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나를 사랑했나요?(9)

그림자2006.02.10
조회484

난 한사람만 좋아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한사람밖에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그 사람이 나를 밀어내고 밀어낸다 해도 내 마음은 이미 어쩔수 없는 상태가 되버렸습니다.

다른 파트에서도 일하는 동안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서로 말이 많지만 그런건 아무것도 문제없다고 이겨낼수 있다고 혼자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오빠에 보조개가 어두운 그늘 속에서 떨고 있는것 같아요...장비팀 형들이 차례대로 오빠를 불러 이야기를 합니다. 전혀 내색치 않고 묵묵히 다시 일을 하지만 어쩌다 마주치는 그 순간에 나를 보는 눈빛이 애써 웃음을 보이려고 해서 더 아픔이 아려옵니다.

제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냥 말하지 말걸...내가 좋아해서 힘들어한다는 사람이 오빠가 아니라고 ...다른 사람이었다고 그냥 거짓말이라도 할걸...그랬다면 그냥 오빠역시 날 좋아하는 맘이 있다해도 금방 접을텐데...어쩌면 묵묵히 현우오빠와 내가 그렇고 그렇게 연결되더라도 그냥 접었을수도 있었을텐데...

 

"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 일이 살면서 한번이 있다면 그건 자신의 심장한테 감사할 일이다고 봐...

  그 사람을 알아보게 해줬으니까..."

 

언젠가 친구들과 오빠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때 오빠가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그 사람을 알아볼 수만 있다면 놓치지 않는다는...그말을 기억합니다.

그냥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우리가 서로 좋아하고 있으니 그냥 그대로 봐주세요라고 한명한명을 붙잡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내 옆을 지나가는데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예전과 반복한듯 멀뚱히 뒷모습만 바라봅니다.

그렇게 정신을 문득문득 놓았다 차릴땐 나도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런 사고가 없었던게 이상하다 싶을만큼 잘 넘었간다 싶었는데...입사한 이래 큰 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사고 한번 없던 저로서는 거의 마무리로 오는 공정에서 터진 사고로 전 폐기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믿기지도 않을뿐더러 어이없는듯 나를 보는 언니와 직장님은 사고 수습에 앞서 그동안 참고 있는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뭐라 말하기도 전에 두 눈손에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한쪽에서 소란스럽게 분주해지자 장비팀 오빠들이 하나둘 얼굴을 비쳤고 난 그 뒤에서 아무말도 못한채 울고 있었습니다.

엔지니어와 장비팀에서 어느 정도 수습을 하고 언니는 무섭게 나를 노려보고 얼굴을 씻고 오라고 했습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은 겁에 질린듯 하얗게 변해있었고 겨우 마음을 진정한채 화장실 문을 나서는데...앞에 놓여진 자판기에 기대어 있는 오빠가 보입니다.

 

" 얌마! 누구다 다 하는 실수야...울지마..바보같아"

"오....빠"
" 그러게 잘 좀 하지 그랬어...너 완전 깨지겠다"
"........."
"야...지금쯤 위에서 난리났겠다...그거 완전 중요한거라고 하던데....어떡하냐..한미유...

 한번도 실수 안하더니...니 정신 빼어간 나쁜놈이 누군지..그냥...확 혼내줘야겠다..그치?

 자...눈물 닦구...주먹 쥐고...가서 뭐라고 해도...울지 말구...견뎌봐..."

"네.."
" 이 큰 회사에서 설마 자르기야 하겠어?? 차라리...그러면...나야 좋겠지만.."
"네?"
" 아냐...너 울고 있을까봐...나와봤어...나 완전 재수없지...근데...다 본다...니가 안볼때....내가 너 봐...

 그러니까 내가 너 보고 있으니까...앞으로 실수하지마...내가...더...마음 아프니까."
"오..빠..."
"들어가...형들 보면 나 또 잡아먹을려고 할꺼야..."

 

말하지도 내색하지도 않지만 그동안 꽤나 시달리고 있는것 같은데...힘들었을텐데 오늘은 저를 보고 그 예쁜 보조개를 보여줍니다.

 

" 오늘 전화할께"

 

오늘 전화를 한다고 합니다...먼저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큰 사고를 치고도 죄인처럼 질책을 받고도 눈물이 나지 않고 하마터면 그 앞에서 웃음을 보일뻔 했습니다.

 

모두가 퇴근하고 혼자 사유서를 쓰고 걸어나오는 데스크 옆 방문객 휴게실에 오빠가 앉아 있습니다.

모두가 퇴근하고도 한시간 지난 시간인데...누구를 기다리나 봅니다.

이름을 부를까 망설이고 있는데 먼저 내 이름을 불러줍니다.

 

" 너무 늦다...애를 얼마나 잡은거야?"
"괜찮아요..."
" 가자...배고프다..."

"언니들 보면 어떡하려구요"
"야...이미 소문 다 났어...형들한테도 이미 들을만큼 들었구...오늘만큼은 신경끄자...오늘 오빠가 책임질께"
"네?"
"기분전환...오늘 큰일 했으니까...풀어줘야지"

너무 좋아도 할말이 없나 봅니다.

너무 좋아도 눈물이 나나 봅니다.

오빠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주책없이 눈물만 나왔습니다.

 

"큰일이다...이렇게 울어대면 안아주고 싶은데...그럴수도 없고...이따가 아무도 없을때 안아줘야겠다"

 

사업부를 나오는 발걸움이 하나도 무겁지 않습니다..오랫만에 느껴보는 행복함에 겨워 있을때...몇 걸음앞에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보는 현우 오빠가 있습니다.

한참을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다...애써 나에게 웃음을 보여줍니다.

 

"오늘 힘들었겠다...놀랬어....찬희야! 미유 맛있는것 좀 많이 사줘라...난 일이 있어서 그만 가마"
"형....!"
"얌마! 제법 어울린다!"
"형...."

 

마음을 들킬세라 급하게 걸음을 옮기는 현우 오빠를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내가 너무 나빠서...내가 너무 나빠서...어느날 뒤돌아보니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난...그냥...오빠를 좋아하는것 뿐인데...

좋아해서 미안해졌습니다.

그런 내 마음을 훤히 읽고 있다는듯 내 손에 깍지를 끼고...웃으면서 걸음을 재촉하는 오빠입니다.

 

" 오늘은 미안해하기 싫다. 진짜...미안해하기 싫다."

 

나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보이는 오빠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