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의 비애

퍼젼트2006.01.03
조회796

저는 현재 30살로 유치원 교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대를 나와서 졸업 후엔 큰 학생들 입시를 가르쳤고, 몇년 후 부턴 아동미술학원과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강사일을 했죠. 직장도 다녀봤는데..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만 두고 있을 때..

 

지금의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미술강사로 나와주겠냐고..그리고 경험이 있다면

 

4살반도 맡아보라고..저는 흔쾌히 승락을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지금 유치원은 교회 부설 유치원으로 담임 목사님의 사모님께서

 

원장선생님으로 계십니다.

 

이 글을 유치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인 문제로 보실까봐 심히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종교적인 차원으로 제 문제를 봐주시진 말았음 하는 바람으로 글을 올립니다.

 

유치원 교사라면 유아교육과를 나와야 하지만 저는 4년제 미대를 졸업했으므로

 

사실..자격은 없습니다. 다른 선샌님들은 2년제 유아교육과를 나오셨고요.

 

4년제니 2년제니로 오해는 말아주세요. 제 상황을 말씀 드리는 것이니..

 

이것부터가 잘못였겠죠..첨에 4살반을 맡아보라셨을 때..전 자격이 안된다고 했더니

 

알아서 하신다기에..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원장님은 툭 하면 자격증 운운하시며 저를 심한 자괴감에 빠뜨리셨습니다.

 

없는 자격증을 있다고 속이고 들어온 것도 아닌데..한달에 한번꼴로 그러셨습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당장 때려치고 그만 둘까도 여러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희엄마가 교회 권사님이셔서 엄마 얼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워낙 말도 많고 소문도 빠른지라..제가 그만두고 나온다면 저희엄마 입장이 난처할 수 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반 아이들 5살 반으로 올려 보내고 그만두자고 다짐하고

 

더더욱 참고 열심히 아이들 사랑하고 가르치고 일 했습니다.

 

4월경..출근한 저를 붙잡으시며 어떤 엄마가 전화를 하셨는데 애가 "지랄하네"라는 말을 한다며

 

유치원 선생이 가르쳤지 않았겠냐고 하셨답니다.

 

그러면서 저를 다그치시는데..참 어이 없더랍니다.

 

4살반이라고 해봤자..아직 말도 서투르고 3살 아이들도 있는터라 아예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도 더러 있는데..그 아이들에게 지랄하네 라는 말을 가르쳤다니..

 

전 아니라고 말씀드렸고 참 억울했지만..원장님은 도통 제 말을 믿지 않으십니다.

 

암튼..그 날 너무 속상해서 애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몸 푸는 친구에게 찾아가 하소연을 하며

 

펑펑 울었습니다. 애 낳고 힘든 친구에게까지 찾아가 하소연 할 정도였다면..제 속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지경였겠죠..당장 그만두라며 제 친구는 펄쩍 뛰더군요.

 

엄마아빠가 싸우는걸 보고 들었을 수 도 있고, TV에서 들었을 수 도 있고

 

6,7살 큰 아이들에게서 들었을 수 도 있고..(요즘 6,7살 아이들 상상조차 못 할 욕까지 합니다.)

 

그런데 엄마 전화 한통으로 자기가 채용한 선생을 못 믿어주는데선 일 하지 말랍니다.

 

참 별별일 많았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중요한 부분만 쓰자 해놓고도 말이 길어지네요..

 

그 날 그렇게 한바탕 울고오니 속은 좀 나아졌습니다.

 

사실 그 얘길 혼자 가슴에 묻자니..정말 답답했거든요.

 

여차저차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의 연속였지만 세번만 참자! 라고 스스로 약속을 하고

 

지난 12월까지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12월 22일 목요일..

 

결정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12월 마지막주부터 1월 첫주까지 유치원 방학입니다.

 

종일반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12월 마지막주는 종일반 아이들과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맡겨야 하는 집 아이들을 신청 받아서 일주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상 수업을 하는거죠.

 

그렇게해서 원래 종일반 아이들과 새로 신청한 아이들이 합쳐 30명이 좀 넘습니다.

 

종일반은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연령이 각각 다른 여러 아이들이 모여있는터라

 

프로그램 짜는것도 만만치 않고 정말 아이들 보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죠.

 

12월 마지막주에 사립유치원 교사들 교육이 있다네요.

 

다들 교육 받으러 가신다기에 저라도 종일반 선생님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전 교육을 받지 않는 대신 종일반을 같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교육 받으러 가는 장소의 차편이 편치 않다는 이유로 차를 가지고 계신 종일반 선생님까지

 

교육자 명단에 올려서 이미 교육청에 공문까지 올렸다는군요.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일주일간 혼자서 나이도 다른 30명의 아이들을 오전 9시부터 우후 5시까지

 

차량운행에 점심에 간식에..공부에 돌보기까지..그걸 혼자 하라는데..

 

다른 선생님들도 혼자서는 무리라고 다들 입을 모았습니다.

 

12월 22일 목요일 회의 때..원장님이 혼자서 보라는 통보를 하시고는 회의를 끝냈는데

 

전 사무실에 남아서 원장님께 혼자서는 무리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원장님..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 보시면서 저는 쳐다도 안보고 너는 떠들어라..식이십니다.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지만 꾹꾹 누르며 왜 혼자서는 무린지 차근차근 설명 드렸습니다.

 

그런데 원장님 말씀하시길..종일반 선생도 이미 교육자 명단에 올렸으니 어쩔 수 없다! 라며

 

딱 잘라 말씀 하시더군요.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우리 원장님 목사님 사모님이셔서

 

유치원 일 말고도 참 여러가지로 바쁘신 분 이십니다. (심방..모임..상담..전도..등등)

 

그래서 사실 이름만 원장님이시지 유치원 아이들과 얼굴 맞대는 시간도 겨우 일주일에 한번 있는

 

금요 예배시간때 뿐입니다. 아이들 이름도 모르시고 아이들은 원장님이 원장님인 줄 도 모르는 아이가

 

태반입니다. 그런분이시기에 5.6.7살반도 다 30명씩이고 선생님들 혼자서 잘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십니다. 다릅니다. 같은 연령의 아이들 30명과 나이가 다른 아이들 30명은 분명 다릅니다.

 

그래도 아닌건 아니라고 말씀드려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겠단 생각엔 변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계속 원장님과 대화를 원했고 원장님은 묵묵부답으로 모니터만 보시고..

 

결국엔 제가 목소리가 좀 커져서 원장님이 절 쳐다보시긴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다른 선생들 다 부르라고 해서 제가 불렀죠. 다른 선생님들 원장님이 모이시래요~라며

 

제가 부르러 갔더니..뭐 그 깟일로 방학준비로 바쁜데 부르냐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합니다.

 

원장님이 종일반 혼자서는 무리라는데 방법은 없고 선생님들 생각은 어떤지 좀 얘기들이나

 

들어보자며 다른 선생님들께 묻습니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네요..

 

혼자서는 무리라고 말씀들 하셨으면서..

 

원장님 앞에선..아무 말씀도 않네요..저 혼자 이상한 사람 됐습니다.

 

역시나 원장님과 저만 둘이서 열심히 침 튀겨가며 대립하는 과정였죠.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제가 일주일 내내 종일반 아이들을 돌보는건 변함없고 한분만 같이

 

봐주실 분이 계셨음 하는거였거든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으시고 원장님은 더더욱 이해를 못하시니 답답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참만에 주임선생님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죠..사실 종일반 아이들이 4,5살 아이들보단

 

6,7살 아이들이 많은 관계로 혼자서는 벅차다고..

 

그토록 제가 말씀 드렸을땐 쳐다 보지도 않던 원장님..그제서야 그럼 선생들 한사람씩 교육 빠지고

 

돌아가면서 저와 함께 종일반 보라고..

 

그런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장님은 저를 그토록 애태우셨습니다.

 

그리고는 원장님 급히 바쁘시다며 퇴근하셨습니다.

 

머리가 참 복잡했습니다.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는 40줄이 넘으신 7살반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제가 원장님께 말씀 드린게 잘못인거냐고..

 

아니랍니다.

 

그런데..원장님은 원장님이시기 전에 사모님이시기에 좀 어렵다고..그리고 저 처럼 그렇게 바른말하면

 

듣기 좋아라 하지 않으실거라고..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인지..저 역시 교회 신도이지만 유치원에선 엄연히 원장과 교사로써

 

얘기를 해야지 거기서 왜 사모님 운운하며 어려워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길 않습니다.

 

잘 모르시는 부분은 설명드리고 선생님들 입장을 고려해달라고 말씀드리는게 그토록 어려워해야 할

 

일인건가요? 저만 그런건지..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더군다나 11월엔 월급도 다 받질 못했습니다. 물론 많은 돈은 아니지만 10만원씩을 전부 못받은거죠.

 

저는 집이랑 유치원이 걸어서 5분 거리기에 차비도 안들고 점심이야 아이들과 같이 먹으니

 

별로 돈 쓸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달 용돈 10만원이면 생활하는데 충분합니다.

 

전 집에다 제 월급의 ⅔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다 드리고나면 제 수중엔 30~40만원 남죠.

 

그걸로 핸드폰 요금내고 용돈도 하고 저금도 하고..그러기에 10만원은 제게 큰 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유치원 원아들이 90명이 넘습니다. 아이들이 중간에 나가고 하는 일도 없으니 고정적으로 원비가

 

들어옵니다. 왜 대체 유치원 통장에 돈이 없다는지 선생님들도 다 의아해하시죠.

 

12월 월급때까지도 그 돈은 안주시더군요. 그래서 결국 저는 제가 급하기에 그 돈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역정을 내시면서 돈이 없는데 어떻게 주냐고 하십니다.

 

아이들 원비를 선생들이 못 받아내면 월급을 안주시겠다고 하고..기가 찹니다.

 

저 22일 회의 때 일로 원장님이며 다른 선생님들께 실망 많이 했습니다.

 

나중에야 다른 선생님들..같이 의견 말해주지 못한거 미안하답니다.

 

어차피 말씀 드려봤자 묵살하실게 뻔하니까 말 않고 밉상으로 찍히지나 말자라는게

 

자신들 생각이랍니다.

 

저 그 날로 유치원 출근 안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유치원에서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 얼굴을

 

보고 싶지가 않네요. 물론 우리 아이들..눈에 밟힙니다. 그래서 아이들 사진 볼 때면 눈물도 숱하게

 

흘리고 있지만..저는 더 이상 그 곳에서 그들과 남은 두달동안 얼굴 맞대며 생활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제 막 2주째 백조생활 중이죠.

 

아무리 그래도 책임감 없이 아이들을 모른채하고 나왔냐며 욕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곳을 지옥이라 감히 부르고 있습니다.

 

미술학원, 어린이집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광경들이 이 곳에서는 관행처럼 미덕인냥

 

행해지는게 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유치원에서 한동안은 부리나케 전화가 왔었죠. 원장님이며 주임선생님이며..또 5살반 선생님께선

 

제 싸이 방명록에 글까지 올리시고..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얼마전엔 원장님으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 무슨 일이 있기에 출근도 않고 전화도 안받는거예요..이야기는 하고 살아야지요. " 이렇게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진 않겠죠..얘기를 해봤자 묵살하시던 그 분이..이렇게 문자를 남기셨네요.

 

저는 제 스스로 한 세번만 참자! 라는 약속은 지켰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눈에 밟히지만 저희엄마께 누가 되겠지만..그 모든 걸 감수하고도

 

제가 이런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면 누군가..절 이해해 줄 분이 계시지 않을까요..?

 

이제 다시 제 길을 가야겠죠..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