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 바나나 하나로 행복해 보련다.

낙천2006.03.04
조회6,016

전화가 왔다.



녀석: 크하하하 낙천이냐!!!!!!!!

나: 옷! 너는..혹시..... 녀석이냐?



녀석: 음....-_- 그래 설정상 녀석이다..-_-

나: 인천왔냐??



녀석: 크하하하 그래!!! 한잔해야지 으하하하!

나: 당근이지!!



녀석: 10분이면 도착하니까 먼저가 있어.

나: 내가 뭣하러 먼저가서 널 기다려!!



녀석: 너 자존심 졸라 쎄잖아?

나: 응.. 쫌..



녀석: 너 지는것도 졸라 싫어하자나!!

나: 응.. 쫌...



녀석: 그러니까 나보다 니가 먼저 가있어..

나: 아..맞네...





여기는 술집-_-


난 녀석을 기다리며 홀로 외로이 소주를 까면서

'씨발 속았다' 를 되내이고 있었다-_-



그러던 차에 녀석이 바나나를 한무더기 안고 술집에 들어섰다.



나: 왠 바나나냐?



녀석은 자리에 앉아 "자~한잔 따라 봐" 라며..

술잔을 받고는..



"왠 바나나냐?" 란 내 물음은

귀에 jorge라도 밖았는지 쌩까고 지 할말을 시작했다.




녀석: 내 첫 가출은 말이지....... 아..근데 잠깐..

jorge 가 뭐냐?



나: 외국 친구 이름이야...조지 라고..



녀석: 음.....-_- 다음부턴 찰스로 해라.. 내귀에 조지 가 박혀 있는거 같아서

기분이 대략 jorge 안타-_-



나: 어허.. 찰스로해..찰스..!!

녀석: 시작부터 자꾸 찰스같은 개그 칠래?



나: 너나 찰스-_-까지 말고 시작해..





녀석의 첫 가출은 초등학교 1학년 구정때였단다.

녀석은 세뱃돈이라고 받은 돈의 전부를

어머님께 무이자로 대환 해주는 대신


그 나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던 자장면 곱배기를 약속 받았다.




돈을 빌려준 정당한 댓가로

녀석은 자장면을 요구했다.



녀석: 엄마 짜장면!!!

엄마: 오늘은 안되!!



녀석: 왜 안되!! 오늘 짜장면!!

엄마: 오늘은 짜장면을 안팔아!



녀석: 엄마! 왜 뻥까!! 짜장면 짜장면!!!

엄마: 오늘은 영업을 안한데두...얘가 왜 이래!!



녀석은 돈만 낼름 먹고-_- 짜장면을 안사주는 엄마가 미웠다.




녀석은

'내돈을 돌려주거나 자장면을 사줘' 라며 바닥에 드러누워 울어댔고-_-



명절이라 몰려온 많은 손님들 틈에서


애새끼가;; 짜장면 내놓으라고 울어제끼자...-_-

당황하신 어머님은 30센치 자로 종아릴 때리셨다.




돈을 갈취당하고 구타까지 당한녀석은..

몹시도 분했단다.



녀석은 오기가 발동했고..

오늘 꼭 자장면을 먹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


그게 녀석의 첫 가출의 동기였다-_-;





녀석은 집을나오면서 집에 있는 빈병을 모조리

가져와서 슈퍼에 팔았다.



350원....

아직 150원이 부족하다.



녀석은..옆집에 들어가

옆집 아주머님께 정중히 빈병들을 몰래 빌려와-_- 팔았다.



그렇게 500원이 넘는 돈이 모였고..



녀석은 기뻐하며 중국집으로 향했다.




중국집은

녀석이 곱배기를 시킬것을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이 반갑게 녀석을 맞이했다.















<구정 연휴 쉽니다>



-_-;



녀석은 우리 옆동네

중국집까지도 미친듯이 찾아 헤맷지만

민족 대명절인 구정에 영업을 하는 중국집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 였다..





나: 이 미친놈아-_- 구정에 영업하는 중국집이 어딨어!!!

녀석: 씨벨!! 우리 민족 대명절인데!! 왜 중국-_-집이 영업을 안하냐고!!



나: -_-;;

녀석: ............



나: 아직도 그생각엔 변함없냐-_-?

녀석: 아니....내가 멍청했어-_-;

나: 그래서 어떻게 됐냐?




그날밤

녀석은 닫혀진 중국집 계단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다

아버님의 손에 집으로 끌려갔다..-_-



손엔 350원을 쥔체.....



그리고 다른손엔...

짜파게티를 꼭 쥔체.......-_-;;



녀석은 졸라 맞았지만

결국엔 짜파게티를 먹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고 한다-_-;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말이있다.

근데.. 가출도 버릇이란 말인가?



녀석은 잦은 가출로 부모님 맘을 많이도 아프게 했더란다.



녀석이..

제일 길게 가출을 했을때가..



20살때...

그러니까 97년도에..

10만원을 들고 3월에 집을 나가서...

9월즈음에 집에 들어가려다가.......





군대에 갔다-_-;;


6개월여만에 집에 들어가려니

부모님 뵙기도 미안하고...

때마침 영장도 나왔겠다 해서 군대로 가버렸던 거였다-_-



매정한 새끼-_-;;




녀석은 군에서

사죄의 맘을 담아 집으로 편지를 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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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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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6개월여 만에 부모님 안부를 묻는

아들놈의 편지란 말인가-_-;;





녀석은 실로 저렇게 썼다가...



훈련소 조교한테

'이새끼! 장난까냐'며 얼차려 졸라 받고 다시 썼단다-_-;;


그리고 어머님께 답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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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다..그래..언제 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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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까지-_-;;


이 편지를 훈련소 조교가 봤다면

녀석에게 졸라 미안해 했을게다-_-;;




그렇게

군생활을 하다가 녀석이 100일 휴가를 맞아

근 1년만에

집을 찾았을때는..




서른두평.. 작지 않았던

녀석의 집이...

방두칸짜리 빌라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녀석의 아버님 마저..

돈을 벌어 온다며 '가출' 해 버리셨단다.




97년 불어 닥친 IMF의 한파 때문이었음이 분명한데도..

녀석은 '가출' 이란 단어를 썼다.





녀석때문이 분명히 아니었을진데도..



녀석은

녀석의 잦은 가출에 많은 죄책감을 갖고 있는 듯 했다.



후로 녀석은 변했다.



녀석은 제대후에..

이번엔 '가출' 이 아닌 '출가' 를 했다.




군대에서 알게된 고참의 소개로 홍천쪽에서

건축에 관련된 일을 했단다.




1년여를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온 오늘....






녀석의 눈엔....

전보다 더 작은 반지하 빌라에서..

손빨래를 하고 계신 어머님이 들어왔단다.



요즘 세상에...

세탁기도 없이 손빨래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



마음이..퀭해서..

가슴 한쪽이 잘려나간것 처럼 시려서..

못보겠다더라...




그래서..

내게 달려왔단다...




나: 그래서 엄마만 보고 바로 온거냐?

녀석: 응.. 씨 못보고 있겠더라고..



나: 새끼.. 철들었네.....근데 바나나는 왜 쳐들고 왔냐?

녀석: 아...이거?






녀석이 6살때 충청북도 증평이란곳에 살았었단다.

정말 시골이었다.

시장 한번 가려면 버스로 대여섯 정류장은 가야하는곳이었단다.




녀석은 엄마를 따라간 시장에서

바나나를 발견했고..-_-



녀석은 그림책에서만 보던 바나나를 정말 먹어보고 싶었단다.



당시 바나나

한송이 정도야 겨우 800원 정도 였지만..



그때도..아버님의 사업실패로..

지지리도 가난했을 때였더란다.




녀석이야 어려서..가난을 몸소 느끼긴 커녕..

가난 이란게 뭔지도 몰랐겠지...




버스비도 없어.. 막내를 들처업고 시장까지 걸어다니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나이였으니까...




녀석은 속없이 바나나를 사달라고 자장면 사달라듯이 울며 졸라댔고..




어머님은 녀석의 성화에 못이겨..

팔백원짜리 바나나 한개를 사서

우리 삼남매에게 세등분 해 주셨다.






녀석: 엄마는 안먹어?


"응 엄마는 바나나 맛없더라"





녀석은 녀석의 몫을 한입에 쳐먹어 버리고...


동생도

"에이 바나나 졸라 맛없네" 라며 입안에 있던걸 뱉어주길 원했다-_-




허나 동생은..

녀석의

간절한 기대에 부응치 못하고 '졸라 맛있다'며 냅다 삼켜버렸다-_-




녀석: 아.. 그때 생각해보면.. 엄마가 그 먼 시장까지..

걸어다니시면서 아낀 돈인데...

난 엄마 다리 잘라 먹은 꼴이었어...



나: 그러게 개념없는 새끼-_-



녀석: 난 그때

"왜 엄마는 이 맛있는 바나나를 싫어하지?" 란 생각뿐이었으니까-_-



나: 니네 삼남매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그러신거 아냐..




녀석: 그래..그랬어..

어머님은 바나나가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바나나가 싫다고 하셨어...




나: -_- 씨발 두번하지마 많이 듣던 노래 같자나-_-




녀석: 으하하...그래서

내 돈번 기념으로 바나나 한뭉탱이-_-사봤다...

어머니가 싫다고 하신 바나나다!!

나 이제 걱정 안할란다!!


우리집 비록 가난해도!!

이제 적어도 어머니가 바나나 싫다고 할일은 없잖냐!!

야!! 먹어 먹어!!!!!


돈에...돈을 위한...돈에 의한...세상에..

바나나 하나로 행복해 보련다.

크하하하하하!!!!!!!!!



라며 바나나를 우적우적 까처먹는 녀석의 모습이..

오늘은 왠지.......조금 멋있어 보인다.



낙천이었습니다.

예전 글 하나 가져왔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추천이나 리플도 하나 주시면 감사드립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