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나를 사랑했나요?(6)

그림자2006.02.09
조회481

봄 새싹이 새 기운을 받아 초록색 옷을 입고 모든 축복을 받은듯한 표정을 하고 우리를 반기는것 같았습니다.

잠시나마 그동안에 정신없이 혼자 아파했던 그 시간속에서 벗어나고픈 간절한 바램이었습니다

팀을 짜서 발족구를 하고 한쪽에서는 맘이 맞는 사람끼리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오빠를 좋아하는 언니가 오빠를 바라보는게 보였습니다.

이제 친구는 오히려 오빠와 서스럼없이 장난을 치고 농담을 하고 자신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며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새삼 부럽게만 느껴졌습니다.

오빠 앞에서 나는 아무말도 아니...제대로 숨쉬기조차 곤란할때가 많으니까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 순간 나는 아무 이유없이 더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미유야...우리 산책로 한번 돌고 올까?"

 

아까부터 나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은것처럼 불안한 표정을 하는 현우오빠가 말을 건네옵니다.

내 눈은 아까부터 친구와 무슨이야기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다가 배를 잡고 또 웃고 있는 찬희오빠만 보고 있는데...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산책로를 걸어가는 내내 말이 없는 두사람입니다.

 

"미유야...너...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니?"
"......."
"있구나...주위에서 워낙 오바를 많이 하다 보니까..니가 좀 부담스럽겠다"
"괜찮아요..."
"우리 조 사람이야?"
"......"
"말을 못하네...나도 너 좋아하는데...나는 안될까?"
"오빠...."
"야...듣기 좋다...오빠 소리..."
"제가 왜 좋으세요?"
"그냥...다 좋은거 같아...언제부턴가 니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다 좋아져버렸어"
"나...별룬데..진짜...별룬데..오빠"
"나한테는 별루 아닌데...찬희 녀석이 고맙더라....안그랬음 아직도 말도 못했을텐데"

현우 오빠 입에서 찬희 오빠 이름을 듣는 순간...어둔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다 길을 잃어버린 미아같은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인지...누구인지도 모른채...그냥 나와는 상관없는 길을 의미없이 걷고 있는 생소한 느낌...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커다란 돌맹이 뿌리가 솟아나온것도 모른채 그만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손바닥에 잘잘히 패인 살집에서 붉은 피가 송글히 맺어도 아프지 않았고 돌맹이에 까진 무릎에서 피가 흘러나와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내 앞에 사람은 놀란표정으로 자신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찢어서 내 무릎에 난 피를 지혈하고 내 손바닥에 맺힌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줍니다. 

 

"괜찮아?? 피...많이 나는데...아프지...내려가자...차에 구급약 있어"
"괜찮아요...아프지 않아요"
"뭘 그렇게 생가한거야?"
"그냥...괜찮아요..."

 

다행히도 크게 접지르지 않아서 걷기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현우오빠에 부축을 받고 나타난 나를 보는 얼굴이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난 그 순간에도 무리중에 오빠를 찾았습니다.

굳어진 표정과 걱정스러움이 교차하는 표정속에 현우 오빠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차에 가서 구급약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멈칫거리더니 현우오빠에게 구급상자를 주고 다시 무리속에 파묻혀 다른 게임을 합니다.

간단한 응급조치를 하고 괜찮다는 내 말을 뒤로한채 돌아서는 현우오빠에게 미안한 생각이 자꾸만 더 커지기만 합니다.

발목을 다친 영광으로 배구 심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찬희 오빠에 큰 키가 십분 발휘되는 그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다가 눈이라도 마주칠때면 내 심장은 또 쿵쾅거립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되는건 아닌지...자꾸만 정신을 못차리는 제 심장만 탓할일이 많아집니다.

배구를 하는 내내 오빠에 공은 현우오빠에게 무서운 속도로 패스가 이어집니다.

마치 무언가를 목표로 하고 무작정 치는 야구공처럼 ....

찬우오빠가 그런 찬희 오빠에게 뭐라고 지적을 했지만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화난 얼굴이었습니다...그 예쁜 보조개를 꽁꽁 숨겨놓고 있는 얼굴에 차가움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말이 없는 차안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답답함이 풀어주려는 막내가 고마웠습니다.

계속 창밖만 바라보며 현우오빠와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야유회가 끝나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간단한 2차를 하자고 합니다.

저는 피곤해서 그만 들어가서 잠을 청하고 싶었습니다.

그 전날에도 한숨도 잠을 청하지 못해 몸 전체가 피곤함으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 저는 너무 피곤해서...죄송해요"

 

돌아서 가려는 내 팔목을 누군가가 잡았습니다.

 

" 좀 있다가..."

 

나즈막히 말하는 찬희오빠입니다...그런 나를 막내가 재촉합니다.

눈치없이 마냥 좋은 막내가 때로는 고맙습니다.

그런 나를 무거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현우오빠가 그러자고 나를 이끌고 갑니다.

안주도 나오지 않았는데 숨도 안쉬고 연달아 두잔을 마십니다.

그런 찬희 오빠를 현우오빠가 자제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찬희야 그만 마셔라...형 화날려고 그런다."
"화만 나지 말고 진짜 화좀 내봐...형...지금 나 제정신 아닐려고 하니까"
"그만해...너때문에 분위기 이상하잖아"
"재수없어...내가 생각해도 나 진짜 재수없어...나 이러면 안되는거 아는데...그래서 잘 참고 있는데...

 나 왜 이렇게 재수없냐...진짜..형....재수없다"
"이찬희 그만해라..여기까지만 해라"
"나좀 정신차리게 해봐...한미유...니가 좀 해봐라!"

 

갑자기 분위기가 얼음처럼 차가워진 느낌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리고 왜 그러는지 영문도 모른채 찬희 오빠에게 주의를 주는 현우오빠에 굳어진 표정도 또 ... 또렷히 들리는 내 이름도...나를 보는 오빠는 눈빛도...

날 혼란스럽게 할뿐입니다.

그리고 그때 주책없이 왜 코피가 흘렀는지...이 중요한 시점에 눈치없이 흐른 내 코피때문에 난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듣고 싶었는데...왜 내 이름이 나왔는지...그것도 찬희오빠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