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상하게 문장이 되었습니다. 뭔가 잘못 건들여 진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복사를 해서 끓어 왔더니 그대로 옮겨오고 말았습니다.
이제 곧 새해가 다가오는 군요. 내일은 병동 회식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랍니다. 울 병동 회식은 술 못먹는 사람은 마시지 않아도 터치하지 않거든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는 만큼 건강하시구요. 꿈도 잃지 말고 항상 가꾸어 가세요. 사랑은 없어지고 상처로 남지만 꿈은 그 상처를 메꾸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더군요.
남들이 말하는 것 처럼 상처도 다 잊고 좋지 못했던 일도 다 잊고 새해를 시작하고 싶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되는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힘내세요. 힘들고 쓸어질 것 같고 주위 사람 때문에 괴로워도 인생이라는 건 살만 한 것 같아요.
뭐 좋은 사람 못 만나면 어때요. 남들 하는 결혼 못하면 어때요. 내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되지 않겠어요.
남들 다 하는 결혼이라고 해서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다르지만 그렇지 않는데 외로워서 앞으로 혼자 살아갈 일이 막막해서 결혼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머나 제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고 싶어서 한다는게 두서 없이 이런 저런 말들만 하게 되었군요. 여러분 정말이지 꼭 건강하시구요. 하고 싶은 일 꼭 이루세요. 그리고 자신을 더 사랑하세요. 시련이 다가와도 자신을 탓하지 않도록요.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거야가 아니라 나여서 나니까 난 견딜 수 있으니까 나에게 시련이 다가온 거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요. 자기 비하는 쓸데 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랍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2. 이별은 겨울비처럼.
버리고 싶었지만, 무슨 미련처럼 부케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게 뭔 짓인지. 파토 낸 결혼식 부케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거다. 양동희.
윽.”
데려다 주겠다는 친구들을 보낸 동희는 택시를 탔다. 집으로 가야했지만 마음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동희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다. 그녀는 더 이사의 망설임 없이 기사아저씨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편한 자세를 취한 채로 그동안 많이 변한 거리를 바라보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아저씨는 기분이 다시 올라간다는 동희의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동희는 꽃을 사려다가 자신의 손에 쥐어 있는 부케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넌 오늘 이미 있는 자리에 놓이는 거다. 영광으로 생각해라.”
납골당 입구에는 오늘 막 유골을 안치한 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셨을 때 그때 마다 커다란 충격이 그녀의 가슴을 내리친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망각이라는 편리한 기능이 있어서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실하는 아픔은 아무리 큰 망각이라고 해도 덮어 줄 수 가 없었다.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실 때 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맛보았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이 돌아가 동희를 힘들게 했다. 달라진 건 단지 아침에 그녀를 깨워주던 엄마와 학교가 끝나면 데리러 오던 아빠가 없다는 동희의 생활뿐이었다.
“아빠, 엄마 저 왔어요.”
동희는 부모님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너무 오랜만이죠? 너무 바보 같은 모습만 보여서 죄송해요. 이제는 그런 모습 보이지 않을 거예요. 이번에 다시 한 번만 절 믿고 지켜봐 주세요. 실망 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두 분 모두 사랑해요.”
엄마가 갑작스럽게 얻은 병 투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시자 아빠는 엄마의 공백을 견딜 수가 없었는지 일년이 되가는 해에 주무시다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평상시에도 금술이 좋던 부모님들은 서로를 너무 애타게 그리워 한 모양이었다. 웃음이 줄어들고 밖으로 나가는 횟수가 줄어들 때 아빠의 큰 슬픔을 이해했어야 했었다.
“아빠 이제는 행복하시죠.”
처음엔 아빠의 슬픔을 감싸주지 못했던 걸 후회하고 가슴아파했다. 하지만 이젠 그건 동희가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는 걸 잘 알았다. 아빠의 상처는 단 한 사람, 엄마만이 감싸줄 수 있던 거라는 걸.
“부케 예쁘죠? 오늘 제가 하신 일을 아신다면... 아마 벌떡 일어나실 거예요. 그런데요. 이상하게 후회가 되지를 않아요. 그 신부 눈빛이 너무 자유스러워 보였거든요. 아빠 엄마 그 아가씨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동희는 부케를 내려놓았다.
“저 이제 가 볼게요. 할머니가 기다리실 거예요. 이제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할머니 곁에서 떠나지 않을 게요.”
동희는 부모님과 약속한 걸 지키기 위해, 미국에서 가질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힘들어하는 동희가 보기 싫다면서 떠밀다 시피, 아니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강제적으로 미국으로 보내버린 할머니였다. 처음엔 그런 할머니의 결정을 이해 할 수도 없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그분의 사랑 방식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직도 할머니가 한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혼자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되면 돌아와도 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흔들릴 것 같다면 평생 그곳에서 살아라.”
참 독한 분이었다. 그렇지만 가족을 가장 사랑하는 분이었다.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닌 약속을 지켰다. 그녀가 돌아 와서도 집에 아무도 없어서 들어 올 수 있도록 열쇠를 바꾸지 않았다. 집을 떠나는 걸 무서워했던 동희에게 두 손에 집 열쇠를 꼭 쥐어 주였었다.
“너 지금이 몇 시인 줄이나 아니?”
“우와. 우리 할머니 성질 하나도 안변하셨네.”
“이것이 세상 배우라고 내 보냈더니 버르장머리만 버려서 왔구나.”
동희는 3년이라는 세월이 삼켜버린 할머니의 젊음을 안타까워하며 두 팔을 벌려 할머니를 안았다. 여전히 당차고 당당한 모습을 잃어버리진 않으셨지만 나이는 속일 수가 없었다.
“으음. 할머니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야 왔단 말이냐?”
오늘에 국한 된 내용이 아니라는 걸 동희는 알아챘다.
“죄송해요. 생각 할게 많았어요.”
“그래. 어서 들어가자.”
“네.”
“이제야 왔어.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
어릴 적부터 동희의 집안일을 도와주던 향미이모는 이제 완전히 한 가족이었다. 사실 친 이모보다 더 가까운 사이었다.
“울 이모 더 예뻐진 것 같아요.”
“어머. 정말?”
“네. 그 동안 잘 지내셨죠?”
“그럼. 회장님이 동희 얼마나 많이 보고 싶어 하셨는 줄 알아.”
“정말요? 아닌 것 같은 데요.”
동희의 익살에 세 여자는 통쾌하게 웃었다.
“밥은 먹고 돌아다닌 거야?”
“아니요. 저 지금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에요. 맛있는 거 있으면 이 불쌍한 중생 좀 구제해 주세요.”
“어머머. 그런 농담도 할 줄 아네. 온 다는 소식 듣고 좋아하는 거 이것저것 해 놓았으니까 씻고 내려와서 먹어.”
“네. 금방 내려올께요.”
동희는 간단한 소지품이 들어 있는 작은 가방을 챙겨 들고 이층으로 향했다.
“방아 네가 한 다섯 번째로 그리웠던 것 같다. 그런데 넌 나 없이도 잘 지냈나 보다. 어찌 삼년 동안 한번도 빈 적이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동희는 방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귀를 뒤 흔드는 꼬르륵 소리에 할 수 없이 급하게 윗옷을 벗으며 욕실로 향했다.
“근데 회장님 우리가 방 이야기를 해 주었나요?”
“글쎄. 기억이 없네. 요즘 내 기억이 붕어 수준 이라면서. 아마 말 해 주었을 거야.”
꺅악악아아아
“말 안 해주셨네요.”
“그러게. 덕 분에 둘이 알아서 인사는 하겠지.”
“그렇기는 한데. 첫 인사 치고는 좀 과격하죠.”
“절대 잊어버리지는 않겠지. 뭐.”
“당신... 뭐... 뭐야?”
동희는 허리에 타월을 두른 채로 머리를 털면서 나오는 남자를 보고 기겁할 뻔했다.
“이 집 하숙생.”
“하숙생?”
잠깐 이 남자 눈에 익잖아. 어디서 봤지? 남자는 동희가 소리를 지르다 시피 하면서 질문을 하자 수건을 얼굴에서 치워 그녀를 똑 바로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당신?”
두 사람은 동시에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큐션 머리.”
“매너 꽝.”
“뭐?”
“뭐요?”
동희는 공황에서 봤던 남자가 허리에 두른 타월 아래로는 나신 것은 잊어 버렸다.
“큐션 머리라뇨? 이거 얼마나 힘들게 한 머리인 줄 알아요.”
“매너 쾅이라니? 당신이 날 알아?”
“뭐 좋아요. 그건 우선 내버려두기로 하죠.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건지나 설명해 봐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소리야.”
이 인간이 한 마디도 질 생각이 없는 인간이구만.
“여긴 우리 집이거든요.”
“그래. 유감이지만 난 여기 하숙생이거든.”
동희는 잠시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입을 벌린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우선 그의 말의 진위 여부를 따지려는 듯이 동희는 고개를 흔들고 방을 둘러보았다.
“할머니. 할머니.”
역시 예상대로 대답이 없었다.
“하숙생이라구요? 그래요 그럼 하는 수 없죠. 그런데 왜 이방에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어요.”
동희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한마디 뱉을 때 마다 이를 악물고 말했다.
유신은 여자의 표정과 손가락 하나씩을 하늘로 치켜드는 행동을 보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점심 시간에 본 그녀의 본 모습을 기억한 그는 현명하게도 웃음을 참았다.
“회장님이 이 방을 쓰라고 하셨으니까.”
“우리 할머니가요?”
“응.”
이 집 손녀인가 보군. 소문과는 다른데.
“나중에 봐요.”
“좋을 실대로.”
동희는 가방을 침대에 던져 놓고 할머니에게로 향했다.
“할머니?”
“귀 안 먹었다.”
할머니는 이모와 소파에 앉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차를 마시고 계셨다.
“저한테 할 말 있으실 텐데요.”
“봤으면서 뭘 묻니.”
“저 위에 있는 사람 하숙생이라면서요.”
“알면서 자꾸 묻지 마라. 내 기억력을 테스트 하려면 몇 년 후에나 해라.”
“지금 저 장난하는 거 아니거든요.”
“난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냐.”
할머니는 찻잔을 내려놓고 동희를 노려보았다. 그건 할머니가 화가 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미국에 가서 성격만 버려가지고 왔구나? 머리 스타일도 기가 막힌데 말하는 것도 머리 못지않구나.”
“제 머리하고 이 문제하고는 상관없는 거잖아요. 좋아요.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저 사람을 하숙생으로 받았다고 처요. 그런데 왜 저 방이에요. 우리 집에 빈 방은 제 방 말고도 여러 개잖아요. 그리고 저 사람 성격도 이상하단 말이에요.”
하지만 할머니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금 너 만큼이나 이상 할까. 말이 하숙생이지 김 사장 우리 집 손님이나 마찬가지이다.”
“....”
“인상 펴라.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뽀글뽀글 거려서 가관인데 얼굴에 주름 까지 잡히니까 완전히 번데기 같다.”
할머니 말을 들은 향미 이모는 거의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거 하는데 시간 오래 걸렸어요.”
“누가 그 딴 머리하라던.”
“지금 제 머리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손님이라도 저 오늘 오는 거 아셨으면서 제 방을 내주시면 어떻게 하냐고요. 전 어디를 쓰라고요.”
“그러기에 누가 늦게 들어오라던.”
동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손녀따님이 불편하시다면 제가 방을 바꾸어도 상관없습니다.”
“좋은 방법…….”
“됐네. 자네가 계속 그 방을 쓰게. 삼년 동안이나 나가 있었으면서 돌아오는 첫날에 집에 늦게 돌아오라고 한적 없네.”
“부모님한테 다녀오느라 늦은 거라구요.”
“…….”
이번엔 할머니가 아무 말이 없었다.
“알았어요. 제가 다른 방 쓸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동희야? 밥 먹어야지.”
“생각 없어졌어요. 죄송해요. 저 이만 올라갈게요.”
이층으로 올라가는 동희의 뒷모습은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제가 변했지.”
“네.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좋은 쪽은 절대 아닌 것 같아.”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만 그래도 씩씩해 보여서 다행이잖아요.”
유신은 그런 두 여자의 대화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가 보기에는 그냥 성질 사나운 여자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좀 재미있는 성격을 소유자.
동희는 화가나 씩씩거리느라 거의 한 시간을 보낸 뒤에야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
“에이. 그냥 밥은 먹을 걸. 괜히 않아 던 고집 부려서 배만 고프네.”
똑똑똑
동희는 노크 소리에 목욕 가운을 걸치고 문을 열었다.
“네. 뭐예요?”
문 앞에는 그 문제의 하숙생 남자가 쟁반을 들고 서 있었다.
“누가 노크 할 줄 알고 목욕 가운만 입은 채로 문을 열지. 여기는 미국이 아니야.”
“남 이야 목욕 가운을 입고 문을 열던. 올 누드로 문을 열던 그쪽이 상관 하실 봐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아까부터 반말이에요.”
“그냥. 내가 나이가 더 많은 걸.”
“그렇다고 초면에 말 놓아도 돼요?”
“우리 초면 아니잖아.”
“그걸 지금 농담이라고 하는 건 아니죠. 하하하.”
동희는 하도 기가 막혀서 웃는 흉내를 내었다.
“나도 재미없어. 배고프다면서 이모님이 간식거리 주시던데. 집에서 구은 쿠키래.”
하지만 남자는 쟁반을 전해 주지 않고 직접 방으로 들어왔다.
“왜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거예요.”
동희가 짜증을 부리는 데 남자가 갑자기 그녀 얼굴 앞에 가방을 들이 밀었다.
“내 가방이잖아.”
“아까 내 방에 놓고 갔었잖아. 설마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야.”
“왜 거기가 그쪽 방이에요?”
동희는 손가락에 대롱대롱 매달린 가방을 낚아채면서 자신의 건망증이 민망해 괜히 성질을 부렸다.
“이 방도 좋은데.”
“저기요? 남의 방 구경 온 게 아니라면 나가주시죠. 저 무척이나 피곤하거든요.”
“김유신이야.”
“뭐요?”
왜 갑자기 장군 이름을 들먹이고 난리야. 난 국사에 자신 없다구.
“내 이름이 김유신이라고.”
동희와 통성명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쪽 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편한 면 바지에 티셔츠 하나만을 걸쳤지만 솔직히 그는 아름다웠다. 남자에게 쓰기에는 좀 어색할지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밖에 표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저 인물에 저 성격이라니 아까웠다.
“김유신이라니까. 그쪽 이름은?”
“알면서 왜 물어요. 독특한 취미는 다른 곳에서 만족하세요.”
목청도 크네.
“이봐 양동희씨?”
“왜요?”
동희는 허리에 손을 올린채로 그에게 얼굴을 들이 밀었다.
덤비려면 덤벼.
“이름처럼 요란스럽군.”
“남이 이름 가지고 놀리기에는 그쪽 이름도 못지않거든요. 김유신씨.”
갑옷만 입었다면 그는 정말 장군처럼 보일 거라는 걸 동희는 전 재산을 걸어도 좋았다.
“반말하지 말라구요. 기분 나쁘거든요.”
“난 좋은데.”
이런 독불장군 같으니라구.
“하지 말라구요. 난 모르는 사람이 반말하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요.”
“그래. 난 존댓말 하고 싶지 않는 사람한테 말 올리는 거 엄청 싫어하는데 어쩌나.”
이 인간이 정말.
“알았어요. 그쪽 마음대로 하세요. 우선 이 방에서 나가 주시기나 해 주실래요.”
유신을 상대하기에는 지금 그녀의 배는 먹을 것을 요구 하고 있었고, 몸은 휴식을 부르짖고 있었게 때문에 역부족이었다.
내가 오늘 컨디션만 좋았으면 당신은 이미 저승사자 만나고 있었을거야.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어찌되었든 우리 한 집에서 살게 되었으니까 잘 해보자고.”
“싫어요. 나도 싫은 사람이랑 잘 지내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당신도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지. 잘생기기만 하면 뭐하냐고. 하느님이 저 인간 만들다가 바쁘셨던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아까운 인물한테 저런 뭐 같은 성격을 주셨을 리가 없다구.
“뭐 마음대로 잘자. 큐션 머리.”
“에이. 정말.”
유신은 방문을 닫으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 최근 들어서 가장 많이 웃은 날이었다. 그것도 목욕 가운을 입고 있는 여자 덕분에 말이다. 유신은 동희가 문을 열 때 뒤에 감추고 있던 가방을 떨어트릴 뻔 했다. 좀 전까지 그녀의 머리를 두 배 이상으로 보이게 했던 머리카락들은 물에 젖어 그녀의 머리에 차분히 내려 앉아 있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유신의 심장을 순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처음엔 경영 전문인으로 고용된 정회장님의 집에 머무는 게 뭔가 내키지 않았었지만 동희라는 여자가 그의 생각을 변하게 만들었다. 유신은 그녀가 있는 방문을 보면서 그녀가 그의 인생에 뭔가 색다른 변화를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신
얼마전 병원에서 있었던 일.
환자 분 한분이 나이도 드시고 날씨가 계속 추워서 인지 오래전에 골절이 되었던 팔목이 자꾸 아프다고 호소 하시더군요. 그래서 우리 원장님이 말씀하셨죠.
떴다!!! 그녀 {두번째 이야기}
좀 이상하게 문장이 되었습니다. 뭔가 잘못 건들여 진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복사를 해서 끓어 왔더니 그대로 옮겨오고 말았습니다.
이제 곧 새해가 다가오는 군요. 내일은 병동 회식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랍니다. 울 병동 회식은 술 못먹는 사람은 마시지 않아도 터치하지 않거든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는 만큼 건강하시구요. 꿈도 잃지 말고 항상 가꾸어 가세요. 사랑은 없어지고 상처로 남지만 꿈은 그 상처를 메꾸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더군요.
남들이 말하는 것 처럼 상처도 다 잊고 좋지 못했던 일도 다 잊고 새해를 시작하고 싶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되는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힘내세요. 힘들고 쓸어질 것 같고 주위 사람 때문에 괴로워도 인생이라는 건 살만 한 것 같아요.
뭐 좋은 사람 못 만나면 어때요. 남들 하는 결혼 못하면 어때요. 내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되지 않겠어요.
남들 다 하는 결혼이라고 해서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다르지만 그렇지 않는데 외로워서 앞으로 혼자 살아갈 일이 막막해서 결혼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랑합니다. 여러분.
#2. 이별은 겨울비처럼.
버리고 싶었지만, 무슨 미련처럼 부케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게 뭔 짓인지. 파토 낸 결혼식 부케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거다. 양동희.
윽.”
데려다 주겠다는 친구들을 보낸 동희는 택시를 탔다. 집으로 가야했지만 마음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동희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다. 그녀는 더 이사의 망설임 없이 기사아저씨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편한 자세를 취한 채로 그동안 많이 변한 거리를 바라보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아저씨는 기분이 다시 올라간다는 동희의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동희는 꽃을 사려다가 자신의 손에 쥐어 있는 부케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넌 오늘 이미 있는 자리에 놓이는 거다. 영광으로 생각해라.”
납골당 입구에는 오늘 막 유골을 안치한 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셨을 때 그때 마다 커다란 충격이 그녀의 가슴을 내리친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망각이라는 편리한 기능이 있어서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실하는 아픔은 아무리 큰 망각이라고 해도 덮어 줄 수 가 없었다.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실 때 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맛보았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이 돌아가 동희를 힘들게 했다. 달라진 건 단지 아침에 그녀를 깨워주던 엄마와 학교가 끝나면 데리러 오던 아빠가 없다는 동희의 생활뿐이었다.
“아빠, 엄마 저 왔어요.”
동희는 부모님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너무 오랜만이죠? 너무 바보 같은 모습만 보여서 죄송해요. 이제는 그런 모습 보이지 않을 거예요. 이번에 다시 한 번만 절 믿고 지켜봐 주세요. 실망 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두 분 모두 사랑해요.”
엄마가 갑작스럽게 얻은 병 투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시자 아빠는 엄마의 공백을 견딜 수가 없었는지 일년이 되가는 해에 주무시다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평상시에도 금술이 좋던 부모님들은 서로를 너무 애타게 그리워 한 모양이었다. 웃음이 줄어들고 밖으로 나가는 횟수가 줄어들 때 아빠의 큰 슬픔을 이해했어야 했었다.
“아빠 이제는 행복하시죠.”
처음엔 아빠의 슬픔을 감싸주지 못했던 걸 후회하고 가슴아파했다. 하지만 이젠 그건 동희가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는 걸 잘 알았다. 아빠의 상처는 단 한 사람, 엄마만이 감싸줄 수 있던 거라는 걸.
“부케 예쁘죠? 오늘 제가 하신 일을 아신다면... 아마 벌떡 일어나실 거예요. 그런데요. 이상하게 후회가 되지를 않아요. 그 신부 눈빛이 너무 자유스러워 보였거든요. 아빠 엄마 그 아가씨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동희는 부케를 내려놓았다.
“저 이제 가 볼게요. 할머니가 기다리실 거예요. 이제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할머니 곁에서 떠나지 않을 게요.”
동희는 부모님과 약속한 걸 지키기 위해, 미국에서 가질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힘들어하는 동희가 보기 싫다면서 떠밀다 시피, 아니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강제적으로 미국으로 보내버린 할머니였다. 처음엔 그런 할머니의 결정을 이해 할 수도 없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그분의 사랑 방식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직도 할머니가 한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혼자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되면 돌아와도 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흔들릴 것 같다면 평생 그곳에서 살아라.”
참 독한 분이었다. 그렇지만 가족을 가장 사랑하는 분이었다.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닌 약속을 지켰다. 그녀가 돌아 와서도 집에 아무도 없어서 들어 올 수 있도록 열쇠를 바꾸지 않았다. 집을 떠나는 걸 무서워했던 동희에게 두 손에 집 열쇠를 꼭 쥐어 주였었다.
“너 지금이 몇 시인 줄이나 아니?”
“우와. 우리 할머니 성질 하나도 안변하셨네.”
“이것이 세상 배우라고 내 보냈더니 버르장머리만 버려서 왔구나.”
동희는 3년이라는 세월이 삼켜버린 할머니의 젊음을 안타까워하며 두 팔을 벌려 할머니를 안았다. 여전히 당차고 당당한 모습을 잃어버리진 않으셨지만 나이는 속일 수가 없었다.
“으음. 할머니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야 왔단 말이냐?”
오늘에 국한 된 내용이 아니라는 걸 동희는 알아챘다.
“죄송해요. 생각 할게 많았어요.”
“그래. 어서 들어가자.”
“네.”
“이제야 왔어.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
어릴 적부터 동희의 집안일을 도와주던 향미이모는 이제 완전히 한 가족이었다. 사실 친 이모보다 더 가까운 사이었다.
“울 이모 더 예뻐진 것 같아요.”
“어머. 정말?”
“네. 그 동안 잘 지내셨죠?”
“그럼. 회장님이 동희 얼마나 많이 보고 싶어 하셨는 줄 알아.”
“정말요? 아닌 것 같은 데요.”
동희의 익살에 세 여자는 통쾌하게 웃었다.
“밥은 먹고 돌아다닌 거야?”
“아니요. 저 지금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에요. 맛있는 거 있으면 이 불쌍한 중생 좀 구제해 주세요.”
“어머머. 그런 농담도 할 줄 아네. 온 다는 소식 듣고 좋아하는 거 이것저것 해 놓았으니까 씻고 내려와서 먹어.”
“네. 금방 내려올께요.”
동희는 간단한 소지품이 들어 있는 작은 가방을 챙겨 들고 이층으로 향했다.
“방아 네가 한 다섯 번째로 그리웠던 것 같다. 그런데 넌 나 없이도 잘 지냈나 보다. 어찌 삼년 동안 한번도 빈 적이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동희는 방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귀를 뒤 흔드는 꼬르륵 소리에 할 수 없이 급하게 윗옷을 벗으며 욕실로 향했다.
“근데 회장님 우리가 방 이야기를 해 주었나요?”
“글쎄. 기억이 없네. 요즘 내 기억이 붕어 수준 이라면서. 아마 말 해 주었을 거야.”
꺅악악아아아
“말 안 해주셨네요.”
“그러게. 덕 분에 둘이 알아서 인사는 하겠지.”
“그렇기는 한데. 첫 인사 치고는 좀 과격하죠.”
“절대 잊어버리지는 않겠지. 뭐.”
“당신... 뭐... 뭐야?”
동희는 허리에 타월을 두른 채로 머리를 털면서 나오는 남자를 보고 기겁할 뻔했다.
“이 집 하숙생.”
“하숙생?”
잠깐 이 남자 눈에 익잖아. 어디서 봤지? 남자는 동희가 소리를 지르다 시피 하면서 질문을 하자 수건을 얼굴에서 치워 그녀를 똑 바로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당신?”
두 사람은 동시에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큐션 머리.”
“매너 꽝.”
“뭐?”
“뭐요?”
동희는 공황에서 봤던 남자가 허리에 두른 타월 아래로는 나신 것은 잊어 버렸다.
“큐션 머리라뇨? 이거 얼마나 힘들게 한 머리인 줄 알아요.”
“매너 쾅이라니? 당신이 날 알아?”
“뭐 좋아요. 그건 우선 내버려두기로 하죠.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건지나 설명해 봐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소리야.”
이 인간이 한 마디도 질 생각이 없는 인간이구만.
“여긴 우리 집이거든요.”
“그래. 유감이지만 난 여기 하숙생이거든.”
동희는 잠시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입을 벌린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우선 그의 말의 진위 여부를 따지려는 듯이 동희는 고개를 흔들고 방을 둘러보았다.
“할머니. 할머니.”
역시 예상대로 대답이 없었다.
“하숙생이라구요? 그래요 그럼 하는 수 없죠. 그런데 왜 이방에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어요.”
동희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한마디 뱉을 때 마다 이를 악물고 말했다.
유신은 여자의 표정과 손가락 하나씩을 하늘로 치켜드는 행동을 보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점심 시간에 본 그녀의 본 모습을 기억한 그는 현명하게도 웃음을 참았다.
“회장님이 이 방을 쓰라고 하셨으니까.”
“우리 할머니가요?”
“응.”
이 집 손녀인가 보군. 소문과는 다른데.
“나중에 봐요.”
“좋을 실대로.”
동희는 가방을 침대에 던져 놓고 할머니에게로 향했다.
“할머니?”
“귀 안 먹었다.”
할머니는 이모와 소파에 앉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차를 마시고 계셨다.
“저한테 할 말 있으실 텐데요.”
“봤으면서 뭘 묻니.”
“저 위에 있는 사람 하숙생이라면서요.”
“알면서 자꾸 묻지 마라. 내 기억력을 테스트 하려면 몇 년 후에나 해라.”
“지금 저 장난하는 거 아니거든요.”
“난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냐.”
할머니는 찻잔을 내려놓고 동희를 노려보았다. 그건 할머니가 화가 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미국에 가서 성격만 버려가지고 왔구나? 머리 스타일도 기가 막힌데 말하는 것도 머리 못지않구나.”
“제 머리하고 이 문제하고는 상관없는 거잖아요. 좋아요.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저 사람을 하숙생으로 받았다고 처요. 그런데 왜 저 방이에요. 우리 집에 빈 방은 제 방 말고도 여러 개잖아요. 그리고 저 사람 성격도 이상하단 말이에요.”
하지만 할머니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금 너 만큼이나 이상 할까. 말이 하숙생이지 김 사장 우리 집 손님이나 마찬가지이다.”
“....”
“인상 펴라.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뽀글뽀글 거려서 가관인데 얼굴에 주름 까지 잡히니까 완전히 번데기 같다.”
할머니 말을 들은 향미 이모는 거의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거 하는데 시간 오래 걸렸어요.”
“누가 그 딴 머리하라던.”
“지금 제 머리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손님이라도 저 오늘 오는 거 아셨으면서 제 방을 내주시면 어떻게 하냐고요. 전 어디를 쓰라고요.”
“그러기에 누가 늦게 들어오라던.”
동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손녀따님이 불편하시다면 제가 방을 바꾸어도 상관없습니다.”
“좋은 방법…….”
“됐네. 자네가 계속 그 방을 쓰게. 삼년 동안이나 나가 있었으면서 돌아오는 첫날에 집에 늦게 돌아오라고 한적 없네.”
“부모님한테 다녀오느라 늦은 거라구요.”
“…….”
이번엔 할머니가 아무 말이 없었다.
“알았어요. 제가 다른 방 쓸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동희야? 밥 먹어야지.”
“생각 없어졌어요. 죄송해요. 저 이만 올라갈게요.”
이층으로 올라가는 동희의 뒷모습은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제가 변했지.”
“네.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좋은 쪽은 절대 아닌 것 같아.”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만 그래도 씩씩해 보여서 다행이잖아요.”
유신은 그런 두 여자의 대화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가 보기에는 그냥 성질 사나운 여자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좀 재미있는 성격을 소유자.
동희는 화가나 씩씩거리느라 거의 한 시간을 보낸 뒤에야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
“에이. 그냥 밥은 먹을 걸. 괜히 않아 던 고집 부려서 배만 고프네.”
똑똑똑
동희는 노크 소리에 목욕 가운을 걸치고 문을 열었다.
“네. 뭐예요?”
문 앞에는 그 문제의 하숙생 남자가 쟁반을 들고 서 있었다.
“누가 노크 할 줄 알고 목욕 가운만 입은 채로 문을 열지. 여기는 미국이 아니야.”
“남 이야 목욕 가운을 입고 문을 열던. 올 누드로 문을 열던 그쪽이 상관 하실 봐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아까부터 반말이에요.”
“그냥. 내가 나이가 더 많은 걸.”
“그렇다고 초면에 말 놓아도 돼요?”
“우리 초면 아니잖아.”
“그걸 지금 농담이라고 하는 건 아니죠. 하하하.”
동희는 하도 기가 막혀서 웃는 흉내를 내었다.
“나도 재미없어. 배고프다면서 이모님이 간식거리 주시던데. 집에서 구은 쿠키래.”
하지만 남자는 쟁반을 전해 주지 않고 직접 방으로 들어왔다.
“왜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거예요.”
동희가 짜증을 부리는 데 남자가 갑자기 그녀 얼굴 앞에 가방을 들이 밀었다.
“내 가방이잖아.”
“아까 내 방에 놓고 갔었잖아. 설마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야.”
“왜 거기가 그쪽 방이에요?”
동희는 손가락에 대롱대롱 매달린 가방을 낚아채면서 자신의 건망증이 민망해 괜히 성질을 부렸다.
“이 방도 좋은데.”
“저기요? 남의 방 구경 온 게 아니라면 나가주시죠. 저 무척이나 피곤하거든요.”
“김유신이야.”
“뭐요?”
왜 갑자기 장군 이름을 들먹이고 난리야. 난 국사에 자신 없다구.
“내 이름이 김유신이라고.”
동희와 통성명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쪽 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편한 면 바지에 티셔츠 하나만을 걸쳤지만 솔직히 그는 아름다웠다. 남자에게 쓰기에는 좀 어색할지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밖에 표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저 인물에 저 성격이라니 아까웠다.
“김유신이라니까. 그쪽 이름은?”
“알면서 왜 물어요. 독특한 취미는 다른 곳에서 만족하세요.”
목청도 크네.
“이봐 양동희씨?”
“왜요?”
동희는 허리에 손을 올린채로 그에게 얼굴을 들이 밀었다.
덤비려면 덤벼.
“이름처럼 요란스럽군.”
“남이 이름 가지고 놀리기에는 그쪽 이름도 못지않거든요. 김유신씨.”
갑옷만 입었다면 그는 정말 장군처럼 보일 거라는 걸 동희는 전 재산을 걸어도 좋았다.
“반말하지 말라구요. 기분 나쁘거든요.”
“난 좋은데.”
이런 독불장군 같으니라구.
“하지 말라구요. 난 모르는 사람이 반말하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요.”
“그래. 난 존댓말 하고 싶지 않는 사람한테 말 올리는 거 엄청 싫어하는데 어쩌나.”
이 인간이 정말.
“알았어요. 그쪽 마음대로 하세요. 우선 이 방에서 나가 주시기나 해 주실래요.”
유신을 상대하기에는 지금 그녀의 배는 먹을 것을 요구 하고 있었고, 몸은 휴식을 부르짖고 있었게 때문에 역부족이었다.
내가 오늘 컨디션만 좋았으면 당신은 이미 저승사자 만나고 있었을거야.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어찌되었든 우리 한 집에서 살게 되었으니까 잘 해보자고.”
“싫어요. 나도 싫은 사람이랑 잘 지내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당신도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지. 잘생기기만 하면 뭐하냐고. 하느님이 저 인간 만들다가 바쁘셨던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아까운 인물한테 저런 뭐 같은 성격을 주셨을 리가 없다구.
“뭐 마음대로 잘자. 큐션 머리.”
“에이. 정말.”
유신은 방문을 닫으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 최근 들어서 가장 많이 웃은 날이었다. 그것도 목욕 가운을 입고 있는 여자 덕분에 말이다. 유신은 동희가 문을 열 때 뒤에 감추고 있던 가방을 떨어트릴 뻔 했다. 좀 전까지 그녀의 머리를 두 배 이상으로 보이게 했던 머리카락들은 물에 젖어 그녀의 머리에 차분히 내려 앉아 있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유신의 심장을 순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처음엔 경영 전문인으로 고용된 정회장님의 집에 머무는 게 뭔가 내키지 않았었지만 동희라는 여자가 그의 생각을 변하게 만들었다. 유신은 그녀가 있는 방문을 보면서 그녀가 그의 인생에 뭔가 색다른 변화를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신
얼마전 병원에서 있었던 일.
환자 분 한분이 나이도 드시고 날씨가 계속 추워서 인지 오래전에 골절이 되었던 팔목이 자꾸 아프다고 호소 하시더군요. 그래서 우리 원장님이 말씀하셨죠.
"많이 아프시면 물리치료 받으시게요."
그랫더니 우리 환자 버럭 성질을 내면서 하는 말.
"나 물에 안들어 가요."
웃었으면 좋겠는데... 전 이말 인계 듣고 어의가 없어서 웃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