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나큰 변란은 계속되는 참수로 이어졌다. 모든 불씨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용에 개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안겨주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 혼란의 틈 속에서 적령이 전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용이 황제의 주도하에 힘들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단지 침묵에 불과한 것이었다. 사실상 한번 금이 간 기초는 다시 복구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안도와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가 한참 동안을 계속되고 있었다.
“평화로운 일상인가…?”
“그러기를 바래야죠.”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사면을 받은 무영은 다시 평화로워진 황도의 대로를 걸으면서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어쩌면 가면이에요.”
“가면?”
“네… 실상 백성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어요. 제국이 통일 된 이래 많은 변란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황도에까지 도달한 자들은 없었으니까요. 이것은 백성들에게 그만큼 용이 유약해졌음을 의미하죠.”
“역시, 많은 영웅들이 졌기 때문인가요?”
“그분들의 이름 한자 한자가 백성들에게 주는 의미는 너무나 거대한 것이었어요. 백성들은 지금 그 구심점을 잃고 흐트러지고 있어요.”
“…”
“무엇보다 폐하가 흔들리고 계시니 그것이 더 큰일이 아닐 수 없어요. 물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시지만, 최근에 폐하를 뵈면 보이지 않는 초조함을 엿볼 수 있어요.”
천산의 자락에서 넓게 드리워진 황도를 바라보는 무영의 마음은 매우 무거웠다.
“그래도… 지금은 다시 평화로워졌잖아요.”
“내부의 문제는 어떻게 진정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는 외부의 문제라 할 수 있어요.”
“외부?”
“네… 북방과 바다 건너의 국가들이 이 사태를 어떻게 이용할지…”
“…”
사실 지금 용의 문제는 내치 보다는 다름아닌 외치와 국방이었다.
“폐하께서는 무비, 선경 장군에게 다시 군부에 복귀하라 명하셨어요.”
“그렇군요.”
“아마 곧 변방으로 다시 나가실 것 같아요.”
“언제쯤…”
“조만간 떠나시겠죠. 한시가 시급하니…”
수랑은 무영과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져 갔다.
#30
어느 날 밤 무영이 수랑의 처소를 찾았다.
“이리 늦은 시각에 처녀의 처소에 자주 들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요.”
“그래서 찾은 겁니다.”
“네?”
“시기가 딱히 좋다고 할 수 없으나, 언제까지 미룰 수가 없어서… 오늘은 꼭 결정을 짓고 싶어요.”
“무슨…”
“두분 장군님이 변방으로 나가시기 전에 수랑과 혼례를 올리고자 합니다.”
“…!”
무영이 이 말에 수랑은 사실 크게 놀랐다. 이렇게 청혼을 받는 것은 전혀 그녀의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 마음에 거짓은 없어요.”
지금의 이 상황에서 수랑은 거절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허락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알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정말로…”
그렇게 해서 곧 두 사람은 혼인 날을 정하게 되었으며, 이 사실은 중림에 무연에게도 전해졌다.
중림부.
무린은 아무리 세상과 인연을 끊고 지내고 있지만, 딸에게 오라비의 혼인 소식까지 비밀로 할 수는 없어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뜻 밖에 이 일로 인하여 중림의 무연이 그곳을 나설 결심을 하고 있었다.
“이리 도성에 가도 되겠어?”
“미리 입을 다 맞추어 놓았어요. 외국에 시집가서 살고 있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는데다가 비도 이미 가 있는 마당에 제가 방문하는 것이 무엇이 이상하겠어요? 하나밖에 없는 오라비의 혼인에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남편이 누구인가도 궁금해 할 것인데…”
“걱정 말아요. 병환이 났다고 이미 다 말해 놓았어요. 형제라고는 저 밖에 없는데… 저도 오라버니의 혼인에 가서 만나보고 싶어요. 그리고 오라버니가 택한 여자가 누군지도 너무 궁금하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리하여 무의 노파심을 뒤로하고 무영의 혼인 소식을 들은 무연은 운산을 내려와 12년 만에 처음으로 중림을 떠나는 배에 올랐다.
‘집에 가게 되는구나… 집에…’
그녀는 너무나 설레는 마음에 단숨에 중림에서 천산까지 도달했다.
무린의 저택.
한걸음에 달려온 그녀는 지금 12년 만에 아버지의 집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왠지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리고 바로 그때 누구인가 그녀를 불렀다.
“아씨?”
“집사?’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녀를 온 집안 사람들이 달려 나와 반겼다. 사실, 그녀가 정말로 중림을 내려올 것이라고는 무린 조차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12년 만에 집에 돌아온 무연를 보며 수심이 가득한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랑이었다. 무연은 그녀를 전혀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비를 통해 무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랑.”
“네.”
“어서 나와봐요. 외국에 시집갔던 누이가 왔어요.”
그렇게 운명처럼 두 사람은 대면하여 예를 갖추었다.
‘어머니…’
그리고 마침내 다시 대면한 두 어머니를 바라보며 비는 가슴이 한없이 아파왔다.
“전 무연이라 합니다.”
“수랑이라 합니다.”
“오라버니가 택한 분이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이리 달려왔답니다.”
“저도 그간 여간 궁금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연은 곧 방으로 들었으며, 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 무비, 선경 장군도 무린의 저택을 찾았다.
“무연장군!”
“어머, 절 아직 그리 부르는 것은 두분 밖에 없어요.”
“하!하!하! 이거 결례를 범한 것 같군요.”
“아쉽지만 두분과의 회포는 나중으로 해야겠네요.”
“어디를 급히 가시려고?”
“우선은 폐하를 뵈어야죠. 그리고 미란 언니도…”
무연의 이 말에 그 자라의 모든 사람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 그녀는 설레는 마음에 급히 오르나 항간의 소문에 대해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황도의 변괴를 아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황제 적룡을 알현하고 미란의 집에 들어선 무연은 미란의 위폐를 보고 그만 혼절하듯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날 밤.
무연은 홀로 밖에 나와 쓸쓸히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여보…’
밤하늘의 달빛을 바라보며 무연은 무를 생각했다. 그녀는 심히 불안했다. 어떠한 운명의 굴레가 자꾸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서 밀어낼 것만 같았다.
2부 8막 : 복수자 #29~#30
#29
크나큰 변란은 계속되는 참수로 이어졌다. 모든 불씨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용에 개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안겨주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 혼란의 틈 속에서 적령이 전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용이 황제의 주도하에 힘들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단지 침묵에 불과한 것이었다. 사실상 한번 금이 간 기초는 다시 복구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안도와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가 한참 동안을 계속되고 있었다.
“평화로운 일상인가…?”
“그러기를 바래야죠.”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사면을 받은 무영은 다시 평화로워진 황도의 대로를 걸으면서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어쩌면 가면이에요.”
“가면?”
“네… 실상 백성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어요. 제국이 통일 된 이래 많은 변란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황도에까지 도달한 자들은 없었으니까요. 이것은 백성들에게 그만큼 용이 유약해졌음을 의미하죠.”
“역시, 많은 영웅들이 졌기 때문인가요?”
“그분들의 이름 한자 한자가 백성들에게 주는 의미는 너무나 거대한 것이었어요. 백성들은 지금 그 구심점을 잃고 흐트러지고 있어요.”
“…”
“무엇보다 폐하가 흔들리고 계시니 그것이 더 큰일이 아닐 수 없어요. 물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시지만, 최근에 폐하를 뵈면 보이지 않는 초조함을 엿볼 수 있어요.”
천산의 자락에서 넓게 드리워진 황도를 바라보는 무영의 마음은 매우 무거웠다.
“그래도… 지금은 다시 평화로워졌잖아요.”
“내부의 문제는 어떻게 진정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는 외부의 문제라 할 수 있어요.”
“외부?”
“네… 북방과 바다 건너의 국가들이 이 사태를 어떻게 이용할지…”
“…”
사실 지금 용의 문제는 내치 보다는 다름아닌 외치와 국방이었다.
“폐하께서는 무비, 선경 장군에게 다시 군부에 복귀하라 명하셨어요.”
“그렇군요.”
“아마 곧 변방으로 다시 나가실 것 같아요.”
“언제쯤…”
“조만간 떠나시겠죠. 한시가 시급하니…”
수랑은 무영과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져 갔다.
#30
어느 날 밤 무영이 수랑의 처소를 찾았다.
“이리 늦은 시각에 처녀의 처소에 자주 들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요.”
“그래서 찾은 겁니다.”
“네?”
“시기가 딱히 좋다고 할 수 없으나, 언제까지 미룰 수가 없어서… 오늘은 꼭 결정을 짓고 싶어요.”
“무슨…”
“두분 장군님이 변방으로 나가시기 전에 수랑과 혼례를 올리고자 합니다.”
“…!”
무영이 이 말에 수랑은 사실 크게 놀랐다. 이렇게 청혼을 받는 것은 전혀 그녀의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 마음에 거짓은 없어요.”
지금의 이 상황에서 수랑은 거절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허락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알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정말로…”
그렇게 해서 곧 두 사람은 혼인 날을 정하게 되었으며, 이 사실은 중림에 무연에게도 전해졌다.
중림부.
무린은 아무리 세상과 인연을 끊고 지내고 있지만, 딸에게 오라비의 혼인 소식까지 비밀로 할 수는 없어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뜻 밖에 이 일로 인하여 중림의 무연이 그곳을 나설 결심을 하고 있었다.
“이리 도성에 가도 되겠어?”
“미리 입을 다 맞추어 놓았어요. 외국에 시집가서 살고 있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는데다가 비도 이미 가 있는 마당에 제가 방문하는 것이 무엇이 이상하겠어요? 하나밖에 없는 오라비의 혼인에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남편이 누구인가도 궁금해 할 것인데…”
“걱정 말아요. 병환이 났다고 이미 다 말해 놓았어요. 형제라고는 저 밖에 없는데… 저도 오라버니의 혼인에 가서 만나보고 싶어요. 그리고 오라버니가 택한 여자가 누군지도 너무 궁금하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리하여 무의 노파심을 뒤로하고 무영의 혼인 소식을 들은 무연은 운산을 내려와 12년 만에 처음으로 중림을 떠나는 배에 올랐다.
‘집에 가게 되는구나… 집에…’
그녀는 너무나 설레는 마음에 단숨에 중림에서 천산까지 도달했다.
무린의 저택.
한걸음에 달려온 그녀는 지금 12년 만에 아버지의 집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왠지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리고 바로 그때 누구인가 그녀를 불렀다.
“아씨?”
“집사?’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녀를 온 집안 사람들이 달려 나와 반겼다. 사실, 그녀가 정말로 중림을 내려올 것이라고는 무린 조차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12년 만에 집에 돌아온 무연를 보며 수심이 가득한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랑이었다. 무연은 그녀를 전혀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비를 통해 무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랑.”
“네.”
“어서 나와봐요. 외국에 시집갔던 누이가 왔어요.”
그렇게 운명처럼 두 사람은 대면하여 예를 갖추었다.
‘어머니…’
그리고 마침내 다시 대면한 두 어머니를 바라보며 비는 가슴이 한없이 아파왔다.
“전 무연이라 합니다.”
“수랑이라 합니다.”
“오라버니가 택한 분이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이리 달려왔답니다.”
“저도 그간 여간 궁금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연은 곧 방으로 들었으며, 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 무비, 선경 장군도 무린의 저택을 찾았다.
“무연장군!”
“어머, 절 아직 그리 부르는 것은 두분 밖에 없어요.”
“하!하!하! 이거 결례를 범한 것 같군요.”
“아쉽지만 두분과의 회포는 나중으로 해야겠네요.”
“어디를 급히 가시려고?”
“우선은 폐하를 뵈어야죠. 그리고 미란 언니도…”
무연의 이 말에 그 자라의 모든 사람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 그녀는 설레는 마음에 급히 오르나 항간의 소문에 대해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황도의 변괴를 아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황제 적룡을 알현하고 미란의 집에 들어선 무연은 미란의 위폐를 보고 그만 혼절하듯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날 밤.
무연은 홀로 밖에 나와 쓸쓸히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여보…’
밤하늘의 달빛을 바라보며 무연은 무를 생각했다. 그녀는 심히 불안했다. 어떠한 운명의 굴레가 자꾸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서 밀어낼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