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신부감의 세컨드, 그 뒷 이야기

KLESA2006.01.13
조회1,137

그 일이 있은 뒤, 근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네요.

(그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bbs.nate.com/BBS?p_bbs_id=love01_n&p_num=62900&p_action=qry

 

세월이 흘러서인지, 뭐, 이제는 담담하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그냥... 어디 지나가다가 X 밟았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요^^;

 

오랜만에 여유롭게 톡 게시판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세컨드'라는 톡글의 제목을 보고 문득 예전에 제가 올린 글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참, 저의 글쓰는 버릇 상, 글이 좀 길어질지도 몰라요. 긴 글 읽기 싫어하시면, 뒤로 돌아가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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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밟은 후, 2~3달의 시간이 흘러서, 마음의 상처도 어느 정도 아물어 가고 있을 때쯤,

 

정확한 시점까지는 기억 나지 않는데, 대략 작년 4월 말, 아니면 5월 초 어느 주말 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졸업하면 하게 될 일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후배 녀석을 우연히 학교 내에서 만났습니다.

(후배이긴 한데, 저보다 대학을 일찍 들어갔기에 지금은 모 처에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하고 있지요.)

 

고등학생 시절에는, 기숙사에서 반 년 정도 같이 생활도 했었고, 대학교도 같은 학교로 진학했기에 나름대로 친하게 지내다가, 이 친구가 졸업 후 공보의 생활 때문에 자기 집 근처 시골로 내려갔기에, 최근 몇 년간은 자주 볼 수는 없었던 녀석이죠.

 

아무튼,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문득 살펴보니 이 친구가 양복을 입고 있는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183cm 정도 되는, 키도 크고 스포츠맨 타입의 활동가형 스타일이라, 평소에는 불편하다고 양복을 잘 안입는 녀석으로 알고 있었던 터라, 농담삼아 물어봤죠.

 

"이야~~ 너 선이라도 보는거냐? 무슨 일로 양복 쫙 빼 입었냐^^?"

 

그런데...

 

저로선 농담 삼아 물어본 것인데, 이 친구의 대답이 생각 외로 "Yes" 였습니다.

 

"어, 정말? 언제 보는데? 누구랑 보는거야^^?"

 

"아, 사실, 선 까지는 아니구요, 그냥... 소개팅 정도 될 것 같은데요...^^;"

 

이어지는 이 친구의 대답은...

 

자기가 일하는 보건지소 여사님께서, 평소에 근면 & 성실하게 일하는(^^;) 자기를 좋게 봐줘서, 며칠 전에 말씀하시기를, 괜찮은 아가씨 있는데, 어찌 만나 볼 생각 없냐고 물어보셨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여자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낸 시간도 오래된 터라, 나름대로 호기심이 생겼는데,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귀가 솔깃해져서 OK 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들은 후, 그 다음 궁금증은 당연히(?) 그 '구체적인' 이야기였죠.

 

뭐하는 여자길래, 귀가 솔깃했냐는 것이었죠.

 

"교사래요."

 

"어, 그래^^? 예전부터 여선생님 좋아하더니 잘 되었네^^ㅋ~~ 근데, 어떤...?? 초등? 중등?"

 

"초등학교요."

 

이때부터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대략 '感'이라고 할까...

 

에이, 설마...

 

"으응... 초등학교 선생님? 어디에서 선생님 하는데? 나이는 몇 살이래?"

 

"○○에서 선생님하고 있고, 나이는... ○○살 이라는 것 같은데요?"

 

으잉... 우째 일하는 곳도 비슷하고, 나이도 같네...-.-;;

 

"혹시, 정확히 어느 초등학교인지 알아?"

 

"아뇨, 그런 것까진 안물어봤죠. 그런건 어차피 만나면 물어볼건데, 물어볼 필요 없잖아요. 근데, 형, 왜요?"

 

"아니, 그냥... 혹시나, 예전에 내가 알던 초등학교 선생님인가 싶어서 물어봤지^^;;"

 

"에이, 형... 어디 초등학교 여교사가 한 두 명도 아닌데, 설마 그러겠어요^^ㅋ~~"

 

"그, 그래, 설마 그러진 않겠지^^? 그나저나 언제 하기로 했어?"

 

"원래는 오늘 할까 했는데... 오늘은 강의 받을게 있어서, 내일(일요일) 오후 3~4시 정도에 보기로 했어요."

 

"그래...^^; 그러면 내일 소개팅 잘 하고, 잘 되면... 나도 한 명 엮어주는 것 알지^^? ㅋㅋㅋ"

 

"알았어요, 형^^ 걱정마세요^^ㅎㅎㅎ"

 

대략 이 정도로 대화 마무리하고, 서로 빠이빠이 했는데... 가는 길에 영~~ 느낌이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에이,... 설마...

 

아냐, 혹시 모르는데...

 

나름대로 오랫동안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고심 끝에 그 여자에게 전화를 해봤습니다.

 

그동안 X 밟은 기억은 이ㅉ었다고 생각하는데... 뭐, 가슴 설레이고 두근 거리고 그런건 아니었지만...  전화벨 신호 가는 소리가 가는데 왜 이리 심장이 쿵쾅거리던지...

 

"여보세요??"

 

여전히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받더군요.

 

만감이 교차합디다.

 

"아... 여보세요? 저기... 나 ○○인데, 기억하니?"

 

"아~ 오빠, 어떻게 된거야? 그동안 왜 연락도 없고... 전화 번호는 어떻게 된거야?"

 

사실, 제 성격이 모질지 못해서 그런지, 예전에 일 있은 이후로...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진 않고 그냥 전화 번호 바꾸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를 지었거든요.

 

"어, 어... 그게..."

 

저로선 그 동안의 일을 뭐라고 얘기해야할지 몰라서 쩔쩔 매고 있는데, 이 여자는 그동안 나랑 있었던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바로 자기가 먼저 얘기를 바꾸더군요.

 

"아 참, 오빠, 나 오빠네 학교 사람이랑 소개팅 하기로 했다?^^"

 

혹시나.. 했던게, 역시나... 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역시 난 예전에 세컨드... 아니지, 그 것 조차도 안되는 심심풀이 땅콩 정도밖에 안되는 존재였구나... 그러니까, 오랜만에 전화 한 나에게 이렇게 쉽게 소개팅 얘기를 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참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전화한 목적은 이게 아니었기에 대화를 계속 할 필요가 있었죠.

 

"아, 그래? 잘 됐네^^ 아, 근데, 혹시 그 사람 이름 알아?"

 

"응, ○○○이라는데, 왜, 혹시 오빠도 아는 사람이야? 오빠네 선배 같은데."

 

제 후배 맞더군요. 제가 아는 한에선, 그쪽 학번에 제 후배랑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은 없었으니깐.

 

"아니, 모르지... 우리 과가 한 학년에 100명도 넘는데, 내가 선배들까지 그 많은 사람을 어찌 다 아냐... 근데, 어떻게 하다가 소개팅 하게 된거야?"

 

이 여자의 말은...

 

자기가 얼마 전부터 밸리 댄스 학원에 다니는데, 거기에서 알게 된 한 아줌마가 얼마전부터 자기가 괜찮은 사람 소개시켜 줄 수 있는데, 만나 볼 생각 없냐고 은근히 부추기더랍니다. 그래서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보고 OK했다나요?

 

대략 이렇게 된 사연이었죠.

 

몇 마디 더 하다가, 대충 대화 마무리 짓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다음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아... 이 사실을 후배에게 말해줘야하나, 아니면 그냥 모른체 해야하나...

 

쉽게 생각하면 당연히 얘기를 해줘야 하겠지만... 솔직히 제가 망설인 이유는, 후배 앞에서 망신 당한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 후배야, 소개팅 약속을 잡기는 했지만, 아직 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재수 없는 경험 정도로 넘기면 되겠지만, 저로선... 명색이 그래도 고등학교 선밴데, 자기 앞가림 하나 제대로 못해서 그런 개망신 당했다는 것을... 그때까진 친한 친구들도 모르고 있던 속사정을 후배에게 적나라하게 까발리기 그렇더라구요.

 

한 가지 다른 이유는,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 동안에 이 여자가 개과천선해서 일편단심 한 남자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여성으로 탈바꿈했다면... 그래서 혹시나 후배가 아주 마음에 들어한다면... 나랑 있었던 약간의 썸씽 정도는... 서로 모르는 척 할 수도 있지 않겠냐 싶어서였죠.

 

이것저것 생각 좀 해보다가, 제가 선택한 것은, 예전처럼 이 여자의 메일이나 문자 메세지함을 확인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것 가지고 딴지 걸진 마세요. 저로선 최선의 방법이었으니...)

 

다행히(?) 비밀 번호는 바꾸지 않았고, 그래서 확인을 했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대로이더군요. 연락하는 남자들 중에 저만 빠졌고, 다른 세 남자들은 그대로 인 것 같고...

 

문자 메세지 보낸걸 보니, "오빠♡사랑해요^^♡" 이런 식의 문자가, 수신 번호만 다르게 해서 동일하게 보낸게 한 두 건이 아니고...

 

역시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옛 속담이 하나도 틀린 것 없더군요.

 

이젠 별 수 없었습니다. 후배에게 모든 사실을 얘기해줄 수밖에요.

 

후배 녀석, 그런 여자 안만나게 막아준 저에게 고마워하면서도 펄쩍펄쩍 뛰더군요.

 

 자기는, 그래도 보건지소 여사님께서 소개시켜준 여자이기에, 여사님 조카이거나, 아니면 당신 친구의 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사람으로 믿고 있었기에, 그래서 잘 된다면, 차후에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디 땐쓰 교습소(그때 당시 후배의 표현이 이랬었습니다. 무용하시거나 그쪽 방면 일하시는 분 비하하는 말이 절대 아니니, 혹시 관계자께서 이 대목을 읽으시더라도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해요)에 다니다가 알게 된,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함부로 소개시켜줄 수 있었는지 말이죠.

 

당장에 여사님께 따져야겠다는 녀석을, 설마하니 여사님께서 너 나쁘게 되라고 그런 것 아니고, 그냥 겉으로라도 보기에 괜찮은 여자이기에 좋은 마음으로 해주신 것일텐데, 여사님께 무슨 죄가 있겠냐고... 말렸습니다.

 

그랬더니, 다음에는 이 여자에게 전화해서 따지겠다더군요.

 

역시 말렸습니다.

어차피 우리랑은 인연 아닌 사람인데, 안만나면 그만이지 뭐하러 그런 걸 따지냐고 말렸죠.

 

그랬더니, 그러면 내일 만나기로 약속까지 다 잡아놨는데, 뭐라고 말을 하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러면, 전화해서 대충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혹시 교회다니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할텐데(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정말 열심히 교회 다녔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것 같아요), 너도 교회다니는 여자 기피하니까 그걸 핑계 삼아서 약속 파하면 되겠다... 이런 식으로 조언했고... 결과적으로 교회 다니는게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서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일 있고 보니, 세상 참 좁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아무리 우리나라 사회가 좁다고는 하지만, 나랑 악연을 맺은 여자가 다시 후배랑 연결될 뻔 했는지...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제가 이 글에서 다른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우리나라 사회라는게, 생각하는 것보단 의외로 좁습니다.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 인연을 맺어가는 사람들과...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제발... 지금 나의 인연과 원한 맺지 말고, 원만하게 지내시고... 그리고,

자기 옆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그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은 하지 마세요.

나중에 다 자기에게 돌아온답니다...

 

[뒷 이야기 하나 더]

 

혹시나, 그 여자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조언 하나 하고 싶네요.

 

○○야, 내가 너 작년 여름 방학 때 세 남자 중 한 명이랑 혼인한 것 알고 있는데, 보니깐... 물론 이렇게 내가 네것 메세지함 보고 그러는 건 잘한 일은 아니지만... 보니깐, 예전에 내가 퍼스트로 생각하던 사람과는 결혼 후에도 계속 연락하더구나.

 

방학 땐 고시(?) 공부하는 걸로 추정되는 결혼한 남편 몰래,.. 아니면 다른 적당한 핑계 댔겠지만, 아무튼, 결혼 전 퍼스트의 그 남자와 강원도 어디로 놀러 가고 그랬던데...

 

이제 그만 속 차리고 한 남자에게 충실한 여자가 되길 바란다.

 

한 때 너와 사랑(?)했던 것으로 착각한 남자의... 정말 간곡한 .. 마지막 바램이다.

 

똥 밟은 사람은... 나 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참, 작년 8월 이후로는 비밀 번호 바꿔서 못보니깐 이제는 내가 네것 메세지함 보고 그러는 걸 걱정안해도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