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없다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기업들

00200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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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먼저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를 오랫만에 만났다.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친구의 요즘 가장 큰 관심사인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와 취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나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몇몇 회사들이 성별무관이라고 채용공고를 내면서도

실은 필요한 성별만을 필터링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작은 회사뿐만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업계에서는 알아준다고 하는

모 중견기업도 채용공고에는 성별에 대한 이야기가 따로 없었지만

나중에 서류합격 명단을 보니 죄다 한 쪽 성별의 이름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 기업들은 원래 한 쪽 성별만 뽑으니

해당되지 않는 성별은 지원서를 내봤자 어차피 뽑히지 않으니

지원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구직자들끼리 공공연하게 한다고 한다.

 

어떤 중소기업 인사과 직원의 말 역시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그 중소기업 역시 필요한 성별이 있음에도

성별무관이라고 공지를 한 다음, 일단 이력서를 다 받아서

원하는 성별이 아니면 이력서를 보지도 않은 채

문서 세단기에 넣어버린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별을 공지 하면 법에 저촉되므로

일단 이력서는 모두 받아두고, 필요한 성별을 골라낸 뒤,

내부 규정상 서류를 탈락 시켰다고 하면 되면 그만인 것이다.

 

이는 힘든 취업전쟁에서 애써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쓰면서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려는 심정의 구직자들을 우롱하는게 아니겠는가.

이는 비단 성별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학력, 지역색을 없애겠다는 모 방송사의 자기소개서의 공지란에는

어느 대학 출신인지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 수 있는 말을 쓰지 않게끔 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임원 면접을 가면 이력서에 쓰여진 지역과 대학의 블라인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그 임원이 내가 어디 출신인지 알고 있더라는 흉흉한 소문이 무성하다.

 

또 최근에 연령 제한을 없애겠다는 기업과

특히 모항공사가 승무원 신입선발에서 연령 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에도

사람들은 글쎄...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명 생색내기로 뽑기는 하겠지만 거의 말뿐만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우리 기업은 차별을 하지 않는다'라는 좋은 이미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마케팅을 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업은 물론 유능한 인재를 뽑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편법적으로 이력서를 골라내고,

구직자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상처주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