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은 동색' 이라고라?

심상훈200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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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록은 동색...' 우리 옛 말입니다. 

(초록색은 비슷비슷하니 굳이 다른 이름을 쓸 것이 아니라 그냥 다 초록색이라 하자...? 아무렴 그처럼 감성적인, 색상에 관한 얘기는 아니겠지요?)

 

짙은 연두에서 진 초록까지 색상의 다양함을 대할 때마다, 그 비논리적인 statement (단정)가 무얼 뜻하는지 의아했었지요. 왜 하필 '초록동색' 이람?  살펴보니, 그 간단한 말에도 편가르기, grouping,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더군요.  색맹이라서 그 차이를 모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제는 게편' 과 같은 수사입니다. "그 놈도 알고보니 한 통속이더라..." 이러니 색상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삶에서 행로가 갈리는 중대한 statement...입니다. 더 살펴본 즉, '초록 동색' 운운 할 적에는 초록이라도 다 같은 초록이 아님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 배어있습니다. 혼란스러우니 한 곳으로 모으자는 겁니다.  

 

 

(2) "사랑합니다" ...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사랑의 존재를 확인하자는 말이겠지요?  그 말의 이면에는 사랑에 대한 의심이 드리워져 있는 겁니다.  "정말로..." , '이 세상 끝 까지...' 와 같은 과한 수사가 붙을 수록 의심이 더 깊다는 증거이며, 하루에 세 번이고 열 번이고 확인하면 할 수록 '사랑이 얇다' 는 뜻이 되는 겁니다.  아닐까요? 

 

우리 조상들은 그런 표현을 금기시 하였던 것으로 압니다. 

뻔한 얘기를 뭣하러 하느냐...남사시럽게...ㅋ.  부부간의 은은하고 그윽한 사랑의 정도를 밖으로 꺼내서 공론화하고 저울질 해 대는 행위를 매우 온당치 않다고 여겼던 겁니다.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면 할 수록, 가만히 있는 것을 자꾸 저울에 올려 놓고 근수를 달아 볼수록, '재수도 없고...ㅋ'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할 만큼 부부간의 사랑에 틈이 생겼음을 자인하는 꼴이라서 기피했을 것이고, 오히려 사랑이 더욱 더 삭막하니 멀어지는 느낌을 직감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