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 (36)

운운200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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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존재하지 않는 자의 눈물

 

 

 

 

 

마신의 물건을 탐하는 자  사지를 찢어 죽이리라

 

사내는 마치 넋이 빠져나간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할 뿐이다.

지독한 공포는 이미 오래전에 그의 사고를 정지시켜 버렸다.

떡 벌어진 입안으로, 꿈틀거리는 검은 안개가 계속해서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꼴깍꼴깍

목젖이 바쁘게 움직였다. 검은 안개는 그의 식도를 비집고, 내장을 할퀴며 깊숙이 침투했다.

비명을 지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의식의 공간을 한입에 삼킨 검붉은 빛은 거짓말처럼 거두어졌다.

대신 갈라진 허공의 틈으로 몽클거리는 검은 안개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불쑥

‘아아아아아!’

사내는 턱이 빠질 것처럼 벌어진 자신의 입 안으로 두 주먹을 마구 구겨 넣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입 밖으로 비명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두 팔이, 그리고 두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덜덜덜 떨렸다. 뱃속에서부터 깊은 외침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미친 듯이 흔들리는 두 눈동자는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갈라진 허공의 틈으로 날카로운 것이 불쑥 튀어나왔다. 장정의 손가락만큼이나 기다랗고 삐죽한 손톱이었다. 어둡고 두려웠지만 분명히 사람의 손모양이 틀림없었다.

그와 동시였다. 검은 안개가 좌우로 쫙 갈라지며 그 형체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흡사 사열이라도 하듯, 꿈틀거리는 검은 안개들은 최고의 경의를 표하며 육망진의 한가운데로 향하는 길을 개방했다.

사내는 가물거리는 눈을 들어 이 무서운 존재를 올려다보았다.

끼이이익

텅 빈 허공은 마치 철판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토해냈다. 공간이 쭉 찢어지며 주위풍경이 일그러져 보인다. 그 안에서 서서히 검은 형체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처음은 두 손이었다.

기다란 손톱은 허공을 찢으며 굵은 목을 천천히 뽑아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두 어깨를 공간 밖으로 들이 밀었다.

그 아찔한 광경이 사내의 눈에 틀어박혔다.

소름이 끼치다 못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전부 경련하는 기분이었다.

사내는 쥐어짜듯 중얼거렸다.


‘죽, 죽는다… 모두 죽는다’


그는 육방진의 밖으로 뒷걸음질치던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인을 돌아보았다.

육망진의 여섯 별자리 가운데 아래, 위의 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명의 주인.

위를 향하는 삼각형에는 죽은 주인의 시신이 놓여져 있었고, 아래를 향하는 삼각형에는 똑같은 얼굴의 또 다른 주인이 멍하니 풀린 얼굴로 허공의 대상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허공에 상반신을 드러낸 존재!

타오르는 검은 불꽃 한가운데 우뚝 선 그 존재감은 사내의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다.

그가 빙그르 고개를 돌려 멍한 얼굴의 문탁을 향해 손가락을 딱 퉁겼다.


「약속이 틀리다.」


나직한 울림이 서문탁과 사내의 귀에 천둥처럼 울렸다.

뻐억

그 즉시 보이지 않는 힘이 서문탁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쳤다.


“컥!”


그는 입에서 핏물을 토하며 땅바닥에 거칠게 얼굴을 처박았다. 차갑게 식은 검은 피가 머리카락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육망진위에 쓰러진 문탁의 위로, 보이지 않는 투명한 것들이 달려들어 계속 후려갈겼다. 이대로 패서 죽일 것처럼 무섭게 때렸다.

뻐억 뻑 뻑뻑


“크허억!”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창자가 뒤틀렸다. 몸을 공처럼 웅크린 서문탁은 연신 피를 토했다.

다급해진 그는 꽉 깨문 입술을 비집고 신음성과 같은 소리를 질렀다.


“어둠의 신…이여! 공포의 주인이여! 부, 부디 결계가 허락된 시간 안에 제물의 몸을 밟고 일어서소서… 이 세상에 납시소서! 오, 온전한 태아를 받치나이다…”


그의 이름은 「마히샤」.

무서운 고행을 통해서 무적의 힘을 터득한 악신(惡神)이었다.

허공에 상반신만을 드러낸 존재는 눈빛에 이채를 띠었다.

문탁을 향하던 매질이 잠시 멈추었다. 그는 넙죽 엎드려서, 피를 토하며 절규했다.


“하늘의 이목을 피하고 땅의 경계를 피하소서! 미천한 종들을 굽어 살피소서”


원래대로라면, 묵운의 완벽한 육신이 신의 부활을 위한 마지막 제물이었다. 허나 근본을 알 수 없는 침입자들로 인해, 다급한대로 해루로 대신하여 의식을 강행했다. 그녀의 배안에 든 태아를 이용해서, 이 하북성 땅위에 분노한 마신을 강림시킬 참이었다.


허공에서 눈을 빛낸 존재는, 검은 안개가 길을 열어둔 육망성의 중앙을 내려 보았다.

험악한 몰골로 널브러진 여인의 육체(女身)! 불룩 튀어나온 배를 부르르 떨렸다.


쿵쾅쿵쾅

문탁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곁에서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사내는, 너무나도 두려운 공포를 참지 못하고 그만 정신을 놓았다.

쓰러져서도 추욱 늘어진 입은, 비린내 나는 허연 거품을 게워내고 있었다.


슈아아악-


순식간이었다. 문탁의 동공이 찢어질 듯 크게 떠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존재는 가운데 손가락을 둥글게 말았다.

탕-

그 손가락이 튕겨짐과 동시였다. 그의 상반신으로부터 시린 빛줄기가 휘몰아쳤다. 손가락 표면에 금이 가더니 그 내부로부터 더없이 사악한 빛이 터져 나왔다. 검은 그의 육체가 해루의 배꼽으로 단숨에 짓이겨져 들어갔다. 빠르게 쏘아지는 한줄기 섬광과도 같았다. 그 주변으로 검은 불꽃이 정신없이 일렁거렸다. 마침내 마신의 검은 몸체는, 한점 남김없이 여인의 몸을 집어 삼켰다.


쩌어어억-

허공이 재차 갈라지는 소리가 울렸다.

살아있는 생명처럼 꿈틀거리던 검은 안개들은 육망진의 바깥으로 스멀스멀 기어나갔다.

육망진의 한 가운데 놓인 해루의 몸은 허공에 한 장쯤 부웅 떠올랐다.

부들부들

푸르스름하게 식어가는 여인의 몸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수억 개의 땀구멍에서 검은 증기가 피어올랐다. 아지랑이 같이 일렁이는 검은 증기는 거침없이 여인의 겉옷을 태웠다.

푸치치칙-

타고 남은 재마저도 소멸시킨 열락의 증기가 나체가 된 여인의 몸을 검게 휘감았다.


허공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해루의 나신 위로 아스라이 검은 그림자가 엿보인다.

방금 전, 그녀의 몸 안으로 기어들어간 마신이 틀림없었다.

여인의 창백한 피부를 찢어발길 듯 검은 주먹이 불룩 불룩 솟아올랐다.

그 와중에도 서문탁은 두 눈을 부릅떴다. 피가 얼어붙는 듯한 괴이한 광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알에 핏발을 세우며 지켜보고 있었다. 얼굴이 푸들푸들 떨렸다.


투둑 툭-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는 아랫배! 음부 바로 위, 배꼽아래 한 뼘 부근의 실핏줄부터 거센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다. 극한으로 당겨진 뱃가죽! 아주 작은 충격이 슬쩍 가해져도 그대로 쭉 찢어질 것만 같았다.

푸욱!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뱃가죽을 뚫고 삐죽이 올라왔다.

손톱이 튀어나온 근처의 뱃가죽부터 급속하게 변질되기 시작했다.

검은 먹을 한입 베어 문 한지처럼 여인의 나신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어 갔다.

부우욱-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그녀의 뱃가죽은 기다렸다는 듯이 부우욱 찢겼다.

음부 바로 위쪽부터 갈비뼈의 사이의 명치에 이르기까지 살가죽이 대번에 반으로 갈라졌다.

솟아오른 손톱은 여인의 피부를 잔인하게 헤집고 장기를 뭉그러트렸다.


불쑥!


벌어진 살가죽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시커먼 얼굴!

그 시커먼 얼굴엔 눈이 없었다. 다만 눈이라고 짐작되는 곳에는 더 깊은 암흑만이 있을 뿐.

그 끝없이 이어진 어둠속에서 수천 마리의 마귀가 울부짖고 있었다.

여인의 배를 찢어발기고 세상으로 다시 고개를 내민 존재는, 어떤 이유에서 인지 무섭게 분노하고 있었다. 그 존재는 팔을 쭉 뻗었다. 비정상적으로 기다란 검은 팔에는 여인의 심장이 쥐어졌다.

펄떡펄떡-

거칠게 펄떡이는 심장을 단번에 콱 움켜쥐었다. 심장에서 쏟아진 피가 한꺼번에 확 터졌다.

핏물이 콸콸 흘러 바닥을 적셨다. 바로 그 순간, 해루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힘겹게 눈동자를 굴려 자신의 배를 가르고 올라온 마귀를 보았다.

그녀는 두 눈을 부릅떴다.

가녀린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주르륵 쏟아져 가슴을 흠뻑 적셨다.

여인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죽음의 순간 모든 소리는 사라졌다. 빛도 사라졌다.

완벽한 암흑 속, 오직 자신과 마귀만이 있을 뿐.


분노한 존재는 하얗게 웃었다. 그리고 서서히 손을 뻗어 여인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때였다. 

해루의 등 뒤에서 파란 반딧불 같은 불빛이 튀어나왔다.

작은 불덩이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향해서 거침없이 돌진해 들어갔다.

가소로운 눈빛으로 다시 한번 손가락을 탕 튕기는 마신! 동시에 허공이 확 일그러졌다.

거대한 손아귀모양으로 굽은 공간이 파란 반딧불을 사정없이 덮쳤다.

휙-

허나 작은 불덩이는 빠르게 한바퀴 돌아 그 손아귀를 피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해루의 주변을 다급하게 빙글빙글 돌았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 해루의 뇌리를 꽉 메운 완벽한 암흑이 조금씩 부서져 들어갔다.

부릅떠진 해루의 두 동공에 푸른 불덩이가 매섭게 박혀들었다. 이 땅위에서, 두려운 마신에게 대항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가련한 저 푸른 불덩이 하나인 것 같았다.


괴이한 모양의 납덩이 위에 자신의 몸이 꿈결처럼 떠있었다.

뱃가죽이 너덜너덜하게 갈라지고 피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심장이 가늘게 떨리며 간간히 맥만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해루는 힘겹게 눈동자를 굴려 마지막으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옮겨진 시선은 쓰러져 있는 홍루에게 잠시 머물렀다.

또르르-

다시 눈동자를 굴렸다.

바로 그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서문탁과 딱 눈이 마주쳤다!

울분이 복받친 해루는, 차마 신음도 내뱉지 못했다.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투명하게 맑던 눈동자에 핏발이 가득섰다. 덕분에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눈물대신 피눈물이 찰랑찰랑 거리는 듯. 그런 해루의 주변을 손톱크기의 파란 불덩어리가 다급하게 돌고 있었다.


웅웅-

웅웅웅-


그 기운에 반응하듯, 육망진의 납덩이들이 다시 한번 무섭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불룩

불룩불룩

수십 개의 작은 사람의 얼굴이 솟아오르고 내려앉기를 반복한다.

육망진 전체가 거칠게 몸부림 치고 있었다.


이번엔 마신의 두 번째 손가락이 정확하게 불덩이를 지목했다.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그 암흑의 눈도 불덩어리를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 순간 해루의 두 눈이 질끈 감겼다. 심장이 멎고 간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미천한 것.」


서릿발 같은 울림이 쏟아져 나와 푸른 불꽃의 몸체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해루의 몸은 점점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턱이 덜덜 떨렸다.

푸른 불덩이는 구석으로 날아가 홱 처박힌 후, 푸스스 그 빛을 잃었다.


분노한 마신(魔神)은 불덩이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해루의 배를 밟고 우뚝 일어섰다.

가느다란 몸체가 쭉 펴지니, 장정 두셋의 키를 붙여 놓은 것처럼 몹시 컸다.

팔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코는 구멍만이 뻥하니 뚫려 있었으며 입은 쭉 찢어져 있었다.


쿠오오오-

그는 불같이 분노하고 있었다. 그 암흑의 눈이 빙그르 돌아 서문탁을 향했다.

문탁은 숨통이 턱 막혔다. 시선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철퍼덕-

소용을 다한 해루의 나신은 차디찬 납덩이 위로 허물어졌다. 여인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신음했다. 처참한 육신은 숨이 붙어 있다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허나 그녀는 만신창이가 된 육신보다, 갈가리 찢어져 나가는 마음이 더 괴로웠다.


서문탁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전율했다. 온 세상을 부숴버릴 것만 같은 힘이 그를 휘감았다. 마신의 두 번째 손가락이 이번엔 서문탁을 지목했다. 동시에 마신(魔神)은 검은 손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부우웅

문탁의 육신이 허공을 날았다. 마신의 손아귀로 단번에 빨려들었다.

하얀 목덜미가 검은 마신의 손아귀에 틀어 잡혔다. 마신의 손이 분노로 부르르 떨렸다.


「나를…농락하다니!」


마신에게 꽉 붙들린 목덜미에서 핏물이 아롱져 흘러내렸다. 문탁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을 비집고 흘러내린 피가 푸르스름하게 굳어가는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농, 농락이라니?!’

「저 아이는 암컷이 아니었어! 태아는 없다.」


서문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루가 암컷이… 여인이 아니란 말인가? 태아가 없다고?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마히샤’여! 분명히, 분명히 수태한 여인입니다!”


황망한 얼굴로 바동거리는 서문탁을 향해 마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산하고 두려운 목소리가 귓구멍을 후벼 파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허튼 소리! 저 아이는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몸. 이미 암컷도 수컷도 아니다.」


초로의 홍루각에서 작약이 해루의 자궁(子宮)을 들어낸 절개술을 알 턱이 없던 그였다.

또한 맞아서 피가 터져 부어오른 불쌍한 여인을 다시 한번 수태로 오해하고 잔인하게 이용한 이 역시 자신이었지만, 이미 욕망에 먼 그는, 그러한 사실을 알 길이 없기도 했다.

서문탁은 핏물이 가득한 입을 벌려 쥐어짜듯 절규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네놈에게 죄를 물으리라.」


마신의 암흑의 눈을 마주한 서문탁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분노한 신의 화를 정면으로 받는다면 살기는 어려웠다. 그 힘을 이용해 보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죽을 판이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정말로 태아가 없었다면…! 마신은 강림할 조건을 갖추지 못할 터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땅을 딛고 내 목을 옥죄어 온다는 말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언제부터 의식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지?


‘그래, 틀림없다! 그 놈들 때문이야!’


문탁의 잿빛 뇌리에 도화와 비형랑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틀림없었다.

비밀통로의 입구에서 그들을 마주한 그 순간부터 준비해왔던 모든 것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마신을 받을 몸으로 준비하고 있던 묵운까지도…. 그래, 묵, 묵운!

순간 서문탁은 온몸을 발작하듯 부르르 떨었다. 마신의 악력이 점차 거세어 졌다. 이대로 가다간 까닥하면 질식할 터였다.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여 주위 풍경이 일그러져 보였다.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는 피를 토하며 기운을 짜내었다.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신…이여! 마신을 받을 완벽한 그릇이 있나…이다!”

「……」


문탁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이내 앞으로 쓰러졌다. 마신의 팔이 거짓말처럼 거두어졌다.

눈앞으로 까만 먹장구름이 끼었다. 문탁의 머리는 이미 산발이 되어있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억지로 공포를 눌러 참으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꽈악

갈비뼈를 움켜쥐는 억센 손길이 느껴졌다. 서문탁은 고개를 바짝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차마 저항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슴으로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딱딱딱


“아으으으…”


서문탁은 이빨을 부딪쳤다. 마신의 손길이 육신에 닿는 순간 아무리 참아도 신음이 그치지 않았다.

몸이 푸들푸들 떨면서 마구 경련했다. 으슬으슬 떨리고 너무나 추웠다.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계속 말하라.」

“으으… 묵운…. 약속의 피로… 새로 태어난 가장… 완벽한 육체…!”


마신은 불룩거리며 끓어오르는 육망진을 무심한 표정으로 흘깃 보았다.

태아의 혼을 가두어둔 육중한 납덩어리! 약속의 피라면, 분명 하늘과 땅의 눈속임을 위한 태아의 피였다. 신력(神力)을 인간계에서 발휘할 매개체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물임이 틀림없었다.


「약속의 피라… 좋다. 어디에 있나?」


음울하고 끈적끈적한 마신의 나직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문탁의 영혼을 잡고 뒤흔들었다.


“그자들이… 신이 들린 소년… 곤륜의 사내…. 그놈들이 당신의 제물을 훔쳐…갔나이다.”


마신은 서문탁의 몸뚱어리를 거칠게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우두둑 우두두둑

가슴팍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콰르르르

밀실의 공기가 빙글빙글 회전했다. 무섭게 소용돌이치면서 뒤흔들렸다.

더없이 서늘한 음기가 다시 한번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 모습을 올려다보는 서문탁.

굳어버린 그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손도 가늘게 전율했다.


‘드디어, 드디어……!’


꽉 움켜쥔 손바닥에 땀이 났다. 무서운 소용돌이는 서서히 중심을 이동해 가고 있었다.

회오리의 마지막 종착역은 육망진의 한 가운데에 놓여진 커다란 창.

창을 내려다보는 무심한 마신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의 변화가 일었다.

절그럭절그럭

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음산한 해골들이 소름끼치는 안광을 내뿜었다.

천둥과 같은 울림이 밀실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노한 고함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마신의 물건을 탐하는 자  사지를 찢어 죽이리라.」


「사지를 찢어 죽이리라」

「사지를 찢어 죽이리라」

「사지를 찢어 죽이리라」


주인의 목소리에 감응하듯 해골들이 턱을 딱딱 부딪치며 메아리처럼 되풀이했다.

해골들의 내뱉는 외침은 끔찍한 물리력이 되어 문탁의 전신을 옥죄어 왔다.


“끄아아아!”


마신 ‘마히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암흑의 공간을 확장시켜 갔다.

제물을 탐색하는 그의 얼굴은 섬뜩한 희열로 번득이고 있었다.







                                                   *                    *                   *








두근두근

소공자를 품에 안은 당설희의 가슴은 바쁘게 두근거리는 중이었다.


‘맥이 뛰는 박자를 확인하라? 그럼… 맥을 짚어야 하겠지?’


여인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도화의 하얀 손목을 가만히 쥐었다.

쿠쿵-

쿠쿵쿠쿵-

다행히 소년의 맥은 활기차게 뛰고 있었다. 설희낭자는 처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주의 집무실에서부터 지금까지, 서너 시진동안 단 한번도 가슴을 놓은 적이 없었다.

난생 처음 겪는 엄청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마냥 곱기만 한 여인의 심장은, 수십 번이 넘게 출렁이며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동안 얼마나 꺅꺅대며 비명을 질러댔던지 목이 다 쉬어버릴 것만 같았다.


‘하아… 정말… 고운 얼굴의 소공자(小功子)로구나! 어쩜 이렇게 피부가 흴까?’


도화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설희의 뺨이 불그스름한 홍조를 띠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의 소년은 본적이 없었다. 잘 다듬어 놓은 인형(人形)같았다.

허나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이런 귀한 얼굴은, 감히 상상으로라도 빚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의 입가에 베인 붉은 핏자국을 자신의 흰 장삼자락으로 스윽 닦아 내었다.


‘혹여 인형이 아닐까? 정말 사람이 맞을까? 진짜로 숨을 쉬고 있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상상을 해버린 설희는 급히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그래도 혹시?

설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낮추어 도화의 얼굴 가까이로 자신의 얼굴을 끌어 당겼다.

두근두근

보드라운 뺨과 뺨이 지척으로 가까워졌다.

당설희의 가슴이 요란하게 두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휘이잉-


서늘한 바람 한 자락이 당설희의 전신을 한차례 휘감았다.

저 깊은 동굴 안쪽으로부터의 음산한 울림 같았다. 어둠을 품은 음기가 휘몰아쳤다.

설희의 몸이 흠칫 굳었다.

그리고 동시에 조각 같은 소년의 입술 사이로 낮은 신음성이 토해졌다.


“바람소리가…들려.”


에구머니나! 깜짝 놀란 설희는 하마터면 소년을 내팽개칠 뻔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소년의 눈꺼풀이 스르륵 열렸다. 허나 그 눈동자는 훨씬 더 먼 저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소리가 나…”


도화는 설희만이 들릴 만큼 자그마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시무시한 소리라니? 바람소리뿐인데? 설희의 눈이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떠졌다.

한편으론 아름다운 소공자가 정신을 차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공자, 공자 정신이 들어요?”

“애원하고 있어…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은 소리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년의 눈꺼풀은 다시금 스르륵 닫쳤다.

뜨거운 눈물이 창백한 뺨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그리곤 거짓말처럼 소년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고열에 시달린 공자가 헛소리를 하는 걸까? 아니면……?’


설희는 놀란 눈을 들어 곁에선 팽가주를 올려다보았다.

설희와 도화를 지켜보던 팽가주, 용화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때마침 시체무리들을 처리한 당노인과 유가가 빠른 걸음으로 당설희를 향해 걸어왔다.

그 뒤를 혜능과 팽집주가 바짝 붙어 걸었다. 유가가 급히 설희의 앞에 부복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불초한 소인, 곁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유가. 내 걱정은 말아. 당어른도 수고하셨어요.”


파리한 안색을 감추며 힘들게 미소 짓는 당설희.

허나 곧바로 벼락처럼 내려치는 탄성이 설희의 품을 파고들었다.


“이, 이 소년은……!  아미타불!”


설희의 품안에 안긴 소년을 알아본 혜능의 날카로운 일갈!

결코 이 소년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을 터였다. 대숲에서 자신에게 깨달음을 준 소년!

그런 소년이 어찌하여 이 지옥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다는 말인가?

아이는 시체처럼 창백한 안색으로, 설희의 치마폭에 안겨있었다.

순식간에 설희의 목전으로 다가온 혜능은, 소년의 손에 끼워진 묵빛의 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가녀린 손에 끼워진 반지를 쓰다듬는 노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달마환! 틀림없구나!’

“도화(桃花)라 하였는데……. 참으로 인연의 실은 그 끝자락을 짐작하기 힘들구나.”

“아시는 분이셔요?”


설희가 조마조마한 얼굴로, 혜능대사에게 물었다.


“알다마다. 소승이 큰 은혜를 입었지요, 아미타불.”


혜능은 재빠르게 소년의 맥을 짚어, 심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그시 감은 두 눈을 꿈틀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큰 내상을 입었던 것 같소만. 딱히 잘못된 곳은 없구나, 아미타불. 모든 맥도 원활하고…”

“의선께서 소년을 치료하셨지요. 그것보다도…”


혜능과 설희를 지켜보고 있던 팽가주가 재빨리 대답했다.

노승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라면 가능한 일이지. 허나 엄청나다. 의선(醫仙)이 아니라, 의신(醫神)의 경지가 아닌가!’

“저쪽 동굴 앞을 살펴 주십시오, 대사님. 숙부님도 그곳에 계십니다.”


팽가주는 굳은 얼굴로 혜능을 바라보며 고개를 재빨리 끄덕였다.

그녀는 손을 들어 묵운이 쓰러져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혜능은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온몸을 휘감는 기분 나쁜 예감. 기다란 눈썹이 부르르 떨렸다.


노승은 소년을 놓아두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주에게 깊이 고개를 숙인 집주와 설희에게 간단한 눈짓을 보낸 당노인도 서슴없이 혜능을 따라 걸음을 서둘렀다.


“저는 여기서 두 분을 지키도록 하지요.”

“…그리해라.”


유가는 스쳐지나가는 당노인에게 굳은 표정으로 재빨리 중얼거렸다.

당노인역시 굳은 얼굴로 대답하며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                    *                   *








한영은 조심스럽게 검은 물체가 쓰러져 있는 구석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곁에서 긴장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이는 바로 팽가주의 숙부였다.

그는 고집스럽게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다양한 감정이 엉킨 노부의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핏물이 흥건하게 발을 적셨다. 처참한 몰골의 흰둥이가 눈에 밟혔다.

한영이나 도화 그리고 작약에게, 녀석은 영물이기 이전에 가족이자, 동료였다.

널브러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려왔다. 한영은 고개를 홱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작약이 이것저것 약기들을 챙겨 이리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작약어른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미 한영의 눈은 벌겋게 부어있었다.

도화와 비형랑의 험한 몰골을 보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였다.

두 사람의 안전을 확인한 후, 주저 없이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겨왔다.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주체하지 못할 분노가 전신을 휘감았다.


‘분명히 네놈 짓이렷다. 서문탁! 뼛가루까지 잘근잘근 씹어주마!!!’


앞에 선 노부는 지옥의 문을 가장 먼저 두드리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드디어 괴인의 앞에 다다랐다. 발아래에 거무칙칙한 괴인이 쓰러져 있었다.

노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벌거벗은 사람의 형체가 틀림없었다.

허나 그의 전신은 어둠보다 더 짙은 흑색이었다.

우뚝

다가가던 노부의 손이 멈칫 멈추어 섰다.


“글, 글자들이 살아서 움직이다니…!”


허리를 숙여 묵운을 살피던 노부는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굵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움직이다니! 이럴 수가!

피부를 둘러싼 괴상한 글자들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뒤따라 걷던 한영도 그 자리에 즉각 멈추어 섰다.

아니나 다를까 곧 쓰러져 있던 괴인의 주변이 들썩거렸다.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노부는 자신의 도(刀)를 쭉 뽑아 앞을 겨누었다.

이 괴인이 혹시 적일 수도 있겠기에 대비를 하는 것이다.

한영도 푸른 안광을 빛내며 진기를 끌어올렸다. 맥궁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비형랑,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거야? 묵운이라는 이자가 널 그렇게 만들었어?’


청동빛을 넘어서 시커멓게 변한 피부. 저건 피부가 아니라 차라리 검은 쇳덩이 같았다.

그 질긴 가죽 같은 피부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겉모습만으로도 심상치 않았다.


“크흑!”


벼락같은 공격에 노부가 신음성을 흘렸다. 이빨을 꽉 깨물었다.

괴인의 등짝에서 채찍 같은 기운이 튀어나와 노부의 얼굴을 향해 쏘아졌던 것이다.

방심한 탓에 턱을 살짝 그을렸다. 허나 방심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코 만만하지 않은 빠르기였다.

치이익-

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극통은, 마치 얼굴전체가 화상을 입은 것만 같았다.


‘이, 이것은 분명히 집무실에서 찻잔을 내려 앉히던 그 놈과 같은 공격이다! 이 노옴!!’


한영의 눈이 번쩍 빛났다. 괴인의 공격에 우선 놀랐고, 노부가 신음성을 내뱉자 또 한번 눈빛이 변했다. 저 늙은 너구리는, 방심하고 있었다고 해서 만만하게 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너를 제압해야 하겠구나.”


묵운이 일행을 해쳤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따져 봐도 되었다. 우선 급한 것은 괴인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한영의 얼굴표정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괴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근육이 꿈틀거리는 모양새가, 서서히 일어서려는 것처럼 보였다.


퉁퉁퉁


순식간에 한영의 손가락은 시위를 세 번이나 튕겼다.

파바밧

섬전과도 같은 세대의 화살이 공간을 가르며 날카로운 파공성을 터트렸다.

옆에서 지켜본 노부에게는 마치 직선으로 빛줄기가 쏴아악 쏘아져 나가는 것 같았다.

첫 화살이 괴인의 허벅지를 파고들 듯이 매섭게 박혔다.

허나 그 질긴 가죽을 뚫지 못하고 부러져서 튕겨 날아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화살은 역시 괴인의 양 어깨를 노렸다. 마찬가지로 화살은 가죽에 긁힌 상처만 약간 남겼을 뿐이었다. 날아오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동굴 벽에 틀어박혔다.

우르르-

벽의 약한 흙더미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바위를 깨부수는 화살의 위력을 고작 인간의 피부가죽이 이겨내다니!

한영의 눈에서 강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곤 분통을 터트렸다.


“이이잇! 네놈은 이미 인간이 아니로구나!”


후오옹

잠시의 시간 간격을 두고 노부의 도(刀)가 괴인을 내려찍었다.


“죽어라! 이 더러운 마물!”


고함소리가 동굴을 쩌렁쩌렁 울렸다.

패도적인 위력의 도(刀)는 묵운의 허리를 양단할 것처럼 짓이겨 들어왔다.

바로 그 순간, 쓰러져 있던 묵운은 두 눈을 번쩍 떴다. 일말의 지체도 없었다.

날아드는 도를 감지하자마자 대뜸 왼손을 획 그어 올렸다.


“허억!”


자신 있게 도를 날리던 노부는 갑자기 암습한 기운이 코앞으로 날아들자 화들짝 놀랐다.

반사적으로 내리찍던 도를 급하게 옆으로 꺾었다. 뛰어난 실력을 증명하듯, 순간적으로 도를 옆으로 차올렸는데도, 그의 도(刀)에는 진기가 충만했다. 도신에서 뿌연 아지랑이가 일렁이며 묵운이 내쏜 기운과 사정없이 부딪쳤다.

까앙-

불똥이 튀었다. 노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시 부딪쳐 봐도 이것은, 서문탁 그놈의 채찍 같은 검은 기운과 같은 것이 분명했다.

도를 쥐었던 손바닥의 껍질이 벗겨진 것 같았다. 화끈거렸다. 본능적으로 감이 왔다.


‘위험하다!’


노부는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며 전열을 다듬었다.

아무리 괴물 같은 놈이라도 이곳에서는 일행의 숫자가 우세했다. 맥궁을 든 신궁의 뒤로는, 당노인과 혜능 그리고 집주가 재빨리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위이이잉

갑자기 괴인의 주변 공기가 세차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콰르르르

공기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소용돌이는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검은 안개를 내뿜었다.

느린 듯 하면서도 빠르게 퍼지는 안개. 순식간에 일대를 에워쌌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눈 깜짝하니까 주변이 몽클거리는 안개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영의 표정이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맥궁의 시위를 당긴 채로 암흑의 한가운데를 주시했다.


누구보다 안력이 뛰어난 한영.

안개 속에서 흐릿한 인영을 감지했다. 쓰러져 있던 괴인이 틀림없었다.

허나 지금의 그는 굳건한 두발로 대지를 버티고 서있었다. 건장한 체구의 남자였다.

흰자위가 없는 온통 까만 눈이었다. 소름끼치는 그 눈이 정확히 한영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철렁-

머리칼이 쭈뼛 서는 오싹함.

암흑의 안광을 빛내는 그가,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로 징그러운 음색을 내뱉고 있었다.

아마도 계속해서 같은 소리를 되풀이 하는 것 같았다.

한영은 귀를 기울여 그 소리를 들으려 애썼다.

노부 역시 안력을 돋우며, 모든 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중이었다.


‘뭐라고? 뭐라는 거야? ……아!!’


마침내 한영은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들었다. 고운 아미가 잔뜩 찌푸려졌다.


「마신의 물건을 탐하는 자  사지를 찢어 죽이리라.」


그 중얼거림을 알아들은 순간, 묵직한 바윗덩어리가 가슴에 얹힌 듯 했다.


그때였다.

안개를 비집고 갑자기 괴인이 불쑥 날아들었다.

일행의 앞에 나타난 괴인은 음산한 목소리로 입술을 비틀었다.

그것은 도저히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허나 그 의미는 정확하게 모두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을 그 안에 가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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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잘 지내셨어요? 『도화』 (36)

 

호호호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죠?

살아숨쉬는 모든 것을 그 안에 가두리라-

그 뒤로 과감히 딱 잘라버렸습니다. 이름하여 절단 마공!!!

요즘 밤낮으로 수련하고 있다는 ^^;(쿨, 쿨럭)

절대 대성할 수 없으며, 잘못하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다는 극악한 마공!!

 

우어어어(ㅠ_ㅠ) 죄송합니다. 『도화』 (36)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 뒷이야기를 드리도록 할게요.

헌데,  한 두어달 짙은 혈향에 푹 잠겨 있었더니

잘 체하고 두통도 심해지고...여기저기가 고장나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ㅠ_ㅠ)(덜덜덜)

후딱 이 혈사의 끝을 봐야겠어요.

아니면 다음주는 <외전>이 올라올 수도...(으흐흑)

(마음에 드실까요? 한영과 비형랑의 비하인드 스토리~~)

 

추천눌러주시는 고마우신 님들!

꼬리말 달아주시는 사랑스러운 님들!

 

어느덧 벌써 오늘이 해저문 1월4일 입니다.

지난 나흘간은 어떤 나날들 이었나요? 행복하셨어요?

남은 361일은 더욱 기쁜 일들만 가득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파안의 가호가 늘 함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