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교과서, 그놈 목소리

0020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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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배우, 설경구 씨가 나오는 영화라 신뢰가 가길래

영화 그놈 목소리를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았었다.

영화는 리포트 형식으로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자세하고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된지 얼마 뒤인 지난 3월 11일.

인천 송도신도시 모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박 모 군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었다.

 

범인이 검거되자 피해자의 아버지는 인터뷰를 통해

'범인이 협박전화를 했을 때 그놈 목소리에 등장한 범인의 말투와 똑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내 아들은 영화 그놈 목소리가 만들어낸 제2의 피해자'라며 오열했다.

실제로 검거된 범인은 이형호 군을 유괴살해한 범인의

육성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침착하고 차분한 말투를 사용했고,

인천 부근의 이곳저곳을 돌며 공중전화만 사용했으며,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짧은 통화를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살해 직전 아이의 육성을 녹음해 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부모에게 아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수법 역시

이형호 군 유괴사건의 범인이 사용한 수법으로,

영화 그놈 목소리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던 수법이다.
 

이런 문제가 그놈 목소리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TV만 틀면 나오는 수많은 재연프로그램들을 보면

너무 자세하게 범죄 행위를 묘사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범죄의 생각이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이 영화나 TV를 보면서

갑자기 범죄 충동이 일어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범죄의 의도를 가지고 있던 범인이

범죄의 테크닉이나 수단과 방법 등을 영화나 TV를 보면서 모방했을 확률은 높다.

게다가 본 사건이 미제 사건이다 보니 영화에서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경찰은 무능력하게만 그려진다.

마치 저런 수법을 쓰면 완전 범죄가 가능하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놈 목소리, 그리고 각종 재연 프로그램은

재발 방지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나 재연프로그램의 메시지나 본 내용과는 상관없이

너무 자세하게 범죄를 묘사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에는 의문이 든다. 

 

물론 예술 창작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유가 나중에 범죄가 되어 돌아왔을 때의 상황을

제작진은 고려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