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8막 : 복수자 #13~#14

J.B.G200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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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다음날.

무영은 다시 황제를 알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알현에 황제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누구냐?”

“…”

“어서 고하여라!”

 

황제는 애써 노기를 감추며 무영을 대하고 있었다.

 

“남부군 사령관 장수 함덕 입니다.”

“이…”

“소신의 불민하여…”

“닥치지 못하겠느냐?”

“…”

“누구냐? 도대체 누구란 말이다!”

“…다만, 함덕장군은 누군가의 편지를 받고 호위하는 자들을 물리치고 홀로 그자와 만난 듯 합니다.”

“지금, 누군가의 편지라 하였느냐?”

“그렇습니다. 장군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북방의 암살자도 아니고, 지난날 멸망한 제국의 망령도 아니란 말이냐?”

“죄송합니다. 경우의 수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

“…”

“물러가라!”

“폐하…”

“물러가라 하지 않았느냐?”

 

참담한 마음으로 무영이 예를 갖추고 일어서 나가려 할 때, 그에게 적룡이 말했다.

 

“무영! 다음에는 범인이 하나이든 셋이든 그자의 목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명심해라!”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궁을 물러나온 그를 적포청에서 무린을 비롯한 지난날의 맹장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노기를 억누르지 못해서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

 

“지금에 와서도 비밀수사를 논한다면 내 여기서 네 목을 벨 것이다. 무영!”

 

무비는 이미 그 노기가 폭발하여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지금까지 그를 말리려 했던 선경과 이하 다를 장수들도 더 이상은 무영을 보아 넘기려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조사 내용을 말해보게.”

“…”

 

장수 선경이 이리 물었지만, 무영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자 제상 무린이 말했다.

 

“더 이상 숨길 것이 무엇이냐? 폐하께는 여기 모인 장수들이 이 사건을 같이 조사하도록 내가 윤허를 받도록 하겠다.”

 

마침내, 제상마저 이리 말하자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었던 무영은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무영은 지금까지의 조사 내용에 대해서 그 자리에 모인 자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폐하께서 제게 이 사건의 조사만은 장군들에게 마저 비밀에 붙이라 하신 이유는 혹, 장군님들 중에 이 사건으로 대장군 철기주를 찾는 자가 있지 않을까 염려하셔서 입니다.”

“그것은 또 무슨 말인가? 우리가 이미 세상을 등진 장군님을 무슨 이유로 찾는단 말인가?”

“그것은… 이 사건의 발단이 용화이기 때문입니다.”

“용화?”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무엇보다 마음에 걸려 하신 것은 미란 누님이 피살되기 며칠 전에 용화가 되돌아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수가…”

 

무영의 이 말에 그곳에 모인 자들은 모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용화는 과거 적장 적령이 죽으면서 사라진 것…”

 

사실 이때까지 죽은 적령이 철기주의 정부인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죽은 미란과 아내의 등에 직접 창을 던진 철기주. 그리고 지금은 북방 제나라의 황후 운란이 된 초란과 철기주의 두 번째 부인이 된 무연 뿐이었다.

 

“그 일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말해 보아라.”

“이미 말씀 드린 대로 지난날 통일 축제 때 용화가 돌아왔습니다. 모조품을 만든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축제에 쓰일 것을 보고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며칠 후, 미란 누님이 절 찾았습니다. 그 용화를 들고… 누님은 용화의 출처를 조사하라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틀림없는 진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것인가?”

“네. 누님이 그 창에 새겨진 협성 대장군님의 문장을 확인했습니다. 틀림없는 진품입니다.”

“이런…”

“그 일로 미란 누님은 중림에까지 걸음을 했습니다.”

“뭣이라? 어명으로 금한 일을 군사가?”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직후에 저를 만나고는 곧 피살 되셨습니다.”

“…”

“누님이 없는 동안 용화의 출처를 조사하던 저는 용화의 모조품을 만든 대장장이에게서 제가 제시한 진품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증언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 누구인가 그가 모조품을 만드는 것을 알고 진품과 바꾸어 놓은 듯 합니다. 그 누구인가는 그 창을 통해서 선전포고를 했던 것입니다.”

“그럼 그것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지난날 목진의 전 황제가 변란으로 참수되는 사건이 있었기에… 용에 한을 품은 목진의 장수나 그 집단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밀하게 적포청의 병사를 풀어 잠적한 옛 목진의 맹장들을 찾고 있습니다.”

“수확은 있는가?”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또 한가지 이상한 점은 미란 누님의 시신 옆에서 하나의 검이 발견된 것입니다. 그리고 조사해 본 결과 그 검은 북방 제나라의 도공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제나라라 했는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나라가 자객을 보낸 것인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지만… 역시 꼬리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수면으로 드러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자칫 제나라에 용의 맹장들이 죽어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일이 될 뿐 더러. 이 일을 핑계로 제나라가 자신들을 의심하다 하여 대륙을 침범을 우려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그런데 이번 함덕 장군님의 일로 또 하나의 벽이 나타났습니다.”

“벽이라 했나?”

“그렇습니다. 그 동안은 틀림없이 암살자가 벌인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장수와 장수들 간의 결전이었습니다.”

“결전?”

“그렇습니다. 서로 자웅을 겨루는 결투였다는 것입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 사실은 어떻게 알았는가?”

“편지 입니다.”

“편지? 그렇다면, 자객이 결투를 신청하는 편지를 보냈단 말인가?”

“네. 그래서 사건이 한 없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

 

그때 무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 했다.

 

“안내하게.”

“네?”

“함덕 장군의 시신이 발견 된 결투가 있었던 곳으로 말일세.”

“…네.”

 

이리하여 그들은 무영의 안내대로 갈대 숲의 결전의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도착한 그들은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을 보며 무영은 불안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무영이 이리 묻자 무비가 말했다.

 

“귀신이야…”

“네?”

 

무영이 차마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자 선경이 말했다.

 

“쓰러진 갈대의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네. 이 싸움이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

“네?”

“전국시대를 호령하던 맹장이 이리 허무하게 패하다니…”

“…!”

 

무영은 갑자기 오한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그가 쫓던 상대에 대해서 그는 단 한 발치도 다다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14

창원군의 저택.

그는 지금 첩자와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어서 말해 보아라.”

“변괴가 있음이 틀림이 없습니다. 장수 함덕이 병환으로 쓰러진 직후에 제상 무린과 무비, 선경 그리고 이서기, 정찬우, 요적란, 자현룡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회합을 하고는 곧 도성 밖의 갈대 숲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들은 틀림없이 비밀리에 어떠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들을 안내한 것은 적포청의 수장 무영이며, 그는 최근 모든 업무를 전폐한 채 어명으로 한 사건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조사한 곳에 다른 흔적은 없었느냐?”

“싸움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싸움?”

“그렇습니다. 그것도 아주 일방적인 싸움이었습니다.”

“어허… 이거 도대체 알 수가 없군. 무슨 변괴란 말인가?”

“혹… 지금까지 병환이 난 자들은 모두 암살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의 이 말에 창원군은 크게 놀라고 있었다.

 

“뭣이라?”

“나리!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면 어명으로 비밀조사를 하며, 또 임지에 돌아가야 할 군의 수장들이 어찌 아직 황도의 자택에 머물면서 적포청을 드나들겠습니까?”

 

창원군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첩자의 말은 틀림없이 일리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에게는 너무나도 큰 기회인 것이었다.

 

“아무래도 네 말이 사실인지 내 한번 그자들을 떠 봐야겠구나…”

“나리께서…?”

“그렇다. 그러니 너는 행여 경고망동 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나리.”

 

한편, 미궁에 빠진 사건은 여전히 해결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무영은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젠장…’

 

무영은 최근 들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으며, 웃는 모습은 찾아보기조차 힘들어 졌다.

 

‘삼촌…’

 

그리고 그의 이러한 심경의 변화를 살피며, 비도 깊은 생각에 빠져들어 있었다.

 

‘틀림없이, 황도에 큰 폭풍이 일고 있어…’

 

비는 집안의 어른인 제상과 무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작금의 사태에 의문을 품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그들은 축제가 이미 끝났음에도 비를 운산으로 돌려보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림부.

천산의 혼란과는 다른 세계처럼 운산은 평화로웠다. 그리고 그 산장의 냇가에서 무와 무연이 나란히 앉아 평화롭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둘이 지낸 지가 얼마만이지?”

“비가 먹은 나이 만큼이죠.”

“벌써 10년도 전의 일이 되는 건가…?”

“그건 왜요?”

“그냥… 어찌 보면 꾀나 긴 세월인 것 같아서.”

“10년 이라…”

“그 세월이 마치 하루같이 지나간 것 같아. 너무나 행복해서…”

“여보…”

“고맙다는 이야기야. 당신한테…”

“…”

 

무의 이 말에 연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보일 것 같았다. 그러자 무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비가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 거지?”

“글쎄요… 은둔생활을 하면서 함부로 연락을 취할 수도 없으니…”

“그러고 보니 비에게까지 내 짐을 맡긴 것 같군.”

“그렇지 않아요. 그 아이가 세상에 나아갈 나이가 되면 전… 그 아이 뜻에 따라줄 거에요.”

“그래… 나도 그럴 생각이야.”

“그리고 아버님 댁에 있으니 걱정할 일은 없어요. 다만, 제상이라는 직위나 적포청의 수장이라는 직책이 워낙 중대한 일들의 연속이니 경황이 없어서 비를 챙기지 못하는 거겠죠.”

“경황이 없다…”

 

창원군의 저택.

지금 그의 집은 모든 사람들이 행사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곧 창원군의 쉰 번째 생일이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창원군은 전국의 모든 지인들에게 파발을 띄워 그들을 잔치에 초대했다. 물론, 황제에게도 자신의 생일 축하 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청했으며, 미란을 비롯한 군의 수장들에게도 모두 초대장을 보냈다.

 

‘살아 있다면 황제의 숙부인 나의 초대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리 생각한 창원군은 마침 자신의 생일이 가까워오는 것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는 그 행사를 가능한 한 거창하게 하여 황제와 그 측근이 숨기려는 무엇인가를 알아내려는 계략인 것이었다. 그리고 예정대로 창원군의 쉰 번째 생일이 되었다. 그날은 전국에서 모여든 많은 무, 무 대신들과 제후들이 그의 집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정말로 모두 죽은 것인가?’

 

마침내 다가온 축하연에 그의 예상대로 미란을 비롯한 유란, 함덕이 병환을 핑계로 그 자라에 참석하지 않자 창원군은 놀라면서도 큰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근심이 깊어 있을 황제마저 그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있었다. 사태가 이리 되자 창원군은 손님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군사 미란과 함덕, 유란 장군이 참석하지 않다니… 그들이 틀림없는 일등공신이기는 하나 그래도 나는 황제의 숙부인데 이리 나를 박정하게 대할 수 있는 것입니까? 제상! 그렇지 않습니까?”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병환이 깊어 여러 날 출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허어… 그런 병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죽지 않고서야…”

“나리?”

“허험, 내가 말이 좀 과했나 보군요. 내 섭섭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

 

창원군의 의도 된 행동에 무린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당황했으며, 이러한 무린의 태도는 창원군에게 더욱 확신을 주고 있었다. 그러자 창원군은 다시 황제 적룡이 참석하지 않음에 서운함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형님께서 지방의 작은 제후로 있을 때에 내 어린 황제의 목숨을 구명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형님께서는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을 구명해준 나에게 고맙다 하며 큰 절을 했을 정도로 나를 신임해 주었습니다. 형님이 살아 계셨다면 틀림없이 이곳에 나와 주셨을 것입니다.“

 

계속되는 그의 이러한 한탄을 듣고 있던 무비가 얼굴이 굳어져서는 가로 막았다.

 

“창원군 나리!”

“…”

“… 저 무희의 검무를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무희?”

 

지금 그들의 앞에서는 이미 수랑이 검무를 펼쳐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검무는 언제나 보는 이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검무를 보자 창원군은 자신도 모르게  하고자 했던 말을 잊고 그 검무에 빠져 들었다.

 

‘아름답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랑의 검무는 그곳에 모인 모든 자들의 마음을 빼앗으면서, 자칫 창원군마저 자신이 왜 이리 이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있는지를 까맣게 잊게 하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이 아닌 듯 하구나…”

 

모든 사람을 매혹시켰던 그녀의 검무가 끝나고 곧 다른 공연이 이어졌다. 그리고 자신이 순서를 마친 수랑은 예원의 단원들이 머물도록 따로 마련된 막사에서 쉬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러한 그녀를 무영이 찾았다.

 

“수랑…”

“…”

 

힘겹게 그녀의 이름을 부른 무영은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속한 분이네요.”

“미안… 해요. 언제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지난날에도 내가 예원에 있을 때에 사건이 발생했어요.”

“…충실하신 분이군요. 임무에…”

“…”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렇게 무영이 계속 아무 말이 없자 참고 있던 수랑이 먼저 말했다.

 

“오늘 밤… 자정에 그곳에서 만나요.”

“…”

“역시, 안… 되나요?”

“아뇨. 약속하죠. 꼭 갈게요.”

 

그렇게 약속을 하고 무영은 막사를 나왔다. 그는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왔으나, 행사장의 모습을 보는 것이 편치는 않았다. 그곳에 모인 지방의 제후와 대부분의 문, 무의 대신들은 지금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영은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자칫 자신이 임무에 실패하면 이러한 광경이 금방이라도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곧바로 창원군의 집을 빠져 나와 적포청으로 향했다.

 

‘자정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좀 더 조사를 해 보아야겠다.’

 

자정.

마침내 오랜만에 두 사람이 다시 재회했다. 처음 만나 밀회를 했던 그곳에서… 그들은 여전히 낚시를 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말했던 변괴가 계속 있는 건가요?”

“네…”

“헌데 목숨이 어찌 붙어 있죠?”

“그건… 굳이 이유를 달자면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 되었기 때문이에요. 뭐… 어차피 폐하께서 내 목을 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럴 각오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요.”

“충실한 분이네요. 누구처럼…”

“…”

 

긴 침묵… 적막한 강가에 입질로 인한 고요한 파동만이 번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중 누구도 그 적막을 깨며 낚싯대를 당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목석처럼 굳어있던 수랑이 말했다.

 

“뭐해요?”

“네?”

“입질이 왔잖아요?”

“아…”

 

사실 지금 무영은 그 자리에 수랑과 있으면서 온통 다른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래서 결국 고기를 놓치고 말았다.

 

“역시,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린…”

 

수랑이 이리 말할 때 갑자기 무영이 그녀를 끌어 안았다.

 

“나리?”

“미안해요. 내가 당신을 만나면서 딴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

“정말 미안해요.”

“나리…”

“날… 용서해 주는 거죠?”

“…네.”

“고마워요. 정말… 당신마저 없었다면, 지금의 난… 마치 지옥에 있는 것 같았을 거예요.”

“제가 그 지옥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 드릴께요.”

“수랑…”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