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와 요정사냥꾼.

유상민200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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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드득’


소년이 걸음을 내딛자, 고틍을 견디지 못한 눈들이 내지르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와 닿았다.

커다란 눈에 검정색 눈동자를 가진 소년의 이름은 포포.

잠시 후,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눈들의 비명 소리가 간지럽기는 했지만, 싫지는 않은 까닭이다. 지금 포포는 하얀 눈이 천사의 축복처럼 소복이 쌓인 날에 죄 없는 눈을 괴롭히며, 혼자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마 오늘처럼 마음 편하게 눈이라도 밟을 수 있으면 정말 운이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적한 시골의 고아원에서 자란 그에게 산타할아버지의 넉넉한 미소는 낯선 이방인의 존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평범한 크리스마스조차 동경해야하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을 뿐이다.


“벌써 열 두 번째구나.”


손가락으로 몇 번째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인지 세어 보던 포포는 풀이 죽은 듯 고개를 떨구었다.

열 두번째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역시 아무런 기대없이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포포!”


그 때 갑자기 고아원의 원장인 몰리 여사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화난 표정으로 보아, 또 다시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 뻔한 그녀의 등장에 포포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재빨리 뒤로 감췄다. 그러나 몰리 여사의 눈을 피하기란 쉽지 않은 일!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물었다.


“포포, 뒤에 감춘 거 뭐지? 좋은 말로 할 때 이리 내.”


몰리 여사의 험상궂은 표정에 포포는 등 뒤에 감추었던 물건을 앞으로 내밀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민 감추었던 물건을 본 여사는 짜증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런 한심한 녀석 같으니라구! 산타클로스는 멍청한 작자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재밌게도 포포가 감추고 있던 물건은 다름 아닌 구멍 난 양말이었다. 그 역시 다른 평범한 집의 아이들처럼 크리스마스를 향한 설레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몰리 여사는 양말을 빼앗는 대신에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포포! 그런 쓸데없는 생각 할 시간에 화장실 청소나 똑바로 하는 게 좋을 거다. 또 한번 검사해서도 엉망이면, 아주 혼쭐을 내줄 테니까! 쯧쯧...모자란 녀석! 아주 멍청한 짓만 골라서 하는구나. 그동안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계속 실망만 시킬 거냐! 가서 화장실 청소나 깨끗히 해!"


한바탕 그녀의 심술바람이 지나가자, 포포는 걸레를 친구삼아 화장실로 향했다.





“후우......”


화장실 청소를 마친 포포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한겨울의 시린 공기가 그의 목을 타고 들어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그 시원함도 잠시 뿐, 또 다시 포포는 커다란 바위가 짓누르고 있는 것 마냥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심술 맞은 몰리 여사의 구박은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가슴을 짓눌러 오는 답답한 마음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이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그날 밤, 포포는 품속에 감추어 두었던 양말을 꺼내 침대 끝에 걸었다.

매년 몰리 여사의 반복되는 심술에도 항상 양말을 걸었지만 단 한번도 선물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올해 역시 예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잠시 후, 침대 끝에 양말을 건 포포는 지루한 일상과 싸우느라 지친 몸을 끌고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작은 소망을 가진 한 소년의 달콤한 밤은 깊어만 갔다.

 

그날 새벽, 포포가 잠들어 있던 방의 창문을 통해서 갑자기 작은 불빛같은 존재가 날아 들어오더니 그의 곁에 멈추어 섰다. 새하얀 피부와 빛을 발하고 있는 한 쌍의 날개는 마치 동화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요정이 분명했다. 피터팬에 나오는 작고 앙증맞은 요정인 팅커벨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잠시 포포의 모습을 바라보던 요정은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를 향해 하얀 빛살가루를 뿌리며 말했다.


“꿈이 그대를 인도하리라. 라엠브라.”


주문과도 같은 요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빛살 가루는 포포의 코를 타고 온몸으로 스며들었고, 동시에 그는 알 수 없는 묘한 꿈속으로의 여행을 떠나야 했다.




깊은 밤, 포포는 산을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동안 산을 헤매던 그가 도착한 곳은 어두컴컴한 어느 동굴의 입구,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동굴의 모습에 포포는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려운 마음이 드는 만큼, 깨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꿈.


‘두근두근’


긴장감으로 인해 포포의 심장은 터져버릴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의 끝자락에 도착한 포포는 놀란 눈을 크게 떴다.

거대한 철문! 그의 눈 앞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와 문양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 커다란 철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어서 무의식적으로 철문을 향해 다가가 손잡이 부분을 매만지는 포포!

그런데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도저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철문이 완전히 열리는 순간, 엄청난 빛의 소용돌이가 포포의 온몸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으악!’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그는 연신 비명을 질러대며, 꿈에서 깨어났고, 한 줄기 식은땀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휴우...도대체 무슨 꿈이지?”


포포는 식은땀을 닦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곧이어 그는 양말 안에 담겨져 있는 파란색 편지 봉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포포가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봉투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내 펼쳤다. 봉투에 들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한 장의 초청장, 그것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법도시 몬스티아 초청장'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원하십니까? 여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몬스티아로 오시기 바랍니다.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초청장 뒷면에 표시된 곳으로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하루하루가 지루한 분들!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신 분들은 환상과 모험이 가득한 마법도시

'몬스티아' 로 오세요.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립니다. 』


몬스티아 시장 램버트 루블데이


-ψυχ αγιτητα προφητεα μυστηριδη μαγι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