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전기요금

큰가방200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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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싼 전기요금


너무 비싼 전기요금일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인 오늘도 여전히 봄날처럼 따스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초 일기예보에 “이번 주는 비 오는 날이 많겠으며 토요일부터 또 다시 강한 추위가 찾아오겠습니다.”라는 일기 예보를 들은 적이 있어 내심 ‘이번 주부터는 설이 가까워지기 때문에 배달할 소포가 상당히 늘어날 것 같은데 비라도 많이 내리면 어떻게 하지?’하고 걱정하였는데 다행스럽게 비 오는 날 대신 포근한 날씨가 한주 내내 계속되고 있어 ‘정말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오늘도 저는 언제나 저와 함께하는


너무 비싼 전기요금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오늘 배달할 행복이 담긴 우편물을 가득 싣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달려갑니다. 시골마을로 향하는 도로가의 넓은 밭에는 마을의 아낙네들이 모여 봄에 수확할 감자의 씨감자 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보성읍 만 하더라도 아직 씨감자 심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우편물을 배달하는 회천면은 언제나 1월부터는 서리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 씨감자를 파종해야 이른 봄부터 감자를 수확하여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너무 비싼 전기요금“옛날 같으면 요즘이 농한기(農閑期)라고 하여 농민들이 무척 한가할 시기인데 지금은 농한기라는 것이 아예 사라져 버렸구나!”하는 것을 느끼며 달려온 곳은 전남 보성 회천면 군농리 분매마을입니다. 분매마을 네 번째 집에서 약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조그만 상자 하나를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꺼내어 영감님 댁 마당으로 들어가 “어르신! 저 왔어요! 어디계세요?”하고 큰소리로 불러 보았는데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영감님께서 밭에 씨감자를 심으로 나가셨나?”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너무 비싼 전기요금“어르신! 어디 계세요~오?”하고 큰소리로 불러보았지만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약 상자는 예전처럼 그냥 방안에 넣어두고 가야겠다!”싶어 방문을 열어보았는데 방안에는 평소처럼 이불이 깔려있는 것이 아니고 콩을 삶아 만든 네모난 메주를 짚을 깔고 가지런히 늘어놓았는데 메주 뜨는 냄새인지는 몰라도 퀴퀴한 냄새가 방안 가득 풍겨 나오고 있습니다. “어? 어르신께서 이방을 사용하지 않고 계시는 건가? 평소에는 이방을 사용하고 계셨는데 왜? 메주를 이방에 이렇게 늘어놓으셨지? 그럼 약 상자는 어디에 두어야하지?”


너무 비싼 전기요금하는 생각을 하다 약 상자 표면에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어 전화를 걸어봅니다. “여보세요! 김진갑 어르신 핸드폰인가요?” “저는 아닌데요. 왜? 그러십니까?” “그래요? 그럼 제가 전화를 잘못 걸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여보세요! 잠깐만요! 김진갑 씨는 저의 아버님입니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그러십니까? 저는 보성우체국 집배원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어르신께 약이 왔는데 지금 댁에 안 계시거든요. 그래서 평소 같으면 그냥 방안에 넣어두고 가는데 오늘은 방안에 메주가 가득 늘어져 있어


너무 비싼 전기요금방안에 놔두고 가기가 곤란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예! 그렇습니까? 그 약은 제가 보내드린 약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방안에 넣어두고 가세요. 이따 제가 아버님께 전화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저의 휴대전화 번호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약 상자에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어서 어르신인줄 알고 전화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님은 휴대전화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의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는데 저에게 전화가 왔네요! 아무튼 이렇게 까지 신경 써서 우편물을 배달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 비싼 전기요금“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고맙습니다.”하고 전화를 막 끊었는데 “에헴! 에헴!”하는 기침소리와 함께 영감님 부부께서 옷을 곱게 차려입고 나들이를 다녀오시는지 대문으로 들어오고 계십니다. “어르신!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요? 옷을 이렇게 멋있게 차려입고 어디를 다녀오세요?” “좋은 일은 무슨 좋은 일이 있것는가? 그냥 읍(邑)에 한번 다녀오는 길이시!” “그럼 할머니와 손을 잡고 다녀오시지 왜? 따로 따로 다니시는 거예요?” “다 늙은 사람이 남 보기 싫게 손잡고 다니면 된단가? 그라문 동네 사람들이


너무 비싼 전기요금욕을 얼마나 하것는가?” “별 말씀을 다하시네요.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다정하게 손잡고 다니시면 얼마나 보기 좋은데요.” 그러자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아이고! 손을 잡기는 무슨 손을 잡고 댕겨 남 보기 싫게~에!”하시며 저를 보고 가만히 눈을 흘기십니다. “에이! 할머니! 속으로는 좋으시면서 안 그래요?” “좋기는 뭣이 좋아! 이 나이가 되도록 사는 것도 징한디!”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영감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더니 “그란디 자네 혹시 전기요금에 대해서 아는가?”하고 물으십니다.


너무 비싼 전기요금“아니? 무슨 전기요금 말씀이세요?” “우리 집 전기요금이 요새 갑자기 배가 넘게 나오고 있단 말이시 그런데 그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아니? 전기요금이 배가 넘게 나오다니요?” “원래 우리 집에는 전기세가 한달에 만 5천원에서 만 7천 원 정도 나왔거든 그런데 지난 11월 달에 갑자기 2만 5천원이 나왔데 그란디 12월 달에는 3만 5천원이 나왔어! 자네도 생각해 보소! 전기요금이 아무리 올랐다 그래도 한달에 만원 씩 더 나올 수가 있는 일인가? 자네는 모든 것을 잘 아는 사람이니까 물어보는 말인디


너무 비싼 전기요금전기세가 올라도 너무 올랐단 말이시!” 하며 갑자기 언성을 높이십니다. “그러면 한전에 전화하셔서 문의해 보시지 그러셨어요!” “안 그래도 전화를 했드니 아가씬가 아줌만가는 모르겠는데 ‘할아버지! 날씨가 추우면 전기요금이 더 나올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다음달 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기다려 보세요!’하더란 말이시!” “어르신 그럼 혹시 전기장판 같은 것은 사용하지 않으세요?” “전기장판? 사용하고 있제! 지금 큰방에 애기들 나눠줄 메주 띠우느라고 불을 때고 작은 방에서


너무 비싼 전기요금우리 두 늙은이가 전기장판 깔고 살고 있어!” “그러셨어요! 그런데 어르신 날씨가 추울 때 전기장판을 사용하게 되면 온도를 높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자꾸 전기가 더 들어가게 되거든요! 그런데 전기는 많이 쓰면 쓸수록 요금이 더 올라가는 누진세라는 것이 있어 요금이 더 나오도록 되어 있어요! 아마 그래서 요금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지난달에는 날씨가 추운 날이 많아서 요금이 많았는데 이번 달에는 날씨가 포근하니까 요금이 적게 나올 겁니다.” “그런단가? 그라문 전기장판을 안 써야 하것구만!”


너무 비싼 전기요금“그럼 날씨도 추운데 안방은 메주 때문에 주무시지 못하고 잠은 어디서 주무시게요?” “어디서 잠을 자? 그러고 본께 그러네!” “어르신! 아드님께서 보내드린 약 방안에 넣어두었거든요! 저 그만 가 볼게요!”하며 영감님 댁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나눠줄 메주 때문에 차가운 겨울철에도 따뜻한 방에서 주무시지도 못하고 차가운 방에서 전기장판으로 생활하시면서 전기요금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부모님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숭고하고 거룩한지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비싼 전기요금

*전남 보성 회천면 천포리 갈마마을 앞 밭에서 씨감자를 심고 있는 모습입니다. (2006년 1월 21일 촬영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