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11화> 선택

바다의기억2006.01.02
조회11,607

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비록 하루가 더 지나긴 했습니다만....

 

모쪼록 올해엔 원하시는 바 모두 이루시는

 

공대사 독자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 일단 솔로탈출 ========================

 

 

남1 - 아니 그러니까,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쳤다고요!


남2 - 우린 진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요?


경찰1 - 시끄럽고! 너부터 이름!



예전 김군 집단 폭행사건 때 왔었던


파출소로 연행된 남자들과 나.


그중 상태가 심각했던 남자3은


곧장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기억 - ...... 하아.



남자 1,2가 먼저 경찰들과 말씨름을 하는 동안


난 뒤쪽에 있는 다른 의자에 앉아


부서진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경찰2 - 이리 와서 앉아.


기억 - ....



땅이 꺼져라 한숨만 계속 내쉬고 있는 나를


근처에 있는 책상으로 부르는 경찰관.



.....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다.



경찰2 - 우리 구면이지?



아니나 다를까


지끈거리는 왼팔을 받쳐 든 채 맞은편 의자에 앉자


대뜸 구면이라며 말을 건네는 그.



기억 - ........


경찰2

- 너 예전에 여기 왔다가


=이미 일어났는데 한 번 봐 주시죠,=


했던 놈 아니냐?



기억 - 아, 그때 서류철로 머리 때리시던...


경찰2 - 그래, 또 보니까 반갑지?



그의 농담 아닌 농담에 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지난 번 같은 경우라면 몰라도 이번은 상황이 달랐다.



경찰2 - 이번에도 연극 연습하고 있었어?


기억 - .... 아뇨.


경찰2 - 그래,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후 잠시 동안 신상명세나


사건경위에 대해 질문을 하던 그는


어느 정도 상황을 알았다는 듯


약간 시큰둥한 말투로


내게 현재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경찰2

- 현재 우리나라 법 상


싸움이 난 과정이야 어찌됐건


선빵 날린 쪽이 죄가 큰 거 알지?



기억 - 예.


경찰2

- 그런데 상대방은 여러 명이 덤볐으니


특수폭행이 성립하거든?


말하자면 다구리를 놨다 뭐 그런 건데....



기억 - 예.


경찰3

- 쟤들은 네가 선빵을 날렸으니 정당방위라고 우기겠지.


하지만 흉기를 휘두른 이상


정당방위는 인정이 안 될 거고...



기억 - ......예.


경찰3

- 그래서 네가 심각하게 다쳤거나 그랬으면


과잉방어라고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텐데...


네가 이기는 바람에 그것도 애매하다는 거지.


크아~ 이거 어렵다, 이거....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 자체가 나에게 마냥 불리하지만은 않은 듯 했다.


단지 걱정되기 시작한 건


그녀와의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버렸다는 것.



기억 - 저....


경찰2 - 그래, 할 말 있으면 해 봐라.


기억

- 전화 한 통만 쓸 수 있겠습니까?


아까 핸드폰이 망가져 버리는 바람에.......



경찰2 - 엥?...... 어디다 하려고? 집에?


기억

- 아뇨, 오늘 약속이 있어서 가던 길이라


못 간다고 연락 해주려고요.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는 하고 있는 거냐?=


라고 묻는 듯 했지만


지금 나에겐 그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경찰2 - 9번 누르고 써라.



떨떠름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밀어주는 그.


난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를 표한 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뚜르르르르.....=



민아 = 여보세요?


기억 - 응, 나야. 기억이.


민아 = 뭐~야. 어디야? 왜 안 와? 전화도 안 받고...


기억

- 미안... 일이 좀 생겼어. 핸드폰도 망가지고....


아무튼 오늘 못 갈 것 같아.... 정말 미안해.



민아 = 에이~ 뭐야. 자기가 온다고 해놓고..


기억 - 미안 미안.... 응? 그런데 방금 그 말 무슨 뜻이야?


민아 = ..... 어? 무슨 말?



내가 그녀의 집에 간다고 했던 건


분명 그녀로부터 문자를 받은 다음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자기가 약속을 해놓고 못 지키면 어떻게 하냐.=


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 그냥 단어 선택에서 실수를 한 건가?


아니면 중간에 뭔가 더 있는 걸까?



뭔가 미심쩍은 느낌이 강하게 들긴 했지만


시간이 그리 여의치 않는 상황 탓에


난 적당히 말을 뭉뚱그릴 수밖에 없었다.



기억

- ....아, 아냐. 아무것도. 아무튼..... 정말 미안해.


내일... 아니, 다음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민아 = 알았어, 나쁜 일 생긴 건 아니지?


기억 - 으....으응. 뭐.... 그럭저럭.


민아

= 오늘 동생도 집에 와 있어서


소개시켜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그럼 내일 봐~.



기억 - 아, 그거 참 아쉽네... 그럼 내일 전화할게.


민아 = 응~.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 내일 만나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내일 보자는 그녀의 말에 =응= 이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경찰2 - 그래,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한창 참담한 표정으로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고 있을 때


마주앉아있던 경찰관이 뜬금없는 질문을 하나 던졌다.



기억 - .... 뭘 말입니까?


경찰2 - 지금 이 상황 말이다.


기억 - ....


경찰2

- 그냥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냐?


아니면 누가 잘못했는지 끝까지 가볼래?



기억 - ..... 그냥 넘어갈 수도 있습니까?


경찰2

- 뭐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다 싶으면


=잘 먹고 잘 사쇼= 그리고 악수하고 나가면 돼.


다쳐도 너희가 다쳤는데


우리가 뭐라 그럴 건 없지.



기억 - ........


경찰2 - 그렇게 할래?


기억 - 예, 가능하다면.



그는 한동안 =흐음....= 을 연발하며


서류를 쭉 훑어보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둘을 불렀다.



경찰2 - 어이, 이리 와 봐.


남1,2 - ...



두 사람은 잠시 경계어린 눈으로 나를 살피다


쭈뼛쭈뼛 다가와 다른 모서리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경찰2 - 저쪽에서 이야기 들을 건 다 들었지?


남1,2 - .......


경찰2

- 특수폭행, 과잉방어.... 뭐 잘하면 살인미수까지 가겠네.


여기서 진단서 좀 빡세게 나와 버리면


빼도 박도 못하고 구속이야.


합의해도 감형만 될 뿐이고.


그래도 굳이 끝까지 가고 싶으면


폭행죄로 고소해도 상관은 없는데....


그거 돈 몇 푼 더 받고 덜 받고 따지다가


젊은 나이에 줄긋지 말고


그냥 지금 조용히 끝내는 게 어떠냐?


너희 나이 땐 원래 다쳐도 금방금방 낫잖아.



남1 - ..... 이쪽은 어떻게 하자고 했는데요?


경찰2 - 얘는 이미 그냥 끝내자고 했어.


남2 - 아....$@$..... 아니 그런데 정말로 우리는 그냥 갑자기 맞았...


경찰2

- 그래, 그래. 그렇게 억울하고 네가 잘했다 싶으면


고소를 하라니까, 그 다음에 맞고소 당하고


사이좋게 유치장 가면 돼.


때 되면 나와서 재판 받고 또 들어가고....


요즘은 유치장 밥도 맛있어.


단무지도 나오고, 김치도 나오고...



남2 - .......


남1 - 이런 @#$..... 야, 잠깐 와 봐.



경찰2의 능글맞은 대응에


뺨을 부들부들 떨며 화를 참던 남자2는


곧 남자1의 손에 이끌려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선 뒤


경찰2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경찰2

- 뭐.... 다행이도 조용히 끝날 것 같으니까


신원보증인 한 명 불러서


간단한 거 몇 장 쓰고 집에 가라.


친구도 좋고... 부모님이나 뭐... 애인이나.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두 사람은


적당히 마무리 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고


곧 찾아온 그들의 친구를 보증인으로 세워


파출소 밖으로 나갔다.


물론, 그와중에도 갖은 욕설을 다 퍼부었지만....



이제 파출소 안에 남아있는 건 나 하나 뿐.



경찰2 - 부를 사람이 없냐?


기억 - .......



부모님은 절대 안 된다.


민아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다.


김씨나 허씨를 비롯한 친구들은 전화번호를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어머니 = 죄송합니다,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제가 모두....


아버지 = 일단 박아라, 기억아.


민아 = ...... ??



........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30분 정도가 흘렀다.



경찰2 - 3대 1이라... 너 주먹깨나 쓰나보다?


기억 - 아뇨, 그냥.... 공간이 좁고 하다보니 어떻게..


경찰2

- 나도 너 만할 땐 아주 날아다녔는데....


옆 학교 애들 쳐들어오고 그러면


내가 앞에 막 뛰어가면서 파파팍 길을 뚫었지.


그냥 원 펀치 쓰리 강냉이에


발차기 한 방이면 20미터씩 날아갔어.



기억 - 그런데 어쩌다가 경찰 쪽으로...


경찰2

- 뭐, 말하자면 개과천선 한 거지.


대책 없는 중생들을 구제해서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그런데, 예전에 그 여자애랑은 잘 돼 가냐?



기억 - 네, 뭐....그럭저럭 여차저차......



생각보다 한가한 파출소 분위기에


난 얼굴에 냉찜질까지 하며


담당경찰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경찰3 - 김경장님, 커피 타 왔습니다.


경찰2 - 아, 그래. 여기다 둬.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내가 여기 죄 짓고 들어온 게 아닌 것 같다는 착각까지 든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파출소 문이 삐걱-하고 열리며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민아 - 실례합니다.....



아무래도 파출소라는 장소에 겁을 먹었는지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안으로 들어서는 그녀.


난 쭈삣쭈삣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불렀다.



기억 - ....... 여... 여기.


민아 - ........


기억 - ....하하하.



아무래도 심각하게 망가진 내 몰골에 충격을 받았는지


눈을 깜빡깜빡 거리며 멍하니 서있던 그녀는


눈을 비비고 다시 내 모습을 살피더니



=털썩.=



그대로 실신해 버렸다.



기억 - 고, 공주!!


경찰2 - 야, 찬 물 가져와 찬 물!!



기절한 그녀를 흔들어 깨우며


원산폭격을 하는 한이 있어도 아버지께 전화를 했어야 했나....


라는 후회가 드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