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세단은 미끌어지듯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고, 저 말없는 기사 겸 지금 자신의 보디가드는 아무런 말없이 묵묵하게 운전만 하고있었다.
이제, 한창 봄이 무르익는 때라 거리의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해인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
이번은 진심인줄 알았는데, 어쩌면 마음 다 주고, 행복하게 사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꾸만, 분노와 슬픔이 뒤석여, 답답하기만 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벨을 지정해 놓은 탓에, 굳이 액정을 열어보지 않아도 해인은 지금 자신에게 전화를 걸고있는 주인공이 누군지 단박에 알수 있었다.
미우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나에요]
“....네...”
[잠깐 나올 수 있어요?... 여기 우리 호텔인데...]
“... 네,, ”
미우는 짧은 대답을 하고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호텔로 가요...”
미우는 보디가드를 향해 말하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만나면, 어떻게 아니, 무슨말을...
아니지.... 지금 만나면, 따귀라고 한대 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야... 교양있게.... 아니.. 따귀라도...‘
미우는 갈등했다. 민석이 결혼식장을 나간 순간부터 부정하기 시작했지만, 민석은 아니였더라도, 자신은 민석에게 그저 사업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피조물일 뿐이였을 지라도,, 자신은 민석을 좋아했다는 것을.... 지금... 인정해야 했다.
보통 같으면, 당장에 따라가 흠씬 두들겨 패 줬어야 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또, 방금 뻔뻔하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도, 분노보다는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이나 하고 있다니.. 미우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너무 짧은 시간동안 또, 한번 헛된 꿈을 꾼 자신이... 미웠다.
어느새 차는 호텔에 도착했고, 미우는 로비에 들어서면서 민석에게 전화했다.
“어디로 가야하죠?”
“1008호실로 오세요...”
미우는 민석이 말한대로, 지금이 민석이 있는 룸 앞에 서 있다.. 크게 쉼 호흡을 하고, 벨을 눌렀다.
잠시뒤, 인기척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민석이 초췌한 얼굴로 서있었다.
미우를 보고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민석의 모습이...
미우는 말없이 민석을 따라 룸안으로 들어갔다,
민석은 몇일동안 여기서 묵었는지. 여기저기, 민석의 소지품들이 있었다.
민석이 테이블앞에 먼저 앉았고, 뒤따라 미우가 앉았다.
그 둘의 사이에는 좀처럼, 침묵이 가시질 않았지만, 먼저 입을 연건 민석이였다.
“어떻게 지냈어요? 몇일동안..”
“......”
미우는 아무런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지냈냐니? 지금 저걸 질문이라고 한단말인가? 빈정이 상하기 시작했다.
이미 좋은 성격은 버린 지 오래인 미우는 빈정이 상하는대로 내뱉어 주었다
“잘 지냈어요... 언론에서, 날 TV드라마 악녀로 전락시키는 기사 즐기면서 말이에요..꽤 재밌더라구요, 지금 당장 당신이나 강유미씨한테 어떤 짓을해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것처럼....”
“미안.... 해요.... 그렇게 해서....”
“...............”
“정말... 미안 해요...”
민석은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이미 빈정이 상하기 시작한 미우의 눈에 사과로 보이지 않았다.
원망섞인 그러나 핀잔을 주듯 미우는 민석의 미안하다는 말에 대꾸했다.
“미안할 짓은 왜 했어요?”
“........미안해요,,,”
“그러니까 미안할 짓은 왜 했냐구요... 그럴 거였음 처음부터 날 만나지 말았어야죠.. 가식은 적당히 하셨어야죠?.”
“........”
“아니면,....꼭! 결혼식날 그렇게 날 웃음거리로 만들었어야 했어요...솔직히 말했으면, 일이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됬어요...내가 처음부터 일이 진행도 되지않게 할수 있었다구요... 이해를 구하는 방법치곤, 너무 유치하던데요?”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완강했어요... 그냥 계속 반항만 했으면, 아예 유미가 더 이상 일을 못하게 할것 같았다구요..”
“나는요? 내가 어떻게 되는건 아무렇지 않구요? 오늘 사무실에서 내 책상 정리하고 나왔어요.. 차마 얼굴들고 회사에 다닐 수 없을 것 같아서요...어딜가나, 날 아는 사람은 날 보고 수근거린다구요..”
“.......”
“얘기 들었어요, ”m"그룹과의 체결예정이던 계약 파기, 강유미씨가 맡고있던 저희회사의 모든 cf계약파기... “
“........유미는..”
“내말. 끝까지 들어요.”
미우는 차갑게 외쳤다. 민석이 지금하려는 말은 아마‘유미는 아무잘못 없어요’겠지....
하지만, 지금 미우는 그 따위말을 듣고 싶은게 아니였다.
민석도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그래도 그와 만나는 동안, 저렇게 차가운 얼굴을 한 적은 한번도 없던 여자였다. 오히려 나이보다 너무나 순진해서,,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기만 했었는데..
“..당신들한텐. 그 사랑이 아주 중요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들 그 잘난 사랑 지키자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희생양으로 만든 데 대한 변명은 들을 생각없어요. 우리 할머니가, 차단시킨 일에 대해서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거에요...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기시라구요,, 당신들은, 이제 공식화된 커플이니까, 서로 행복하기만 하면, 되겠지만. 난 아직도 다른 사람들 시선을 그대로 다 받아야 된다구요... 대충 알겠어요,. 오늘 왜, 날 보자고 했는지.. 내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걸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잖아요..”
민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백번 미우의 말이 맞고...또, 이미 미우는 자신의 심중을 다 알아버렸다.. 차마 미안함에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 사업상의 일은... 제가 알바 아니에요, 어차피, 난, 그 어떤 경영에도 참여한 적 없으니까... 내가 받은 망신만큼. 당신도 힘들길 바라겠어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맙단 말은 하고 싶네요. 당신이 너무나도 확실히 가르쳐줘서, 다시는 실수할 일 없을 것 같아요! ”
미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갔다.
화가났다, 고작 보자고 한게.. 그 알량한 미안하단 말을 하며, 사업상의 문제를 부탁하려고 하다니.
잠깐이나마 흔들렸던 마음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미우가 나가자, 민석은 고개를떨구었다.
원래, 한 성격한다는 걸 들어왔지만. 저렇게까지 차가울 줄은 몰랐다.
하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진심어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아무것도 모른채, 결혼식 당일. 그런 일을 당한 미우에게, 모 건설업체 둘째아들처럼, 머리에 구멍이 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였으니 말이다...
미우는 민석의 호텔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스쿼시장을 향했다.
아무래도 분풀이 할 곳이 필요했다. 뭔가를 쎄게 쳐내서라도 이 답답한 마음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검은 정장의 경호원이 코트 앞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벌써 한시간째. 미우는 쉬지않고, 한줌짜리 검정 고무공을 벽에다 쳐내고 있었다.
미우의 옷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고, 공을 쳐내는 미우의 파워 또한, 처음보다 많이 누그러져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쉬지 않고 연신 공을 계속쳐 내고 있었다.
공을 노려보며, 뛰어다니는 동안 미우가 이제껏 잠깐씩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세명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우리 이사장님 복도 없으시지.. 어쩜 그런 맹한 애를 손녀로 두셨냐?]
[그런 애들이 원래, 매너만 깍듯하면 금방 넘어온다니까..얼른, 돈들 내놔!]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반대하셨기에. 여기까지 왔지만... 더 이상은 가면 안 될 것 같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사죄를 드립니다. 미우씨, 미안합니다]
“악~”
미우는 순식간에 차 올라오는 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들고있던 라켓을 공을 쳐내는 대신 정면에 보이는 벽에 냅다 집어던졌다.
코트안은, 방금 내지른 미우의 비명소리와 방금 던진 라켓이 벽에 부딪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제법 기운이 빠졌는지 미우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밖을 지키던 경호원은 갑작스런 악다구니에, 얼른 미우를 돌아보았지만, 미우가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 묵묵히, 미우가 코트장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같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미우는 벽에 기대서 호흡을 고르다가 방금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 날... 누가 사랑하겠니,,,,마음? 웃기시네..세상정말 엿같네..’
미우는 한참만에야 라켓을 질질끌며 코트의 문을 열고나왔다.
몸을 피곤하게 한탓에. 제법 지쳤는지, 샤워부스도 들리지 않고, 소지품만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자신이 앉은 뒷 자석의 창을 열고, 그대로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 내 인생의 로맨스 >> - 5
#1장. < 어느 봄날의 결혼식 > -3
고급 세단은 미끌어지듯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고, 저 말없는 기사 겸 지금 자신의 보디가드는 아무런 말없이 묵묵하게 운전만 하고있었다.
이제, 한창 봄이 무르익는 때라 거리의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해인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
이번은 진심인줄 알았는데, 어쩌면 마음 다 주고, 행복하게 사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꾸만, 분노와 슬픔이 뒤석여, 답답하기만 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벨을 지정해 놓은 탓에, 굳이 액정을 열어보지 않아도 해인은 지금 자신에게 전화를 걸고있는 주인공이 누군지 단박에 알수 있었다.
미우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나에요]
“....네...”
[잠깐 나올 수 있어요?... 여기 우리 호텔인데...]
“... 네,, ”
미우는 짧은 대답을 하고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호텔로 가요...”
미우는 보디가드를 향해 말하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만나면, 어떻게 아니, 무슨말을...
아니지.... 지금 만나면, 따귀라고 한대 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야... 교양있게.... 아니.. 따귀라도...‘
미우는 갈등했다. 민석이 결혼식장을 나간 순간부터 부정하기 시작했지만, 민석은 아니였더라도, 자신은 민석에게 그저 사업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피조물일 뿐이였을 지라도,, 자신은 민석을 좋아했다는 것을.... 지금... 인정해야 했다.
보통 같으면, 당장에 따라가 흠씬 두들겨 패 줬어야 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또, 방금 뻔뻔하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도, 분노보다는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이나 하고 있다니.. 미우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너무 짧은 시간동안 또, 한번 헛된 꿈을 꾼 자신이... 미웠다.
어느새 차는 호텔에 도착했고, 미우는 로비에 들어서면서 민석에게 전화했다.
“어디로 가야하죠?”
“1008호실로 오세요...”
미우는 민석이 말한대로, 지금이 민석이 있는 룸 앞에 서 있다.. 크게 쉼 호흡을 하고, 벨을 눌렀다.
잠시뒤, 인기척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민석이 초췌한 얼굴로 서있었다.
미우를 보고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민석의 모습이...
미우는 말없이 민석을 따라 룸안으로 들어갔다,
민석은 몇일동안 여기서 묵었는지. 여기저기, 민석의 소지품들이 있었다.
민석이 테이블앞에 먼저 앉았고, 뒤따라 미우가 앉았다.
그 둘의 사이에는 좀처럼, 침묵이 가시질 않았지만, 먼저 입을 연건 민석이였다.
“어떻게 지냈어요? 몇일동안..”
“......”
미우는 아무런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지냈냐니? 지금 저걸 질문이라고 한단말인가? 빈정이 상하기 시작했다.
이미 좋은 성격은 버린 지 오래인 미우는 빈정이 상하는대로 내뱉어 주었다
“잘 지냈어요... 언론에서, 날 TV드라마 악녀로 전락시키는 기사 즐기면서 말이에요..꽤 재밌더라구요, 지금 당장 당신이나 강유미씨한테 어떤 짓을해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것처럼....”
“미안.... 해요.... 그렇게 해서....”
“...............”
“정말... 미안 해요...”
민석은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이미 빈정이 상하기 시작한 미우의 눈에 사과로 보이지 않았다.
원망섞인 그러나 핀잔을 주듯 미우는 민석의 미안하다는 말에 대꾸했다.
“미안할 짓은 왜 했어요?”
“........미안해요,,,”
“그러니까 미안할 짓은 왜 했냐구요... 그럴 거였음 처음부터 날 만나지 말았어야죠.. 가식은 적당히 하셨어야죠?.”
“........”
“아니면,....꼭! 결혼식날 그렇게 날 웃음거리로 만들었어야 했어요...솔직히 말했으면, 일이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됬어요...내가 처음부터 일이 진행도 되지않게 할수 있었다구요... 이해를 구하는 방법치곤, 너무 유치하던데요?”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완강했어요... 그냥 계속 반항만 했으면, 아예 유미가 더 이상 일을 못하게 할것 같았다구요..”
“나는요? 내가 어떻게 되는건 아무렇지 않구요? 오늘 사무실에서 내 책상 정리하고 나왔어요.. 차마 얼굴들고 회사에 다닐 수 없을 것 같아서요...어딜가나, 날 아는 사람은 날 보고 수근거린다구요..”
“.......”
“얘기 들었어요, ”m"그룹과의 체결예정이던 계약 파기, 강유미씨가 맡고있던 저희회사의 모든 cf계약파기... “
“........유미는..”
“내말. 끝까지 들어요.”
미우는 차갑게 외쳤다. 민석이 지금하려는 말은 아마‘유미는 아무잘못 없어요’겠지....
하지만, 지금 미우는 그 따위말을 듣고 싶은게 아니였다.
민석도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그래도 그와 만나는 동안, 저렇게 차가운 얼굴을 한 적은 한번도 없던 여자였다. 오히려 나이보다 너무나 순진해서,,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기만 했었는데..
“..당신들한텐. 그 사랑이 아주 중요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들 그 잘난 사랑 지키자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희생양으로 만든 데 대한 변명은 들을 생각없어요. 우리 할머니가, 차단시킨 일에 대해서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거에요...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기시라구요,, 당신들은, 이제 공식화된 커플이니까, 서로 행복하기만 하면, 되겠지만. 난 아직도 다른 사람들 시선을 그대로 다 받아야 된다구요... 대충 알겠어요,. 오늘 왜, 날 보자고 했는지.. 내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걸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잖아요..”
민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백번 미우의 말이 맞고...또, 이미 미우는 자신의 심중을 다 알아버렸다.. 차마 미안함에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 사업상의 일은... 제가 알바 아니에요, 어차피, 난, 그 어떤 경영에도 참여한 적 없으니까... 내가 받은 망신만큼. 당신도 힘들길 바라겠어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맙단 말은 하고 싶네요. 당신이 너무나도 확실히 가르쳐줘서, 다시는 실수할 일 없을 것 같아요! ”
미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갔다.
화가났다, 고작 보자고 한게.. 그 알량한 미안하단 말을 하며, 사업상의 문제를 부탁하려고 하다니.
잠깐이나마 흔들렸던 마음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미우가 나가자, 민석은 고개를떨구었다.
원래, 한 성격한다는 걸 들어왔지만. 저렇게까지 차가울 줄은 몰랐다.
하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진심어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아무것도 모른채, 결혼식 당일. 그런 일을 당한 미우에게, 모 건설업체 둘째아들처럼, 머리에 구멍이 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였으니 말이다...
미우는 민석의 호텔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스쿼시장을 향했다.
아무래도 분풀이 할 곳이 필요했다. 뭔가를 쎄게 쳐내서라도 이 답답한 마음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검은 정장의 경호원이 코트 앞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벌써 한시간째. 미우는 쉬지않고, 한줌짜리 검정 고무공을 벽에다 쳐내고 있었다.
미우의 옷은 이미 흠뻑 젖어있었고, 공을 쳐내는 미우의 파워 또한, 처음보다 많이 누그러져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쉬지 않고 연신 공을 계속쳐 내고 있었다.
공을 노려보며, 뛰어다니는 동안 미우가 이제껏 잠깐씩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세명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우리 이사장님 복도 없으시지.. 어쩜 그런 맹한 애를 손녀로 두셨냐?]
[그런 애들이 원래, 매너만 깍듯하면 금방 넘어온다니까..얼른, 돈들 내놔!]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반대하셨기에. 여기까지 왔지만... 더 이상은 가면 안 될 것 같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사죄를 드립니다. 미우씨, 미안합니다]
“악~”
미우는 순식간에 차 올라오는 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들고있던 라켓을 공을 쳐내는 대신 정면에 보이는 벽에 냅다 집어던졌다.
코트안은, 방금 내지른 미우의 비명소리와 방금 던진 라켓이 벽에 부딪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제법 기운이 빠졌는지 미우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밖을 지키던 경호원은 갑작스런 악다구니에, 얼른 미우를 돌아보았지만, 미우가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 묵묵히, 미우가 코트장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같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미우는 벽에 기대서 호흡을 고르다가 방금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 날... 누가 사랑하겠니,,,,마음? 웃기시네..세상정말 엿같네..’
미우는 한참만에야 라켓을 질질끌며 코트의 문을 열고나왔다.
몸을 피곤하게 한탓에. 제법 지쳤는지, 샤워부스도 들리지 않고, 소지품만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자신이 앉은 뒷 자석의 창을 열고, 그대로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기분 좋을만큼 차가운 밤공기가 미우의 얼굴을 때리며, 열을 식혀 주는듯 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착각하는 일 없다고,,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은거라면, 이젠 헛된 기대 따윈 하지 않는다고...
자기최면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이젠, 착각하지 말자..기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