
“그는 나에게 이미 푹 빠져 있다.”
“…!”
그녀의 이 말에 함덕은 갑작스럽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이냐?”
“글쎄…”
“각오는 되어 있느냐?”
“그것은 내가 할 말이구나.”
“간다!”
이리 말하며 함덕이 자신의 진검을 빼어 들고 적령에게 달려들었다.
“챙!”
마침내 조우하는 두 사람의 이 결전으로 갈대 숲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치솟은 갈대가 쓰러져 내리기를 잠시… 함덕은 사실 이미 첫 경합으로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이 자는 자신을 뛰어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럴수가… 내가 밀리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적령은 거침없이 함덕을 밀어 붙였다.
“결전 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헉!”
순식간에 함덕의 팔이 잘려 나갔다.
“큭!”
그러나 함덕은 다시 남은 팔로 칼을 잡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저항이었다. 적령은 단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컥!”
함덕은 지금 양 팔을 잃고 입에 칼을 문채 다시 적령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러자 적령은 다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입에 문 함덕의 칼을 튕겨내고는 그의 양 다리를 잘라내 버렸다.
“이…”
“아무리 분해 해도 이제 너에게는 죽는 일만 남았다.”
적령은 쓰러진 갈대에 늘어진 함덕의 칼을 집어 들고는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서슴지 않고 그의 칼을 그 심장에 냉정히 밀어 넣었다. 그리고 물었다.
“말해라! 황제는 이 일에 개입 하였느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적령은 함덕의 눈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나와 내 아들을 죽이는 일에 황제가 개입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너… 너는 도대체… 누구냐?”
“나는 운향이라 한다! 들어본 적이 있느냐?”
“…크헉!”
함덕은 너무나 크게 놀라 피가 역류하면서 각혈했다.
“이제 생각이 난 모양이구나.”
“당신은…”
“말해라! 황제는 이 일에 개입 했느냐?”
“폐하는… 폐하는… 모르는… 일이다.”
“모두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구나… 내가 듣고자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니다! 자! 다시 대답해 보아라!”
2부 8막 : 복수자 #11~#12
#11
그날 새벽.
적포청이 다시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러웠다.
무린의 저택.
적포청의 한 장수가 수장인 무영을 찾아 무린의 저택을 찾았다. 그러나 무영은 집에 없었다.
예원.
예원에서 아침을 맞은 무영은 관청에 나가는 것이 늦은 것을 알고는 황급히 예원을 나와 적포청으로 향했다. 그러나 적포청에 들어선 그에게는 너무나 큰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적포청에 들어서자 그의 부장이 그에게 화급히 달려왔고, 그가 전해준 소식은 무영을 크게 당혹하게 하고 있었다.
“이… 이럴수가…”
무영이 들어선 그의 집무실에는 이미 제상 무린과 군의 수장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섰지만 사건의 총 책임자인 무영은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제장들은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무영이 이리 말하자 장수들은 한결같이 입을 굳게 다문 채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 보았다. 그러자 제상 무린이 말했다.
“폐하께는 어찌 보고할 생각이냐?”
“이 사건은 제가 폐하께 친히 어명을 받아 지휘하고 있으니, 직접 폐하께 아뢰고 벌을 청하겠습니다.”
무영의 이 말에 무비가 다시 불같이 화를 이었다.
“지금 그것을 묻는 것이 아니지 않나?”
“장군! 고정 하시지요.”
“이것이 고정할 일입니까?”
“장군…”
무영은 지금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엇보다 무영 자신은 간밤에 예원에서 수랑과 있었기에 새벽의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정작 수랑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뛰쳐나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젠장…’
그날 무영은 수군 사령관 유란의 피살 사실을 아뢰기 위해 어전에 나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황제 적룡과 무영만이 있었다.
“그래… 유란 장군마저 피살 되었다고…?”
“…”
황제는 허탈하게 이리 물었고, 무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 무거운 침묵이 흐른 뒤에야 황제가 입을 열었다.
“무영!”
“네! 폐하!”
“만약, 이날 이후로 황도에서 또다시 이러한 암살 사건이 발생하면 내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썩 물러가라!”
노한 황제를 뒤로하고, 무영은 어전을 물러났다. 그는 지금 심히 참담하여 그 심정을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심정은 황제 적룡에게는 더할 나위 없었다.
‘어찌 이리 모두 어이없이 죽는단 말인가? 어찌 이리…’
그날 이후로 무영은 예원에 발을 끊었다. 그리고 오직 비밀조사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무엇보다 유란의 사건 이후로 황도의 고위 관료들의 집에는 종일 적포청의 비밀부대가 경호를 하기 시작했다.
창원군의 집.
황제의 숙부인 창원군의 집에 한 남자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창원군을 찾았다.
“나리! 소인 입니다.”
“들거라.”
그는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창원군의 방에 들어섰다.
“그래 알아 보았느냐?”
“네!”
“어서 말해 보거라.”
“극비리에 모종의 조사가 진행되는 듯 합니다.”
“그 내용이 무엇이냐?”
“보안이 워낙 철저해서 상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군사 미란과 수군사령관 유란에게 무슨 변괴가 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계속 황도의 저택에 머물다가 며칠 전 갑자기 임지로 돌아간 유란장군은 병을 핑계로 전혀 임지의 저택 밖을 출입하지 않는다 합니다. 그리고 적포청의 부대가 은밀히 황도의 고관들 집을 호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틀림없이 대신들마저 모르는 변괴가 있음이구나…”
“그리고…”
“또 무엇이냐?”
“이 일을 지휘하는 자는 적포청의 수장 무영장군인 듯 합니다.”
“그래…?”
“지금까지 조사한 것은 이정도 입니다. 다른 것은 더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각별히 조심하거라.”
“명심하겠습니다.”
패림에 있는 음원맹주인 최무귀의 저택.
그는 지금 그의 첩보대인 비영(飛影)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냐?”
“틀림 없습니다. 지난날 통일 축제 때 용화가 나타난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용화가 나타남과 동시에 군사 미란과 수군 사령관 유란의 병환이라…”
“또 하나…”
“무엇이냐?”
“창원군 쪽의 움직임이 수상합니다.”
“창원군이?”
“그렇습니다. 요즘 그의 저택에 많은 자들이 은밀히 드나들고 있습니다.”
“그래…”
최무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중림의 내상 목경부의 저택.
그는 침소에서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자 그의 처인 처연이 물었다.
“어찌 이리 깊은 한숨을 쉬는 것입니까?”
“미란 군사의 집에 내 선물을 전해주러 갔던 자가 오늘 돌아왔네.”
“그런데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군사의 집에 미처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고 하는군.”
“네? 어째서…”
“집사는 군사께서 병환이 났다 말했다는데… 아무래도 뭔가 불길하단 말이지…”
“…!”
아무리 막으려 해도 변괴에 대한 갖은 추측과 소문은 그렇게 독버섯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12
적포청.
한 여인이 그곳에 무영을 찾아왔다. 그리고 무영이 그녀를 맞고 있었다.
“수랑…”
“말도 없이 사라지시더니… 이제는 통 발걸음을 하지 않으셔서 도리가 아닌 줄 알면서도 이리 찾았어요.”
“미안합니다.”
“업무가 과중한 것인가요?”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제게 마음을 열게 하시고서는 제가 마음을 열자 이제는 실증이 나신 건가요?”
그녀의 이 말에 무영은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절대로…”
“그럼, 무엇이죠?”
계속되는 수랑의 물음에 한참 고심하던 무영은 결국 입을 열었다.
“실은… 어명으로 어떤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그것은 이미 목숨을 담보로 한 것입니다.”
“사건을 해결 못하면 죽게 되다니… 그것이 정녕 옳은 일인가요?”
“모두 내 불찰입니다.”
“어째서…”
“내가 딴 일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딴 일이란 저를 말하는 것인가요?”
“아니…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수랑을 만날 여유가 없습니다.”
“…”
“수랑! 나는 결코 목숨이 아까워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그뿐입니다.”
“어찌하면 목숨을 구명할 수 있는 것이죠?”
“수랑…?”
“그것도 알려주실 수 없는 건가요?”
“…폐하께서는 더 이상 황도에서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면 나를 용서하지 안으신다 하시었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그것은 다만 저를 책하신 것입니다.”
“잘 알겠어요. 저는 그럼… 장군님이 돌아올 때까지 예원에서 기다릴게요.”
“고맙소… 수랑…”
그렇게 무영과 헤어져 물러나오던 수랑은 그만 적포청의 정문에서 안으로 들던 제상 무린과 마주치게 되었다.
“…!”
무린은 그녀를 보자마자 곧 범부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수랑은 황급히 예를 갖추고는 적포청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곧 무린은 아들을 찾았다.
“아버님.”
“방금 나간 여인은 누구냐?”
“네?”
“방금 나간 여인이 누구냐고 묻지 않느냐?”
“…”
아들이 아무 답이 없자 무린은 곧 정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녕 목숨이 몇 개인 것이냐? 어명으로 목을 내어놓고 사건을 조사하는 적포청의 수장이 이 참담한 시기에 여색에 빠져 있단 말이야?”
무린은 지금 아들에게 노하여 크게 꾸짖고 있었다.
“송구합니다.”
“닥치거라!”
“사건은 반드시 해결할 것입니다. 이미 폐하께 목숨을 내어 놓았으니…”
“이런 어리석은 놈 같으니…”
그날 밤.
또 다시 적령은 복면을 한 채… 야음을 틈타 남부군 사령관인 장수 함덕의 저택으로 향했다.
함덕의 저택.
함덕의 저택은 밖에서 보기는 평상시와 다른 것이 없었으나, 내부는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 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 진다 해도 숨어들고자 마음을 먹은 적령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의 저택에 숨어들어 함덕에게 하나의 편지를 남겼다.
‘이것은…’
함덕은 자신에게 보내어진 암살자의 편지를 보고는 곧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어째서일까? 급습을 하지 않고 이번에는 검을 겨루자는 글을 남기다니? 혹, 그 암살자가 아닐지도…’
함덕은 지금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무장은 한 채 저택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따르고자 하는 수하들을 모두 물리치고는 홀로 약속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적포청이 또 다시 소란스러워 졌다.
“무슨 일이냐?”
“장군님! 함덕 장군님이 결투를 신청하는 편지를 받고는 수행하는 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홀로 저택을 빠져 나갔다 합니다.”
“뭣이?”
이 갑작스러운 정보에 크게 놀란 무영은 황급히 적포청의 병사들을 이끌고 편지에 지정되었다던 장소로 말을 달렸다.
‘빌어먹을… 결투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도성 밖 영림강 지류의 습지.
3미터가 넘게 우거진 갈대 숲 사이에서 적령은 함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앞에 장수 함덕이 무장을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왔다! 어서 나와라!”
함덕이 이리 말하자 적령이 곧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나타난 편지를 보낸 자를 보며 함덕은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여인?’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다시 담담하게 되물었다.
“나와 검을 겨루고자 한 것이 너냐?”
“그렇다.”
“혹,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과 관련이 있는 자 이냐?”
“모두 내가 한 짓이다.”
그녀의 이 말에 함덕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어째서 이번에는 암살이 아니라 결투를 신청한 것이냐?”
“난 지금까지 암살을 한 적이 없다.”
“뭣이?”
“모두 정당하게 검을 겨루어 쓰러뜨린 것이다.”
“네가 누구기에 감히 용의 맹장들과 겨루어 승리했단 말이냐?”
“믿지 못하겠거든 직접 겨루어 보면 될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왜 나에게만은 편지를 보내 이곳에 나오게 한 것이냐?”
“네가 암살되었다고 믿어지면 누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곤란해 진다?”
“그렇다.”
“…장군 무영을 말하는 것이냐?”
“아마도…”
“그와 무슨 관계이냐?”
“그는 나에게 이미 푹 빠져 있다.”
“…!”
그녀의 이 말에 함덕은 갑작스럽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이냐?”
“글쎄…”
“각오는 되어 있느냐?”
“그것은 내가 할 말이구나.”
“간다!”
이리 말하며 함덕이 자신의 진검을 빼어 들고 적령에게 달려들었다.
“챙!”
마침내 조우하는 두 사람의 이 결전으로 갈대 숲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치솟은 갈대가 쓰러져 내리기를 잠시… 함덕은 사실 이미 첫 경합으로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이 자는 자신을 뛰어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럴수가… 내가 밀리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적령은 거침없이 함덕을 밀어 붙였다.
“결전 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헉!”
순식간에 함덕의 팔이 잘려 나갔다.
“큭!”
그러나 함덕은 다시 남은 팔로 칼을 잡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저항이었다. 적령은 단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컥!”
함덕은 지금 양 팔을 잃고 입에 칼을 문채 다시 적령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러자 적령은 다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입에 문 함덕의 칼을 튕겨내고는 그의 양 다리를 잘라내 버렸다.
“이…”
“아무리 분해 해도 이제 너에게는 죽는 일만 남았다.”
적령은 쓰러진 갈대에 늘어진 함덕의 칼을 집어 들고는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서슴지 않고 그의 칼을 그 심장에 냉정히 밀어 넣었다. 그리고 물었다.
“말해라! 황제는 이 일에 개입 하였느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적령은 함덕의 눈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나와 내 아들을 죽이는 일에 황제가 개입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너… 너는 도대체… 누구냐?”
“나는 운향이라 한다! 들어본 적이 있느냐?”
“…크헉!”
함덕은 너무나 크게 놀라 피가 역류하면서 각혈했다.
“이제 생각이 난 모양이구나.”
“당신은…”
“말해라! 황제는 이 일에 개입 했느냐?”
“폐하는… 폐하는… 모르는… 일이다.”
“모두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구나… 내가 듣고자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니다! 자! 다시 대답해 보아라!”
“폐하는… 이 일과… 무관하다. 이 일과는…”
그렇게 적령의 물음을 부인하며 함덕마저 허무하게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