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의 로맨스 >> - 23

마녀본색2006.02.20
조회1,097

 

#5장. < 눈물겨운 변비탈출기 > - 3


벌써 새벽 4시... 미우는 퇴근한 직후부터 줄곧 화장실만 들낙거리느라. 잠도 자지 못하고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로, 겨우겨우 몸을 가누고 있었다. 처음에 설사가 시작될때는, 그 극약처방이 제대로 먹혀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토증과 어지럼증까지 동반되자 거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제따라 피곤해 하는 하다를 깨울수도 없었고, 미우는 밤새 혼자 앓고 있었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자신의 몸에서 나올것이 없을때 쯤, 그래도, 창피했는지, 겨우겨우. 욕실의 토사물들을 닦아내고, 샤워를 하고 침대에 몸의 뉘었다..

이제 더 이상 그 어떤것도 남아있지 않은 만큼 기력도 없었지만.. 지저분하고 찝찝한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젠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미우야~ 전미우 안 일어나니?”


하다는 미우가 일어날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발표된 강유미의 기사 때문에라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오늘이 미우의 당번이지만 일찍 나오지 않은것도 모른척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출근해야되는 시간인데, 아직가지 기척이 없다니. 하다는 왠지 불안한 기분으로 미우의 방문을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하다의 눈에 들어온것은.. 핏기없이 창백한 미우의 얼굴과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이였다.


“야, 전미우,, 정신차려! 너 왜이래? 야! 정신차려! 야!‘


하다는 열심히 미우를 흔들어 보았지만, 완전히 탈진을 했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다는 급하게 욕실로 들어와 타올을 찬물에 적셔서 미우의 머리에 얹고는 재빨리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119를 채 다 누르기도 전에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차태봉입니다.”


하다는 구세주라도 만난 기분으로 재빨리 현관문을 열었다.


“하다씨, 아직이에요? 좀 늦은것 같은데..”


“태봉씨, 지금 미우가.. 미우가 좀...”


“미우씨가 왜요?”


하다는 대답대신, 급하게 미우의 방으로 향했고, 태봉도 곧 뒤따랐다.

태봉이 급히 하다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미우가 창백한 얼굴로 누워 정신을 잃은듯 했다.


“왜이래요?”


“모르겠어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이렇게 앓고 있더라구요..잠깐만요.. 119좀 부를게요,.”


“지금 언제 부르고, 기다려요.. 저한테 엎혀주세요..”


그리고, 태봉은 그야말로 미우를 들쳐업고 뛰기 시작했다. 그다지 살찐 미우는 아니였지만, 정신을 잃은채 축늘어져 있는 사람이라, 태봉이 엎고 뛰는것이 그렇게 녹녹치만은 않았다.

태봉의 와이셔츠는 금새 땀으로 물들었지만, 지금은 빨리 미우를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이를 악물고 미우를 병원 응급실로 옮겨갔다.



땀에 젖은 태봉과 하다는 의사의 앞에서 진단결과를 듣고 있었다.


“음.. 상한 음식을 드셨나보군요... 식중독으로 인한 탈수증이네요... 오늘 하루 경과를 지켜보고, 괜찮으면, 내일쯤 퇴원하셔도 될것 같군요...”


“네,, 수고하셧습니다.”


의사는 진료차트에 무언가를 써내려가며, 말을 마치고는 다른 환자쪽으로 이동을 했다.


하다와 태봉은 그제서야 조금 안심한 듯, 작은 한숨을 내쉬며 미우에게로 다가갔다.

미우를 보는 하다는 미우가 너무 안스러웠다. 분명, 어제떳던 기사 때문에 더 아플것 같아서일까?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권여사였다. 하다는 슬쩍 전화기를 들고 응급실 밖으로 나갔다.

태봉은 미우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면서, 새삼 어제 이 여자가 왜? 상한 우유를 들이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냄새도 역했을건데.. 그걸 한팩을 다 마시더니... 이 여자, 보기하곤 다르게, 엉뚱한 면도 꽤 있네?’


하룻밤 사이 헬쓱해진 미우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늘 성난 고슴도치처럼 온몸의 가시를 뾰족하게 세워서 자신을 보호하듯, 다른 사람을 찔러대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여자, 성격괄괄해서, 여린면은 없어보였던 여자가, 지금 파리한 얼굴로 누워있는 모습이 안스러워서 였는지, 태봉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미우의 이마를 두어번 쓰다듬다가, 곧 자신의 손을 미우의 이마에서 떼어내었고, 자신의 행동에 흠칫 놀랐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깨있었으면, 또, 나 변태취급 했겠다.”




얼마만에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뜬 미우는 뿌연 시야를 꿈벅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얀색의 벽면에. 정면 위에 보이는 tv, 그리고, 링거병...


‘어떻게 된거지?’


미우는 생각해봤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샤워하고 자리에 누운 것까지... 그 이후로는 도저히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 그러고, 보니... 하다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또,,, 태봉의 목소리도 들렸던 것 같앗다. 어떻게 된거지? 미우는 누구한테든 물어보고 싶었지만, 병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아직 힘도 없어 일어날 수가 없었다. 지쳐서 인지.. 병실의 조용한 분위기 때문인지, 애써 누군가를 기다릴 새도 없이. 미우는 또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얼마나 잤을까, 자신의 옆에서 인기척을 느끼며 미우는 살포시 눈을 떴다.

곁에는 하다의 모습이 보였다.


“하다야...”


“어머, 정신이 들어? 괜찮아?”


“내가 왜? 여깄냐?”


“기억안나? 너 탈진해서 쓰러졌잖아?”


“탈진?”


그제서야 미우는 자신이 전날 밤부터 날이 새도록 몸안의 모든 것을 배출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구급차를 불렀나? 하다혼자 자신을 여기로 옮겼는지..


“그런데, 너, 나 어떻게 옮겼어? 구급차 불렀어?”


“구급차는... 구급차 부를랬는데, 마침 태봉씨가 와서.. 태봉씨가 너 들쳐 엎고 병원까지 데려 왔잖아..”


“뭐? 차태봉이?! 야, 차라리 구급차를 부르지!!”


“허이구~ 악쓰는거 보니까, 이제 좀 살만한가 보네? 인나, 미음이라도 좀 먹게..”


하다는 미우를 부축해서 일으켜 앉혀서는 침대용 테이블을 당겨놓고, 그 위에 저녁으로 나온 미음을 올려놓았다. 미우는 수저를 들고 미음을 한숟갈 입에 떠넣었을 때, 조용히 병실문이 열리고, 태봉이 들어섰다. 태봉은 미우가 일어나 앉아있는 모습을 보자, 꽤나 반기는 얼굴로 인사했다.


“어? 미우씨! 일어났네? 괜찮아?”


“에..뭐....”


“다행이네... 식사중인가 보네.. 어서 먹어...”


미우는 짧아진 태봉의 말이 거슬렸지만, 그래도 자신을 엎고 병원까지 와줬다니, 꾹 참고, 앞에 놓인 미음을 깨끗이 비웠다. 미우가 식사를 마치자, 태봉은 정말 궁금한 듯한 얼굴로, 미우를 빤히 보면서 얘기했다.


“그런데, 미우씨, 어제 낮에 상한우유는 왜? 먹은거야?”


“그러게, 미우 너! 우유 상한 줄 알고 먹었다며? 왜 그랬어?”


“아니,,뭐...”


미우는 딴청을 부리려고 했지만,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는 태봉과 하다의 시선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솔직하게 얘기를 해 버렸다.


“별짓 다해도 소용이 없길래, 그거라도, 먹었어,, 효과 있지 않을까 싶어서....”


“뭣 때문에?”


하다는 미우가 말한뜻이 뭔지 금새 알아들었지만, 태봉은 알리 없었다, 대체 뭐에 상한우유가 효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지, 이 여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게... 변..비.. 때문에..”


“뭐? 하..하하하...”


태봉은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상한걸 먹을 생각을 했는지, 엉뚱해도 너무 엉뚱한 생각이였다.


“아니, 그러면, 변비 때문에. 그랬단 말이야? 하하하.. 참... 엉뚱하다.. 혹시 혈액형이. ab형인가? 어떻게 그걸 먹냐?”


“그러게, 미우너, 변비 해결할려다가, 큰일날 뻔 한건 아니? 하여튼... 못말려!”


솔직하게 말하긴 했지만, 태봉의 호탕한 웃음 소리와, 하다의 핀잔에 기분이 상한 미우는 이제껏 눌러왔던 거슬림을 밖으로 토해냈다.


“씨... 그럴수도 있지.. 그리고, 야! 차태봉. 너 아까부터 왜? 자꾸 반말이야? 뭘 그렇게 친하다구?”


“어? 이제 쫌 살만한가보네? 악쓰는거 보니까? 그리고,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한찬 나이가 많으니까, 내가 반말하는건 괜찮을것 같은데.. 넌, 왜, 반말이야? 누가 여기까지 엎고 왔는데?”


“니가먼저 반말 했잖아! 누가 지보고 엎어달랬나? 지 맘대로 그래놓고 생색은!!”


태봉은 입을 삐쭉삐죽 거리며, 여느때처럼 투덜거리는 미우에게 마치 여동생에게 하듯, 살짝 꿀밤을 먹이는듯 하면서 말했다.


“얼음공주인줄 알았는데, 완전 엽기엉뚱아가씨네? 악쓰는거 보니까, 다 나은것 같다. 몸 잘 추스르고, 회사에서 보자~”


그리고, 태봉은 재빨리 병실을 빠져나갔고, 너무나 황당해서 반응이 몇초 늦게 온 미우는 태봉이 문을 닫을 때 쯤에야 고함이 터져나왔다.


“저..저.. 저자식이 미쳤나, 엇다대고 애취급이야 야! 차태봉! 너 거기 안서?”


하다는, 그런 미우와, 좀전의 태봉을 보고,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사랑싸움이라도 하는것같은,, 모습.... 미우의 마음의 상처가 아직도 덜 아물었는데, 어쩌면, 싸우다가 정든다는 말처럼. 이곳에 온지 몇 달동안, 둘이 거의 한 사무실에 붙어있다보니, 정이 들었는지..

하다는 이 둘은 앞으로 자세히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분간, 권여사에게 들어갈 미우의 생활 정보에서 제외될 항목이기도 했다.

아직 확실한건 아니니까...



========================================================================

에고... 주말 잘들 보내셨죠?

전 어제 내내, 거실을 차지하고 누워 일요일 TV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했답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는지, 오후쯤에는 둘둘 감고있던 이불이 더울정도더라구요^^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봐요.

음... 오늘의 에피소드는 좀 황당하죠? 맨정신으로 상한우유를 들이킬수 없는데..

예전에, 제 후배랑 얘기하다가, 그 ‘변비’라는 화제에서 후배가 그러더라구요, ‘상한우유같은거 먹으면 직방일텐데..’ 그 얘기를 듣고 에피소드로 잡아서, 넣어봤답니다~ 좀 지저분 했을라나? ^^;;

제가 먼저 체험해보고 써볼까?라고 생각해봤는데.. 역시, 그건 무리더라구요 ~^^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