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뻘건치마와 구두이야기

mincouple.2006.02.27
조회50,181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한 아침이었습니다.

벌써 1년이 다되어 가네요.

 

그 날따라 자주 안 입던 쌔빨간..이거이거 아주 빨갑니다.

아니 빨갛다기 보다는 자주빛입니다. 공단 천이라고 하나요?

암튼....용기를 내어 그 치마로 한껏 멋을 냈죠.

멋을 내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답니다.

 

부랴부랴 나오는데.배가 고픈겁니다.

원래 먹을걸 좀 좋아라하는지라...ㅋ

꼭 챙겨 먹어야 해서.ㅋ

바나나 한쪽을 쭈욱 뜯어 나왔답니다.

 

바나나를 먹으며 열심히 내려왔죠.

근데 마주보며 걸어오던 중학생의 표정이 절 보더니 일그러집니다.

그래서 대략...

"오늘 패션이 좀 과한가? 치마가 좀 튀나???" 그랬죠.-_-''

하지만.. "아냐아냐..아름다워 아름다워.."

스스로를 칭찬하며 지하철 역으로 걸어내려갔습니다.

대략. 한...300m가량 됩니다.

다 먹은 바나나 껍질을 버릴 곳이 없었습니다.

쓰레기통만 찾으며 열심히 열심히 지하철 역까지 걸어갔습니다.

(참고로..8호선 남한산성역입니다. +ㅁ+)

 

지하철을 기다릴때도...

지하철안에 서있을때도..

분당선을 갈아타려 걸어갈때도..

8호선에서 분당선까지 거리 쫌 됩니다.

자꾸 쳐다봅니다. 자꾸 자꾸..;;

 

전 아무렇지 않게. 이뿐 치마를 입었으니..

사람들이 그러나보다 하며......걷고 또 걸었습니다..

분당선 왜그리 않오는지...쓰레기통은 아무리 봐도 없었습니다.

저의 모든 정신은 쓰레기통에 집중되어 있었드랬죠.

 

탔습니다 분당선.

타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한 커플.

여자가 남자에게 제 발쪽을 가리키며 머라 속닥속닥합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추측을 했죠..;;

살짝 공주병이 있었던지라...

 

여자 : 자갸. 저 신발 너무 이쁘다.

남자 : 그래? 알았어. 자기도 내가 저거 사줄께.

 

그러면서 제 신발을 봤습니다.

이건 완젼. 세상에서 그런 충격은 없습니다.

한쪽은 리본달린 갈색 구두

한쪽은 아주 진한 밤색 민무늬 구두였습니다.

 

발견하자마자 문이 닫히기전에 뛰어나와

뛰고 또 뛰고 또 뛰고 또 뛰고....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왜 뛰었겠습니까? 발이 멈추면 제 신발이 보입니다.

발이 안보이도록 전 뛰어야했습니다.

뛰고 또 뛰고 또 뛰고 또 뛰고....

뛰고 또 뛰고 또 뛰고 또 뛰고....

 

8호선은 또 왜그리 안오는지...;;

지하철 문옆에 숨어 발 한 쪽을 구석으로 밀어넣고 ...

시간이 안갑니다. 인생의 절반이 다 지나가는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저만 쳐다봅니다.

아~ 미치겠습니다. 내 인생 최악의 날입니다.

정말. 어찌해야할지를 몰랐습니다.

눈물까지 납니다. 우리집까진 오르막길입니다.

사람들이 출근하느라 무지하게 내려오고있었죠.

왜 씨뻘건 치마까지 입어가지고 모든 사람의 눈이 집중되게 한건지..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최대한 눈을 피하기 위해 요리조리 요리조리 골목골목을 지나

차 뒤로 숨고...전화하는 척 하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등뒤에선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집은 또 왜 3층인지..;;

 

도착하자마자 옷부터 갈아입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치마 절대 안입습니다.

사람들이 알아볼까봐여..-_-''''

 

그때 절 보신 분들..

이제는 잊어주십시오.

다신 그런 실수 안합니다.

제 인생 최악이 날이었답니다.....으악~

 

씨뻘건치마와 구두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