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26화> 게임

바다의기억2006.02.22
조회10,182

요즘들어 부쩍 배우고 싶은 게 많아졌습니다.

 

물론 시간적인 한계로 인해

 

실천에 옮기고 있는 건 얼마 안 되지만...

 

이런 자잘한 의욕들이

 

제 삶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 연애는 대체 언제 할래 =============================

조촐한 별장이라고 들었던 산장은


2층에 지하실까지 있는 제법 큰 건물이었고


벽난로가 있는 인테리어도


무척 깔끔하고 낭만적이었다.



오는 데 무척이나 고생하긴 했지만


이정도면 흠 잡을 곳 없이 멋진 장소였기에


사람들의 불만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회계 - 거 참.. 근처라고 했잖아 내가


연출 - 어유~ 방이 여섯 개네, 여섯 개.



주변 상황을 쭉 살펴보고는


금방 의기양양해서 제 기세를 되찾은 연출과 회계.


김양은 벽면에 있는 벽난로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 앞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짐을 풀어놓고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시작 된 술자리.


오는 데 워낙 시간을 지체해버린 탓에


밖은 이미 어두워진 후였다.



연출 - 자! 소주가 두 박스다! 부어라 부어!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연출과 회계의 착오로 인해


예정보다 두 배나 구입한 소주.


사람 숫자를 생각하면


한 사람당 두 병 정도씩 돌아가니


크게 오버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론처럼은 배분되지 않는 게 술이다.



덩치 - 카하~~ 끄윽.... 으어어.....


박군 - 으하하! 덩치 얼굴 좀 봐라! 완전 불타오른다!


어깨 - 이야~ 완전 루돌프 사슴 코네.


박군

- 푸하핫!! 아니지! 루돌프 돼지 코!


불타는 똥 돼지!! 캬하하하!!



덩치 - 히끅? 히끅? 놀리지 마 이 @#$들....



‘꾸웅.’


술자리가 시작되고 세잔 만에 녹아웃 된 덩치.


뭍에 올라온 고래마냥 거실 한쪽에 엎어진 그는


곧 시체 처리반에 의해 방으로 옮겨졌다.



김군

- 자, 들자! 하나, 둘, 흐이짜~! 어이쿠..


이거 안 되겠다 이거. 굴려!



디글디글디글...쿵!



김군 - 다시 후진, 좀 더 오른 쪽으로!



디글디글디글.... 꿍!



이곳저곳 머리며 팔다리를 부딪혀가며


2층.... 에 있는 방을 향해 가는 덩치의 모습은


남은 사람들에게 절대 술 마시고 뻗으면 안 되겠다는


강렬한 생존 의지를 불태우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


연출에서 회계로 이어지는 무한 알콜러쉬로 인해


주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가 즐비하게 되었고


대부분이 헤롱헤롱 미쳐가는 분위기가 되었다.



회계 - 으하하! 김양아 노래 한 곡 해봐라~!!


김양 - ....... 미쳤냐?


회계 - 아이~ 김양아~ 노래 한 곡~~.


김양 - 뒤질래?


회계 - 그러지 말구~~.


김양 - 이게 진짜...


‘쫘아악!’


회계 - 어이쿠!!



겁 대가리 없이 김양에게 앵기다


마른 오징어로 따귀를 맞고 바닥에 엎어지는 회계.


그 충격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김양의 손엔 오징어 다리만 남고


몸통은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충격적인 광경에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몇몇이 섭취한 알콜양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케 하는 레벨이었다.



연출

- 으하하, 얼쑤, 노래 좋지!!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김양 - ....



곧 피해자가 한 명 더 늘어났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연출이 골뱅이 캔으로 무참히 두드려 맞은 후,


곧 다시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


안군이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안군 - 분위기도 좋은데 게임이라도 하는 거 어때?


연출 - 쿨럭... 그거 참 좋은.... 푸헉! 주르륵....



연출과 대다수 여학생들의 지지 속에 시작된 ‘Go Back Jump.’


본래 숫자 놀음에 강한 공돌이라


이런 게임을 사양할 이유는 없지만


옆에 앉은 민아가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기억 - ..... 괜찮겠어?


민아 - 헤헤헤..... 나 취했나봐....



..... 이거 위험하다.



이런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냉혹하게 시작된 게임.


김씨-한나-허씨-나-민아-박군 일당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대충 생각해도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김씨 - 7!


한나 - 8!


허씨 - 점프! (한 사람 건너뛰기)


민아 - ....응?



허씨 이놈이....



한나 - 11!


허씨 - 고!


기억 - 고!


민아 - 13!!



아이고 민아야...



한나 - 4!


허씨 - 5!


기억 - 백! (다시 뒤로)


민아 - 7!!



........ 제발....제발 민아야.....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옆에 앉은 내가 죄책감이 들만큼


계속해서 벌칙에 걸렸고


설상가상으로 흑기사마저 거부했다.



기억 - 그만 마시고, 그냥 나한테 줘...


민아 - 아니야, 내가 그냥 마실게, 가만~ 있어.


기억 - 어허, 어서 달라니까!


민아 - 이씨~ 죽~어~. 확~! 원샷....! 캬아~!!


연출 - 휘익휘익! 민아 잘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녀와 나를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대체 왜 되도 않는 고집을 부리는 걸까.


이런 부탁 같은 거 얼마든지 해도 되는데....


가끔은 이런 그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민아 - 헤에헤헤.... 오~케이! 고고고~!!



이미 한계를 넘어선 것 같은 민아.


그래도 게임은 계속된다.



허씨 - 10!


기억 - 11!


민아 - 고!



오케이, 좋아~!



박군 - 빽!!


민아 - 응?



......



기억 - 박군 이 ㄱ애~색꺄~!


박군 - 으아앗?!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 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은


게임을 멈추고 빠져나오거나,


처음부터 대신 총대를 메는 것뿐이었다.



허씨 - 7!


기억 - 점프! 앗 이런 틀렸다!



박군 쪽에서 오는 것 까진 못 막더라도


내쪽으로 오는 반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회전방향의 표준이 고도리 방향인 걸 생각하면


아마 그 이상도.......



이런 내 각오에도 불구하고


내 간의 알콜 분해 능력은 금방 한계를 드러냈다.



기억 - 캬아.... 으웩. 안주...



눈앞은 어질어질하고


입에선 열기가 푹푹 뿜어져 나와지만..


난 그녀를 지켜야 한다.



기억 - 끄윽.... 하나!


민아 - 이잇... 다섯!


기억 - 응?!


민아 - 왜 일부러 틀려?!



아이고 주님....


점점 눈앞이 캄캄해진다.



김양 - 야야야~ 염장질 그만하고! 다른 게임 해!



그때 염장질에 화가 난 건지 우릴 도와주려는 건지


김양이 다른 게임을 하자고 나섰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민아와 나의 행보가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회계와 연출이 옆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지금


호기심을 위해 생명을 내걸 사람은 없었다.



안군 - 무슨 게임이 하고 싶은데?


김양 - 왕게임.



두둥......




잠시 후.



김군 - 내가 왕이다! 박군 팔굽혀펴기 100개!


박군 -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번호로 해야지!


김군 - 젠장..... 유... 6번! 파... 팔굽혀펴기 50개!


김양 - ..... 넌 나중에 죽었어.


김군 - 어억?!



왕이 되면 꼭 복수해야지 벼르고 있다가도


막상 상대가 몇 번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화살표는 언제나 삐딱선을 그리기 십상이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팔굽혀펴기 50개를 해내는 김양을 보며


김군은 안절부절 못하고 마주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해댔다.



허씨 - 아싸, 왕이다~! 9번! 댄스~ 쇼!


한나 - 어머? 9번 난데..... 알고 한 거예요?


김씨 - 허씨 나이스~!!


허씨 - 오브코스 브라더!



반면에 간혹 가다 이런 행운도 생기기 마련.


두 갈래로 높게 묶었던 머리를 풀어헤친


한나의 다이나마이트한 섹시 댄스에


늑대 무리는 초토화 되고


곳곳에선 시기와 질투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민아 - 에헤헤... 한나 춤 디~게 잘 추쥐?


기억 - .......



확실히 잘 추긴 한다....



연출 - 어명이다! 나 빼고 전부 한 잔씩 원샷!



아직도 알콜로드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아까보단 훨씬 부담도 적고 즐거운 분위기다.



회계 - 아싸, 드디어 왕이다!



게임이 후반에 다다라서야 왕패를 잡은 회계.


그는 한참 주변을 실실 둘러보더니


뜻 모를 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회계 - 3번, 신나는 노래 한 곡!



3번, 3번이 누구지?


거실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 있는지 모를 3번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도


3번은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주변의 번호표를 확인하며


영문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회계 바로 옆에 앉아있던 김양이 입을 열었다.



김양 - ....... 진짜 죽고 싶냐?


회계 - 어? 김양이 3번이었어? 이야~ 이런 우연이 있나.


김양 - X까지 마 새꺄....



갑자기 튀어나온 욕설에


김양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흠칫 놀라 자리를 피해 앉았다.



회계 - 에이... 뭘 또 욕을 하고 그러냐.


김양 - ..... 꺼져. 나 안 해.



김양은 신경질적으로 번호표를 집어던지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향해 올라갔다.


보통 이럴 땐 주변에서 다시 붙잡아 앉히는 법이지만


지금 그런 무모한 짓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출 - 으헤헤, 김양아 빼지 말고 노래 한 곡 하고 가라아~~.



.... 알콜의 힘을 빌린 개는 한 마리 있었다.




연출이 스위트콘 캔으로 복날 개 잡듯 맞고 뻗은 뒤


술자리는 흐지부지 마무리 되었고


다음날 아침 해는 밝았다.



기억 - 으윽... 머리야....



술을 마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숙취에 얼굴을 찌푸리며


터덜터덜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현관문 주변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게 보였다.



기억 - 어라.... 무슨 일 있습니까?


연출 - 아, 기억아. 어쩌냐? 문이 안 열린다.


기억 - 예? 왜요?


회계 - 그게.... 창문 밖에 좀 봐봐.



회계의 말에 힐끔 돌아본 창문은


거의 반 정도가 눈에 가려 있었다.


2001년 1월.


기록적인 폭설이 왔던 그 해.


우린 강원도 산간 한 산장에 고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