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흡연자의 집안은 콩가루?!

..2005.12.27
조회59,844

담배피는 여자...

 

재수 없다고들 하지요...

그럼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여자는 사람 아니냐?'

 왜 유독 여자에게만 그런 잣대가 적용될까요?

 

 남자들은 길가다 정류장에서도 피고, 하다못해 아침 출근길에 나서자마자도 피며 다니는데, 그 혼잡하게 붐비는 길에서도 남의 옷에 재를 날릴 가능성을 수반하면서도 피고, 어디 가서든 피는데,

 여자는 왜 안된답니까?

 

 웃기지만 사실 저도 전형적인 우리나라 사람이고 보니 나도 여자면서 길가에서 아무렇게나 담배를 빼물고 있는 어린 여학생들을 보면 이중적인 느낌이 옵니다.

 가슴이 답답하지요.. 그러다가 또 생각해보면 나도 웃긴다, 라고 생각하죠.

 논리적으로는 여자 흡연자를 동물로 볼 이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우리는 이미 그렇게 쇄뇌가 되었으니까요.

 

 옛날에 제가 시급 2500원 받고 이대 후문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했습니다.

 바로 위에 있는 서버가 한 살 많은 남자애였는데 이 사람 저를 참 많이 괴롭혔습니다. 대학 1학년 때 과외도 짤리고 돈도 없고 해서 그 설움 다 당해가면서도 열심히 일했고, 사장님도 까다롭기는 했지만 많이 배워서 나왔죠.

 일하고 나온 뒤에도 아주 간간히 들려서 인사드리곤 했죠.

 

 지난 해에 프랑스에 좀 있다 돌아와서 안부 인사를 갈 겸 반갑게 찾아갔습니다. 돈은 없었지만 그라땅 같은 것도 하나 시켰죠..(물론 돈 다내죠..할인 없고..)

 제가 조심스럽게 사장님께 여쭤보았습니다. 담배 한 대 피워도 되냐고..

 그 여자 사장님, 자기도 담배 피는 여자 고객들 많이 받으면서도..

 저한테 완전 폭발하더군요.

 니가 나를 지금 뭘로 보냐고, 니가 돌았구나, 살짝 정신이 나간거 아니냐는 둥..

 

 뭐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옛날 분들 사고 방식 이해할 수 있죠. 특히 자기가 좀 윗계층이라고 대우받고 싶어하시는 분이면 그렇게 화가 날 수도 있겠죠.

 제가 사과 했지만 사장님은 계속 하더군요.. 미친 거 아니냐면서.

 그러다가 저의 가정교육과 집안 교육, 부모 까지 들먹이시더군요..

 황당했습니다. 저는 17살 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거 사장님도 다 아시거든요.

 

 과부가 되버린 저의 어머니.. 저의 교육에 무관심하지 않은, 정말 꿋꿋한 분인거 알면서..

 저한테 그러더군요. 가정교육 그 따위로 어디서 받았느냐고?

 집안 얘기까지 들먹이면서 사과했는데도 집안까지 모욕하자.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 밥값을 치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라땅 하나에 15000원을 내고, 아무 말도 안하고 나와 버렸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할 말은 한 마디도 못하고..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 확 나와버리는 거죠..)

 담배를 갔다 물면서 건방지게 '한 대 피워도 되지?' 이런 것도 아니고, 먼저 공손하게 물어봐도 한 순간에 저를 완전 호로 자식으로 매도하더군요...

 

 그런 일이 있고 1년이 지나서 그저께 아는 언니를 그 집에 데려갔습니다. 근처 찻집이 다 닫고 그 식당 하나면 열었거든요.

 같이 간 언니가 흡연자라 들어갈 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ok인것 같았습니다. 자리까지 배정해주더군요. 안고보니 뒷자석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 둘이 젊은 사람들과 가족식사를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이 온 언니에게도 주의를 줄 참이었죠.

 (식사 하는데 연기가 안 가는 건 최소한의 예의니까요)

 

 갑자기 주방에서 부른다더군요. 주방에는 저를 옛날에 참 괴롭혔던 그 오빠가 요리사로 있습니다.

 상황을 모른 저, 반갑게 인사하려고 미소를 띠며 갔다가, 주방까지 가서, 그 앞에서 완전 개취급을 당했습니다.

 저기 어른 계시고 식사 중인데 그 옆에서 담배를 피우려 하다니 니가 제정신이냐 고 깔아보며 소리를 치길래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안다고 대답하자 이 상식없는 사람 계속했습니다.

 너랑 같이 온 저 언니 한테도 똑바로 알아듣게 얘기하라고. 못 그러겠으면 당장 나가버리라고.

 

 이번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은 바로 나가버리는 것이었슴다.

 저 참 바보같지 않습니까? 제가 학교 무슨 유엔대회 같은데서 대상 탄 사람인데 그럴 때는 원래 너무 놀라서 한 마디도 못합니다. (저는 제가 더 밉습니다)

 그래도 손님으로 간건데 손님을 주방까지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해가지고 기껏 하는 것도 기가 막힌데.

 쫓겨났답니다. 담배 피려거든 당장 나가라는데, 담배를 안 피워도 그런데 있으르 수 없지요.

 

 다음날 사장님한테 전화했습니다.

 사과는 없고 역시 그 남자 주방장만 두둔하면서 그러더군요.

 니가 옛날에 정신이 살짝 돈거 였다고. 그 때 자기 정말 기분이 나빴다고.

 그러면서 또 그러더군요.

 자기는 자식 교육 그렇게 안 시킨다고. 콩가루 집안이나 그러는거라고.(그럼 저의 집안 졸지에 콩가루 된거네요?) 저희 집안 아버지 안계시니까 우습게 보고 그런 얘기를 자꾸 하는 것 같더군요...

 

 참고로 제가 원래 아무 어른 앞에서나 담배 피는 그런 애 아닙니다.

 담배를 피다가도 어른이 오면 얼른 끕니다.

 

 그래도 여성 흡연자는 아직 가끔 동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흡연하는 것은 아마 약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흡연하는 여성 손님은 아무 말 못하면서, 저는 두 번이나 개가 됐슴다..

 

여성 흡연자의 집안은 콩가루?!  소심 A형 남자 공략법 없나요? 고백했는데...

 

ps 후일담..님들께.

 일단 어른 앞에서 담배를 펴도 되겠냐고 여쭤보는 것 자체가..

 아무리 공손하게 여쭤봐도 죄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뭐 제가 잘했다고 우길려고 쓴 게 아니라 하도 마음이 답답해서 썼습니다.

 

 그리고

 

 

원래 20대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습니다..

 제가 범한 실수 중 하나가 위의 것 같은 거지요..

 그 때 어른이 야단을 치신다면 그 야단도 맞을 수 있지요.... (혹은 맞아야겠죠)

 그러나 야단을 칠 때 남의 가슴 아픈 가족사를 일부러 꼬집어 비틀며 자신의 집안과 빗대어 인신 공격을 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저를 정말 생각하셨다면, 야단 치시겠지요.. 야단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야단치면서 저의 가족사를 적개적으로 비꼬면서 말씀하시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제가 신뢰했던 것보다는 수준이하였다고 봅니다.

 

 야단을 치시려면 상욕을 해도 절 상대로 해야지, 왜 남의 가장 서러운 가족을 비꼬면서 자기 집안의 우월성을 강조합니까?

 방식이 너무 비열해서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그 때 알았습니다.

 

 그 사장은 날 생각해서 야단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권위가 훼손됐다고 생각했기에 펄펄 뛴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