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예감 - 제 10 장 - 상처받은 사람들 [27]

유즈나200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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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장

상처받은 사람들

 

 


1

 

 


‘굉장히 길고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잠에서 깬 순간 든 생각이다.

 

 ‘무척 드라마틱한 꿈이었어. 으으, 근데 왜 이렇게 삭신이 쑤신 거지?’

 

 설마 꿈에서 달렸다고 이렇게 온몸이 아픈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어젯밤의 그 모든 일들이 현실? 하룻밤 새에 그렇게 많은 일이 벌어지다니……차라리 꿈이라고 하는 편이 더 믿기 쉬울 것 같았다.

 

 ‘그래, 하지만 그건 분명한 현실이야…….’

 

 머릿속이 또 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승우가 옆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혼자 남겨지자 착잡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휴우,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역시 복잡한 생각들은 내게 맞지 않는다. 이렇게 금세 지쳐버리고 만다니까. 될 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모든 생각을 집어치우자, 한결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다음 순간 울린 핸드폰 벨소리가 나의 목을 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은혜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은혜의 전화라는 것을 알고, 나의 목소리는 죄책감으로 움츠러들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은혜의 목소리도 평소와 달리 경직되어 있었다.

 

 “언니, 저에요. 언니한테 할 말이 있는데……지금 나올 수 있어요?”

 

 단도직입적인 그녀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도 이미 승우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거다. 지섭 오빠한테 들은 걸까? 아니면 승우한테? 아, 지금 은혜와의 만남이야말로 내가 가장 미루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선택권이 없다.

 

 “알았어. 지금 바로 나갈게.”

 

 전화를 끊고 나자 몸살기가 있는 몸이 천근은 더 나갈 듯이 무겁게 느껴진다. 사형장에 끌려 나가는 사형수의 심정이 이런 걸까? 난 은혜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하지?

 

 


2

 

 


 약속 장소에 먼저 나와 있던 은혜는 상큼한 인사말을 던지던 다른 때와는 달리, 나를 발견하고도 입술을 꼭 깨물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로 인해서 그녀와 나 사이의 감정의 틈이 얼마나 넓게 벌어진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조용히 나를 향하는 그녀의 눈은 살짝 붉은 기를 띄며 부어 있었고, 한참 뜸을 들이다가 힘겹게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격양되어 있었다.

 

 “좀 전에……승우 오빠를 만났어요. 승우 오빠가 이제 그만 만나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하지만 난 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언니한테 직접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았어요. 언니, 사실이 아니죠? 승우 오빠의 말은 거짓말이죠? 언니는 지섭 오빠랑 잘 돼가고 있었잖아요.”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저렇게 착한 은혜에게 어떻게 상처 주는 말을 한다지? 그러나 마냥 침묵으로 일관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은혜야, 사실은……지섭 오빠랑 어제 헤어졌어. 아무래도……지섭 오빠와 나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아.”

 

 “도대체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그럼……승우 오빠의 말이 사실이란 말이에요? 아니죠? 그런 건 아니죠?”

 

 “은혜야…….”

 

 “언니,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 줘요. 언니가 잘 하는 재미나는 농담이라고 말해 줘요. 언니는 나한테 있어서 친언니나 다름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우리 사이에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건 생각도 못했다. 그녀가 나에게 심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눈물로 애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에게 욕을 퍼붓고 때리려 한다면 차라리 내 속이 편하련만……. 그러나 그녀는 보는 사람이 더 가슴 아플 정도로 애처롭게 눈물을 흘리며 내게 사정할 뿐이었다.

 

 “언니, 말해줘요. 사실이에요? 모두들 날 놀리려고 꾸미고 있는 거 아니에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언니는 알잖아요. 내가 승우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다른 사람은 몰라도 언니는 잘 알고 있잖아요.”

 

 더 이상 그녀의 호소를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쪽에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마디의 말로…….

 

 “은혜야, 미안해…….”

 

 나의 말을 들은 은혜의 얼굴빛이 더욱 창백해졌다. 눈물을 가득 담은 눈망울은 더욱 커다랗게 열렸고, 입술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언니, 그 말은…….”

 

 “그래, 은혜야. 사실이야. 정말, 정말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언니…….”

 

 “나도 이렇게 되기를 바란 건 아니야.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지섭 오빠한테 헤어지자고 한 것도……오빠와 헤어지고 승우를 만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었어. 그냥 난 지섭 오빠를 속이는 기분이 들어서 그걸 견딜 수 없었던 것뿐이야. 계속 오빠를 만나는 건……오빠한테도 못할 짓이잖아.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던 거야. 그리고 그냥 나만 마음을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승우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는 걸 알고, 나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수도꼭지를 틀은 것 마냥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눈물 뿐 아니라 콧물까지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 내 앞의 은혜처럼 예쁘고 애처롭게 우는 건 역시 내게 불가능하다. 아, 이제 이렇게 울어대는 것도 지겹다. 이런 골치 아픈 상황 따위, 애초에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잖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해해 달라고, 용서해 달라고는 하지도 않을게. 그냥……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만 알아 줘.”

 

 은혜는 입술을 깨물며 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겁이 날 정도로 창백한 얼굴로……. 그녀의 침묵이 길어지자,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제발,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 줘! 나의 마음 속 애원을 들은 것처럼,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고, 깨어지기 쉬운 유리판 위를 걷듯 불안한 느낌이었다.

 

 “언니, 안돼요. 미안하지만……언니가 포기해줘야 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은혜야…….”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세요. 언니가 포기해줘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어쩔 수 없는……이유가 있어요. 그걸 언니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은혜가 심호흡을 하고는 결심했다는 듯이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 대답은 짧았지만, 나를 경악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나……승우 오빠랑 잤어요.”

 

 


 머릿속이 멍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환청이라도 들은 건가? 그렇게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리 없잖아?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뭐라고 했어?”

 

 “승우 오빠랑 잤다고요!”

 

 은혜의 창백하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 대답은 분명 확고했다.

 

 ‘거짓말이야. 믿을 수 없어.’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승우는 분명 말했다. 은혜를 좋아한 게 아니라고…….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상기된 은혜의 얼굴은 전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미안해요. 나도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난 그저……승우 오빠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든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이라는 건 알지만……. 어쩌면 승우 오빠는 기억도 못할지 몰라요.”

 

 “어떻게……그런…….”

 

 “전에 월미도에 놀러 갔을 때……정신을 잃은 언니와 승우 오빠를 지섭 오빠와 데려다 주고 나서……핸드폰을 놓고 온 걸 알고 나중에 승우 오빠 집에 다시 갔어요. 그 때……잠들어 있는 승우 오빠의 얼굴을 보는 게 좋고, 곁에 있는 게 좋아서 마냥 오빠 옆에 있었는데……오빠가 깨더니…….”

 

 은혜는 또 다시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모르겠어요. 그 때 오빠가 술기운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건지……아니면 기억하고 있는 건지……. 이후로 그 일에 대해 얘기해 본 적도 없어요. 너무 창피해서……. 사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거부했어야 하는 건데……난 그러지 않았어요. 그런 식으로라도 오빠를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나 봐요.”

 

 온몸이 마비된 것 같았다. 결코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의심할 수 있지? 은혜로서는 정말 하기 힘든 고백이었을 텐데…….

 

 은혜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대답을 재촉한다.

 

 “언니, 이제 내가 한 말 이해하죠? 언니가 포기해줘야 해요. 제발 그렇게 해줘요. 안 그러면 난……. 언니만 마음을 접으면 오빠도 내게 돌아올 거예요. 언니, 제발…….”

 

 침이 말랐다. 모래를 물고 있는 것처럼 입안이 건조했다. 그래서 혀를 움직여 말을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대답을 했다. 대답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지만……그것은 분명 나의 목소리였다.

 

 “그래, 알았어. 내가 포기할게…….”

 

 은혜는 울먹이며 나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남의 일처럼 무심한 눈길로 바라볼 뿐이었다. 이 모든 일이 나에게 일어난 일 같지가 않다. 꿈을 꾸는 듯, 비현실적인 느낌……. 어쩌면 난 지난밤부터 계속 길고 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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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3번째 날입니다.

혹시 새해에 계획했던 일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심기일전해야 할 시기죠?^^

여러분의 새해 계획은 지금까지 잘 실천되고 있으신가요?

전 뭐...한 절반쯤만 제대로 하고 있답니다..-_-;;

그래도 절반쯤이라도 쭈욱~~실천하게 됐으면 좋겠네요.

여러분은 100% 만족스러운 새해를 보내시길 바래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