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에서 넋 놓고 있던, 미우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도, 미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언제 폭팔할지 모를 화산처럼 미우의 방안 분위기는 그야말로 삭막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드레스를 들쳐 업고라도 달려가 이단 옆차기를 날리면, 날렸을 미우가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지금이 더 불안했다.
이 어의 없는 상황에 미우의 엄마는 당장 자리를 펴고 누웠고, 전사장도 심기 불편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있었다. 한참 뒤에서야 이 집안의 가장 어른이시자, ‘S’그룹의 총수인 권여사와 미우의 오빠 둘이 집안으로 들어섰다.
손자들 중에 가장 자신을 많이 닮아 예뻐하는 미우의 결혼식이 파토가 나는 상황을 보고 노발대발해서는 민석의 아버지인 “M 그룹”의 현회장을 잡고, 분풀이를 하고 오는 길이였다.
권여사는 집안에 들어서자 마자 미우부터 찾았다.
“애비야, 미우는 어디있냐.”
“네, 어머님... 지금 방에....”
“쯧쯧쯧 하나밖에 없는 고명딸 결혼식이 파토가 날때까지 대체 뭘 한게야? 손주 사위라고 데려온 놈이. 그런 행세를 할 위인이였단 말이야? 에잉~~”
권여사는 혀를 끌끌차며, 전사장을 못마땅한 듯 쳐다보다가 미우의 방을 향했다.
“미우야~~ 할미다~ 문 좀 열어봐~”
그러나, 미우의 방안에선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권여사는 미우의 성격을 잘 알기에 이내 체념을 하고, 스스로 안정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돌아섰다.
“저 성격에... 큰일이구먼, 전사장. 김비서 불러들이게.”
권여사는 연신 혀를 끌끌 차대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같은 미우의 방을 중심으로 집안에는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쟁쟁한 집안의 결혼식이 드라마처럼 깨어진 것도, 금새 퍼져나갈 일이였지만, 그 상대가, 국내 최고의 여배우란 사실에, 연애계등, 온갖 신문, 잡지, 방송연예 가십란에는 일주일이 되도록, 온갖 수식어를 동원한 기사들로 도배를 해대고 있었다.
[신세기 그룹 후계자! 사랑의 도주!!]
[황태자의 사랑은 미녀배우에게로!]l
[영화같은 사랑의 주인공 영화배우 강유미!]등등등....
권여사는 김비서를 시켜 최대한 입막음을 하려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어쩔수 없이. 기자들이 들어붙지 앉도록 경호원을 배치해두는 것이 최선이였다.
그리고, 그 꼴을 보인, M그룹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사업은 사업이겠지만, 노기팽창한 권여사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권여사는 발빠르게, ‘m'그룹과의 성사되기 전의 계약을 파기시키고, ’'s'그룹의 모든 광고에 강유미를 잘라내었다. 권여사가 직접 나서서 한 일이니만큼 아무도 말리지 못했고, “m"그룹이나, 강유미측에서도 어떤 이유도 말할 수 없었다.
미우는 권여사의 방법이 옳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저 모른척하고 있었다.
굳이 착한척하며 나서고 싶지 않았다. 착한 콩쥐는 체질상 맞지 않으니까.
결혼휴가로 받은 일주일을 거의 자신의 방에서만 지낸 미우는 출근을 하기위해, 단정한 슈트를 챙겨입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일주일동안, 제법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휴유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군것질들의 효과였다.
전국적인 개망신이다.
이미 모든 기사를 다 섭렵하고, 집 밖의 상황등을 이미 예상하고, 큰 호흡을 몇 번 내쉬고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제발 이제 더 이상은 떠들어대지 않기를 바랄 뿐이였다.
그리고, 오늘 일년이 넘게 일해온 회사에서 자신의 짐을 들고 나와야 하는 날이다.
원래는 계속 일할 생각이였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일주일동안, 모든 퇴사 처리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어려울 것도 없이, 권여사의 지시였으며 인수인계도 굳이 하지 않아도 단짝 친구이자,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하다’가 그 일을 대신 해주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짐을 챙겨오거나,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일찍 서둘렀다.
화장대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미우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전미우, 이제 더 생각할 것도 없잖아,. 니 잘못도 아니고... 힘내라... 금방 괜찮아질거야! 화이팅!!”
언제나 미우가 가장 먼저 앉아서, 식성좋게, 부산댁이 차려놓은 식사앞에서 온가족을 기다렸지만, 오늘만은 미우가 가장 늦었다. 미우가 앉을 자리만 비워져있고, 권여사 전사장 미우의 엄마와 오빠 두명과 첫째 올케가 앉아있었다.
분명, 미우의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일주일전 있었던 일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미우는 그 전처럼 가족들에게 밝게 인사를 하며 식탁에 앉았다.
“왠 일들이야~~ 울 식구들 맞아? 오늘은 내가 제일 꼴찌네.. 할머니, 먼저 수저 드셔야 저두...
저 배고파 죽겠어요..“
“음.. 그래.. 먹자.. 어서들 들자... 우리 미우 많이 먹어~”
“네~ 할머니”
미우는 평소보다 더 경쾌하게 아침식사를 마쳤다.
하지만, 엄습해오는 불안감의 무게를 미우의 가족들은 느끼고 있었다.
아직까지, 연애신문 1면은 그 강유미란 여배우가 장식을 하고있었고, 집주위엔. 기자들이 몇 명 대기 하고 있었다. 집밖으로 나서면, 분명, 미우의 인내심이 터져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우가 아무렇지 않은척 하고있으니, 최대한 내색은 하지 말아야한다고, 무언의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맛있게 마친, 미우는 깔끔한 슈트에 어울리는 구두를 맞춰신고, 현관을 나섰다.
현관 앞에는 권여사가 배치해둔 경호원이 미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를 자동차에 태워 회사를 향했다. 원래는 자기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닌 미우였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차에 오르기 전, 차고 옆, 아마, 권여사의 지시로 치워둔 듯한 신문이 보였다.
미우는 그 신문들을 챙겨들고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미우가 탄 자동차가 집밖으로 미끄러져 나가자, 카메라를 들고있는 사람이 두어명, 눈에 띄었다.
미우는 짙게 썬팅 된 유리창 안에서 그들을 노려보며 지나갔다.
“쳇, 시간 버리고 앉았네!”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결혼식 날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될 줄은.
미우는 창가에서 눈을 떼고, 신문을 펴 들었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 영화배우 강유미란 여자는 비련의 멜로 혹은, 로맨스의 주인공처럼 단역배우서부터 시작해 꿋꿋히 국내 정상에 올라서, 이젠 사랑마져,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처럼 영화같은 사랑이라며 포장하고 있었고, 미우 자신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재벌집 악녀가 되어 있었다. 민석이 유미의 손을 잡고 사라지기 전까지. 전혀 알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하! 완전 캔디네, 캔디! 날 완전히 이라이저로 매도시키는구만! 이 오뉴월에 맨발로 다니다 독감 걸릴 싸가지들!!!”
미우는 방금 자신이 읽은 신문을 포함해서, 옆에 있는 신문까지 모두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회사에 도착하자,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자신이 들어서는 순간, 건물의 경비들부터 흘끌흘끔 자신을 보고, 혹은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미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홍보부]
그녀가 일년동안 일해 온 사무실이다.
미우는 언제나 그렇듯, 경쾌하지도, 심드렁하지도 않은 말투로 아침인사를 외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좋은 아침입니다~”
하지만, 미우가 들어서자, 마치 약속을 한 것처럼, 사무실안은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은 미우를 향했지만, 미우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향했다.
미우의 바로 옆자리는 자신의 가장 친한친구인 하다의 자리다, 하다는 눈으로 미우에게 안부를 던졌다.
‘괜찮아..?’
미우는 그 눈인사에 적당한 미소를 지었다.
사랑에 상처받는 건 이제 그만일때도 됬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하다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중학교때 부터 늘 미우를 겪어온 하다는, 이번이 미우에게 제대로 된 충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울지도, 달려가 응징을 가하지도 않고 이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가 불안했다.
미우가 자신의 책상의 물건을 챙기고 있는 동안, 누구도 감히 미우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결혼식장에 가서야 알게 된 사실!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이 회사의 차기 경영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인데도 놀랐는데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펼쳐졌었고, 저 순진하면서도, 지극히 다혈질인 미우가, 버려지는 처참한 모습을 본 후여서 일까?
불편함. 불쌍함. 어려움?
꼭! 한마디로 축약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들로, 아무도 미우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분위기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있는 미우는 이제는 울컥 눈물마저 나려고 했다.
자꾸만 다운되는 기분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만, 이제껏 잘 참았는데, 여기서 눈가가 빨개지는것 조차도, 미우의 자존심으로는 허락되지 않았다.
간신히 작은 박스에 짐을 다 담고는, 미우는 그나마 입꼬리에 약간 웃음을 머금고, 부장의 자리 앞으로 갔다.
“부장님, 저 가요! 그동안 같이 일하고, 부장님한테 일 많이 배웠네요, 감사했습니다.”
“그래 미우씨! 그동안 수고했어.”
부장은 여느때와 대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해인이 실수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질책을 줬으며, 여직원들의 외모에 대해서도 대놓고, 미우를 무시한 적도 있어, 미우가 사장의 딸이란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부장은 가시방석위에 앉은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미우에게 그런 건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도 말이다.
미우는 사무실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정성스럽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하다의 옆으로 갔다.
“나..갈게...나중에 봐..”
“잠깐만..내가 배웅해줄게.. ”
하다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미우의 곁을 묵묵히 걸어주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역시, 미우를 흘낏흘낏 쳐다보는 눈치였다.
어느새, 회사 전체에 홍보부의 “전미우”가 회장의 손녀 “전미우”라고 소문이 퍼지기도 했고, 그 헤프닝도 있었으니...
다행히 엘리베이터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이제껏 옆에서, 말을 아끼고 있었던 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괜찮아?”
“.... 아니...”
“그래... 그래도.. 지난일이잖아.. 그러니까.. 생각하지마 정신건강에 않좋아....”
“그래... 그래서 스스로를 다스리는 중이야... 생각 같아선, ‘현민석’그자식. 그날 신었던 튼튼한 하이힐 뒷 굽으로 이마에 배신자란 낙인이라도 찍어주고 싶지만....”
무표정한 얼굴에서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뱉은 미우의 말을 들은 하다는 등골이 오싹했다..
아마, 미우가 충격을 제대로 받지만 않았으면, 방금 그 말이 현장에서 이루어졌을 것임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그러고도 남았을테니...
“그래... 그 사람은 인연이 아니였나 부다.. 그래도 다음번엔..”
“다음은 없어!”
갑자기 미우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하다는 흠칫 놀랐다.
“...미우야,,”
“다음은 없어... 결국, 또, 내가 착각한 거였잖아. 그 자식이, 배시시 웃으면서, 신사흉내만 제대로 내지 않았어도, 넘어가진 않았을텐데...하지만, 참는거야..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해줘서... 나한테는 사랑이니 뭐니, 그런 엿같은 소리는 없을거라고..너무나 잘 가르쳐준 강습료라 치지뭐....”
어쩐지 시니컬하고, 거친 말투의 미우를 보며, 하다는 타일렀다.
“그렇게 비약할 것 까지야... 우선,, 좀 쉬어 내가 자주 놀러갈게..”
“그래....좀 조용해 지는대로,.. 지금은 너랑 맥주한잔이 그립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별거니, 나랑 맥주 마시는 거. 얼굴색도 않좋다.... 푹 좀 쉬어, 그간 야위었다.”
“알았어... 나 갈게.. 그만 올라가,,”
미우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하다를 향해 미소로 인사하며, 돌아섰다.
하지만, 돌아서면서 다시 미우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래... 다음이 어디 있니.. 잠깐 내가 착각한거지... 나 한테 사랑이 웬말이니.“
미우는 혼자 속으로 되뇌이며, 로비를 지나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차에 다시 올라탔다.
기사가 어느새 치워놓았는지, 뒷자리는 깔끔해져 있었다. 분명, 그 많은 신문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었는데 말이다.
<< 내 인생의 로맨스 >> - 4
#1장. < 어느 봄날의 결혼식 > -2
식장에서 넋 놓고 있던, 미우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도, 미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언제 폭팔할지 모를 화산처럼 미우의 방안 분위기는 그야말로 삭막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드레스를 들쳐 업고라도 달려가 이단 옆차기를 날리면, 날렸을 미우가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지금이 더 불안했다.
이 어의 없는 상황에 미우의 엄마는 당장 자리를 펴고 누웠고, 전사장도 심기 불편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있었다. 한참 뒤에서야 이 집안의 가장 어른이시자, ‘S’그룹의 총수인 권여사와 미우의 오빠 둘이 집안으로 들어섰다.
손자들 중에 가장 자신을 많이 닮아 예뻐하는 미우의 결혼식이 파토가 나는 상황을 보고 노발대발해서는 민석의 아버지인 “M 그룹”의 현회장을 잡고, 분풀이를 하고 오는 길이였다.
권여사는 집안에 들어서자 마자 미우부터 찾았다.
“애비야, 미우는 어디있냐.”
“네, 어머님... 지금 방에....”
“쯧쯧쯧 하나밖에 없는 고명딸 결혼식이 파토가 날때까지 대체 뭘 한게야? 손주 사위라고 데려온 놈이. 그런 행세를 할 위인이였단 말이야? 에잉~~”
권여사는 혀를 끌끌차며, 전사장을 못마땅한 듯 쳐다보다가 미우의 방을 향했다.
“미우야~~ 할미다~ 문 좀 열어봐~”
그러나, 미우의 방안에선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권여사는 미우의 성격을 잘 알기에 이내 체념을 하고, 스스로 안정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돌아섰다.
“저 성격에... 큰일이구먼, 전사장. 김비서 불러들이게.”
권여사는 연신 혀를 끌끌 차대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같은 미우의 방을 중심으로 집안에는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쟁쟁한 집안의 결혼식이 드라마처럼 깨어진 것도, 금새 퍼져나갈 일이였지만, 그 상대가, 국내 최고의 여배우란 사실에, 연애계등, 온갖 신문, 잡지, 방송연예 가십란에는 일주일이 되도록, 온갖 수식어를 동원한 기사들로 도배를 해대고 있었다.
[신세기 그룹 후계자! 사랑의 도주!!]
[황태자의 사랑은 미녀배우에게로!]l
[영화같은 사랑의 주인공 영화배우 강유미!]등등등....
권여사는 김비서를 시켜 최대한 입막음을 하려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어쩔수 없이. 기자들이 들어붙지 앉도록 경호원을 배치해두는 것이 최선이였다.
그리고, 그 꼴을 보인, M그룹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사업은 사업이겠지만, 노기팽창한 권여사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권여사는 발빠르게, ‘m'그룹과의 성사되기 전의 계약을 파기시키고, ’'s'그룹의 모든 광고에 강유미를 잘라내었다. 권여사가 직접 나서서 한 일이니만큼 아무도 말리지 못했고, “m"그룹이나, 강유미측에서도 어떤 이유도 말할 수 없었다.
미우는 권여사의 방법이 옳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저 모른척하고 있었다.
굳이 착한척하며 나서고 싶지 않았다. 착한 콩쥐는 체질상 맞지 않으니까.
결혼휴가로 받은 일주일을 거의 자신의 방에서만 지낸 미우는 출근을 하기위해, 단정한 슈트를 챙겨입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일주일동안, 제법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휴유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군것질들의 효과였다.
전국적인 개망신이다.
이미 모든 기사를 다 섭렵하고, 집 밖의 상황등을 이미 예상하고, 큰 호흡을 몇 번 내쉬고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제발 이제 더 이상은 떠들어대지 않기를 바랄 뿐이였다.
그리고, 오늘 일년이 넘게 일해온 회사에서 자신의 짐을 들고 나와야 하는 날이다.
원래는 계속 일할 생각이였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일주일동안, 모든 퇴사 처리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어려울 것도 없이, 권여사의 지시였으며 인수인계도 굳이 하지 않아도 단짝 친구이자,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하다’가 그 일을 대신 해주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짐을 챙겨오거나,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일찍 서둘렀다.
화장대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미우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전미우, 이제 더 생각할 것도 없잖아,. 니 잘못도 아니고... 힘내라... 금방 괜찮아질거야! 화이팅!!”
언제나 미우가 가장 먼저 앉아서, 식성좋게, 부산댁이 차려놓은 식사앞에서 온가족을 기다렸지만, 오늘만은 미우가 가장 늦었다. 미우가 앉을 자리만 비워져있고, 권여사 전사장 미우의 엄마와 오빠 두명과 첫째 올케가 앉아있었다.
분명, 미우의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일주일전 있었던 일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미우는 그 전처럼 가족들에게 밝게 인사를 하며 식탁에 앉았다.
“왠 일들이야~~ 울 식구들 맞아? 오늘은 내가 제일 꼴찌네.. 할머니, 먼저 수저 드셔야 저두...
저 배고파 죽겠어요..“
“음.. 그래.. 먹자.. 어서들 들자... 우리 미우 많이 먹어~”
“네~ 할머니”
미우는 평소보다 더 경쾌하게 아침식사를 마쳤다.
하지만, 엄습해오는 불안감의 무게를 미우의 가족들은 느끼고 있었다.
아직까지, 연애신문 1면은 그 강유미란 여배우가 장식을 하고있었고, 집주위엔. 기자들이 몇 명 대기 하고 있었다. 집밖으로 나서면, 분명, 미우의 인내심이 터져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우가 아무렇지 않은척 하고있으니, 최대한 내색은 하지 말아야한다고, 무언의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맛있게 마친, 미우는 깔끔한 슈트에 어울리는 구두를 맞춰신고, 현관을 나섰다.
현관 앞에는 권여사가 배치해둔 경호원이 미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를 자동차에 태워 회사를 향했다. 원래는 자기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닌 미우였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차에 오르기 전, 차고 옆, 아마, 권여사의 지시로 치워둔 듯한 신문이 보였다.
미우는 그 신문들을 챙겨들고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미우가 탄 자동차가 집밖으로 미끄러져 나가자, 카메라를 들고있는 사람이 두어명, 눈에 띄었다.
미우는 짙게 썬팅 된 유리창 안에서 그들을 노려보며 지나갔다.
“쳇, 시간 버리고 앉았네!”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결혼식 날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될 줄은.
미우는 창가에서 눈을 떼고, 신문을 펴 들었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 영화배우 강유미란 여자는 비련의 멜로 혹은, 로맨스의 주인공처럼 단역배우서부터 시작해 꿋꿋히 국내 정상에 올라서, 이젠 사랑마져,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처럼 영화같은 사랑이라며 포장하고 있었고, 미우 자신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재벌집 악녀가 되어 있었다. 민석이 유미의 손을 잡고 사라지기 전까지. 전혀 알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하! 완전 캔디네, 캔디! 날 완전히 이라이저로 매도시키는구만! 이 오뉴월에 맨발로 다니다 독감 걸릴 싸가지들!!!”
미우는 방금 자신이 읽은 신문을 포함해서, 옆에 있는 신문까지 모두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회사에 도착하자,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자신이 들어서는 순간, 건물의 경비들부터 흘끌흘끔 자신을 보고, 혹은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미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홍보부]
그녀가 일년동안 일해 온 사무실이다.
미우는 언제나 그렇듯, 경쾌하지도, 심드렁하지도 않은 말투로 아침인사를 외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좋은 아침입니다~”
하지만, 미우가 들어서자, 마치 약속을 한 것처럼, 사무실안은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은 미우를 향했지만, 미우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향했다.
미우의 바로 옆자리는 자신의 가장 친한친구인 하다의 자리다, 하다는 눈으로 미우에게 안부를 던졌다.
‘괜찮아..?’
미우는 그 눈인사에 적당한 미소를 지었다.
사랑에 상처받는 건 이제 그만일때도 됬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하다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중학교때 부터 늘 미우를 겪어온 하다는, 이번이 미우에게 제대로 된 충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울지도, 달려가 응징을 가하지도 않고 이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가 불안했다.
미우가 자신의 책상의 물건을 챙기고 있는 동안, 누구도 감히 미우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결혼식장에 가서야 알게 된 사실!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이 회사의 차기 경영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인데도 놀랐는데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펼쳐졌었고, 저 순진하면서도, 지극히 다혈질인 미우가, 버려지는 처참한 모습을 본 후여서 일까?
불편함. 불쌍함. 어려움?
꼭! 한마디로 축약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들로, 아무도 미우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분위기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있는 미우는 이제는 울컥 눈물마저 나려고 했다.
자꾸만 다운되는 기분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만, 이제껏 잘 참았는데, 여기서 눈가가 빨개지는것 조차도, 미우의 자존심으로는 허락되지 않았다.
간신히 작은 박스에 짐을 다 담고는, 미우는 그나마 입꼬리에 약간 웃음을 머금고, 부장의 자리 앞으로 갔다.
“부장님, 저 가요! 그동안 같이 일하고, 부장님한테 일 많이 배웠네요, 감사했습니다.”
“그래 미우씨! 그동안 수고했어.”
부장은 여느때와 대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해인이 실수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질책을 줬으며, 여직원들의 외모에 대해서도 대놓고, 미우를 무시한 적도 있어, 미우가 사장의 딸이란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부장은 가시방석위에 앉은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미우에게 그런 건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도 말이다.
미우는 사무실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정성스럽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하다의 옆으로 갔다.
“나..갈게...나중에 봐..”
“잠깐만..내가 배웅해줄게.. ”
하다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미우의 곁을 묵묵히 걸어주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역시, 미우를 흘낏흘낏 쳐다보는 눈치였다.
어느새, 회사 전체에 홍보부의 “전미우”가 회장의 손녀 “전미우”라고 소문이 퍼지기도 했고, 그 헤프닝도 있었으니...
다행히 엘리베이터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이제껏 옆에서, 말을 아끼고 있었던 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괜찮아?”
“.... 아니...”
“그래... 그래도.. 지난일이잖아.. 그러니까.. 생각하지마 정신건강에 않좋아....”
“그래... 그래서 스스로를 다스리는 중이야... 생각 같아선, ‘현민석’그자식. 그날 신었던 튼튼한 하이힐 뒷 굽으로 이마에 배신자란 낙인이라도 찍어주고 싶지만....”
무표정한 얼굴에서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뱉은 미우의 말을 들은 하다는 등골이 오싹했다..
아마, 미우가 충격을 제대로 받지만 않았으면, 방금 그 말이 현장에서 이루어졌을 것임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그러고도 남았을테니...
“그래... 그 사람은 인연이 아니였나 부다.. 그래도 다음번엔..”
“다음은 없어!”
갑자기 미우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하다는 흠칫 놀랐다.
“...미우야,,”
“다음은 없어... 결국, 또, 내가 착각한 거였잖아. 그 자식이, 배시시 웃으면서, 신사흉내만 제대로 내지 않았어도, 넘어가진 않았을텐데...하지만, 참는거야..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해줘서... 나한테는 사랑이니 뭐니, 그런 엿같은 소리는 없을거라고..너무나 잘 가르쳐준 강습료라 치지뭐....”
어쩐지 시니컬하고, 거친 말투의 미우를 보며, 하다는 타일렀다.
“그렇게 비약할 것 까지야... 우선,, 좀 쉬어 내가 자주 놀러갈게..”
“그래....좀 조용해 지는대로,.. 지금은 너랑 맥주한잔이 그립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별거니, 나랑 맥주 마시는 거. 얼굴색도 않좋다.... 푹 좀 쉬어, 그간 야위었다.”
“알았어... 나 갈게.. 그만 올라가,,”
미우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하다를 향해 미소로 인사하며, 돌아섰다.
하지만, 돌아서면서 다시 미우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래... 다음이 어디 있니.. 잠깐 내가 착각한거지... 나 한테 사랑이 웬말이니.“
미우는 혼자 속으로 되뇌이며, 로비를 지나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차에 다시 올라탔다.
기사가 어느새 치워놓았는지, 뒷자리는 깔끔해져 있었다. 분명, 그 많은 신문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