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네가 잘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 유치원 학예 발표회 시간. 하와이언 의상과 각양각색의 물감으로 화려하게 분장한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신나게 노래부르고 춤도 추고 색종이를 오려 만든 토끼 가면, 호랑이 가면 쓴 아이들은 " 어흥~ 널 잡아 먹겠다~!" " 어머, 어머... 호랑이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하면서 연극도 하지요. 그렇지만 무대 귀퉁이에서 <나무3>가 되어 가만히 서있던 나는 카메라까지 챙겨 가지고 <자식새끼 첫 학예 발표회>를 관람하러 오신 부모님들께 그저... 면목없을 뿐이었습니다. 츄파춥스 사탕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네살박이 동생 유식이가 오른 팔을 쭉 내밀어 내 쪽을 가르키며 " 저어기~~~맨 끝에 나무가 누나닷!!" 이라 외치지만 않았어도 어쩜.. 엄마, 아빠는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얼추 비슷 비슷해 보이는 또래 아이들이 우르르 나왔다, 들어갔다 정신없는 틈바구니 속에서 날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나무1>과 <나무2>는 짧긴 하지만 주어진 대사가 있었어요. <나무1> : 인간들은 우리 나무를 마구 잘라가는 아주 나쁜 존재야! <나무2>: 맞아, 맞아. 그러니까 호랑이님은 저 선비를 잡아먹어야 해. 하지만 내게 주어진 <나무3>은 ... 그저... 나무였을 뿐... 대사 한 마디로 없이 가만히 서있다 연극이 끝나면 꾸벅~인사만 하면 끝이었죠. 그 날...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엄마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셨던 걸까요? 이튿날. 엄마는 전화번호부를 뒤적여 <어린이 학습지> 회사는 모조리 전화를 하셨어요. 그 중에서 비용이 비교적 싼 두 곳에 정기 구독 신청을 하셨지요. 그리곤 시작된 엄마와 나의 혹독한 1:1 과외학습. 원래 용도에서 180도 벗어나 보리타작(?)에 이용되던 방 빗자루는 닳을대로 닳아 형펀없는 누더기가 된 채 방 한 켠에서 노년의 휴식(?)을 취하고 그 자리는 파리채가 대신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두툼한 빗자리보단 가느다랗고 탄력 좋은 파리채가 훨씬 더 아픈거예요. 길고 홀쭉한 파리채 손잡이에 한 대 맞으면 충격을 받은 부위 뿐만 아니라 머리 부터 발 끝까지 .. 온 몸의 세포가 화들짝 놀라게 되지요. 그리곤 2~3초간 얼얼하다가... 이내 맞은 곳이 따끔따끔거리기 시작하죠. 덧셈 문제 앞에서 손가락을 하나 하나 꼽고.. 그 것도 모라자 발가락까지 세고 있던 날 보며 " 머리 속으로 암산을 해보란 말이야. 암산을~!" 하며 파리채를 책상 모서리에 툭툭 내리칠 때는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아찔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했어요. 하지만 그 놈의 암산이 뭔지.. 내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학습지가 구멍이 뻥 뚫릴 정도로 쏘아보고 또 쏘아봐도 모르겠는 거 있죠. 그래서 또 다시 손가락과 발가락을 꼽고 있으면 엄마는 나 때문에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가슴팍을 마구 쥐어뜯곤 하셨지요. 그리고 며칠 후.. <TV유치원 하나 둘 셋>을 보고 유치원을 가기위해 집 밖으로 나온 난.. 웬 바구니 속에 우유가 한가득 들어있는 걸 보았어요. 흰 우유, 요구르트.. 그리고 내가 퍽 좋아하는 초코우유, 딸기우유까지~! 이건 웬 떡.. 아니, 웬 우유인지!! 크리스마스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우유 많이 먹고 얼른 키커서 나랑 안놀아주는 아이들한테 멋지게 복수하라고 내려주신 선물인지? 난 맛있는 초코우유 하나를 집어들고 산타할아버지가 흐뭇하시도록 하늘 향해 벌컥벌컥 들이켜주었어요. 다 마시고 나니 약간의 포만감이 느껴지는 게 .. 덩달아 기분도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번엔 딸기우유를 집어들고 <여는곳>을 양손으로 뜯어 네모나게 열린 부분에 입술을 갖다 대었어요. 향긋한 딸기냄새... 그 때였어요. " 이 년이, 지금 뭘 쳐먹는 거야!! 내가 네 년 공부시킬려고 우유배달이나 할랬더니 그 새 그 걸 다 쳐먹니!!!... 응?" <XX우유>라고 써있는.. 진노랑 옷과 둥근모자를 눌러 쓴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난 화들짝 놀라 마시던 딸기우유를 떨어트리고 말았어요. 퍽..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추락한 우유는 콸콸콸.. 핑크빛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내었어요. 마치 .. 엄마의 눈물처럼 ...
하늘자전거 3
<3> 네가 잘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
유치원 학예 발표회 시간.
하와이언 의상과
각양각색의 물감으로 화려하게 분장한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신나게 노래부르고 춤도 추고
색종이를 오려 만든 토끼 가면, 호랑이 가면 쓴 아이들은
" 어흥~ 널 잡아 먹겠다~!"
" 어머, 어머... 호랑이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하면서 연극도 하지요.
그렇지만 무대 귀퉁이에서 <나무3>가 되어 가만히 서있던 나는
카메라까지 챙겨 가지고 <자식새끼 첫 학예 발표회>를 관람하러 오신 부모님들께
그저... 면목없을 뿐이었습니다.
츄파춥스 사탕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네살박이 동생 유식이가
오른 팔을 쭉 내밀어 내 쪽을 가르키며
" 저어기~~~맨 끝에 나무가 누나닷!!" 이라 외치지만 않았어도
어쩜.. 엄마, 아빠는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얼추 비슷 비슷해 보이는 또래 아이들이 우르르 나왔다, 들어갔다 정신없는 틈바구니 속에서
날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나무1>과 <나무2>는 짧긴 하지만 주어진 대사가 있었어요.
<나무1> : 인간들은 우리 나무를 마구 잘라가는 아주 나쁜 존재야!
<나무2>: 맞아, 맞아. 그러니까 호랑이님은 저 선비를 잡아먹어야 해.
하지만 내게 주어진 <나무3>은 ... 그저... 나무였을 뿐...
대사 한 마디로 없이 가만히 서있다 연극이 끝나면 꾸벅~인사만 하면 끝이었죠.
그 날...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엄마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셨던 걸까요?
이튿날. 엄마는 전화번호부를 뒤적여 <어린이 학습지> 회사는 모조리 전화를 하셨어요.
그 중에서 비용이 비교적 싼 두 곳에 정기 구독 신청을 하셨지요.
그리곤 시작된 엄마와 나의 혹독한 1:1 과외학습.
원래 용도에서 180도 벗어나 보리타작(?)에 이용되던 방 빗자루는 닳을대로 닳아
형펀없는 누더기가 된 채 방 한 켠에서 노년의 휴식(?)을 취하고
그 자리는 파리채가 대신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두툼한 빗자리보단 가느다랗고 탄력 좋은 파리채가 훨씬 더 아픈거예요.
길고 홀쭉한 파리채 손잡이에 한 대 맞으면
충격을 받은 부위 뿐만 아니라 머리 부터 발 끝까지 .. 온 몸의 세포가 화들짝 놀라게 되지요.
그리곤 2~3초간 얼얼하다가... 이내 맞은 곳이 따끔따끔거리기 시작하죠.
덧셈 문제 앞에서 손가락을 하나 하나 꼽고.. 그 것도 모라자 발가락까지 세고 있던
날 보며
" 머리 속으로 암산을 해보란 말이야. 암산을~!" 하며
파리채를 책상 모서리에 툭툭 내리칠 때는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아찔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했어요.
하지만 그 놈의 암산이 뭔지..
내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학습지가 구멍이 뻥 뚫릴 정도로 쏘아보고 또 쏘아봐도
모르겠는 거 있죠.
그래서 또 다시 손가락과 발가락을 꼽고 있으면
엄마는 나 때문에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가슴팍을 마구 쥐어뜯곤 하셨지요.
그리고 며칠 후..
<TV유치원 하나 둘 셋>을 보고 유치원을 가기위해 집 밖으로 나온 난..
웬 바구니 속에 우유가 한가득 들어있는 걸 보았어요.
흰 우유, 요구르트.. 그리고 내가 퍽 좋아하는 초코우유, 딸기우유까지~!
이건 웬 떡.. 아니, 웬 우유인지!!
크리스마스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우유 많이 먹고 얼른 키커서 나랑 안놀아주는 아이들한테
멋지게 복수하라고 내려주신 선물인지?
난 맛있는 초코우유 하나를 집어들고 산타할아버지가 흐뭇하시도록
하늘 향해 벌컥벌컥 들이켜주었어요.
다 마시고 나니 약간의 포만감이 느껴지는 게 .. 덩달아 기분도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번엔 딸기우유를 집어들고 <여는곳>을 양손으로 뜯어
네모나게 열린 부분에 입술을 갖다 대었어요. 향긋한 딸기냄새...
그 때였어요.
" 이 년이, 지금 뭘 쳐먹는 거야!! 내가 네 년 공부시킬려고 우유배달이나 할랬더니
그 새 그 걸 다 쳐먹니!!!... 응?"
<XX우유>라고 써있는.. 진노랑 옷과 둥근모자를 눌러 쓴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난 화들짝 놀라 마시던 딸기우유를 떨어트리고 말았어요.
퍽..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추락한 우유는
콸콸콸.. 핑크빛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내었어요.
마치 .. 엄마의 눈물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