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주말입니다. 오늘 도장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눈썰매장을 다녀왔는데 아이들의 체력이 얼마나 위대한가 실감했습니다. 다이어트 제대로 해보실 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아 보세요. =========================== 눈썰매장에서 눈싸움만 죽어라 했다는....==================== 이른 오후가 되어 우린 봉사단체에서 온 용달차에 짐을 옮겨 싣고 서울 외곽에 있는 고아원으로 향했다. 3인승 용달차 앞자리엔 이미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었기에 그녀와 난 용달차 뒤 짐칸 선물들 사이에 바람을 피해 앉았다. 23일을 전후해서 제법 많은 양의 눈이 내린 후라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달리는 차 위다 보니 추위를 느낀 우린 자연스레 서로 팔짱을 끼고 앉았다. 생체난로란 말이 단순한 염장용이라 생각할진 모르지만 해보면 정말로 따듯하다. 결코 부러워하거나 열 받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따듯하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아직 이런 스킨십이 낯선 우린 팔짱을 끼면 자동으로 말수가 줄어든다. 그저 설레는 맘으로 서로의 체온에 집중할 뿐.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진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앉아있던 중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민아 - 기억아, 아이들 좋아해? 기억 - 음...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애들과 별로 안 친하다고 해야 할까? 원체 인상이 날카롭다 보니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은 대게 겁먹고 울거나, 돌을 던지기가 일쑤였고 나 또한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은 못 됐다. 건드리면 할퀴는 고양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그리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은 상대다. 민아 - 흐음.. 그렇구나. 그런 내 대답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산타모자를 만지작거렸다. 기억 -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 공주님도 같이 가시는데... 민아 - 에이 진짜~. 어깨로 내 몸을 떠밀며 볼멘소리를 내는 그녀. 난 그녀의 이런 반응이 좋아 ‘공주님’ 소리를 그만두지 못할 것 같다. 잠시 후, 고아원에 도착한 우리. 아이들은 벌써 건물 앞 눈 덮인 운동장에 나와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아 - 얘들아 안녕~~. 아이들 - 와~~ 민아 누나~!!! 민아 - 오늘은 산타 누나랍니다~. 아이들 - 그럼 선물도 주는 거야? 민아 - 그럼~~. 이미 서로 낯이 익은 듯 그녀를 보고 몰려든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녀의 옷자락을 붙들며 반가움을 표했다. 화기애애하지만 어울리기 힘든 분위기에 몇 발짝 떨어져 관전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가 아이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민아 - 모두 인사해요~ 루돌프오빠에요~. 아이들 - 안녕하.... ‘움찔!’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아이들은 이내 내 얼굴을 보곤 흠칫 놀라 뒤로 숨었다. 너무도 솔직한 아이들의 반응에 당혹스러운 웃음을 짓는 그녀. 기억 - 아하하... 안녕.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적당히 분위기를 봐서 짐이나 날라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을 때 무리 속에 있던 꼬마 하나가 멈칫멈칫 망설이다 나를 향해 뛰어왔다. 꼬마1 - 이야아~~. 태권V의 비행자세처럼 한 팔을 쭉 내밀고 달려오는 꼬마. 어딘가 자세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늘 아이들에게 소외당했던 난 더없이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두 손으로 꼬마를 번쩍 들어올려 ‘잘 될거야~.’를 외치는 CF의 한 장면처럼 공중에서 빙빙 돌려주었다. 꼬마1 - 우와아아아아~!!! 해맑은 얼굴로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꼬마.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잡고 있기가 힘들만큼 버둥거리는 아이에게 난 웃으며 말했다. 기억 - 하하, 녀석. 그렇게 몸부림치면 떨어져. 그런 녀석이 부러웠는지 우르르 내 주변으로 모여드는 꼬마들. 앞 다투어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며 난 가슴 뭉클한 감동에 사로잡혔다. 아아, 아이들과 친해진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구나. 기억 - 하하, 얘들아 차례대로 줄을 서보렴. 형아가.... 꼬마2 - 철수를 내려놔 이 악마야~! 꼬마3 - 에잇! 에잇! 철수를 돌려줘!! 하지만 그 꼬마들이 내게 강력한 로우킥을 날리기 시작하면서 난 내 생각이 한참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꼬마1 - 으아아앙~~ 살려줘 얘들아~~. ........그럼 그렇지. 왠지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았다. 난 서둘러 들고 있던 아이를 내려놓고 널찍한 공터가 보이는 쪽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꼬마들의 분노는 식을 줄을 몰랐다. 꼬마2- 쫓아라!! 놓치면 안돼! 꼬마3 - 철수의 원수를 갚자! 어느새 나뭇가지며 돌멩이 같은 연장을 챙겨들고 나를 쫓아오는 꼬마들. 살기가 번뜩이는 녀석들의 눈에서 난 한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기억 - ....... 잠깐, 내가 꼬마들한테 잡힐 리가 없지 않은가? 곧 심리적 안정을 되찾은 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아이들을 약 올렸다. 기억 - 하하하! 잡으면 녹용이라도 떼어주마! 꼬마2 - 와아아!! 녹용을 빼앗자~!! 꼬마3 - 녹용 준대 녹용~! 녹용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더욱 힘을 냈다. 그런데 너희들..... 녹용이 뭔지는 아냐? 기억 - 훗, 아무리 쫓아와봐라! 내가 잡히나! 꼬마1 - 과연 그럴까? 영수, 영희는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철수랑 철희는 왼쪽에서 적을 몬다!! 재영이랑 정환이는 후방에서 서포트! 목표는 녹용의 탈취다! 기억 - 어머 이런 젠장. 점점 전략화, 지능화 되는 아이들과 쫓고 쫓기며 돌을 던지는 사이 서로간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곧 자연스레 한데 어울려 놀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기억 - 헬리콥터~!!! 서울구경~!! 꼬마2 - 나도, 나도! 기억 - 풍차 돌리기~!! 인간 샹들리에~!! 꼬마3 - 나도, 나도! 기억 - 인간 어뢰~!! 인간 미사일~!!! 피유우웅..... 슈와아아아아..... 꼬마1 - 우와~! 영수가 날아간다~!! 잠시 후, 건물 한쪽에 세워져있던 리어카에 오밀조밀 모여앉아 운동장을 달리며 아이들은 흥겨운 캐럴을 불렀다. 꼬마4 - 꺄악~!! 오빠 달려~!! 꼬마5 - 빠라바라바라밤! 나도 자기 사랑해! 흥겨운.... 캐럴을...... 그렇게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잠시 숨 좀 돌릴 겸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있을 때 선물 나눠주기를 마친 민아가 다가왔다 민아 - 힘들지? 기억 - 아, 뭐... 그래도 보람차네. 민아 - 애들 너무 예쁘지? 기억 - ...... 응. 민아 - 같이 와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이 다 자기 자식인 것처럼 푸근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는 그녀. 그런 그녀의 눈동자 뒤로 언젠가 거울 속의 내 모습에서 봤던 짙은 외로움의 그림자가 보이는 건 왜일까. 잠시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어느새 몰려든 아이들이 우릴 향해 소리쳤다. 아이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산타하고~ 루돌프하고~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산타를 순식간에 변태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노래로군... 기억 - 이 녀석들이~~ 게 섰거라! 아이들 - 으아아~ 도망치자~~. 두 팔을 곰처럼 들고 아이들을 쫓아가며 난 내년에도 그녀와 함께 이곳을 찾게 되길 마음속 깊이 기도했다. 기억 - 헤엑....헤엑.... 잠시 후, 체력이 바닥난 난 무릎을 짚고 서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대체 꼬맹이들이 무슨 체력이.... 평소 나의 운동부족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있을 때 빈틈을 발견한 아이가 녹용 하나를 스틸해갔다. 기억 - 앗! 내 녹용!! 꼬마6 - 우와아아아~!! 녹용이다~!! 기억 - 거기 서랏! 오늘 아주 죽어나는구나. 어린놈이 몸에 좋은 건 알아가지고....쯧. 곧 빼앗긴 녹용은 되찾았지만 본드로 붙여놓은 부분이 떨어져버렸기에 난 녹용을 낚아챘던 아이를 목마 태워 뿔을 잡고 있게 했다. 발이며 어깨며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단채로 운동장을 거닐고 있을 때 목마를 타고 있던 꼬마가 내게 물었다. 꼬마6 - 돌프형아. 기억 - 응? 꼬마6 - 형아 누나랑 결혼 한 거야? 기억 - 아니, 아직. 꼬마6 - 그럼 결혼 할 거야? 기억 - 음... 글쎄. 그럼 좋겠지. 아이는 별 생각 없이 묻는 말이겠지만 난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결혼한다면 늘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까? 그 때 마침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난 듯 앞치마를 두른 민아가 우릴 불렀다. 민아 - 기억아~ 애들이랑 와서 밥 먹어~! 거의 탈진 직전 상태에 있던 난 구원이라도 받은 기분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식당을 향했다. 그렇게 그녀가 기다리는 곳 근처까지 왔을 때 목마를 타고 있던 녀석이 불쑥 민아에게 소리쳤다. 꼬마6 - 누나! 형아가 누나랑 결혼하고 싶데! 민아 - .....!! 이런 상큼한 녀석이....!! 갑자기 터진 폭탄발언에 뭐라 할말을 잊어버린 우린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넘어갔지만 식사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어색한 기분에 한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시끌벅적한 저녁식사 시간이 끝나고 우린 원장님과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고아원을 나섰다. 원장님 -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건 오랜만에 보네요. 앞으로도 계속 들러주세요. 민아 - 그럼요. 원장님 - 호호, 애인분도 같이 와주실거죠? 기억 - .... 에? 저요? 원장님 - 아.... 아니었나요? 전 너무 다정해 보여서.... 기억 - 아아아아뇨, 맞습니다. 맞고요... 에....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원장님 - 민아 학생이 예전부터 이곳을 자주 찾아줘서 늘 딸처럼 생각하고 지냈는데 어느새 이렇게 남자친구도 데리고 오고... 쑥스러움에 고개를 돌린 그녀와 뒤에서 얼레리꼴레리를 외치는 꼬마들 사이에서 난 연신 원장님께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지금 시각 7시. 이제부터 그녀와 나, 둘만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된다.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21화> 봉사활동
즐거운 주말입니다.
오늘 도장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눈썰매장을 다녀왔는데
아이들의 체력이 얼마나 위대한가 실감했습니다.
다이어트 제대로 해보실 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아 보세요.
=========================== 눈썰매장에서 눈싸움만 죽어라 했다는....====================
이른 오후가 되어
우린 봉사단체에서 온 용달차에 짐을 옮겨 싣고
서울 외곽에 있는 고아원으로 향했다.
3인승 용달차 앞자리엔
이미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었기에
그녀와 난 용달차 뒤 짐칸 선물들 사이에
바람을 피해 앉았다.
23일을 전후해서 제법 많은 양의 눈이 내린 후라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달리는 차 위다 보니 추위를 느낀 우린
자연스레 서로 팔짱을 끼고 앉았다.
생체난로란 말이 단순한 염장용이라 생각할진 모르지만
해보면 정말로 따듯하다.
결코 부러워하거나 열 받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따듯하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아직 이런 스킨십이 낯선 우린
팔짱을 끼면 자동으로 말수가 줄어든다.
그저 설레는 맘으로 서로의 체온에 집중할 뿐.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진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앉아있던 중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민아 - 기억아, 아이들 좋아해?
기억
- 음...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애들과 별로 안 친하다고 해야 할까?
원체 인상이 날카롭다 보니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은 대게
겁먹고 울거나, 돌을 던지기가 일쑤였고
나 또한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은 못 됐다.
건드리면 할퀴는 고양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그리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은 상대다.
민아 - 흐음.. 그렇구나.
그런 내 대답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산타모자를 만지작거렸다.
기억
-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 공주님도 같이 가시는데...
민아 - 에이 진짜~.
어깨로 내 몸을 떠밀며 볼멘소리를 내는 그녀.
난 그녀의 이런 반응이 좋아
‘공주님’ 소리를 그만두지 못할 것 같다.
잠시 후, 고아원에 도착한 우리.
아이들은 벌써 건물 앞 눈 덮인 운동장에 나와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아 - 얘들아 안녕~~.
아이들 - 와~~ 민아 누나~!!!
민아 - 오늘은 산타 누나랍니다~.
아이들 - 그럼 선물도 주는 거야?
민아 - 그럼~~.
이미 서로 낯이 익은 듯
그녀를 보고 몰려든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녀의 옷자락을 붙들며
반가움을 표했다.
화기애애하지만 어울리기 힘든 분위기에
몇 발짝 떨어져 관전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가 아이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민아 - 모두 인사해요~ 루돌프오빠에요~.
아이들 - 안녕하....
‘움찔!’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아이들은
이내 내 얼굴을 보곤 흠칫 놀라 뒤로 숨었다.
너무도 솔직한 아이들의 반응에
당혹스러운 웃음을 짓는 그녀.
기억 - 아하하... 안녕.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적당히 분위기를 봐서
짐이나 날라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을 때
무리 속에 있던 꼬마 하나가
멈칫멈칫 망설이다 나를 향해 뛰어왔다.
꼬마1 - 이야아~~.
태권V의 비행자세처럼 한 팔을 쭉 내밀고 달려오는 꼬마.
어딘가 자세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늘 아이들에게 소외당했던 난
더없이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두 손으로 꼬마를 번쩍 들어올려
‘잘 될거야~.’를 외치는 CF의 한 장면처럼
공중에서 빙빙 돌려주었다.
꼬마1 - 우와아아아아~!!!
해맑은 얼굴로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꼬마.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잡고 있기가 힘들만큼 버둥거리는 아이에게
난 웃으며 말했다.
기억 - 하하, 녀석. 그렇게 몸부림치면 떨어져.
그런 녀석이 부러웠는지
우르르 내 주변으로 모여드는 꼬마들.
앞 다투어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며
난 가슴 뭉클한 감동에 사로잡혔다.
아아, 아이들과 친해진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구나.
기억 - 하하, 얘들아 차례대로 줄을 서보렴. 형아가....
꼬마2 - 철수를 내려놔 이 악마야~!
꼬마3 - 에잇! 에잇! 철수를 돌려줘!!
하지만 그 꼬마들이
내게 강력한 로우킥을 날리기 시작하면서
난 내 생각이 한참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꼬마1 - 으아아앙~~ 살려줘 얘들아~~.
........그럼 그렇지.
왠지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았다.
난 서둘러 들고 있던 아이를 내려놓고
널찍한 공터가 보이는 쪽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꼬마들의 분노는 식을 줄을 몰랐다.
꼬마2- 쫓아라!! 놓치면 안돼!
꼬마3 - 철수의 원수를 갚자!
어느새 나뭇가지며 돌멩이 같은 연장을 챙겨들고
나를 쫓아오는 꼬마들.
살기가 번뜩이는 녀석들의 눈에서
난 한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기억 - .......
잠깐, 내가 꼬마들한테 잡힐 리가 없지 않은가?
곧 심리적 안정을 되찾은 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아이들을 약 올렸다.
기억 - 하하하! 잡으면 녹용이라도 떼어주마!
꼬마2 - 와아아!! 녹용을 빼앗자~!!
꼬마3 - 녹용 준대 녹용~!
녹용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더욱 힘을 냈다.
그런데 너희들..... 녹용이 뭔지는 아냐?
기억 - 훗, 아무리 쫓아와봐라! 내가 잡히나!
꼬마1
- 과연 그럴까?
영수, 영희는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철수랑 철희는 왼쪽에서 적을 몬다!!
재영이랑 정환이는 후방에서 서포트!
목표는 녹용의 탈취다!
기억 - 어머 이런 젠장.
점점 전략화, 지능화 되는 아이들과
쫓고 쫓기며 돌을 던지는 사이
서로간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곧 자연스레 한데 어울려 놀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기억 - 헬리콥터~!!! 서울구경~!!
꼬마2 - 나도, 나도!
기억 - 풍차 돌리기~!! 인간 샹들리에~!!
꼬마3 - 나도, 나도!
기억 - 인간 어뢰~!! 인간 미사일~!!!
피유우웅..... 슈와아아아아.....
꼬마1 - 우와~! 영수가 날아간다~!!
잠시 후, 건물 한쪽에 세워져있던 리어카에
오밀조밀 모여앉아 운동장을 달리며
아이들은 흥겨운 캐럴을 불렀다.
꼬마4 - 꺄악~!! 오빠 달려~!!
꼬마5 - 빠라바라바라밤! 나도 자기 사랑해!
흥겨운.... 캐럴을......
그렇게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잠시 숨 좀 돌릴 겸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있을 때
선물 나눠주기를 마친 민아가 다가왔다
민아 - 힘들지?
기억 - 아, 뭐... 그래도 보람차네.
민아 - 애들 너무 예쁘지?
기억 - ...... 응.
민아 - 같이 와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이 다 자기 자식인 것처럼
푸근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는 그녀.
그런 그녀의 눈동자 뒤로
언젠가 거울 속의 내 모습에서 봤던
짙은 외로움의 그림자가 보이는 건 왜일까.
잠시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어느새 몰려든 아이들이 우릴 향해 소리쳤다.
아이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산타하고~ 루돌프하고~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산타를 순식간에 변태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노래로군...
기억 - 이 녀석들이~~ 게 섰거라!
아이들 - 으아아~ 도망치자~~.
두 팔을 곰처럼 들고 아이들을 쫓아가며
난 내년에도 그녀와 함께 이곳을 찾게 되길
마음속 깊이 기도했다.
기억 - 헤엑....헤엑....
잠시 후, 체력이 바닥난 난
무릎을 짚고 서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대체 꼬맹이들이 무슨 체력이....
평소 나의 운동부족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있을 때
빈틈을 발견한 아이가 녹용 하나를 스틸해갔다.
기억 - 앗! 내 녹용!!
꼬마6 - 우와아아아~!! 녹용이다~!!
기억 - 거기 서랏!
오늘 아주 죽어나는구나.
어린놈이 몸에 좋은 건 알아가지고....쯧.
곧 빼앗긴 녹용은 되찾았지만
본드로 붙여놓은 부분이 떨어져버렸기에
난 녹용을 낚아챘던 아이를 목마 태워
뿔을 잡고 있게 했다.
발이며 어깨며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단채로
운동장을 거닐고 있을 때
목마를 타고 있던 꼬마가 내게 물었다.
꼬마6 - 돌프형아.
기억 - 응?
꼬마6 - 형아 누나랑 결혼 한 거야?
기억 - 아니, 아직.
꼬마6 - 그럼 결혼 할 거야?
기억 - 음... 글쎄. 그럼 좋겠지.
아이는 별 생각 없이 묻는 말이겠지만
난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결혼한다면 늘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까?
그 때 마침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난 듯
앞치마를 두른 민아가 우릴 불렀다.
민아 - 기억아~ 애들이랑 와서 밥 먹어~!
거의 탈진 직전 상태에 있던 난
구원이라도 받은 기분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식당을 향했다.
그렇게 그녀가 기다리는 곳 근처까지 왔을 때
목마를 타고 있던 녀석이 불쑥 민아에게 소리쳤다.
꼬마6 - 누나! 형아가 누나랑 결혼하고 싶데!
민아 - .....!!
이런 상큼한 녀석이....!!
갑자기 터진 폭탄발언에 뭐라 할말을 잊어버린 우린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넘어갔지만
식사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어색한 기분에 한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시끌벅적한 저녁식사 시간이 끝나고
우린 원장님과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고아원을 나섰다.
원장님
-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건 오랜만에 보네요.
앞으로도 계속 들러주세요.
민아 - 그럼요.
원장님 - 호호, 애인분도 같이 와주실거죠?
기억 - .... 에? 저요?
원장님 - 아.... 아니었나요? 전 너무 다정해 보여서....
기억
- 아아아아뇨, 맞습니다. 맞고요...
에....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원장님
- 민아 학생이 예전부터 이곳을 자주 찾아줘서
늘 딸처럼 생각하고 지냈는데
어느새 이렇게 남자친구도 데리고 오고...
쑥스러움에 고개를 돌린 그녀와
뒤에서 얼레리꼴레리를 외치는 꼬마들 사이에서
난 연신 원장님께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지금 시각 7시.
이제부터 그녀와 나, 둘만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