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23화> 강적등장

바다의기억2006.02.13
조회10,259

먼저 예전 23화 (겨울MT)편을 읽고

 

난데없는 신캐릭터에 당황하셨던 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제가 파일명을 잘못 저장한 탓에

 

25화를 23화로 착각하고 말았습니다.

 

모쪼록 수정된 23화 즐겁게 보시고

 

다음 스토리를 기대해주세요.

 

============================== 술을 얼마나 마신게야 ===========================

 

 

1월 1일. 신년.


떡국 먹고 레벨 업 하는 날.



어머니 - 기억이도 이제 스물 하나구나.


아버지 - 장가갈 나이가 다 됐군.


어머니 - 이이는.... 언젯적 이야기를....



가족끼리 둘러앉은 식탁에선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여담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아버지가 스물셋, 어머니가 스무 살 되던 해에


집안 소개로 처음 만나


세 번째 데이트에서


아버지의 청혼으로 결혼하셨다고 한다.



아버지 - 경과보고.


기억 - 예,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 - 애는 아직 이고?


어머니 

- 아니, 벌써 무슨 손자타령이에요?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아버지 - 우린 뭐 결혼하고 애 가졌나?


어머니 - 어머나, 이이가 정말....



왠지 결혼기념일에서 내 생일까지가


10개월이 안 된다 싶었다...



아버지가 보시기에 난 무척이나 답답한 놈일지도.



아무튼 오늘은 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다.


민아가 깜짝 놀랄 일이 있다며


나를 집으로 불렀으니까.


혹시 장인어른이나 장모님이라도 계신 걸까?

(누구 마음대로?)



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깔끔한 정장차림에 머리도 단정하게 넘겨


간만에 정돈된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



행인1 - 야.... 야쿠자다.


행인2 - 진짜 살벌하게 생겼다....



........


역시 자연스러운 모습이 제일이다.


나는 나답게 하고 다녀야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전철시간 덕분에


난 머리 손질을 다시 하고도


약속시간보다 약간 일찍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딩-동-’


기억 - .......



잠시 문 앞에 서서 헛기침을 하며 기다렸지만


어쩐지 응답이 없는 인터폰.



아직 집에 안 들어 왔나?


다시 한 번 초인종을 눌러보려 손을 뻗는 순간


특유의 전자음이 들리며 대문이 열렸다.



‘쀄-엑-’


기억 - ......



평소와 달리


‘금방 열어줄게.’ 라거나 ‘왔어?’ 같은 인사 없이


바로 문을 열어주는 게 좀 이상하긴 했지만


서둘러 열어주느라 그랬으려니 생각하며


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딸그랑....’


맑은 방울소리가 울리는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선 난



기억 - ......어?



곧 낯선 얼굴의 한 여인네와 만나게 된다.



스무 살 전후 정도 되 보이는 앳된 얼굴에


양쪽으로 높게 묶은 긴 갈색 머리.


얇은 민소매 셔츠에 짧은 반바지 차림을 한 그녀는


현관 위에서 당당하게 팔짱을 낀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억 - ......어.....아.....



170은 족히 될 듯한 키에


다이내믹한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민망한 옷차림.


난 한참 눈 둘 곳을 찾지 못하고 버벅 거리다


옆으로 고개를 피했다.



기억 - ..........아, 안녕하세요.



뭐라도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난 인사를 건네며 힐끔 그녀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는 여전히 똑같은 자세, 똑같은 표정으로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견디기 힘든 부담스러움과 민망함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난 조심스레 물었다.



기억 - .....저기...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 -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기억 - 저는.... 기억이라고 합니다만...


?? - 그런데요?



민아야 어디 간 거야...



점점 하얗게 지워져가는 머릿속에선


민아를 향한 애타는 마음만 커져갔다.



기억 - 에.... 오늘 유민아양의 초대로.... 왔습니다.


?? -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요.


기억 - 전화해서 확인해보시면... 아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누군지도 모르면서 문은 왜 열어준 거야?


그건 그렇고 대체 누구지?



슬슬 무안함이 분노로 승화하는 기분을 느끼며


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민아에게 전화를 걸려했다.



?? - 그거 핸드폰이에요?


기억 - 아...네, 그렇습니다만.



내 핸드폰을 보며 불쑥 묻는 그녀.


예전 보다야 상태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내 핸드폰은 여전히 배터리와 폴더 두 쪽으로 삼단 분리된 상태에서


몇 가닥의 전선으로 이어져있다.



?? - 풋.



그래, 웃을 거면 웃어라.



나중에 꼭 본래 형태 이상으로 고쳐 놓으리라 다짐하며


난 꿋꿋하게 0번을 길게 눌렀다.



빨리 걸려라 빨리.... 지금 고물이라고 티내는 거냐?!



유독 연결이 안 되는 전화를 욕하며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녀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목을 잡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 - 됐어요, 들어와서 기다려요.


기억 - 에에?



미처 못 벗은 신발을 힘들게 뒤떨궈 놓고


그녀를 따라 들어간 거실.


소파에 날 앉혀놓은 그녀는


곧 음료수 한 잔을 가져다 탁자 위에 올려놔 주었다.



기억 - ..!?



나시를 입고 그렇게 허리를 숙이면...



힐끔 셔츠 속이 들여다보이는 순간


난 황급히 고개를 피했다.



무슨 색이었지?


아..아니, 제기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점점 아노미 상태로 빠져드는 자신을 느끼며


정신을 다잡으려 애쓰고 있는 사이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 맞은편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눈을 피하고 있어도 그 존재감이 역력히 느껴지는


막강한 바스트와 미끈하게 뻗은 다리.



지금 뭐하자는 걸까....


혹시 나를 놀리는 걸까?



난 여전히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음료수로 바짝 마른 입술을 축이며


저릿저릿한 발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뻘쭘하다.... 무슨 말이건 해야겠다.



기억 

- ....저.... 그런데 다시금 실례하지만...


그러니까.... 민아랑 어떤 사이십니까?



?? - 이야기들은 적 없어요?


기억 - 아.... 예. 아마도.


?? - 난 그쪽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요?


기억 - 아깐... 들은 적 없다고....


?? - 그건 오늘 온다는 말을 들은 적 없다는 거고요.


기억 - 아... 네.



......... 그러니까 누구냐고~!!!!



자꾸 요점을 벗어나는 대화에


난 주먹을 부르쥐며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기억 - 저.... 다시 한 번만 여쭤보자면....


?? - 원래 말할 때 사람 얼굴 안 보고 말해요?


기억 - 네?


?? - 다른 사람이랑 말할 때도 옆에 보고 말하냐고요.


기억 - 아...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만.



그런 말하기 전에 옷부터 제대로 입고 나와!!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기세에 눌려버린 난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마주봤다.



?? - .....



흡사 고양이와 호랑이의 중간 형태를 띤 것 같은 눈.


짙은 쌍꺼풀이 동그랗게 아치를 이룬


도도한 눈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삐질삐질 고개가 숙여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여왕님 스타일인가....



?? 

- 음... 본다고 닳는 건 아니지만....


너무 빤히 보는 거 아니에요?



기억 - 예?



그녀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순간


난 내 시선이 어느새


그녀의 가슴을 향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뭐지? 본능인가?



기억 - 아.... 죄, 죄송합니다.



민아야.... 제발 좀 빨리 와줘.....



그렇게 다시금 마음속으로 간절한 SOS를 외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앉아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내 정면으로 걸어와


팔걸이에 털썩 걸터앉았다.



기억 - ......



난 다시 고개를 반대 쪽으로 피했지만


집요하게 시선을 쫓아오는 그녀.



뭐하자는 거야.... 이런 제기랄....!



기억 - 아니...저.... 대체 왜....


?? - 자꾸 고개를 피하니까 그렇죠.


기억 - 하실 말씀 있으시면.... 그냥 하셔도...


?? - 난 사람 뒤통수 보고 떠드는 취미는 없거든요?


기억 - 에...그러면... 그냥 얼굴이라고 생각하시고....


?? - 풋....



그래... 비웃을 거면 비웃어라...


나 좀 그냥 내버려 둬.....



부스럭부스럭....



뒤돌아 앉아있는 내 뒤에서


그녀가 꿈지럭거리며 뭔가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난 꿋꿋하게 자세를 고수하며 민아의 귀환을 기다렸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됐다.


이제 곧 올 거다....



?? - 자요.



잠시 후 그녀가 내 어깨 너머로


불쑥 무언가를 내밀었다.


맨질맨질하고 둥그스름하며


전체적으로 오목하게 파여 있으면서


복잡하게 끈이 연결되어 있는 뜨듯 미지근한 이건...



기억 - ..... 뭡니까? 이게?


?? - 킥...... 펴봐요.


기억 - ....... 으아아아아아악!!!!!



속옷... 여성용 속옷이었다.


반으로 접어서 나란히 포개놓는 바람에 몰랐지만


펴보니 순식간에 그 정체가 드러났다.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져버린 난


소파 반대쪽으로 달아나 뒤로 손을 털어댔지만


손가락에 얽혀버린 끈으로 인해 쉽게 빠지지도 않았다.



기억 - 으앗, 뜨앗, 으어어어...


?? - 꺄하하하...키득키득키득... 아아하하하하......



이런 내 반응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배꼽을 잡는 그녀.


설마 입고 있던 건가?


이런 제기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 - 가만있어 봐요. 망가져요. 아하하하하....


기억 - ......



한참 후에야 그녀는 내 손에 얽힌 브래지어를 빼내갔다.



대체 누구야... 누군데 나한테.... 하아.....



‘삥~~~뽕~~~ 삥~~~뽕~~~’


?? - 아, 왔나보네.



마침 들려온 초인종 소리에


그녀는 주섬주섬 속옷을 정리해 뒷주머니에 걸쳐놓고


문을 열어주러 갔다.



곧 반가운 모습을 드러낸 민아.



민아 - 어? 먼저 와 있었네?


기억 - 응.... 어쩌다보니...


민아 - 아... 그럼 둘이 이미 인사한 거야?


기억 - 아...아니, 아직...


민아 

- 흠... 인사해, 내 동생 한나.


아빠랑 같이 미국에서 지내다가..


예전에도 몇 번 오긴 왔었는데 한 번도 못 만났었지?



?? - 반가워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손을 내미는 그녀.


뭔가..... 심하게 잘못 걸렸다는 직감이


내 뇌리를 쌔리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