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민회장님." "부탁은요, 뭘. 하하. 잘해봅시다." "이번 일은 아들놈이 맡아서 할 예정입니다. 아직 배워야할 것이 많은 놈이니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정태형 부장이라고 했나? 앞으로 잘해보세." "네. 민회장님." 정민철 사장과 민종만 회장은 별 무리없이 신제품 합동 프로젝트에 관한 은밀한 회의를 마 쳤다. 그 자리에 함께있는 태형은 JY에 오는 내내, 그리고 두 사람의 회의 내내 최기사의 죽 음에 사로잡혀 아무 생각도 할수없었다. 윤미의 짓이라면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태형과 윤미, 정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이것은 윤미의 선전포고일 뿐이다. 이것이 끝이 아닌것이다. 박영호 회장은 왕년에 조폭 두목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잔인한 사람이었다. 그만 큼 사업상에서도 철두철미했고 작은 실수에도 용서를 하지않는 사람이었다. 박윤미는 그런 사람의 딸인 것이다. 윤미의 과거사는 예전부터 태형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윤미가 사랑했던 사람이 어떤식으로 망가져 갔는지가 한때는 간식거리 정도의 이야기였으니까. "정부장이 올해 몇인가?" "스물 아홉입니다." "허허.. 그런가? 내 아들놈도 자네랑 같은 나이일세. 이번 프로젝트에 내 아들놈도 많이 개 입될테니 온김에 얼굴이나 보고가게나." "네. 알겠습니다." 민회장은 비서를 통해 재하를 호출한후 앞에 앉은 태형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꽉 다문 입술에 냉철해보이는 표정의 태형은 순하기만한 재하와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한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민회장은 앞으로 JY를 맡길 재하에게 많은 도움이 될 인물이라고 직감하며 태형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폈다. 정민은 재하의 부탁에 거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될 일이었기 때문 이다. 물론 재하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은하의 결혼식에도 정민은 혼자 참석해야 할것이다. 태형이와 함께 참석하지 않은 정민을 향한 쑥덕임이 눈에 선하지만 재하의 부모님에게 여 자 친구라는 이름으로 인사를 드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민은 벌써 몇십분째 고민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거절을 해야할지가 문제였다. 재하는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직장의 상사였다. 재하가 부탁을 거절한다고 해서 정민에게 해가되는 일을 하지는 않겠지만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몇번의 문자를 썼다가 지웠는지.. 결국 정민은 직접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재하야. 오늘 저녁 같이 할래?- 문자를 전송함과 동시에 울리는 핸드폰. 당연히 전화를 건 사람은 재하였다. "재하니?" "응. 왠일로 서정민이 밥을 같이 먹재?" "그냥.." "너무 영광인데... 어쩌지? 오늘은 내가 약속이 있는데." "그래? 할말있는데..." "뭔데?"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잠깐 시간 안되니?" "오늘은 좀 곤란해. 내일 점심 시간에 올라와서 얘기하자. 괜찮지?" "그래.. 그러자." "서정민." "응?" "오늘도 칼퇴근해." "왜?" "괜히 늦게 돌아다니다 누가 우리 노처녀 납치해 갈까봐." "훗.. 일해. 내일 점심 시간에 올라갈께." "응. 내일봐." 전화를 끊은 재하의 얼굴에는 장난끼 섞인 웃음이 가득했다. '서정민. 넌 지금도 나에겐 최고의 주인공이지만 그날도 니가 주인공이 되게 만들어 줄께. 그 누구보다 빛나게... 나 민재하가 그렇게 만들어 줄께. 기대해.' 재하는 회장실에서 유정 그룹의 정사장과 정부장을 만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정민과 다 시 만난지 단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보고싶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만나는 것을 꺼리는 정민이지만 재하는 이사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 려 기획실로 향했다. 지금 당장 정민을 보지못하면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것 같았다. 복도를 지나던 사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기획실로 향하는 재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사람의 표정이었다. 정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는 재하였지만 만약 숨기려고 했다해도 아마 실패 했을 것이다. 붉게 상기되어 있는 볼과 입 언저리에 스치는 미소는 재하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 정부장님. 아직 안가셨습니까?" "아.. 예." "기획실에 아시는 분이라도 계신가요?" "아니요. 그냥 한번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유정 그룹에 비하면 변변치 않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죠." "조심해서 가십시오. 발표회장에서 뵙겠습니다." JY에 정민이 다니고 있다해도 윤미의 미행이 JY내부까지는 계속될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 한 태형은 먼발치에서라도 정민의 얼굴을 보기위해 물어 물어 기획실 앞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굳게 닫힌 기획실 문앞에서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자신의 운명에 기가 막혔다. 밑에서 기다리고 계실 아버지에게 내려가려고 몇번이나 몸을 돌려봐도 혹시 누군가가 기 획실 안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올까해서, 기획실 문이 열리지않을까 싶어 여태 기획실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 중이었다. 회장실에서 잠시 인사를 나눈 민이사와 마주친 태형은 어쩔수없이 민이사와 목례를 나눈 후 아쉬운듯 기획실 쪽을 한번 바라보고는 엘레베이터를 향해 돌아섰다. 태형의 뒷모습을 보던 재하는 기획실 안으로 들어섰다. 제일 먼저 재하의 눈에 들어온것은 정민의 얼굴이었지만 정민을 외면하고 기획실 김부장에게 인사를 하며 간단한 보고를 들 었다. "김부장님. 이번 유정과의 합동 프로젝트는 성사가 됐으니 앞으로 이번건과 관계된 많은 도 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뭐 따로 부탁하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지나던 길에 들렸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수고하십시오." "네. 민이사님." 재하는 부장의 인사를 받고 돌아서서 재하를 얄궂다는 표정으로 보고있는 정민에게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찡긋 윙크를 한후 기획실을 나섰다. "자동차 쪽으로 정한거니?" "...." "우리가 자동차 쪽이 약해서 처음엔 힘들꺼야." "...." "이번 신상품만 히트쳐주면 상황이 달라지겠지." "...." 태형의 사무실에는 윤미가 태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생을 봐도 정이 들지 않을 얼굴이지 만 최기사의 사망 소식으로 더더욱 태형은 윤미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힘에 겨웠다. "그래. JY까지 갔다왔는데 사랑하는 여자 얼굴은 보고왔겠지? 좋았니?" "앞으로 미행같은거 하지마. 서정민 만나는일 없을꺼야." "훗.. 그래도 그 여자 얘기나오니까 입이 트이네? 자꾸 예비 신부 섭섭하게 하면 곤란하지." "최기사... 니가 시킨거 확실해?" "어떤 대답을 원해?" "니가 이렇게 형편없는 인간인지 몰랐다." "모르는게 있으면 배워야지. 안그래?" "최기사는!" 태형은 윤미에게 큰소리를 내는 것조차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끊고 윤미를 무시한 채 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폈다. 윤미는 피식 웃으며 태형에게 걸어와 태형의 책상위에 도발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았다. "내가 우리 아빠한테 배운게 뭔지 알아? 모든 일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거야. 고작 기사하나 죽은걸로 흥분하면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무슨 뜻이야." "왜? 서정민 다치게 할까봐 겁나니?" "닥쳐." 윤미는 손을 뻗어 태형의 볼을 쓰다듬으며 천박해보이는 화장만큼이나 천박한 미소를 지 었다 . "왜 서정민 걱정만 하실까? 내 다음 목표가 서정민일것 같니? 똑똑한 정태형씨. 다음 목표는 정태형씨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실까?" "꺼져." 윤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태형은 소리를 질렀다. 그런 태형을 보며 윤미는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자신을 노려보는 태형을 보며 한참을 웃던 윤미는 책상에서 내려와 옷 매무 새를 바로 잡았다.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흉이 되겠지? 이리와바. 넥타이 삐뚤어졌어." "꺼지라는 소리 안들려? 꺼져." 윤미는 태형의 말을 무시하고 태형에게 다가가 넥타이를 풀어 다시 메어주었다. 그리고는 넥타이의 매듭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생긋 웃었다. "착각하지마. 정태형. 니 목숨은 내 손에 달렸어. 알아?" 윤미가 나간후 태형은 주먹을 쥐고 힘껏 책상을 내리쳤다. 내리 5번을 내리쳐도 속은 풀리 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것인지, 누구때문에 꼬인것인지도 판단할수 없는 이 상 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태형 자신을 용서할수 없었다. 집으로 향하던 윤미의 차는 퇴근길이라 막히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유턴을 하고 방향을 바꾸어 달리가 시작했다. 윤미는 아주 즐거운듯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있었다. "오늘 아주 잘했어. 최기사는?" "정태형씨가 찾으려고 해도 못찾으실 곳으로 최기사 일가모두 보냈습니다." "그래?" "네. 최기사 사망처리는 확실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상은 넉넉히 했겠지?" "네." "잘했어. 그래서 내가 널 귀여워 한다니까?" "감사합니다." "어디야?" "오피스텔입니다." "30분후 도착이야." "오시게요?" "왜? 싫어?" "아닙니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새 다른년 눕힌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또 침대에 다른년 흔적 묻어있으면. 넌 그날로 죽는거야. 알지?" "네." 전화를 끊은 윤미는 태형의 놀란 표정을 떠올리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채 스타킹을 내 리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 출근한것을 알고 보낸 것인지 우연히 시간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인지 정민이 기획실 안 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재하의 문자가 도착했다. 기획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정민은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재하에게 고마 운 생각이 들었다. 거의 20년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일 뿐인데 마치 수십년 알아온 사람 처럼 편하고 살가웠다. 딱히 친하다고 할만한 남자 친구도 없을 뿐더러 지금껏 남자라고는 태형이밖에 몰랐던 정민으로서는 태형과의 이별로 힘들었을 시기에 우연히 마주쳐 외로울 틈도 없게 만들어준 재하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좋은 아침이야." "와우~ 아침부터 서정민 목소리를 듣게 되다니. 두배로 즐거운 아침이다." "오늘도 이사실에서 점심 먹을거지?" "밖은 니가 불편해 하잖아." "응.." "오늘은 뭐 먹지?" "어떤 케익 좋아해?" "케익?" "내가 오늘 케익 쏜다." "서정민. 겨우 케익으로 입 싹 닦게?" "훗.. 어떤거 좋아해?" "서정민이 좋아하는거면 다 좋아." "치즈 케익 괜찮아?" "물론이지." "그래. 있다봐." "서정민." "응?" "고마워." "케익 하나가지고 뭐가. 있다보자. 부장님이 부르신다." "그래." 지하 주차장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재하는 1층에서 사람들 무리에 끼어 겨우 엘레베이터 안으로 몸을 싣는 정민을 보곤 웃음을 참아가며 14층까지 올라왔다. 재하는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정민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사실로 들어왔던 것이다. 정민이 이미 끊어버린 전화에 여전히 귀를 대고있는 재하. "서정민. 고마워. 다시 내 앞에 나타나줘서.. 우리 한발자국 정도는 가까워진거 맞지? 나 두세발자국만 더 기다릴거야. 그 이상은 못기다려. 나 빨리 서정민이랑 연애하고 싶 거든. 민재하 다 늙어서 상사병 걸렸으니까 니가 책임져. 서정민."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잠이 깬 윤미는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과는 다르게 말끔히 정리되어 있는 침대와 바닥을 보자 짜증부터 밀려왔다. 신경질 적으로 침대시트를 걷어낸 윤미는 서랍에서 속옷을 꺼내 입고 핸드폰을 꺼내 전화 를 걸었다. "어디야."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내가 일어나기 전에는 너도 일어나지마." "네. 앞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가 치우라고 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치우지마." "네. 알겠습니다." "너.. 내가 죽이고 싶을만큼 싫지?" "아닙니다." "그럼? 사랑해?" "네?" "훗.. 오늘 밤에는 못올꺼야. 심심하면 여자하나 보내줄테니까 호텔가서 자." "아닙니다." "여기로 여자 불러들이지 말라는 소리야." "네. 알고 있습니다." "끊어." 윤미는 다시 침대에 누으며 오상수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한때 미칠만큼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가난했지만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집에서 반대할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그 사람을 만나왔었다. 김민성. 죽어도 잊을수 없는 이름이었다. 부잣집 따님이라는 꼬리표때문에 친한 친구 하나 없이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다른 그룹의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억지 웃음만으로 일관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낼때 만난 사람이었다. 민성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민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신선했다. 어느 순간이라고 정할수 없을 정도로 언제 부터인지 모르게 민성에게 빠져들었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민성의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윤미를 괴롭힐 만큼 민성의 존재는 윤 미에게 있어서 낙원과도 같았다. 이 행복이 영원할것을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민성과 만나기로 한 카폐에서 윤미를 기다리고 있는 민성을 놀래켜줄 생각으로 몰래 민성 의 뒤로 걸어가던 윤미가 들었던 말들. "임신이라도 시켜서 어떻게 해봐야지. 결혼까지는 하고 싶지도 않고 하겠다고 해도 무리겠 지만 큰돈은 쥘수 있을껄? 하하. 새끼야. 걱정마라. 형님만 믿어. 이번건 한탕이면 우리 몇 년은 먹고 놀아도 될꺼다. 그래. 윤미 올시간 다 됐어. 나중에 얘기하자." 힘들게 자신의 처녀성을 내주었었다. 지금껏 윤미가 들어왔던 남자와 여자의 성행위는 단 순히 교합에 지나지 않았다. 윤미는 최소한 욕정에 이끌려 짐승처럼 성교를 경험하고 싶지 는 않았었다. 하지만 민성을 사랑하기에, 민성 역시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기에 내준 순결 이었다. 혹시라도 윤미의 거부가 민성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윤미의 사랑을 의심하지 는 않을까싶어, 피해봤지만 닥쳐온 상황에 민성에게 아낌없이 내어준 밤이었다. 그 밤들이, 윤미의 처녀성이 민성에게는 단순히 돈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민성을 향한 사랑이 컸던만큼 윤미는 그를 용서할수 없었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때 상수를 알게 되었다. 예종백화점 작은딸인 아름의 소개로 알게된 해결사. 상수는 완벽하게 맡은 임무를 해결했다. 윤미가 바라던것 이상의 복수였다. 부잣집 딸래미라는 이유로 윤미를 거들떠도 보지않고 무시해왔던 민성의 어머니를 죽여줬 고 가난을 탓하며 공부에만 전념해 명문대에 다니고 있던 민성의 동생을 학교에서 자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었고, 복수의 대상인 민성 역시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비참한 몸 으로 만들어 주었다. 상수의 철저한 비밀보장과 확실한 일처리가 맘에 든 윤미는 그 후로 지금까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상수에게 맡기며 접촉해 왔다. 그리고 욕망에 의한 짐승같은 성교 역시 상수가 해결해 주었다. 단단해 보이는 외모만큼이 나 그의 섹스 테크닉은 뛰어났다. 상수와의 더러운 섹스는 윤미를 뜨거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주었다. 오상수는 이제 완전히 윤미의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의뢰는 더이상 거부하며 윤미가 시 키는 임무만을 행하는 오상수. 그에겐 더이상 다른 여자를 만날 자유도 없는 완전한 윤미의 사람인 것이다. "나에게서 빠져나갈수 있다고 생각하지마. 나를 처음 만난 그날을 원망해. 니가 나를 알게된 그 순간부터 넌 이상도 감성도 다 잃은거야. 내가 시키는대로만 행동하 면 되는거야. 난 너 절대 안버려. 내가 널 버리지 않는 이상 넌 죽는것도 니 마음대로 못하 는거야. 넌 내 소유물이야. 기억해." "매일 비서 심부름 보내다가 그만둔다고 하면 어떻할래?" "매일 여기서 점심 먹는다고 소문나면 니가 그만 올꺼잖아." "내일부턴 나가서 먹자." "소문나면?" "친군데 뭐 어때. 괜찮아." "그래..." 여전히 재하를 친구이상으로 보지않는 정민이 얄미웠지만 재하는 케익을 잘라 접시에 담 아주는 정민과 같이 있을수 있다는 사실이 흐뭇하기만 했다. 남은 케익을 다시 상자안에 담고있는 정민에게 재하는 커피를 건냈다. 커피잔을 들고 이사실 창가 앞에 선 두사람. "케익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응?" "할말이 뭔데 아까부터 내 눈치만 봐?" "아... 그거... 니가 말한 그 파티..." "신제품 발표회?" "응? 응... 거기.. 아무래도 못갈것 같아서." "왜?" "친구들 모임이면 괜찮겠는데 아무래도 너희 부모님도 참석하는 자리니까.." "우리 부모님한테 인사하면 무슨 문제라도 생겨?" "그런게 아니라... 애인도 아닌데 애인인척 하는건... 너희 부모님을 속이는 행.." "서정민." "...." "너 공장에서 일하냐?" "뭐?" "머리에 실밥은 왜 달고 다녀." "정말?" 정민은 재하의 말에 머리를 매만졌다. "왜 시집 못갔는지 알겠네." 재하를 째려보는 정민에게 재하는 한발자국 다가섰다. 그리고 머리에 붙어있는 실밥을 떼어주려 손을 들어 올렸다. 정민을 따사로이 감싸안던 오후의 햇살을 막아선 재하는 다른 무언가로부터 정민을 막 아주는 보호막처럼 든든하면서도 강해보였다. "내가 할께..." "가만 있어봐. 칠칠맞은 노처녀씨!" "너 자꾸 그럴꺼야?" "하하.. 알았어. 가만있어봐." 재하의 손끝이 머리에 닿는 것을 느끼며 정민은 가슴속의 작은 두근거림을 무시했다. 지금 재하의 심장이 얼마나 날뛰는지 알수 없는 정민은 아련히 들려오는 재하의 숨소 리를 느끼고 있었다. 재하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작아보이기만 한 정민을 안아 담 을것만 같았다. 수줍은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재하 바로 앞에 있는 정민을 안고 싶었 다. "오삐!" 그때 갑자기 이사실의 문이 열리고 유리가 들어왔다. 놀란 정민과 재하는 서로에게서 한걸음 물러섰고, 재하는 힘없이 정민의 머리위에 있 던 손을 내렸다. "연락도 없이 왠일이야?" "어? 아니.. 그냥.. 내가 방해한거야?" "방해 한거라고 하면 다시 가려고?" "오빠~ 너무해." "인사해. 정민아, 인사해. 김유리라고 친동생같은 애야." "안녕하세요. 서정민... 이예요.." "네^-^ 안녕하세요." 살짝 파이는 보조개가 돋보이는 귀여운 여자였다. 몇살인지 가늠이 안되는 귀여운 여자 앞에서 괜시리 초라해지는 듯한 기분에 정민은 자리를 피하고 싶어졌다. "근데... 오빠랑은 어떤 사이예요? 방금 둘이 뭐하고 있었던거야?"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여자에게 정민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친구예요. 두분 얘기 나누세요. 재하야. 나 내려갈께." "벌써? 아직 점심시간 좀 남았잖아." "손님 오셨잖아.. 갈께^^" "알았어. 나중에 전화할께. 할말있어." "응.. 그럼 얘기 나누세요^^" "네. 다음에 또 뵈요^-^" 두 사람을 뒤로 하고 이사실을 나온 정민은 자판기에서 음료수 몇개를 뽑아 기획실로 향했다. "알아보셨습니까?" "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최기사가 사망한것은 확실한것 같습니다. 사고의 경위나 목격자들의 진술에도 다른 특 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수호그룹에 있을때부터 태형을 도와준 개인비서, 윤비서는 개운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윤비서에게 태형은 재촉하듯 물었다. "달리 수상한점은 보이지 않는데 이상한건 말입니다. 장례식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최기사의 다른 식구들이나 일가친척들의 거주지도 모두 이전되었고, 그곳도 확 실한 거주지가 아닌듯 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뻥! 하고 날아간거죠. 최기사의 혈육들이 최기사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겁니다." "죄송합니다만... 더 자세히 조사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태형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윤비서의 말의 속뜻을 헤아리기 위해 집중했다. '최기사는 죽었다. 하지만 장례식도 치르기 전에 모든 가족들이 사라졌다. 분명 이 사건에는 박윤이가 깊이 개입되어 있다. 최기사가 윤미의 사람이었나?' "방해 한거야?" "글쎄.." "누구야? 단순한 친구?" "글쎄.." "수상한데? 들어올때 두사람 러브신을 연출할것 같은 분위기였어." "하하.. 조그만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이봐요. 나도 이제 24살이야. 조그맣다니!" "넌 파파할머니가 되도 내 눈엔 여전히 애로 보일껄?" "아참. 오빠 이번 유정 발표회때 우리 옷 어떻게 입고 갈까?" "어쩌지? 이번엔 내가 유리 파트너 못해줄것 같은데?" "왜?" "같이 갈 사람이 있어." "아까... 그 여자?" "응..^^" "잘됐네. 나도 항상 오빠 파트너 노릇하느라 힘들었는데. 나 인기 많은거 알지? 추종자들이 줄을 섰어요." "알지~ 이제 추종자들도 빛좀 봐야지? 하하." "피~ 그건 그렇구 정말 누구야? 애인이야?" "애인처럼 보여?" "오빠가 여자랑 있는거 처음 보는거 같아서 그러지. 뭐야? 무슨 사이야?" "어떤 사이로 보이는데?" "친구라며. 혹시 좋아.. 하는거야?" 좋아하냐고 떠보듯이 묻는 유리의 말에 재하는 마치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남학생같은 표정이 되었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재하의 얼굴을 보고있는 유리는 생각지도 못한 상 황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JY 에 오랜 세월 몸담고 계신 아버지로 인해 어릴적부터 왕래가 잦았던 재하와는 친남 매처럼 지냈었다. 나중에 재하 색시 하라는 어른 들의 농담에 투정을 부렸었지만 어느새 농담이 아닌 진실로 유리의 가슴속에서 정성스레 키운 사랑의 대상이었던 재하. 특별한 여자친구 하나 없이 특별한 자리나 공식석상에 유리와 함께 동반했던 재하였기 에 재하 역시 유리를 유리와 같은 감정으로 보고 있는줄로만 알았었다. 그런 재하가 지금 유리앞에서 다른 여자로 인해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이다. "여기야." "어디 가는건데?" "가보면 알잖아." "알았어. 갈테니까 어디가는지 알고나 가자." "아가씨. 일단 차에 타시고 내리랄때 내리시면 됩니다. 타시죠?" 퇴근시간 30분전에 같이 갈데가 있다며 주자창으로 나오라는 말만 던진채 지금까지 목 적지도 가르쳐 주지 않는 재하에게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를 포기한 정민은 차에 올 라 천천히 시동을 거는 재하를 흘겨보았다. "아빠." "오냐. 우리 딸. 연습은 잘 되고 있는거냐?" "그럼요. 한번 오세요. 실력 자랑좀 하게^-^" "능청은..허허.. 그래. 재하랑 얘기는 해봤니?" "아빠. 그거보다 여쭤볼게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그래? 우리 따님이 뭐가 궁금하실까?" "내일 서정민이라는 사람 어디 근무하는지좀 알아다 주세요." "서정민? 누군데?" "그냥... 아는 사람이예요." "JY 다니는 사람이니?" "네. 그러니까 알아봐 달라고 하죠. 아빠는~" "그래. 알았다. 그럼 내일 니 엄마랑 연습실로 갈테니까 저녁이나 같이 먹자." "네. 아빠. 부탁드려요." 서정민이라는 여자.... 평범해보이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한테서 재하를 뺏길수는 없었 다. 아직 두사람의 관계가 깊지는 않아 보였다. 유리에게는 대책이 필요했다. 서서히 재하의 부모님이 재하의 결혼을 서두르시는 지금, 그런 여자에게 원하고 원했던, 아니 당연히 유리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했던 자리를 내줄수는 없었다. 재하는 입술을 깨물며 피아노 앞에 서서 건반을 손가락으로 툭툭 팅겼다. 안녕하세요^^ 글이 좀 늦게 올라왔죠? 에궁... 어제 오늘 갑자기 좀 바쁜 일이 많이 셩겨서 틈이 안났네요-_ ㅠ 민들에 연가를 기다려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조금 늦은점 죄송하구요 6편의 뒷부분부터 조금 수정이 되었어요^^ 여튼 항상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겟습니다^^ 늘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 에게 감사를 드리며 내일 뵐께요^^ 1
민들레 연가 # 6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민회장님."
"부탁은요, 뭘. 하하. 잘해봅시다."
"이번 일은 아들놈이 맡아서 할 예정입니다. 아직 배워야할 것이 많은 놈이니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정태형 부장이라고 했나? 앞으로 잘해보세."
"네. 민회장님."
정민철 사장과 민종만 회장은 별 무리없이 신제품 합동 프로젝트에 관한 은밀한 회의를 마
쳤다. 그 자리에 함께있는 태형은 JY에 오는 내내, 그리고 두 사람의 회의 내내 최기사의 죽
음에 사로잡혀 아무 생각도 할수없었다.
윤미의 짓이라면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태형과 윤미, 정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이것은 윤미의 선전포고일 뿐이다. 이것이 끝이 아닌것이다.
박영호 회장은 왕년에 조폭 두목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잔인한 사람이었다. 그만
큼 사업상에서도 철두철미했고 작은 실수에도 용서를 하지않는 사람이었다. 박윤미는 그런
사람의 딸인 것이다.
윤미의 과거사는 예전부터 태형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윤미가 사랑했던 사람이 어떤식으로
망가져 갔는지가 한때는 간식거리 정도의 이야기였으니까.
"정부장이 올해 몇인가?"
"스물 아홉입니다."
"허허.. 그런가? 내 아들놈도 자네랑 같은 나이일세. 이번 프로젝트에 내 아들놈도 많이 개
입될테니 온김에 얼굴이나 보고가게나."
"네. 알겠습니다."
민회장은 비서를 통해 재하를 호출한후 앞에 앉은 태형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꽉 다문 입술에 냉철해보이는 표정의 태형은 순하기만한 재하와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한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민회장은 앞으로 JY를 맡길
재하에게 많은 도움이 될 인물이라고 직감하며 태형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폈다.
정민은 재하의 부탁에 거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될 일이었기 때문
이다. 물론 재하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은하의 결혼식에도 정민은 혼자 참석해야 할것이다.
태형이와 함께 참석하지 않은 정민을 향한 쑥덕임이 눈에 선하지만 재하의 부모님에게 여
자 친구라는 이름으로 인사를 드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민은 벌써 몇십분째 고민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거절을 해야할지가 문제였다.
재하는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직장의 상사였다. 재하가 부탁을 거절한다고
해서 정민에게 해가되는 일을 하지는 않겠지만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몇번의 문자를 썼다가 지웠는지.. 결국 정민은 직접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재하야. 오늘 저녁 같이 할래?-
문자를 전송함과 동시에 울리는 핸드폰. 당연히 전화를 건 사람은 재하였다.
"재하니?"
"응. 왠일로 서정민이 밥을 같이 먹재?"
"그냥.."
"너무 영광인데... 어쩌지? 오늘은 내가 약속이 있는데."
"그래? 할말있는데..."
"뭔데?"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잠깐 시간 안되니?"
"오늘은 좀 곤란해. 내일 점심 시간에 올라와서 얘기하자. 괜찮지?"
"그래.. 그러자."
"서정민."
"응?"
"오늘도 칼퇴근해."
"왜?"
"괜히 늦게 돌아다니다 누가 우리 노처녀 납치해 갈까봐."
"훗.. 일해. 내일 점심 시간에 올라갈께."
"응. 내일봐."
전화를 끊은 재하의 얼굴에는 장난끼 섞인 웃음이 가득했다.
'서정민. 넌 지금도 나에겐 최고의 주인공이지만 그날도 니가 주인공이 되게 만들어 줄께.
그 누구보다 빛나게... 나 민재하가 그렇게 만들어 줄께. 기대해.'
재하는 회장실에서 유정 그룹의 정사장과 정부장을 만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정민과 다
시 만난지 단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보고싶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만나는 것을 꺼리는 정민이지만 재하는 이사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
려 기획실로 향했다. 지금 당장 정민을 보지못하면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것 같았다.
복도를 지나던 사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기획실로 향하는 재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사람의 표정이었다.
정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는 재하였지만 만약 숨기려고 했다해도 아마 실패
했을 것이다. 붉게 상기되어 있는 볼과 입 언저리에 스치는 미소는 재하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 정부장님. 아직 안가셨습니까?"
"아.. 예."
"기획실에 아시는 분이라도 계신가요?"
"아니요. 그냥 한번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유정 그룹에 비하면 변변치 않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죠."
"조심해서 가십시오. 발표회장에서 뵙겠습니다."
JY에 정민이 다니고 있다해도 윤미의 미행이 JY내부까지는 계속될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
한 태형은 먼발치에서라도 정민의 얼굴을 보기위해 물어 물어 기획실 앞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굳게 닫힌 기획실 문앞에서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자신의 운명에 기가 막혔다.
밑에서 기다리고 계실 아버지에게 내려가려고 몇번이나 몸을 돌려봐도 혹시 누군가가 기
획실 안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올까해서, 기획실 문이 열리지않을까 싶어 여태 기획실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 중이었다.
회장실에서 잠시 인사를 나눈 민이사와 마주친 태형은 어쩔수없이 민이사와 목례를 나눈
후 아쉬운듯 기획실 쪽을 한번 바라보고는 엘레베이터를 향해 돌아섰다.
태형의 뒷모습을 보던 재하는 기획실 안으로 들어섰다. 제일 먼저 재하의 눈에 들어온것은
정민의 얼굴이었지만 정민을 외면하고 기획실 김부장에게 인사를 하며 간단한 보고를 들
었다.
"김부장님. 이번 유정과의 합동 프로젝트는 성사가 됐으니 앞으로 이번건과 관계된 많은 도
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뭐 따로 부탁하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지나던 길에 들렸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수고하십시오."
"네. 민이사님."
재하는 부장의 인사를 받고 돌아서서 재하를 얄궂다는 표정으로 보고있는 정민에게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찡긋 윙크를 한후 기획실을 나섰다.
"자동차 쪽으로 정한거니?"
"...."
"우리가 자동차 쪽이 약해서 처음엔 힘들꺼야."
"...."
"이번 신상품만 히트쳐주면 상황이 달라지겠지."
"...."
태형의 사무실에는 윤미가 태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생을 봐도 정이 들지 않을 얼굴이지
만 최기사의 사망 소식으로 더더욱 태형은 윤미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힘에 겨웠다.
"그래. JY까지 갔다왔는데 사랑하는 여자 얼굴은 보고왔겠지? 좋았니?"
"앞으로 미행같은거 하지마. 서정민 만나는일 없을꺼야."
"훗.. 그래도 그 여자 얘기나오니까 입이 트이네? 자꾸 예비 신부 섭섭하게 하면 곤란하지."
"최기사... 니가 시킨거 확실해?"
"어떤 대답을 원해?"
"니가 이렇게 형편없는 인간인지 몰랐다."
"모르는게 있으면 배워야지. 안그래?"
"최기사는!"
태형은 윤미에게 큰소리를 내는 것조차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끊고 윤미를 무시한
채 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폈다.
윤미는 피식 웃으며 태형에게 걸어와 태형의 책상위에 도발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았다.
"내가 우리 아빠한테 배운게 뭔지 알아? 모든 일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거야.
고작 기사하나 죽은걸로 흥분하면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무슨 뜻이야."
"왜? 서정민 다치게 할까봐 겁나니?"
"닥쳐."
윤미는 손을 뻗어 태형의 볼을 쓰다듬으며 천박해보이는 화장만큼이나 천박한 미소를 지
었다
.
"왜 서정민 걱정만 하실까? 내 다음 목표가 서정민일것 같니?
똑똑한 정태형씨. 다음 목표는 정태형씨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실까?"
"꺼져."
윤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태형은 소리를 질렀다. 그런 태형을 보며 윤미는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자신을 노려보는 태형을 보며 한참을 웃던 윤미는 책상에서 내려와 옷 매무
새를 바로 잡았다.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흉이 되겠지? 이리와바. 넥타이 삐뚤어졌어."
"꺼지라는 소리 안들려? 꺼져."
윤미는 태형의 말을 무시하고 태형에게 다가가 넥타이를 풀어 다시 메어주었다. 그리고는
넥타이의 매듭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생긋 웃었다.
"착각하지마. 정태형. 니 목숨은 내 손에 달렸어. 알아?"
윤미가 나간후 태형은 주먹을 쥐고 힘껏 책상을 내리쳤다. 내리 5번을 내리쳐도 속은 풀리
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것인지, 누구때문에 꼬인것인지도 판단할수 없는 이 상
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태형 자신을 용서할수 없었다.
집으로 향하던 윤미의 차는 퇴근길이라 막히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유턴을 하고
방향을 바꾸어 달리가 시작했다.
윤미는 아주 즐거운듯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있었다.
"오늘 아주 잘했어. 최기사는?"
"정태형씨가 찾으려고 해도 못찾으실 곳으로 최기사 일가모두 보냈습니다."
"그래?"
"네. 최기사 사망처리는 확실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상은 넉넉히 했겠지?"
"네."
"잘했어. 그래서 내가 널 귀여워 한다니까?"
"감사합니다."
"어디야?"
"오피스텔입니다."
"30분후 도착이야."
"오시게요?"
"왜? 싫어?"
"아닙니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새 다른년 눕힌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또 침대에 다른년 흔적 묻어있으면. 넌 그날로 죽는거야. 알지?"
"네."
전화를 끊은 윤미는 태형의 놀란 표정을 떠올리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채 스타킹을 내
리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
출근한것을 알고 보낸 것인지 우연히 시간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인지 정민이 기획실 안
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재하의 문자가 도착했다.
기획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정민은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재하에게 고마
운 생각이 들었다. 거의 20년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일 뿐인데 마치 수십년 알아온 사람
처럼 편하고 살가웠다. 딱히 친하다고 할만한 남자 친구도 없을 뿐더러 지금껏 남자라고는
태형이밖에 몰랐던 정민으로서는 태형과의 이별로 힘들었을 시기에 우연히 마주쳐 외로울
틈도 없게 만들어준 재하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좋은 아침이야."
"와우~ 아침부터 서정민 목소리를 듣게 되다니. 두배로 즐거운 아침이다."
"오늘도 이사실에서 점심 먹을거지?"
"밖은 니가 불편해 하잖아."
"응.."
"오늘은 뭐 먹지?"
"어떤 케익 좋아해?"
"케익?"
"내가 오늘 케익 쏜다."
"서정민. 겨우 케익으로 입 싹 닦게?"
"훗.. 어떤거 좋아해?"
"서정민이 좋아하는거면 다 좋아."
"치즈 케익 괜찮아?"
"물론이지."
"그래. 있다봐."
"서정민."
"응?"
"고마워."
"케익 하나가지고 뭐가. 있다보자. 부장님이 부르신다."
"그래."
지하 주차장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재하는 1층에서 사람들 무리에 끼어 겨우
엘레베이터 안으로 몸을 싣는 정민을 보곤 웃음을 참아가며 14층까지 올라왔다.
재하는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정민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사실로 들어왔던 것이다.
정민이 이미 끊어버린 전화에 여전히 귀를 대고있는 재하.
"서정민. 고마워. 다시 내 앞에 나타나줘서.. 우리 한발자국 정도는 가까워진거 맞지?
나 두세발자국만 더 기다릴거야. 그 이상은 못기다려. 나 빨리 서정민이랑 연애하고 싶
거든. 민재하 다 늙어서 상사병 걸렸으니까 니가 책임져. 서정민."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잠이 깬 윤미는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과는 다르게 말끔히 정리되어
있는 침대와 바닥을 보자 짜증부터 밀려왔다.
신경질 적으로 침대시트를 걷어낸 윤미는 서랍에서 속옷을 꺼내 입고 핸드폰을 꺼내 전화
를 걸었다.
"어디야."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내가 일어나기 전에는 너도 일어나지마."
"네. 앞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가 치우라고 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치우지마."
"네. 알겠습니다."
"너.. 내가 죽이고 싶을만큼 싫지?"
"아닙니다."
"그럼? 사랑해?"
"네?"
"훗.. 오늘 밤에는 못올꺼야. 심심하면 여자하나 보내줄테니까 호텔가서 자."
"아닙니다."
"여기로 여자 불러들이지 말라는 소리야."
"네. 알고 있습니다."
"끊어."
윤미는 다시 침대에 누으며 오상수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한때 미칠만큼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가난했지만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집에서 반대할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그 사람을 만나왔었다.
김민성. 죽어도 잊을수 없는 이름이었다. 부잣집 따님이라는 꼬리표때문에 친한 친구 하나
없이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다른 그룹의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억지 웃음만으로 일관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낼때 만난 사람이었다.
민성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민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신선했다.
어느 순간이라고 정할수 없을 정도로 언제 부터인지 모르게 민성에게 빠져들었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민성의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윤미를 괴롭힐 만큼 민성의 존재는 윤
미에게 있어서 낙원과도 같았다. 이 행복이 영원할것을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민성과 만나기로 한 카폐에서 윤미를 기다리고 있는 민성을 놀래켜줄 생각으로 몰래 민성
의 뒤로 걸어가던 윤미가 들었던 말들.
"임신이라도 시켜서 어떻게 해봐야지. 결혼까지는 하고 싶지도 않고 하겠다고 해도 무리겠
지만 큰돈은 쥘수 있을껄? 하하. 새끼야. 걱정마라. 형님만 믿어. 이번건 한탕이면 우리 몇
년은 먹고 놀아도 될꺼다. 그래. 윤미 올시간 다 됐어. 나중에 얘기하자."
힘들게 자신의 처녀성을 내주었었다. 지금껏 윤미가 들어왔던 남자와 여자의 성행위는 단
순히 교합에 지나지 않았다. 윤미는 최소한 욕정에 이끌려 짐승처럼 성교를 경험하고 싶지
는 않았었다. 하지만 민성을 사랑하기에, 민성 역시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기에 내준 순결
이었다. 혹시라도 윤미의 거부가 민성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윤미의 사랑을 의심하지
는 않을까싶어, 피해봤지만 닥쳐온 상황에 민성에게 아낌없이 내어준 밤이었다.
그 밤들이, 윤미의 처녀성이 민성에게는 단순히 돈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민성을 향한 사랑이 컸던만큼 윤미는 그를 용서할수 없었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때 상수를 알게 되었다. 예종백화점 작은딸인 아름의 소개로 알게된 해결사.
상수는 완벽하게 맡은 임무를 해결했다. 윤미가 바라던것 이상의 복수였다.
부잣집 딸래미라는 이유로 윤미를 거들떠도 보지않고 무시해왔던 민성의 어머니를 죽여줬
고 가난을 탓하며 공부에만 전념해 명문대에 다니고 있던 민성의 동생을 학교에서 자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었고, 복수의 대상인 민성 역시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비참한 몸
으로 만들어 주었다. 상수의 철저한 비밀보장과 확실한 일처리가 맘에 든 윤미는 그 후로
지금까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상수에게 맡기며 접촉해 왔다.
그리고 욕망에 의한 짐승같은 성교 역시 상수가 해결해 주었다. 단단해 보이는 외모만큼이
나 그의 섹스 테크닉은 뛰어났다. 상수와의 더러운 섹스는 윤미를 뜨거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주었다.
오상수는 이제 완전히 윤미의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의뢰는 더이상 거부하며 윤미가 시
키는 임무만을 행하는 오상수. 그에겐 더이상 다른 여자를 만날 자유도 없는 완전한 윤미의
사람인 것이다.
"나에게서 빠져나갈수 있다고 생각하지마. 나를 처음 만난 그날을 원망해.
니가 나를 알게된 그 순간부터 넌 이상도 감성도 다 잃은거야. 내가 시키는대로만 행동하
면 되는거야. 난 너 절대 안버려. 내가 널 버리지 않는 이상 넌 죽는것도 니 마음대로 못하
는거야. 넌 내 소유물이야. 기억해."
"매일 비서 심부름 보내다가 그만둔다고 하면 어떻할래?"
"매일 여기서 점심 먹는다고 소문나면 니가 그만 올꺼잖아."
"내일부턴 나가서 먹자."
"소문나면?"
"친군데 뭐 어때. 괜찮아."
"그래..."
여전히 재하를 친구이상으로 보지않는 정민이 얄미웠지만 재하는 케익을 잘라 접시에 담
아주는 정민과 같이 있을수 있다는 사실이 흐뭇하기만 했다.
남은 케익을 다시 상자안에 담고있는 정민에게 재하는 커피를 건냈다.
커피잔을 들고 이사실 창가 앞에 선 두사람.
"케익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응?"
"할말이 뭔데 아까부터 내 눈치만 봐?"
"아... 그거... 니가 말한 그 파티..."
"신제품 발표회?"
"응? 응... 거기.. 아무래도 못갈것 같아서."
"왜?"
"친구들 모임이면 괜찮겠는데 아무래도 너희 부모님도 참석하는 자리니까.."
"우리 부모님한테 인사하면 무슨 문제라도 생겨?"
"그런게 아니라... 애인도 아닌데 애인인척 하는건... 너희 부모님을 속이는 행.."
"서정민."
"...."
"너 공장에서 일하냐?"
"뭐?"
"머리에 실밥은 왜 달고 다녀."
"정말?"
정민은 재하의 말에 머리를 매만졌다.
"왜 시집 못갔는지 알겠네."
재하를 째려보는 정민에게 재하는 한발자국 다가섰다. 그리고 머리에 붙어있는 실밥을
떼어주려 손을 들어 올렸다.
정민을 따사로이 감싸안던 오후의 햇살을 막아선 재하는 다른 무언가로부터 정민을 막
아주는 보호막처럼 든든하면서도 강해보였다.
"내가 할께..."
"가만 있어봐. 칠칠맞은 노처녀씨!"
"너 자꾸 그럴꺼야?"
"하하.. 알았어. 가만있어봐."
재하의 손끝이 머리에 닿는 것을 느끼며 정민은 가슴속의 작은 두근거림을 무시했다.
지금 재하의 심장이 얼마나 날뛰는지 알수 없는 정민은 아련히 들려오는 재하의 숨소
리를 느끼고 있었다.
재하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작아보이기만 한 정민을 안아 담
을것만 같았다. 수줍은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재하 바로 앞에 있는 정민을 안고 싶었
다.
"오삐!"
그때 갑자기 이사실의 문이 열리고 유리가 들어왔다.
놀란 정민과 재하는 서로에게서 한걸음 물러섰고, 재하는 힘없이 정민의 머리위에 있
던 손을 내렸다.
"연락도 없이 왠일이야?"
"어? 아니.. 그냥.. 내가 방해한거야?"
"방해 한거라고 하면 다시 가려고?"
"오빠~ 너무해."
"인사해. 정민아, 인사해. 김유리라고 친동생같은 애야."
"안녕하세요. 서정민... 이예요.."
"네^-^ 안녕하세요."
살짝 파이는 보조개가 돋보이는 귀여운 여자였다. 몇살인지 가늠이 안되는 귀여운 여자
앞에서 괜시리 초라해지는 듯한 기분에 정민은 자리를 피하고 싶어졌다.
"근데... 오빠랑은 어떤 사이예요? 방금 둘이 뭐하고 있었던거야?"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여자에게 정민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친구예요. 두분 얘기 나누세요. 재하야. 나 내려갈께."
"벌써? 아직 점심시간 좀 남았잖아."
"손님 오셨잖아.. 갈께^^"
"알았어. 나중에 전화할께. 할말있어."
"응.. 그럼 얘기 나누세요^^"
"네. 다음에 또 뵈요^-^"
두 사람을 뒤로 하고 이사실을 나온 정민은 자판기에서 음료수 몇개를 뽑아 기획실로 향했다.
"알아보셨습니까?"
"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최기사가 사망한것은 확실한것 같습니다. 사고의 경위나 목격자들의 진술에도 다른 특
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수호그룹에 있을때부터 태형을 도와준 개인비서, 윤비서는 개운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윤비서에게 태형은 재촉하듯 물었다.
"달리 수상한점은 보이지 않는데 이상한건 말입니다. 장례식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최기사의 다른 식구들이나 일가친척들의 거주지도 모두 이전되었고, 그곳도 확
실한 거주지가 아닌듯 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뻥! 하고 날아간거죠. 최기사의 혈육들이 최기사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겁니다."
"죄송합니다만... 더 자세히 조사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태형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윤비서의 말의 속뜻을 헤아리기 위해 집중했다.
'최기사는 죽었다. 하지만 장례식도 치르기 전에 모든 가족들이 사라졌다.
분명 이 사건에는 박윤이가 깊이 개입되어 있다. 최기사가 윤미의 사람이었나?'
"방해 한거야?"
"글쎄.."
"누구야? 단순한 친구?"
"글쎄.."
"수상한데? 들어올때 두사람 러브신을 연출할것 같은 분위기였어."
"하하.. 조그만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이봐요. 나도 이제 24살이야. 조그맣다니!"
"넌 파파할머니가 되도 내 눈엔 여전히 애로 보일껄?"
"아참. 오빠 이번 유정 발표회때 우리 옷 어떻게 입고 갈까?"
"어쩌지? 이번엔 내가 유리 파트너 못해줄것 같은데?"
"왜?"
"같이 갈 사람이 있어."
"아까... 그 여자?"
"응..^^"
"잘됐네. 나도 항상 오빠 파트너 노릇하느라 힘들었는데. 나 인기 많은거 알지?
추종자들이 줄을 섰어요."
"알지~ 이제 추종자들도 빛좀 봐야지? 하하."
"피~ 그건 그렇구 정말 누구야? 애인이야?"
"애인처럼 보여?"
"오빠가 여자랑 있는거 처음 보는거 같아서 그러지. 뭐야? 무슨 사이야?"
"어떤 사이로 보이는데?"
"친구라며. 혹시 좋아.. 하는거야?"
좋아하냐고 떠보듯이 묻는 유리의 말에 재하는 마치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남학생같은
표정이 되었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재하의 얼굴을 보고있는 유리는 생각지도 못한 상
황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JY 에 오랜 세월 몸담고 계신 아버지로 인해 어릴적부터 왕래가 잦았던 재하와는 친남
매처럼 지냈었다. 나중에 재하 색시 하라는 어른 들의 농담에 투정을 부렸었지만 어느새
농담이 아닌 진실로 유리의 가슴속에서 정성스레 키운 사랑의 대상이었던 재하.
특별한 여자친구 하나 없이 특별한 자리나 공식석상에 유리와 함께 동반했던 재하였기
에 재하 역시 유리를 유리와 같은 감정으로 보고 있는줄로만 알았었다.
그런 재하가 지금 유리앞에서 다른 여자로 인해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이다.
"여기야."
"어디 가는건데?"
"가보면 알잖아."
"알았어. 갈테니까 어디가는지 알고나 가자."
"아가씨. 일단 차에 타시고 내리랄때 내리시면 됩니다. 타시죠?"
퇴근시간 30분전에 같이 갈데가 있다며 주자창으로 나오라는 말만 던진채 지금까지 목
적지도 가르쳐 주지 않는 재하에게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를 포기한 정민은 차에 올
라 천천히 시동을 거는 재하를 흘겨보았다.
"아빠."
"오냐. 우리 딸. 연습은 잘 되고 있는거냐?"
"그럼요. 한번 오세요. 실력 자랑좀 하게^-^"
"능청은..허허.. 그래. 재하랑 얘기는 해봤니?"
"아빠. 그거보다 여쭤볼게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그래? 우리 따님이 뭐가 궁금하실까?"
"내일 서정민이라는 사람 어디 근무하는지좀 알아다 주세요."
"서정민? 누군데?"
"그냥... 아는 사람이예요."
"JY 다니는 사람이니?"
"네. 그러니까 알아봐 달라고 하죠. 아빠는~"
"그래. 알았다. 그럼 내일 니 엄마랑 연습실로 갈테니까 저녁이나 같이 먹자."
"네. 아빠. 부탁드려요."
서정민이라는 여자.... 평범해보이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한테서 재하를 뺏길수는 없었
다. 아직 두사람의 관계가 깊지는 않아 보였다. 유리에게는 대책이 필요했다.
서서히 재하의 부모님이 재하의 결혼을 서두르시는 지금, 그런 여자에게 원하고 원했던,
아니 당연히 유리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했던 자리를 내줄수는 없었다.
재하는 입술을 깨물며 피아노 앞에 서서 건반을 손가락으로 툭툭 팅겼다.
안녕하세요^^ 글이 좀 늦게 올라왔죠? 에궁... 어제 오늘 갑자기 좀 바쁜 일이 많이
셩겨서 틈이 안났네요-_ ㅠ
민들에 연가를 기다려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조금 늦은점 죄송하구요
6편의 뒷부분부터 조금 수정이 되었어요^^
여튼 항상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겟습니다^^ 늘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
에게 감사를 드리며 내일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