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예전 23화 (겨울MT)편을 읽고 난데없는 신캐릭터에 당황하셨던 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제가 파일명을 잘못 저장한 탓에 25화를 23화로 착각하고 말았습니다. 모쪼록 수정된 23화 즐겁게 보시고 다음 스토리를 기대해주세요. ============================== 술을 얼마나 마신게야 =========================== 1월 1일. 신년. 떡국 먹고 레벨 업 하는 날. 어머니 - 기억이도 이제 스물 하나구나. 아버지 - 장가갈 나이가 다 됐군. 어머니 - 이이는.... 언젯적 이야기를.... 가족끼리 둘러앉은 식탁에선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여담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아버지가 스물셋, 어머니가 스무 살 되던 해에 집안 소개로 처음 만나 세 번째 데이트에서 아버지의 청혼으로 결혼하셨다고 한다. 아버지 - 경과보고. 기억 - 예,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 - 애는 아직 이고? 어머니 - 아니, 벌써 무슨 손자타령이에요?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아버지 - 우린 뭐 결혼하고 애 가졌나? 어머니 - 어머나, 이이가 정말.... 왠지 결혼기념일에서 내 생일까지가 10개월이 안 된다 싶었다... 아버지가 보시기에 난 무척이나 답답한 놈일지도. 아무튼 오늘은 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다. 민아가 깜짝 놀랄 일이 있다며 나를 집으로 불렀으니까. 혹시 장인어른이나 장모님이라도 계신 걸까? (누구 마음대로?) 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깔끔한 정장차림에 머리도 단정하게 넘겨 간만에 정돈된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 행인1 - 야.... 야쿠자다. 행인2 - 진짜 살벌하게 생겼다.... ........ 역시 자연스러운 모습이 제일이다. 나는 나답게 하고 다녀야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전철시간 덕분에 난 머리 손질을 다시 하고도 약속시간보다 약간 일찍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딩-동-’ 기억 - ....... 잠시 문 앞에 서서 헛기침을 하며 기다렸지만 어쩐지 응답이 없는 인터폰. 아직 집에 안 들어 왔나? 다시 한 번 초인종을 눌러보려 손을 뻗는 순간 특유의 전자음이 들리며 대문이 열렸다. ‘쀄-엑-’ 기억 - ...... 평소와 달리 ‘금방 열어줄게.’ 라거나 ‘왔어?’ 같은 인사 없이 바로 문을 열어주는 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서둘러 열어주느라 그랬으려니 생각하며 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딸그랑....’ 맑은 방울소리가 울리는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선 난 기억 - ......어? 곧 낯선 얼굴의 한 여인네와 만나게 된다. 스무 살 전후 정도 되 보이는 앳된 얼굴에 양쪽으로 높게 묶은 긴 갈색 머리. 얇은 민소매 셔츠에 짧은 반바지 차림을 한 그녀는 현관 위에서 당당하게 팔짱을 낀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억 - ......어.....아..... 170은 족히 될 듯한 키에 다이내믹한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민망한 옷차림. 난 한참 눈 둘 곳을 찾지 못하고 버벅 거리다 옆으로 고개를 피했다. 기억 - ..........아, 안녕하세요. 뭐라도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난 인사를 건네며 힐끔 그녀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는 여전히 똑같은 자세, 똑같은 표정으로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견디기 힘든 부담스러움과 민망함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난 조심스레 물었다. 기억 - .....저기...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 -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기억 - 저는.... 기억이라고 합니다만... ?? - 그런데요? 민아야 어디 간 거야... 점점 하얗게 지워져가는 머릿속에선 민아를 향한 애타는 마음만 커져갔다. 기억 - 에.... 오늘 유민아양의 초대로.... 왔습니다. ?? -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요. 기억 - 전화해서 확인해보시면... 아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누군지도 모르면서 문은 왜 열어준 거야? 그건 그렇고 대체 누구지? 슬슬 무안함이 분노로 승화하는 기분을 느끼며 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민아에게 전화를 걸려했다. ?? - 그거 핸드폰이에요? 기억 - 아...네, 그렇습니다만. 내 핸드폰을 보며 불쑥 묻는 그녀. 예전 보다야 상태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내 핸드폰은 여전히 배터리와 폴더 두 쪽으로 삼단 분리된 상태에서 몇 가닥의 전선으로 이어져있다. ?? - 풋. 그래, 웃을 거면 웃어라. 나중에 꼭 본래 형태 이상으로 고쳐 놓으리라 다짐하며 난 꿋꿋하게 0번을 길게 눌렀다. 빨리 걸려라 빨리.... 지금 고물이라고 티내는 거냐?! 유독 연결이 안 되는 전화를 욕하며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녀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목을 잡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 - 됐어요, 들어와서 기다려요. 기억 - 에에? 미처 못 벗은 신발을 힘들게 뒤떨궈 놓고 그녀를 따라 들어간 거실. 소파에 날 앉혀놓은 그녀는 곧 음료수 한 잔을 가져다 탁자 위에 올려놔 주었다. 기억 - ..!? 나시를 입고 그렇게 허리를 숙이면... 힐끔 셔츠 속이 들여다보이는 순간 난 황급히 고개를 피했다. 무슨 색이었지? 아..아니, 제기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점점 아노미 상태로 빠져드는 자신을 느끼며 정신을 다잡으려 애쓰고 있는 사이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 맞은편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눈을 피하고 있어도 그 존재감이 역력히 느껴지는 막강한 바스트와 미끈하게 뻗은 다리. 지금 뭐하자는 걸까.... 혹시 나를 놀리는 걸까? 난 여전히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음료수로 바짝 마른 입술을 축이며 저릿저릿한 발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뻘쭘하다.... 무슨 말이건 해야겠다. 기억 - ....저.... 그런데 다시금 실례하지만... 그러니까.... 민아랑 어떤 사이십니까? ?? - 이야기들은 적 없어요? 기억 - 아.... 예. 아마도. ?? - 난 그쪽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요? 기억 - 아깐... 들은 적 없다고.... ?? - 그건 오늘 온다는 말을 들은 적 없다는 거고요. 기억 - 아... 네. ......... 그러니까 누구냐고~!!!! 자꾸 요점을 벗어나는 대화에 난 주먹을 부르쥐며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기억 - 저.... 다시 한 번만 여쭤보자면.... ?? - 원래 말할 때 사람 얼굴 안 보고 말해요? 기억 - 네? ?? - 다른 사람이랑 말할 때도 옆에 보고 말하냐고요. 기억 - 아...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만. 그런 말하기 전에 옷부터 제대로 입고 나와!!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기세에 눌려버린 난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마주봤다. ?? - ..... 흡사 고양이와 호랑이의 중간 형태를 띤 것 같은 눈. 짙은 쌍꺼풀이 동그랗게 아치를 이룬 도도한 눈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삐질삐질 고개가 숙여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여왕님 스타일인가.... ?? - 음... 본다고 닳는 건 아니지만.... 너무 빤히 보는 거 아니에요? 기억 - 예? 그녀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순간 난 내 시선이 어느새 그녀의 가슴을 향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뭐지? 본능인가? 기억 - 아.... 죄, 죄송합니다. 민아야.... 제발 좀 빨리 와줘..... 그렇게 다시금 마음속으로 간절한 SOS를 외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앉아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내 정면으로 걸어와 팔걸이에 털썩 걸터앉았다. 기억 - ...... 난 다시 고개를 반대 쪽으로 피했지만 집요하게 시선을 쫓아오는 그녀. 뭐하자는 거야.... 이런 제기랄....! 기억 - 아니...저.... 대체 왜.... ?? - 자꾸 고개를 피하니까 그렇죠. 기억 - 하실 말씀 있으시면.... 그냥 하셔도... ?? - 난 사람 뒤통수 보고 떠드는 취미는 없거든요? 기억 - 에...그러면... 그냥 얼굴이라고 생각하시고.... ?? - 풋.... 그래... 비웃을 거면 비웃어라... 나 좀 그냥 내버려 둬..... 부스럭부스럭.... 뒤돌아 앉아있는 내 뒤에서 그녀가 꿈지럭거리며 뭔가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난 꿋꿋하게 자세를 고수하며 민아의 귀환을 기다렸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됐다. 이제 곧 올 거다.... ?? - 자요. 잠시 후 그녀가 내 어깨 너머로 불쑥 무언가를 내밀었다. 맨질맨질하고 둥그스름하며 전체적으로 오목하게 파여 있으면서 복잡하게 끈이 연결되어 있는 뜨듯 미지근한 이건... 기억 - ..... 뭡니까? 이게? ?? - 킥...... 펴봐요. 기억 - ....... 으아아아아아악!!!!! 속옷... 여성용 속옷이었다. 반으로 접어서 나란히 포개놓는 바람에 몰랐지만 펴보니 순식간에 그 정체가 드러났다.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져버린 난 소파 반대쪽으로 달아나 뒤로 손을 털어댔지만 손가락에 얽혀버린 끈으로 인해 쉽게 빠지지도 않았다. 기억 - 으앗, 뜨앗, 으어어어... ?? - 꺄하하하...키득키득키득... 아아하하하하...... 이런 내 반응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배꼽을 잡는 그녀. 설마 입고 있던 건가? 이런 제기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 - 가만있어 봐요. 망가져요. 아하하하하.... 기억 - ...... 한참 후에야 그녀는 내 손에 얽힌 브래지어를 빼내갔다. 대체 누구야... 누군데 나한테.... 하아..... ‘삥~~~뽕~~~ 삥~~~뽕~~~’ ?? - 아, 왔나보네. 마침 들려온 초인종 소리에 그녀는 주섬주섬 속옷을 정리해 뒷주머니에 걸쳐놓고 문을 열어주러 갔다. 곧 반가운 모습을 드러낸 민아. 민아 - 어? 먼저 와 있었네? 기억 - 응.... 어쩌다보니... 민아 - 아... 그럼 둘이 이미 인사한 거야? 기억 - 아...아니, 아직... 민아 - 흠... 인사해, 내 동생 한나. 아빠랑 같이 미국에서 지내다가.. 예전에도 몇 번 오긴 왔었는데 한 번도 못 만났었지? ?? - 반가워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손을 내미는 그녀. 뭔가..... 심하게 잘못 걸렸다는 직감이 내 뇌리를 쌔리 흔들었다.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23화> 강적등장
먼저 예전 23화 (겨울MT)편을 읽고
난데없는 신캐릭터에 당황하셨던 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제가 파일명을 잘못 저장한 탓에
25화를 23화로 착각하고 말았습니다.
모쪼록 수정된 23화 즐겁게 보시고
다음 스토리를 기대해주세요.
============================== 술을 얼마나 마신게야 ===========================
1월 1일. 신년.
떡국 먹고 레벨 업 하는 날.
어머니 - 기억이도 이제 스물 하나구나.
아버지 - 장가갈 나이가 다 됐군.
어머니 - 이이는.... 언젯적 이야기를....
가족끼리 둘러앉은 식탁에선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여담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아버지가 스물셋, 어머니가 스무 살 되던 해에
집안 소개로 처음 만나
세 번째 데이트에서
아버지의 청혼으로 결혼하셨다고 한다.
아버지 - 경과보고.
기억 - 예,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 - 애는 아직 이고?
어머니
- 아니, 벌써 무슨 손자타령이에요?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아버지 - 우린 뭐 결혼하고 애 가졌나?
어머니 - 어머나, 이이가 정말....
왠지 결혼기념일에서 내 생일까지가
10개월이 안 된다 싶었다...
아버지가 보시기에 난 무척이나 답답한 놈일지도.
아무튼 오늘은 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다.
민아가 깜짝 놀랄 일이 있다며
나를 집으로 불렀으니까.
혹시 장인어른이나 장모님이라도 계신 걸까?
(누구 마음대로?)
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깔끔한 정장차림에 머리도 단정하게 넘겨
간만에 정돈된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
행인1 - 야.... 야쿠자다.
행인2 - 진짜 살벌하게 생겼다....
........
역시 자연스러운 모습이 제일이다.
나는 나답게 하고 다녀야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전철시간 덕분에
난 머리 손질을 다시 하고도
약속시간보다 약간 일찍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딩-동-’
기억 - .......
잠시 문 앞에 서서 헛기침을 하며 기다렸지만
어쩐지 응답이 없는 인터폰.
아직 집에 안 들어 왔나?
다시 한 번 초인종을 눌러보려 손을 뻗는 순간
특유의 전자음이 들리며 대문이 열렸다.
‘쀄-엑-’
기억 - ......
평소와 달리
‘금방 열어줄게.’ 라거나 ‘왔어?’ 같은 인사 없이
바로 문을 열어주는 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서둘러 열어주느라 그랬으려니 생각하며
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딸그랑....’
맑은 방울소리가 울리는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선 난
기억 - ......어?
곧 낯선 얼굴의 한 여인네와 만나게 된다.
스무 살 전후 정도 되 보이는 앳된 얼굴에
양쪽으로 높게 묶은 긴 갈색 머리.
얇은 민소매 셔츠에 짧은 반바지 차림을 한 그녀는
현관 위에서 당당하게 팔짱을 낀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억 - ......어.....아.....
170은 족히 될 듯한 키에
다이내믹한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민망한 옷차림.
난 한참 눈 둘 곳을 찾지 못하고 버벅 거리다
옆으로 고개를 피했다.
기억 - ..........아, 안녕하세요.
뭐라도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난 인사를 건네며 힐끔 그녀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는 여전히 똑같은 자세, 똑같은 표정으로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견디기 힘든 부담스러움과 민망함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난 조심스레 물었다.
기억 - .....저기...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 -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기억 - 저는.... 기억이라고 합니다만...
?? - 그런데요?
민아야 어디 간 거야...
점점 하얗게 지워져가는 머릿속에선
민아를 향한 애타는 마음만 커져갔다.
기억 - 에.... 오늘 유민아양의 초대로.... 왔습니다.
?? -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요.
기억 - 전화해서 확인해보시면... 아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누군지도 모르면서 문은 왜 열어준 거야?
그건 그렇고 대체 누구지?
슬슬 무안함이 분노로 승화하는 기분을 느끼며
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민아에게 전화를 걸려했다.
?? - 그거 핸드폰이에요?
기억 - 아...네, 그렇습니다만.
내 핸드폰을 보며 불쑥 묻는 그녀.
예전 보다야 상태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내 핸드폰은 여전히 배터리와 폴더 두 쪽으로 삼단 분리된 상태에서
몇 가닥의 전선으로 이어져있다.
?? - 풋.
그래, 웃을 거면 웃어라.
나중에 꼭 본래 형태 이상으로 고쳐 놓으리라 다짐하며
난 꿋꿋하게 0번을 길게 눌렀다.
빨리 걸려라 빨리.... 지금 고물이라고 티내는 거냐?!
유독 연결이 안 되는 전화를 욕하며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녀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목을 잡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 - 됐어요, 들어와서 기다려요.
기억 - 에에?
미처 못 벗은 신발을 힘들게 뒤떨궈 놓고
그녀를 따라 들어간 거실.
소파에 날 앉혀놓은 그녀는
곧 음료수 한 잔을 가져다 탁자 위에 올려놔 주었다.
기억 - ..!?
나시를 입고 그렇게 허리를 숙이면...
힐끔 셔츠 속이 들여다보이는 순간
난 황급히 고개를 피했다.
무슨 색이었지?
아..아니, 제기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점점 아노미 상태로 빠져드는 자신을 느끼며
정신을 다잡으려 애쓰고 있는 사이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 맞은편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눈을 피하고 있어도 그 존재감이 역력히 느껴지는
막강한 바스트와 미끈하게 뻗은 다리.
지금 뭐하자는 걸까....
혹시 나를 놀리는 걸까?
난 여전히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음료수로 바짝 마른 입술을 축이며
저릿저릿한 발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뻘쭘하다.... 무슨 말이건 해야겠다.
기억
- ....저.... 그런데 다시금 실례하지만...
그러니까.... 민아랑 어떤 사이십니까?
?? - 이야기들은 적 없어요?
기억 - 아.... 예. 아마도.
?? - 난 그쪽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요?
기억 - 아깐... 들은 적 없다고....
?? - 그건 오늘 온다는 말을 들은 적 없다는 거고요.
기억 - 아... 네.
......... 그러니까 누구냐고~!!!!
자꾸 요점을 벗어나는 대화에
난 주먹을 부르쥐며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기억 - 저.... 다시 한 번만 여쭤보자면....
?? - 원래 말할 때 사람 얼굴 안 보고 말해요?
기억 - 네?
?? - 다른 사람이랑 말할 때도 옆에 보고 말하냐고요.
기억 - 아...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만.
그런 말하기 전에 옷부터 제대로 입고 나와!!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기세에 눌려버린 난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마주봤다.
?? - .....
흡사 고양이와 호랑이의 중간 형태를 띤 것 같은 눈.
짙은 쌍꺼풀이 동그랗게 아치를 이룬
도도한 눈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삐질삐질 고개가 숙여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여왕님 스타일인가....
??
- 음... 본다고 닳는 건 아니지만....
너무 빤히 보는 거 아니에요?
기억 - 예?
그녀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순간
난 내 시선이 어느새
그녀의 가슴을 향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뭐지? 본능인가?
기억 - 아.... 죄, 죄송합니다.
민아야.... 제발 좀 빨리 와줘.....
그렇게 다시금 마음속으로 간절한 SOS를 외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앉아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내 정면으로 걸어와
팔걸이에 털썩 걸터앉았다.
기억 - ......
난 다시 고개를 반대 쪽으로 피했지만
집요하게 시선을 쫓아오는 그녀.
뭐하자는 거야.... 이런 제기랄....!
기억 - 아니...저.... 대체 왜....
?? - 자꾸 고개를 피하니까 그렇죠.
기억 - 하실 말씀 있으시면.... 그냥 하셔도...
?? - 난 사람 뒤통수 보고 떠드는 취미는 없거든요?
기억 - 에...그러면... 그냥 얼굴이라고 생각하시고....
?? - 풋....
그래... 비웃을 거면 비웃어라...
나 좀 그냥 내버려 둬.....
부스럭부스럭....
뒤돌아 앉아있는 내 뒤에서
그녀가 꿈지럭거리며 뭔가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난 꿋꿋하게 자세를 고수하며 민아의 귀환을 기다렸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됐다.
이제 곧 올 거다....
?? - 자요.
잠시 후 그녀가 내 어깨 너머로
불쑥 무언가를 내밀었다.
맨질맨질하고 둥그스름하며
전체적으로 오목하게 파여 있으면서
복잡하게 끈이 연결되어 있는 뜨듯 미지근한 이건...
기억 - ..... 뭡니까? 이게?
?? - 킥...... 펴봐요.
기억 - ....... 으아아아아아악!!!!!
속옷... 여성용 속옷이었다.
반으로 접어서 나란히 포개놓는 바람에 몰랐지만
펴보니 순식간에 그 정체가 드러났다.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져버린 난
소파 반대쪽으로 달아나 뒤로 손을 털어댔지만
손가락에 얽혀버린 끈으로 인해 쉽게 빠지지도 않았다.
기억 - 으앗, 뜨앗, 으어어어...
?? - 꺄하하하...키득키득키득... 아아하하하하......
이런 내 반응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배꼽을 잡는 그녀.
설마 입고 있던 건가?
이런 제기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 - 가만있어 봐요. 망가져요. 아하하하하....
기억 - ......
한참 후에야 그녀는 내 손에 얽힌 브래지어를 빼내갔다.
대체 누구야... 누군데 나한테.... 하아.....
‘삥~~~뽕~~~ 삥~~~뽕~~~’
?? - 아, 왔나보네.
마침 들려온 초인종 소리에
그녀는 주섬주섬 속옷을 정리해 뒷주머니에 걸쳐놓고
문을 열어주러 갔다.
곧 반가운 모습을 드러낸 민아.
민아 - 어? 먼저 와 있었네?
기억 - 응.... 어쩌다보니...
민아 - 아... 그럼 둘이 이미 인사한 거야?
기억 - 아...아니, 아직...
민아
- 흠... 인사해, 내 동생 한나.
아빠랑 같이 미국에서 지내다가..
예전에도 몇 번 오긴 왔었는데 한 번도 못 만났었지?
?? - 반가워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손을 내미는 그녀.
뭔가..... 심하게 잘못 걸렸다는 직감이
내 뇌리를 쌔리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