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아이가 이상합니다. 걱정됩니다..

아빠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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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쯤 전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외동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입니다.

저희 딸은 지금 고2이고 그럭저럭 공부도 잘 하고 별 문제 없이 예쁘게 컸습니다.

행여 조금이라도 부족해서 엄마 없다는 소리 들을까봐 그다지 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딸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늘 채워주려고 애써왔습니다.

감사하게도 딸아이는 언제나 밝고 명랑하게 잘 지내왔습니다.

제 생활의 낙은 오로지 제 딸 보는 재미밖에는 없습니다.

 

예전에는 가끔 퇴근시간쯤 전화와서 밥사달라고도 하고 회사로 찾아와서 딸아이와 데이트도 했습니다.

딸아이나 저나 의지할 곳이라고는 서로밖에 없는 처지였기에 부녀지간의 관계가 참 좋았습니다.

딸아이는 허물없이 고민이나 어려움들도 쉽게 이야기 했고 저는 아버지로서 최대한 돕고자 노력을 해왔습니다.

 

지난해 고등학교 진학한 후로도 얼마동안은 그런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었습니다.

저도 딸아이가 어느정도 컸다고 생각이 되어 아버지로서, 직장인으로서 세상을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도 조금씩 해주고 딸아이 역시 새롭게 시작된 고등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공부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해줬습니다.

 

딸아이가 이상해진 것은 돌이켜보면 지난 여름방학쯤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느날 딸아이의 휴대전화를 보니 제가 사준것이 아닌 다른 기종의 전화기였습니다.

가끔 무언가 감추려는 듯한 느낌을 받긴 했으나 여자애고 하니 뭔가 그런게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크게 신경쓰진 않았는데, 우연히 딸아이의 전화기가 굉장히 좋은 신모델로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전의 것도 구입한지 일년도 채 되지 않아 할부도 안끝난 상태였는데 신기종의 전화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물어봤더니 길거리에서 싸게 팔길레 친구들과 함께 바꿨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전에 쓰던 전화기가 고장났던 참이라 고치려면 돈이 들고 해서 바꿨다고 하길레 잘했다고 하고 넘어갔습니다.

 

지난 2학기부터는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학교에서 하는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걱정되는 마음에 학원이 더 좋지 않냐 물어봤지만 학교가 낫겠다고 했습니다.

일단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저야 교육비가 대폭 절감되니 좋기야 했지만 내심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딸아이가 우연히 전화통화로 약속을 잡는 것을 들었습니다.

엿들으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화장실에서 통화하는 소리가 울려서 마침 밖에 있던 제가 좀 유심히 들었습니다.

수업이 몇시에 끝나니 어디서 보자 하는 내용의 통화였습니다.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해서 어느날 제안을 했습니다.

저녁에 야간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오기 힘드니 제가 마중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한사코 거절하고 괜찮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일이 늦게 끝난 어느날 퇴근길에 마침 야간자율학습 끝날 시간하고도 비슷하다 생각되어 딸아이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학교 앞이니 야자 끝나는대로 나와서 같이 가자고 연락을 했습니다.

딸아이에게서 연락이 와서는 오늘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볼일 보고 귀가중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난 일년사이에 딸아이와의 대화도 많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마주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데 딸아이가 한참 사춘기일 때고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또 딸아이인지라 아버지 입장에서 어떻게 다가가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새학년이 되면서 딸아이는 학교 야간자율학습도 하지 않겠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단은 딸아이 요구조건을 들어주되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독서실에 등록해줬습니다.

학년이 바뀌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은 온라인으로도 면담을 받는다고 친히 이메일주소를 알려주셨습니다.

딱히 학교 갈 시간이 없는 저는 지금까지의 이런 사항들을 간추려 담임선생님께 메일을 드렸습니다.

성적이 다소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우려할만한 상황까지는 아니고 상담을 해도 크게 딸아이에게 이상한 문제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사춘기때이니 예민할 때이기도 하고 그런 모습에 제가 그렇게 느낄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딸아이 씀씀이가 커지는듯한 모습과 몇몇 의심가는 행동들은 계속해서 제 마음에 남아 저를 붙잡네요.

행여 뉴스에서 보는 그런 않좋은 일에 연루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저 몰래 아르바이트 같은걸 하는 것은 아닐까...

그냥 잠자리에 누우면 딸생각에 별별 상상을 다합니다.....

 

그렇다고 차마 딸아이에게 뭐라고 이야기 할 용기는 나지 않네요...

답답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딸아이와 예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저의 이 걱정과 딸의 고민들을 나눌 수 있을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