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옆으로 누워 베개를 적시는 날일때면 왠지 서러운 생각이 듭니다.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쳐다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만 커져가고 그냥 혼자 좋아하는것 뿐이라는 그동안 잘 참고 지낸 자신을 위로하며 거울에 비친 모습에 쓴 웃음을 짓게 합니다. 친구가 며칠째 어두워진 내 모습을 보고 술을 산다고 합니다. 혼자서 청승맞게 울고 있는것 보다는 못마시는 술이라도 목을 축여 잠시라고 잊고 싶은 마음입니다. 자꾸 술이 늘어갑니다... 술잔을 권하는 친구에 얼굴이 어둡습니다. "있잖아...내가 오버하는게 아니라면 너...누구야?? 내가 아는 사람이지?""아니야...""그럼 왜그래...안그래도 요즘 찬희 오빠도 갑자기 표정이 무서워진것 같지 않니? 며칠전에는 장비 문제가 생겨서 찾았는데...웃지도 않고 일만 하더라""그게 어때서?""야..평소 같으면 장난치고 웃고 또 ...내가 옛날에 많이 좋아했잖아...그래서 더 신경도 써주고 그랬단말야...""그게 서운해?""그럼...사람 맘이 쉽게 변하냐?" 쉽게 변하냐는 친구...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사귀는 넌...무슨 맘이니?? 나는...도저히 그럴수가 없던데...아무리 오빠가 날 싫어한다해도 내 마음에 오빠를 담은채 다른 사람을 들여놓을수가 없던데...내 마음이 그렇게도 좁은걸까? 한잔 두잔 석잔...벌써 한병이 가까워진다...나이만큼 술이 늘어가는건...그만큼 마음 아플 일이 많아진다는 또다른 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선가 아까부터 우리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회사 정문앞이라 굳이 날짜를 정하지 않아도 우연인듯 자주 얼굴을 보는 날이 많습니다.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내심 오빠이기를 바라는 맘은 시도때도 없이 나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내 생각을 모두 들어주는 자비로움은 없는듯 합니다. 현우오빠입니다....찬희오빠가 아닌...혹시나 해서 바라보는 자리에도 오빠는 없습니다. "미유 술 좀 마셨네?" 그저 고개만 끄덕거립니다... 제법 취한 술에 몸 가누기가 힘들자 친구가 대신 말이 많아집니다. "오빠도 술마시러 왔어요?""응...오늘 장비쪽 회식...""어? 찬희 오빠는 없네요""니 눈에는 찬희밖에 안보이냐? 애인도 있다면서?""애인있음 보면 안되나요? 우리 가도 돼요?""그러시던가? 미유 취했는데?" 그 정신에도 나는 취하지 않았다고 자꾸만 떨구어지는 고개를 애써 세워봅니다. 장비쪽 오빠들이 다 모였습니다...아저씨들도 있고...이제 들어온 저보다 어린 신입도 있습니다. 모두들 저를 보고 놀란듯 합니다...한번도 이렇게 술에 취해 비틀거린 모습이 없었으니까요... 다행입니다...오빠가 없어서...이런 제 모습을 본다면 실망할지도 모르니까요... 술을 만류하는 오빠들에게 웃으면서 나도 모를 애교가 나옵니다. "저두..저두..술 술 주세요...저 하나도 안취했어요...더 마실..수 있다구요..꺽...우..." "이거봐...미유..완전 취했다...귀엽네...현우야...잘해봐" 술에 취해 있어서 정확히는 들리지 않지만 모두들 현우오빠와 저를 연결시킬려고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웃습니다... 그런 현우 오빠는 그저 웃기만 합니다. 나보다 4살 많은 현우 오빠... "현우오빠...제가 한잔 따라드릴께요...받아요" 술병을 잡은 손이 떨렸는지...현우오빠는 한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 한손으로 자신의 술잔에 술을 조심스레 따릅니다....마음이 착합니다. 여기저기서 게임을 하자는 말이 나오더니 이내 병돌리기로 술 마시기를 하자고 합니다. 저는 더이상 마시면 넉다운인걸 알지만 그래도 멈추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이도 세번까지는 제가 걸리지 않고 친구가 두번 걸리고 다른 오빠가 한번 걸렸습니다. 현우오빠는 내가 박수를 치면서 비틀거릴때마다 옆에서 나를 조심스럽게 잡아줍니다. 그냥 거부하지 않고 그냥...오빠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돌아가는 술병따라 내 눈도 돌아가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 앞에 멈춰진 술병...나는 뭐가 좋다고 또 박수를 치고 술잔을 잡습니다. 여기저기서 흑기사를 부르라고 소리치고 은근히 옆에 있는 현우오빠에게 재촉을 합니다. 멋쩍은듯 나를 보는 현우 오빠가 보입니다. "아니야..내가 마실꺼...야...나..마...실..수...있어...잘 봐!!!" 모두들 일순간 숨을 쉬지도 않은것처럼 조용한 가운데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가 술잔을 올리는걸 보고 있습니다. 나를 은근히 말리는 현우 오빠 손을 뿌리치고 술잔을 입술로 가져갈때쯤 술잔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떨어뜨리지도 않았는데...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내 뒤에서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사람...찬희 오빠가 있습니다... 그 순간 애써 붙잡았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듯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가 떨어진것 같습니다... 나를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와...여기저기 들리는 굵은 남자 목소리...뱅글뱅글...머리속에서 회오리가 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신을 잃고 일어났을땐 노래방이었습니다. 또 누군가를 나를 업고 왔을까...실수가 많아지는 한해입니다. 친구가 탬버린을 들고 노래에 맞춰 신나는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아직도 어지러운 머리와 속에서 신물이 올라와서 인상이 저절로 구겨지고 있는것 같아...주위에 마실게 없나 찾고 있을때...내 앞으로 누군가가 음료수를 내밀었습니다. " 너 요즘 실수 많이한다." 모니터를 보며 박수를 치면서 나에게 말을 하는 오빠는 찬희 오빠였습니다. 순간 헝크러진 머리와 옷 매무새를 보면서 자꾸만 창피해집니다... 차라리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았음 하는 바램이 듭니다. " 살은 빠진거 같은데...뭐냐? 너 힘들게 하는거?"" 없어요...."" 내가 바보냐? "" 진짜에요..."" 그럼 내색을 말던가...아님 형한테 확실히 하던가? 아까는 보기 안좋았어" " 무슨...""그때는 싫다고 도망가고...아까는 헤헤 웃으면서 달라붙구""그런거 아네요" "아니라도 그렇게 보였어...남자들은 오해한다고...남들도 그렇구? 아니면 확실하게해..."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려고 하는데 친구가 눈치없이 오빠를 잡고 노래를 하라고 앞으로 끌고 나갑니다. 아무 내색 없이 그 예쁜 보조개를 보이며 노래를 고르는 오빠에 손가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 오해?? 달라붙어...' 힐긋힐긋 나를 쳐다보는 현우오빠에 눈빛이 갑자기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현우오빠는 찬희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형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서로에 칭찬을 하면서 남자들만에 끈끈한 무언가를 과시했던.... 갑자기...혼란스러움이 한꺼번에 나를 둘러싼듯 오빠가 부르는 노래에도 정신이 집중되지 않았습니다.. 김민종에 착한사랑을 불렀던것 같은데...그래서였을까...카페를 지날때 그 노래만 나와도 나도 모르게 들어가서 생각에도 없는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노래가 끝나고도 한참을 있다가 오곤 했습니다. 오늘은 비가 옵니다... 혼자 커피숍에 앉아서 착한 사랑을 듣고 있습니다. 넓은 유리창 밖으로 하나둘 연인들이 다정하게 길을 걸어갑니다. 저 많은 연인들처럼... 기분좋은 상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내리는 빗물이 우산위를 튕겨나가는게 꼭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속에 오빠를 보기전까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검은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오빠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있을때...오빠에 보조개가 예쁘게 얼굴에서 웃고 있을때..그 대상이 다른조 언니라는걸 확인하는 순간...전 심장이 내려앉는듯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나도 모르게 계산도 하지 않고 가방을 놔둔채 커피숍 문을 열고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오빠와 언니에 뒷모습을 멀뚱히 쳐다봤습니다. 다행히도 눈물이 빗물에 씻겨갑니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에 시선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오빠가 내 시야에서 작은 점으로 사라질때까지 내리는 비를 흠뻑 맞았습니다. 감기가 걸릴것 같습니다...기숙사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누워있는 머리에 열이 높습니다. 문자를 알리는 소리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현우오빠입니다. (내일 뭐하니? 약속없음 영화라도 볼래?) 답장을 할수가 없었습니다....싫으면 확실히 하라는...달라붙는다는...오빠에 말들이 생각이 나서...미안하지만 아무런 답장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출근도 힘들어질만큼 머리에 열이 올랐고...겨우 출근을 했지만 언니는 놀란듯 내 이마를 만지고 나를 조퇴를 시켰습니다. 오빠와 같은 조가 되면서 예전보다 더 자주 오빠를 보게 됐지만 이런 모습은 보여 주기 싫습니다. 창백한 입술을 하고 부스스한 얼굴을 애써 모자로 눌러쓴채 건물을 나설때쯤 일찍 아침을 먹고 들어오는 장비팀이 보입니다. 모른채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멀리서도 나를 쳐다보는 찬희 오빠가 보입니다. 얼굴 가득 걱정스런 눈빛이 뭔가를 말하려는듯 했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갑니다. 마음이 더 아파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처럼...비틀거리는 몸을 추스린채 문을 나서는데 현우오빠가 달려옵니다. " 얼굴이 안좋다 많이 아프니?""아..니에요...괜찮아요..."" 약은 먹었어?""네..." "안먹었구나...조퇴?""네....""얼른 가봐..." 기숙사에 도착하자 마자 겨우 잠이 들어 일어났을땐 온몸이 땀으로 흥건이 젖어 있었다. 친구가 걱정스런 얼굴로 한손에 약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 뭔 일이냐? 병원 안가봐도 되겠어? 이거...현우 오빠가 갖다주라고 하더라""응...고마워..괜찮아..." "별로 안괜찮아 보여...지금이라도 병원 갈까?" "아니야..약먹고 자면 괜찮겠지..." " 어제 비 맞았냐? 우산 가져갔잖아...너 요즘 진짜 이상해...하긴 너만 이상한건 아니다. 요즘 찬희 오빠 왜 그러냐? 일하면서 웃지도 않고 오늘도 찬바람이 쌩해서 말도 못 붙였다.. 아까는 혼자서 뭔 생각하면서 담배 피고 있더라""그래?? 무슨 걱정 있나...""그러게...이상해...아..맞다. 너 그거 알아?""뭐?""다음조 미선이 언니...오빠 무지 좋아했잖아...근데...어제 둘이 영화봤데""그래?""응...역시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나도 좀 잘해볼껄...이놈 자식이 요즘엔 시들해졌다니까..전화도 잘 안하고..." 영화를 봤었나 봅니다...그래서 그렇게 다정하게 그 영화 이야기를 하고 갔나 봅니다. 그랬었나 봅니다... 지금 아픈건 몸이 아니고 마음인것 같습니다. 그냥 이렇게 낫지 않고 더 아프고 아파서 혹시라도 날 조금이라도 걱정해주고 조금이라도 생각해주길 바라는 바보같은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야...너 진짜 많이 아픈가 보다...울지마...야...얼른 누워...뭐 먹고 싶은거 있어? 내가 매점 갔다올께...울지마...기지배.." 멈춰지지가 않습니다...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나 그냥 더 아파서 더이상 오빠를 생각할 힘조차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에 그 다정한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서 마음에 상처가 난것 같습니다. 약을 발라도 낫을것 같지가 않습니다...나...그냥...오빠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슴이 아파서... 문자가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미유야 문자 왔어..." 친구가 핸드폰을 들고 액정을 보더니 다소 놀란표정을 짓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은듯 핸드폰을 전해줍니다. (얌마! 너 왜 그렇게 아프고 그래?? 그 자식이 누구야? - 찬희오빠-) 현우오빠 문자일거란 생각에 보지도 않고 삭제를 해버렸습니다. 매점에서 먹을것좀 사온다고 방을 나가는 친구를 뒤로한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주책없이...멈춰지지가 않네요....
그대도 나를 사랑했나요?(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옆으로 누워 베개를 적시는 날일때면 왠지 서러운 생각이 듭니다.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쳐다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만 커져가고 그냥 혼자 좋아하는것 뿐이라는
그동안 잘 참고 지낸 자신을 위로하며 거울에 비친 모습에 쓴 웃음을 짓게 합니다.
친구가 며칠째 어두워진 내 모습을 보고 술을 산다고 합니다.
혼자서 청승맞게 울고 있는것 보다는 못마시는 술이라도 목을 축여 잠시라고 잊고 싶은 마음입니다.
자꾸 술이 늘어갑니다...
술잔을 권하는 친구에 얼굴이 어둡습니다.
"있잖아...내가 오버하는게 아니라면 너...누구야?? 내가 아는 사람이지?"
"아니야..."
"그럼 왜그래...안그래도 요즘 찬희 오빠도 갑자기 표정이 무서워진것 같지 않니?
며칠전에는 장비 문제가 생겨서 찾았는데...웃지도 않고 일만 하더라"
"그게 어때서?"
"야..평소 같으면 장난치고 웃고 또 ...내가 옛날에 많이 좋아했잖아...그래서 더 신경도 써주고 그랬단말야..."
"그게 서운해?"
"그럼...사람 맘이 쉽게 변하냐?"
쉽게 변하냐는 친구...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사귀는 넌...무슨 맘이니??
나는...도저히 그럴수가 없던데...아무리 오빠가 날 싫어한다해도 내 마음에 오빠를 담은채 다른 사람을
들여놓을수가 없던데...내 마음이 그렇게도 좁은걸까?
한잔 두잔 석잔...벌써 한병이 가까워진다...나이만큼 술이 늘어가는건...그만큼 마음 아플 일이 많아진다는 또다른 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선가 아까부터 우리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회사 정문앞이라 굳이 날짜를 정하지 않아도 우연인듯 자주 얼굴을 보는 날이 많습니다.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내심 오빠이기를 바라는 맘은 시도때도 없이 나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내 생각을 모두 들어주는 자비로움은 없는듯 합니다.
현우오빠입니다....찬희오빠가 아닌...혹시나 해서 바라보는 자리에도 오빠는 없습니다.
"미유 술 좀 마셨네?"
그저 고개만 끄덕거립니다...
제법 취한 술에 몸 가누기가 힘들자 친구가 대신 말이 많아집니다.
"오빠도 술마시러 왔어요?"
"응...오늘 장비쪽 회식..."
"어? 찬희 오빠는 없네요"
"니 눈에는 찬희밖에 안보이냐? 애인도 있다면서?"
"애인있음 보면 안되나요? 우리 가도 돼요?"
"그러시던가? 미유 취했는데?"
그 정신에도 나는 취하지 않았다고 자꾸만 떨구어지는 고개를 애써 세워봅니다.
장비쪽 오빠들이 다 모였습니다...아저씨들도 있고...이제 들어온 저보다 어린 신입도 있습니다.
모두들 저를 보고 놀란듯 합니다...한번도 이렇게 술에 취해 비틀거린 모습이 없었으니까요...
다행입니다...오빠가 없어서...이런 제 모습을 본다면 실망할지도 모르니까요...
술을 만류하는 오빠들에게 웃으면서 나도 모를 애교가 나옵니다.
"저두..저두..술 술 주세요...저 하나도 안취했어요...더 마실..수 있다구요..꺽...우..."
"이거봐...미유..완전 취했다...귀엽네...현우야...잘해봐"
술에 취해 있어서 정확히는 들리지 않지만 모두들 현우오빠와 저를 연결시킬려고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웃습니다...
그런 현우 오빠는 그저 웃기만 합니다.
나보다 4살 많은 현우 오빠...
"현우오빠...제가 한잔 따라드릴께요...받아요"
술병을 잡은 손이 떨렸는지...현우오빠는 한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 한손으로 자신의 술잔에 술을 조심스레 따릅니다....마음이 착합니다.
여기저기서 게임을 하자는 말이 나오더니 이내 병돌리기로 술 마시기를 하자고 합니다.
저는 더이상 마시면 넉다운인걸 알지만 그래도 멈추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이도 세번까지는 제가 걸리지 않고 친구가 두번 걸리고 다른 오빠가 한번 걸렸습니다.
현우오빠는 내가 박수를 치면서 비틀거릴때마다 옆에서 나를 조심스럽게 잡아줍니다.
그냥 거부하지 않고 그냥...오빠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돌아가는 술병따라 내 눈도 돌아가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 앞에 멈춰진 술병...나는 뭐가 좋다고 또 박수를 치고 술잔을 잡습니다.
여기저기서 흑기사를 부르라고 소리치고 은근히 옆에 있는 현우오빠에게 재촉을 합니다.
멋쩍은듯 나를 보는 현우 오빠가 보입니다.
"아니야..내가 마실꺼...야...나..마...실..수...있어...잘 봐!!!"
모두들 일순간 숨을 쉬지도 않은것처럼 조용한 가운데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가 술잔을 올리는걸 보고 있습니다. 나를 은근히 말리는 현우 오빠 손을 뿌리치고 술잔을 입술로 가져갈때쯤 술잔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떨어뜨리지도 않았는데...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내 뒤에서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사람...찬희 오빠가 있습니다...
그 순간 애써 붙잡았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듯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가 떨어진것 같습니다...
나를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와...여기저기 들리는 굵은 남자 목소리...뱅글뱅글...머리속에서
회오리가 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신을 잃고 일어났을땐 노래방이었습니다.
또 누군가를 나를 업고 왔을까...실수가 많아지는 한해입니다.
친구가 탬버린을 들고 노래에 맞춰 신나는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아직도 어지러운 머리와 속에서 신물이 올라와서 인상이 저절로 구겨지고 있는것 같아...주위에 마실게 없나 찾고 있을때...내 앞으로 누군가가 음료수를 내밀었습니다.
" 너 요즘 실수 많이한다."
모니터를 보며 박수를 치면서 나에게 말을 하는 오빠는 찬희 오빠였습니다.
순간 헝크러진 머리와 옷 매무새를 보면서 자꾸만 창피해집니다...
차라리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았음 하는 바램이 듭니다.
" 살은 빠진거 같은데...뭐냐? 너 힘들게 하는거?"
" 없어요...."
" 내가 바보냐? "
" 진짜에요..."
" 그럼 내색을 말던가...아님 형한테 확실히 하던가? 아까는 보기 안좋았어"
" 무슨..."
"그때는 싫다고 도망가고...아까는 헤헤 웃으면서 달라붙구"
"그런거 아네요"
"아니라도 그렇게 보였어...남자들은 오해한다고...남들도 그렇구? 아니면 확실하게해..."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려고 하는데 친구가 눈치없이 오빠를 잡고 노래를 하라고 앞으로 끌고 나갑니다.
아무 내색 없이 그 예쁜 보조개를 보이며 노래를 고르는 오빠에 손가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 오해?? 달라붙어...'
힐긋힐긋 나를 쳐다보는 현우오빠에 눈빛이 갑자기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현우오빠는 찬희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형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서로에 칭찬을 하면서 남자들만에 끈끈한 무언가를 과시했던....
갑자기...혼란스러움이 한꺼번에 나를 둘러싼듯 오빠가 부르는 노래에도 정신이 집중되지 않았습니다..
김민종에 착한사랑을 불렀던것 같은데...그래서였을까...카페를 지날때 그 노래만 나와도 나도 모르게
들어가서 생각에도 없는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노래가 끝나고도 한참을 있다가 오곤 했습니다.
오늘은 비가 옵니다...
혼자 커피숍에 앉아서 착한 사랑을 듣고 있습니다.
넓은 유리창 밖으로 하나둘 연인들이 다정하게 길을 걸어갑니다.
저 많은 연인들처럼... 기분좋은 상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내리는 빗물이 우산위를 튕겨나가는게 꼭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속에 오빠를 보기전까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검은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오빠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있을때...오빠에 보조개가 예쁘게 얼굴에서 웃고 있을때..그 대상이 다른조 언니라는걸 확인하는 순간...전 심장이 내려앉는듯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나도 모르게 계산도 하지 않고 가방을 놔둔채 커피숍 문을 열고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오빠와 언니에 뒷모습을 멀뚱히 쳐다봤습니다.
다행히도 눈물이 빗물에 씻겨갑니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에 시선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오빠가 내 시야에서 작은 점으로 사라질때까지 내리는 비를 흠뻑 맞았습니다.
감기가 걸릴것 같습니다...기숙사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누워있는 머리에 열이 높습니다.
문자를 알리는 소리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현우오빠입니다.
(내일 뭐하니? 약속없음 영화라도 볼래?)
답장을 할수가 없었습니다....싫으면 확실히 하라는...달라붙는다는...오빠에 말들이 생각이 나서...미안하지만 아무런 답장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출근도 힘들어질만큼 머리에 열이 올랐고...겨우 출근을 했지만 언니는 놀란듯 내 이마를 만지고 나를 조퇴를 시켰습니다.
오빠와 같은 조가 되면서 예전보다 더 자주 오빠를 보게 됐지만 이런 모습은 보여 주기 싫습니다.
창백한 입술을 하고 부스스한 얼굴을 애써 모자로 눌러쓴채 건물을 나설때쯤 일찍 아침을 먹고 들어오는 장비팀이 보입니다.
모른채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멀리서도 나를 쳐다보는 찬희 오빠가 보입니다.
얼굴 가득 걱정스런 눈빛이 뭔가를 말하려는듯 했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갑니다.
마음이 더 아파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처럼...비틀거리는 몸을 추스린채 문을 나서는데 현우오빠가 달려옵니다.
" 얼굴이 안좋다 많이 아프니?"
"아..니에요...괜찮아요..."
" 약은 먹었어?"
"네..."
"안먹었구나...조퇴?"
"네...."
"얼른 가봐..."
기숙사에 도착하자 마자 겨우 잠이 들어 일어났을땐 온몸이 땀으로 흥건이 젖어 있었다.
친구가 걱정스런 얼굴로 한손에 약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 뭔 일이냐? 병원 안가봐도 되겠어? 이거...현우 오빠가 갖다주라고 하더라"
"응...고마워..괜찮아..."
"별로 안괜찮아 보여...지금이라도 병원 갈까?"
"아니야..약먹고 자면 괜찮겠지..."
" 어제 비 맞았냐? 우산 가져갔잖아...너 요즘 진짜 이상해...하긴 너만 이상한건 아니다.
요즘 찬희 오빠 왜 그러냐? 일하면서 웃지도 않고 오늘도 찬바람이 쌩해서 말도 못 붙였다..
아까는 혼자서 뭔 생각하면서 담배 피고 있더라"
"그래?? 무슨 걱정 있나..."
"그러게...이상해...아..맞다. 너 그거 알아?"
"뭐?"
"다음조 미선이 언니...오빠 무지 좋아했잖아...근데...어제 둘이 영화봤데"
"그래?"
"응...역시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나도 좀 잘해볼껄...이놈 자식이 요즘엔 시들해졌다니까..전화도 잘 안하고..."
영화를 봤었나 봅니다...그래서 그렇게 다정하게 그 영화 이야기를 하고 갔나 봅니다.
그랬었나 봅니다... 지금 아픈건 몸이 아니고 마음인것 같습니다.
그냥 이렇게 낫지 않고 더 아프고 아파서 혹시라도 날 조금이라도 걱정해주고 조금이라도 생각해주길 바라는 바보같은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야...너 진짜 많이 아픈가 보다...울지마...야...얼른 누워...뭐 먹고 싶은거 있어?
내가 매점 갔다올께...울지마...기지배.."
멈춰지지가 않습니다...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나 그냥 더 아파서 더이상 오빠를 생각할 힘조차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에 그 다정한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서 마음에 상처가 난것 같습니다.
약을 발라도 낫을것 같지가 않습니다...나...그냥...오빠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슴이 아파서...
문자가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미유야 문자 왔어..."
친구가 핸드폰을 들고 액정을 보더니 다소 놀란표정을 짓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은듯 핸드폰을 전해줍니다.
(얌마! 너 왜 그렇게 아프고 그래?? 그 자식이 누구야?
- 찬희오빠-)
현우오빠 문자일거란 생각에 보지도 않고 삭제를 해버렸습니다.
매점에서 먹을것좀 사온다고 방을 나가는 친구를 뒤로한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주책없이...멈춰지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