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나 싶더니 물개처럼 어뢰처럼…제치고 제치고 또 제쳐 박태환(18·경기고)은 400m 결선에서 5번 레인에 섰다. 오전 예선에서 전체 2위를 했기 때문. 4번 레인은 예선 1위였던 피터 밴더카이(미국). 2004아테네올림픽 800m 계영 우승 멤버다. 3번 레인엔 예선 3위 유리 프릴루코프(러시아)가 자리 잡았다. 유럽선수권자이자 작년 쇼트코스(25m 풀) 세계선수권 400m와 1500m에서 모두 박태환을 2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던 강호. 박태환은 장내 방송으로 선수 소개를 할 때 평소 즐겨 쓰는 하얀색 아이팟(iPod)에 커다란 헤드셋을 연결해 음악을 들었다.
스타트 총성이 울렸다. 박태환이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들었다. 반응속도 0.68초. 레이스는 기대처럼 순탄치 않았다. 원래 200m까지 다른 선수들과 비슷하게 헤엄치다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는 작전을 세우고 나왔는데, 밴더카이가 초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려 신경이 쓰였다. 100m를 지나고 나선 8번 레인의 그랜트 해킷(호주)까지 치고 나왔다. 해킷은 지난 대회 400m 우승자이자 1500m는 올림픽 2연패를 했던 현 세계최고의 장거리 스타. 이번이 두 번째 세계선수권 출전인 ‘신출내기’ 박태환으로선 쟁쟁한 경쟁자들의 ‘도발’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300m 지점에선 2004년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400m 개인혼영 금메달리스트였던 우사마 멜루리(튀니지)가 승부를 걸었고, 해킷·프릴루코프·밴더카이가 뒤를 이었다. 박태환은 계속 5위에 머물며 사상 첫 메달의 꿈마저 놓치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의 ‘원더 보이’는 350m에서 밴더카이를 제치더니 기세를 몰아 놀라운 스퍼트를 시작했다. 몸을 물에 잘 띄우는 장점을 살려 상체를 세운 뒤 빠르게 거리를 좁혀나갔다.
팔을 휘두르는 스트로크 숫자가 앞선 구간의 32~33개보다 많은 38개. 스피드 보트가 프로펠러를 빨리 회전시켜 속도를 내듯 팔을 돌려댔다. 한 번 크게 숨을 들이 쉰 뒤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얼굴을 물 밖으로 내미는 횟수도 줄였다. 일반인의 두 배 가까운 폐활량(7000㏄) 덕분에 몸 구석구석 산소를 공급하기엔 충분했다. 무리하게 힘을 써 지쳐버린 경쟁자들을 성큼성큼 앞질러 갔다. 마지막 50m 기록이 26초06. 첫 50m(26초19)보다도 빨랐다.
터치 패드를 찍은 박태환은 전광판에 찍힌 순위를 확인하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그리고는 수줍은 웃음을 짓더니 두 번째로 들어온 6번 레인의 멜루리와 악수를 나누는 여유를 보였다. 물 밖으로 나와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이, 3위 해킷이 박태환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갔다. 장난스러운 표정과 함께 ‘네가 최고’라는 뜻으로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평소 우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박태환은 고개를 살짝 숙여 답례했다. 그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박태환 인터뷰]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소감은? “기쁘다. 내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레이스에 임했는데 의외로 좋은 성적이 나왔다. 다른 선수들은 1~2년 준비해서 임하는 대회인데 나는 2개월 간 훈련해서 나왔다. 훈련 강도도 셌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우승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
―오늘의 작전이 있었다면. “다른 선수에 맞춰서 가다가 막판에 스퍼트하는 게 작전이었다. 200m 턴을 한 뒤 스퍼트를 하려고 했지만 다른 선수 페이스하고 이상하게 맞지 않아서 마지막에 스퍼트를 했다. 해킷이 초반에 많이 앞서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힘겹게 따라가지 않고 페이스 조절을 잘했던 것 같다.”
―우상으로 삼아 왔던 해킷을 이기게 됐는데. “해킷과 함께 경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좋은 플레이로 이길 수 있어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2005년 세계선수권 때는 성적이 안 좋았다. “그때는 경험이 없었다. 2년 동안 많은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경험이 붙었다. 좋은 선수들의 레이스 장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페이스 유지 능력도 배웠다.”
―내년 올림픽에서도 우승할 자신이 있나. “이번 대회는 올림픽 전초전이라고 본다. 열심히 하겠다. 정보를 많이 얻고 내 단점도 많이 보완하겠다.”
박태환, 마지막 50m의 기적…관중들이 더 숨찼다
안되나 싶더니 물개처럼 어뢰처럼…제치고 제치고 또 제쳐
박태환(18·경기고)은 400m 결선에서 5번 레인에 섰다. 오전 예선에서 전체 2위를 했기 때문. 4번 레인은 예선 1위였던 피터 밴더카이(미국). 2004아테네올림픽 800m 계영 우승 멤버다. 3번 레인엔 예선 3위 유리 프릴루코프(러시아)가 자리 잡았다. 유럽선수권자이자 작년 쇼트코스(25m 풀) 세계선수권 400m와 1500m에서 모두 박태환을 2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던 강호. 박태환은 장내 방송으로 선수 소개를 할 때 평소 즐겨 쓰는 하얀색 아이팟(iPod)에 커다란 헤드셋을 연결해 음악을 들었다.
스타트 총성이 울렸다. 박태환이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들었다. 반응속도 0.68초. 레이스는 기대처럼 순탄치 않았다. 원래 200m까지 다른 선수들과 비슷하게 헤엄치다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는 작전을 세우고 나왔는데, 밴더카이가 초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려 신경이 쓰였다. 100m를 지나고 나선 8번 레인의 그랜트 해킷(호주)까지 치고 나왔다. 해킷은 지난 대회 400m 우승자이자 1500m는 올림픽 2연패를 했던 현 세계최고의 장거리 스타. 이번이 두 번째 세계선수권 출전인 ‘신출내기’ 박태환으로선 쟁쟁한 경쟁자들의 ‘도발’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300m 지점에선 2004년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400m 개인혼영 금메달리스트였던 우사마 멜루리(튀니지)가 승부를 걸었고, 해킷·프릴루코프·밴더카이가 뒤를 이었다. 박태환은 계속 5위에 머물며 사상 첫 메달의 꿈마저 놓치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의 ‘원더 보이’는 350m에서 밴더카이를 제치더니 기세를 몰아 놀라운 스퍼트를 시작했다. 몸을 물에 잘 띄우는 장점을 살려 상체를 세운 뒤 빠르게 거리를 좁혀나갔다.
팔을 휘두르는 스트로크 숫자가 앞선 구간의 32~33개보다 많은 38개. 스피드 보트가 프로펠러를 빨리 회전시켜 속도를 내듯 팔을 돌려댔다. 한 번 크게 숨을 들이 쉰 뒤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얼굴을 물 밖으로 내미는 횟수도 줄였다. 일반인의 두 배 가까운 폐활량(7000㏄) 덕분에 몸 구석구석 산소를 공급하기엔 충분했다. 무리하게 힘을 써 지쳐버린 경쟁자들을 성큼성큼 앞질러 갔다. 마지막 50m 기록이 26초06. 첫 50m(26초19)보다도 빨랐다.
터치 패드를 찍은 박태환은 전광판에 찍힌 순위를 확인하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그리고는 수줍은 웃음을 짓더니 두 번째로 들어온 6번 레인의 멜루리와 악수를 나누는 여유를 보였다. 물 밖으로 나와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이, 3위 해킷이 박태환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갔다. 장난스러운 표정과 함께 ‘네가 최고’라는 뜻으로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평소 우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박태환은 고개를 살짝 숙여 답례했다. 그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박태환 인터뷰]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소감은? “기쁘다. 내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레이스에 임했는데 의외로 좋은 성적이 나왔다. 다른 선수들은 1~2년 준비해서 임하는 대회인데 나는 2개월 간 훈련해서 나왔다. 훈련 강도도 셌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우승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
―오늘의 작전이 있었다면. “다른 선수에 맞춰서 가다가 막판에 스퍼트하는 게 작전이었다. 200m 턴을 한 뒤 스퍼트를 하려고 했지만 다른 선수 페이스하고 이상하게 맞지 않아서 마지막에 스퍼트를 했다. 해킷이 초반에 많이 앞서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힘겹게 따라가지 않고 페이스 조절을 잘했던 것 같다.”
―우상으로 삼아 왔던 해킷을 이기게 됐는데. “해킷과 함께 경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좋은 플레이로 이길 수 있어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2005년 세계선수권 때는 성적이 안 좋았다. “그때는 경험이 없었다. 2년 동안 많은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경험이 붙었다. 좋은 선수들의 레이스 장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페이스 유지 능력도 배웠다.”
―내년 올림픽에서도 우승할 자신이 있나. “이번 대회는 올림픽 전초전이라고 본다. 열심히 하겠다. 정보를 많이 얻고 내 단점도 많이 보완하겠다.”
―점심 때 먹은 건. “초밥을 좋아한다. 경기 전에는 초밥을 먹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