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만났던 가장 한국적인 기독교인에 관한 글입니다. 솔직히 기독교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이었지만,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부르니 저도 그렇게 표현하겠습니다. 제가 잠시 외국을 방문했던 몇년전 어느날, 지인의 부탁을 받고 누군가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 지역에 사는 한국인들중 80% 이상이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이었고, 만난 사람들 중에 목사도 한명 있었습니다. 그 중 어떤 나이지긋한 분이 자기집에 오늘 먹거리가 많으니 가서 밤참이나 먹자고 하더군요. 그 분 댁에 갔습니다.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가는 순간... "주 예수를 믿으라. 그러면 너희가 천국에 이를지니.." "여호와는 나의 하느님.." "예수님안에서 우리모두 순한 양이 됩니다.." 등등 거실벽을 따라 기독교 관련 액자와 문구가 빽빽히 벽에 걸려 있었지요. 사실 기독교에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했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변기 맞은편 벽에, 날개달린 아이가 응가하는 그림이 나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모두들 먹을 것을 기다리며 거실 소파에 앉아있을쯤, 갑자기 그분의 형제들과 조카들이 집으로 우르르 들어왔습니다. 큰 상이 놓여지고, 각종 음식과 촛불과 술과 제기가 올려지더군요. 난생처음 완벽하게 갖춰진 제사상을 보았습니다. 기독교인이 제사를 지낸다? 정말 흥미롭더군요. 옆에 있던 목사의 표정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지고, 저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손님과 가족을 접대하던 그 분은 제사상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절을 하며 제사를 모시더군요. 사실 외국에서 한국음식 얻어먹기가 쉽지않았던 관계로 음식을 보고 침흘리던 저에게 갑자기 들려온 그 분의 말, "어이 웃기네군, 자네도 여기와서 절 한번하지." 저 혼자 비기독교인이란 것을 알고 있었는지, 다른 사람에겐 권하지 않고 저에게만 말을 했습니다. 저는 절을 두번하고 술을 한잔 올린 다음,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 분의 친지들과 우리 일행은 같이 제사음식을 나누어먹었지요. 목사는 거의 음식에 손을 안대더군요. 저는 광분하다싶이 나물이며 생선이며 탕국이며 밥이며 가릴 것없이 무조건 입에 집어넣었습니다. 모두들 즐겁게 밤참을 먹은후, 그 분의 친지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그 분과 목사를 비롯한 우리 일행은 밤늦도록 담소를 즐겼지요. 목사 "선생님, 이젠 제사를 지내지 마십시오. 우상숭배아닙니까? 기독교인으로서 어찌 조상을 숭배하는 행위를...." 더 듣기가 민망했던 저는 목사의 말을 끊었습니다. 웃기네 "음식 잘 먹었습니다. 제사음식 정말 오랜만에 포식했습니다." 그분이 웃으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어르신 "목사님, 제 선친께서 외국생활하는데 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제 자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부르면서 십일조내고, 헌금내고, 수요성경공부 참여하고, 내 아이들에게까지 교회에 나가라고 말을 합니다. 내가 제사지내는 것이 내가 기독교를 부정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요, 목사님, 목사님은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어느 나라 사람이오? 나는 사업관계상 유태인들과 접촉할 일이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지요. 그 유태인들과 사업을 시작하기전, 젊었던 나는 그들의 신뢰를 얻지못해서 사업상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나를 신뢰하도록 만든 일이 있었지요.." 그분의 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태인들이 금융업에 많이 종사하는 나라이기에, 사업상 그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분은 몇몇 유태인 부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합니다. 사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사업상의 의견을 나누며 식사하기에도 어려울만큼 사업상 자금이 부족하여, 돈을 아끼기 위해 그 분은 그 유태인들을 집으로 초대한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이 제삿날이었고, 당시 생존했던 그 분의 선친은 그 분의 사업상 초대를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로 나온 유태인들의 눈에 뜨인 것은 향이 피워진 제사상과 그 앞에서 한복을 입고 절을 하던 그 분의 가족들이었지요. 그 유태인들은 그 광경을 보고 정말로 진지하게, 그 분의 예상과를 다르게 정말로 진지하게, 말한마디 없이 제사가 끝날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들중 한명은 눈물까지 흘리며, 이스라엘어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는 군요. 당황한 그 분은 유태인들이 화난줄 알고, 그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유태인들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네요. "우리는 이 나라에서 우리들만 조상이 물려준 전통을 지키며 산다는 큰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2차대전 중 유태인 박해를 피해서 이 나라로 건너온 우리 선친들은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아브라함의 후예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지금의 금융왕국을 건설했습니다. 또한 유대교 사원을 만들어 같은 핏줄들끼리 어울리며 서로서로의 어려운 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며 살아왔습니다. 다시말해서, 우리의 선친들이 이 땅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이만큼 성공하게 만들어준 비결은 다름아닌 우리가 유태인이라는 생각이었죠. 우리가 당신의 사업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던 것은 이 나라에 들어온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전통은 잊은체로 단지 교회를 통한 도움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유태인들은 한번도 다른 나라사람들에게 예수와 기독교에 대해서 강요하거나 강조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업상의 목적으로 우리에게 접근하는 한국인들중 아무도 자신들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없더군요. 오로지 우리를 만나면 예수가 어떻고 기독교가 어떻고 등등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전통을 부정하는 사람들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그들의 사업자체도 의심하게 만들었지요. 우리는 당신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여겼습니다. 당신의 집에 들어선 순간, 거실에 놓인 십자가를 보고 우리는 우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까 당신 가족들이 집안에서 조상에게 경배하는 의식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민족의 특징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이 나라에서 또한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으면서도 이만큼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면서 조상을 잊지않는 가족의 일원이라면 우리는 당신을 믿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돈은 대출해 드리지요.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조금전 그 의식에 대해서 우리에게 좀 설명해 주십시오." 그 날 그 분은 난생 처음으로 교회의 가르침을 무시한체 제사를 강요했던 그 선친에게 정말로 감사했다 합니다. 또한 돈벌레에 오로지 경제적인 성장만을 중요시한다고 여겼던 유태인들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합니다. 위의 말을 마친 그 분은 목사에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나는 내가 기독교인임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또한 잊은 적이 없지요. 한국인과 기독교인이라는 두 가지 신분중 한가지를 택하라하면 나는 한국인임을 택하겠습니다. 목사님, 만약 예수님이 천국에서 내가 말했던 그 유태인들을 본다면 얼마나 뿌듯해 하겠습니까? 또한 아브라함과 다윗과 솔로몬이 본다면, 얼마나 행복해하겠습니까? 지금 예수님이 나를 본다면, 자신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사탄이라면서 나를 지옥불로 태우시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그 분이 저를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라 믿습니다. 제사를 지내고 한국음식을 먹으며 마늘냄새 풍풍 풍기더라도 나는 내가 한국인임을 예수님앞에서도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있습니다. 나는 내 사업체에 백인직원들과 흑인직원들, 남미계 사람들을 여럿 고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가게를 열거나 새로운 사업체를 확장하면서 항상 돼지머리를 놓고 절을 합니다. 그 직원들도 어설프지만, 같이 절을 하며 즐기지요. 그것이 얼마나 직원들의 사기를 붇돋우는지 모릅니다." 목사는 아무말을 못했지요. 단지 신앙심을 잃지 말라는 상투적인 말 외에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분은 저에게도 한마디 했습니다. "웃기네군, 자네가 한국에 있는 교회에서 얼마나 충격적인 경험을 하고 교회를 멀리하는지 나는 별로 묻고 싶지 않네. 하지만, 자네도 이것만은 알아두게. 비록 교회에 나가서 예수님 찾고 아브라함의 후손이라 울부짖지만, 그들도 한국사람들이야. 여기 있는 목사님도 한국인이고 거실벽을 성경문구로 장식한 나도 한국인이야. 나는 내 사업이 문제없이 일어서는 것이 절대로 내가 예수님을 믿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네. 종교가 어찌 사람의 모든 일을 해결해 줄수 있겠나. 내가 교회에 나가서 열심히 신앙생활하는 것은 혹시나 내가 젊어서 겪었던 어려움을 젊은 한국의 청년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혹시나 내 경험이 도움이 될까 싶어서 교회에 나가는 것이네. 나는 한국인으로서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지만, 기독교가 한국의 전통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네. 부디 기독교믿는다고 그 사람들을 너무 미워하지 말게나..." 저도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날이 토요일이라서 우리 일행은 그 분 댁에서 밤새 윷놀이를 했습니다. 그 분의 집안 거실 탁자위에는 성경책이 올려져 있었지만, 그 분 서재의 책상위에는 한국의 역사책이 올려져 있었고, 한국 전통 문화와 민속에 관한 책들이 책장에 꽉차 있었습니다. 그 책장 앞에는 자랑스런 한국의 태극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물론 붉은 악마 티셔츠도 벽에 있었고, 치우를 상징하는 도깨비 문양도 그 옆에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기전, 그분이 저에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부디 한국가거든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많이 공부하게나. 자신을 한국인이라 부르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한국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을 교회에서 볼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네. 성경이라는 책한권이 어찌 복잡한 인간생활의 모든 것을 인도할수 있겠나? 그 글자 몇개에 자신의 생활을 옭아넣으며, 십자가앞에서 울면서 기독한다고 예수님이 알아주기나 하겠는가? 오히려 예수님은 우리더러 한국인으로 살라고 말씀하실거네. 자네가 밥먹을때 항상 김치를 먹는한 자네가 한국인임을 잊지 말게."
내가 존경하는 어느 기독교인
이 글은 제가 만났던 가장 한국적인 기독교인에 관한 글입니다.
솔직히 기독교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이었지만,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부르니 저도 그렇게 표현하겠습니다.
제가 잠시 외국을 방문했던 몇년전 어느날,
지인의 부탁을 받고 누군가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 지역에 사는 한국인들중 80% 이상이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이었고,
만난 사람들 중에 목사도 한명 있었습니다.
그 중 어떤 나이지긋한 분이 자기집에 오늘 먹거리가 많으니
가서 밤참이나 먹자고 하더군요.
그 분 댁에 갔습니다.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가는 순간...
"주 예수를 믿으라. 그러면 너희가 천국에 이를지니.."
"여호와는 나의 하느님.."
"예수님안에서 우리모두 순한 양이 됩니다.." 등등
거실벽을 따라 기독교 관련 액자와 문구가 빽빽히 벽에 걸려 있었지요.
사실 기독교에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했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변기 맞은편 벽에, 날개달린 아이가 응가하는 그림이
나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모두들 먹을 것을 기다리며 거실 소파에 앉아있을쯤,
갑자기 그분의 형제들과 조카들이 집으로 우르르 들어왔습니다.
큰 상이 놓여지고, 각종 음식과 촛불과 술과 제기가 올려지더군요.
난생처음 완벽하게 갖춰진 제사상을 보았습니다.
기독교인이 제사를 지낸다?
정말 흥미롭더군요.
옆에 있던 목사의 표정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지고,
저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손님과 가족을 접대하던 그 분은
제사상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절을 하며 제사를 모시더군요.
사실 외국에서 한국음식 얻어먹기가 쉽지않았던 관계로
음식을 보고 침흘리던 저에게 갑자기 들려온 그 분의 말,
"어이 웃기네군, 자네도 여기와서 절 한번하지."
저 혼자 비기독교인이란 것을 알고 있었는지, 다른 사람에겐 권하지 않고
저에게만 말을 했습니다.
저는 절을 두번하고 술을 한잔 올린 다음,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 분의 친지들과 우리 일행은 같이 제사음식을 나누어먹었지요.
목사는 거의 음식에 손을 안대더군요.
저는 광분하다싶이 나물이며 생선이며 탕국이며 밥이며 가릴 것없이
무조건 입에 집어넣었습니다.
모두들 즐겁게 밤참을 먹은후, 그 분의 친지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그 분과 목사를 비롯한 우리 일행은 밤늦도록 담소를 즐겼지요.
목사 "선생님, 이젠 제사를 지내지 마십시오. 우상숭배아닙니까?
기독교인으로서 어찌 조상을 숭배하는 행위를...."
더 듣기가 민망했던 저는 목사의 말을 끊었습니다.
웃기네 "음식 잘 먹었습니다. 제사음식 정말 오랜만에 포식했습니다."
그분이 웃으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어르신 "목사님, 제 선친께서 외국생활하는데 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제 자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부르면서 십일조내고, 헌금내고, 수요성경공부 참여하고,
내 아이들에게까지 교회에 나가라고 말을 합니다.
내가 제사지내는 것이 내가 기독교를 부정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요, 목사님,
목사님은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어느 나라 사람이오?
나는 사업관계상 유태인들과 접촉할 일이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지요.
그 유태인들과 사업을 시작하기전, 젊었던 나는 그들의 신뢰를
얻지못해서 사업상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나를 신뢰하도록 만든 일이 있었지요.."
그분의 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태인들이 금융업에 많이 종사하는 나라이기에, 사업상 그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분은 몇몇 유태인 부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합니다.
사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사업상의 의견을 나누며 식사하기에도
어려울만큼 사업상 자금이 부족하여, 돈을 아끼기 위해
그 분은 그 유태인들을 집으로 초대한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이 제삿날이었고, 당시 생존했던 그 분의 선친은
그 분의 사업상 초대를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로 나온 유태인들의 눈에 뜨인 것은
향이 피워진 제사상과 그 앞에서 한복을 입고 절을 하던
그 분의 가족들이었지요.
그 유태인들은 그 광경을 보고 정말로 진지하게,
그 분의 예상과를 다르게 정말로 진지하게,
말한마디 없이 제사가 끝날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들중 한명은 눈물까지 흘리며, 이스라엘어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는 군요.
당황한 그 분은 유태인들이 화난줄 알고, 그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유태인들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네요.
"우리는 이 나라에서 우리들만 조상이 물려준 전통을 지키며 산다는
큰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2차대전 중 유태인 박해를 피해서 이 나라로 건너온 우리 선친들은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아브라함의 후예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지금의 금융왕국을 건설했습니다.
또한 유대교 사원을 만들어 같은 핏줄들끼리 어울리며
서로서로의 어려운 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며 살아왔습니다.
다시말해서, 우리의 선친들이 이 땅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이만큼
성공하게 만들어준 비결은 다름아닌 우리가 유태인이라는 생각이었죠.
우리가 당신의 사업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던 것은
이 나라에 들어온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전통은 잊은체로
단지 교회를 통한 도움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유태인들은 한번도 다른 나라사람들에게 예수와 기독교에 대해서
강요하거나 강조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업상의 목적으로 우리에게 접근하는 한국인들중
아무도 자신들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없더군요.
오로지 우리를 만나면 예수가 어떻고 기독교가 어떻고 등등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전통을 부정하는 사람들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그들의 사업자체도 의심하게 만들었지요.
우리는 당신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여겼습니다.
당신의 집에 들어선 순간, 거실에 놓인 십자가를 보고
우리는 우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까 당신 가족들이 집안에서 조상에게 경배하는 의식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민족의 특징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이 나라에서
또한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으면서도
이만큼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면서 조상을 잊지않는 가족의 일원이라면
우리는 당신을 믿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돈은 대출해 드리지요.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조금전 그 의식에
대해서 우리에게 좀 설명해 주십시오."
그 날 그 분은 난생 처음으로 교회의 가르침을 무시한체
제사를 강요했던 그 선친에게 정말로 감사했다 합니다.
또한 돈벌레에 오로지 경제적인 성장만을 중요시한다고 여겼던
유태인들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합니다.
위의 말을 마친 그 분은 목사에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나는 내가 기독교인임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또한 잊은 적이 없지요.
한국인과 기독교인이라는 두 가지 신분중 한가지를 택하라하면
나는 한국인임을 택하겠습니다.
목사님,
만약 예수님이 천국에서 내가 말했던 그 유태인들을 본다면 얼마나 뿌듯해
하겠습니까?
또한 아브라함과 다윗과 솔로몬이 본다면, 얼마나 행복해하겠습니까?
지금 예수님이 나를 본다면, 자신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사탄이라면서
나를 지옥불로 태우시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그 분이 저를 천국으로 인도할 것이라 믿습니다.
제사를 지내고 한국음식을 먹으며 마늘냄새 풍풍 풍기더라도
나는 내가 한국인임을 예수님앞에서도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있습니다.
나는 내 사업체에 백인직원들과 흑인직원들, 남미계 사람들을 여럿 고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가게를 열거나 새로운 사업체를 확장하면서
항상 돼지머리를 놓고 절을 합니다.
그 직원들도 어설프지만, 같이 절을 하며 즐기지요.
그것이 얼마나 직원들의 사기를 붇돋우는지 모릅니다."
목사는 아무말을 못했지요.
단지 신앙심을 잃지 말라는 상투적인 말 외에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분은 저에게도 한마디 했습니다.
"웃기네군, 자네가 한국에 있는 교회에서 얼마나 충격적인 경험을 하고
교회를 멀리하는지 나는 별로 묻고 싶지 않네.
하지만, 자네도 이것만은 알아두게.
비록 교회에 나가서 예수님 찾고 아브라함의 후손이라 울부짖지만,
그들도 한국사람들이야.
여기 있는 목사님도 한국인이고 거실벽을 성경문구로 장식한 나도
한국인이야.
나는 내 사업이 문제없이 일어서는 것이 절대로 내가 예수님을 믿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네.
종교가 어찌 사람의 모든 일을 해결해 줄수 있겠나.
내가 교회에 나가서 열심히 신앙생활하는 것은 혹시나 내가 젊어서
겪었던 어려움을 젊은 한국의 청년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혹시나 내 경험이 도움이 될까 싶어서 교회에 나가는 것이네.
나는 한국인으로서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지만,
기독교가 한국의 전통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네.
부디 기독교믿는다고 그 사람들을 너무 미워하지 말게나..."
저도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날이 토요일이라서 우리 일행은 그 분 댁에서 밤새 윷놀이를 했습니다.
그 분의 집안 거실 탁자위에는 성경책이 올려져 있었지만,
그 분 서재의 책상위에는 한국의 역사책이 올려져 있었고,
한국 전통 문화와 민속에 관한 책들이 책장에 꽉차 있었습니다.
그 책장 앞에는 자랑스런 한국의 태극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물론 붉은 악마 티셔츠도 벽에 있었고,
치우를 상징하는 도깨비 문양도 그 옆에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기전, 그분이 저에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부디 한국가거든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많이 공부하게나.
자신을 한국인이라 부르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한국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을 교회에서 볼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네.
성경이라는 책한권이 어찌 복잡한 인간생활의 모든 것을 인도할수 있겠나?
그 글자 몇개에 자신의 생활을 옭아넣으며,
십자가앞에서 울면서 기독한다고 예수님이 알아주기나 하겠는가?
오히려 예수님은 우리더러 한국인으로 살라고 말씀하실거네.
자네가 밥먹을때 항상 김치를 먹는한 자네가 한국인임을 잊지 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