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 마음이 안좋을까?

fatcat200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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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토요일 오늘도 일하러 갔다 왔다-__-

아침에는 날씨가 꽤나 화창해 보이기에 가볍게 입고 나갔었는데

그래도 바람이 쌀쌀한 것이 생각보다는 추웠다.

열씨미 5시까지 일을 하고, 해지기 전에 장을 봐야 겠다는 일념 하에 동네

지하철 역에서 4블럭 정도 떨어진 슈퍼에 열씨미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한국인 할머니 한분이 나를 붙잡고 (내가 한국사람인건 어찌 아셨을까 ^^ ) spring st. 이 어느쪽이냐 물었다

이동네로 이사온지가 그닥 오래되지 않은지라, 잘 모른다고 하자 할머니께서는

7가와 spring 사이에 집이 있는데.... 여기가 어딘지... 라 하셨다

마침 7가로 가는 방향은 알고 있는지라

'할머니, 지금 반대로 가고 계세요.' 라 하자

'그럼 버스 타는데가 어딘가..'

'건너편으로 가셔서 타시면 되요. 7가 까지 가시려면 아주 멀어서 걸어서는 못가요'

이렇게만 알려드리고 나는 가던길을 갔다

그런데 왜인지 자꾸 그 할머니가 걱정이 되더라. 한국에 있는 우리 할머니 생각도 나고... 찻길을 건너기 전에 뒤돌아서 보니, 길가던 멕시칸 남자를 하나 잡고 길을 다시 물어보시는것 같았다. 해는 저물어가고, 날은 추운데 왠지 그 할머니를 그냥 두면, 집을 못 가실듯 해서,다시 그 할머니께 다가 갔다

'할머니, 집에 어떤 버스 타고 가시는지 아세요?'

'우리집은 00번 타면 되는데..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어디서 그 버스를 타지?'

가만히 들어보니, 그 할머니, 단단히 길을 잃으신듯 했다. 장을 보려고 버스를 타고 왔다 집에 가는건줄 알고 탔는데, 가는길이 아닌것 같아 무작정 내리신후 걸었다니,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당신이 가려는 곳이 어느 방향인지, 나도, 그 할머니도 도통 모르겠는 거였다

한참을 생각한후, 날도 추운데 아무래도 택시를 잡아 드리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할머니, 제가 택시 잡아 드릴께요'

'아니야 아니야... 나 돈 없어...'

'제가 내 드릴께요. 날씨도 추워지고 해도 지는데 이러시단 집에 못가요'

싫다 마다 하시는 할머니를 모시고,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한국택시에 전화를 해서, 일단 길 건너에 보이는 작은 쇼핑센터로 택시를 보내달라 했다. 혼자서는 기운이 없어 잘 걷지도 못하시는 할머니를 부축해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할머니께서는 자꾸 고맙다며,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당신 집이 어디어디니, 꼭 놀러 오라 하셨다

'내가 혼자 사는데, 매주 토요일 마다 아들이 점심을 먹으러 와. 그런데, 오늘 못온다고 연락이 왔어. 그얘기를 들으니 어찌나 낙심이 되던지, 집에 있으면 더 심해질듯해서 슈퍼에 가겠다 나왔는데... 그만 모르는 동네에 와 버렸네...'

그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더 아팠다. 손꼽아 아들오기만을 기다리던 할머니가 얼마나 상심했으면 나와서 집에가는 길마져 잃어버렸을까. 할머니께서는 고맙다 고맙다만 계속 말하시면서, 가슴에 안고 계시던 파인애플 (아마도 그것을 사러 슈퍼에 가셨던듯) 가져가라고, 당신은 무거워서 못가져 가겠다 하셨다

'할머니, 저 그거 무거워서 싫어요 집에 가져가서 드세요'

'아니야, 학생이 가져가'

'에... 저 싫어요. 저 그거 싫어해요'

이렇게 실랑이를 하는동안 택시가 왔고, 뒤에 할머니를 태워드린후 기사아저씨께 할머니가 사시는 아파트 이름과 대략 주소를 말해 드렸다. 다행히도 기사 아저씨가 잘 아는 곳이라 해서 택시비 10불에 팁 10불까지 주면서 집까지 꼭 잘 모셔 달라 부탁했다.택시가 떠나기 바로 전에 할머니는 창문을 내리고, 당신의 집 주소를 가르쳐 주며 꼭 한번 놀러 오라 하셨다.

좋은일을 한거는 같은데, 왠지 마음이 아직까지 참 안좋다. 그 할머니가 어찌나 작아보이고, 약해 보이던지...막연하게 알지도 못하는 그 아들에게까지 화가 난다.(물론 그럴 이유도, 권리도 나에게는 없다는거 알고는 있지만..) 말도 안통하는 이국땅에, 엄마를 혼자살게 한다니. 그 할머니는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우실까. 한국 사람이 유난히도 많은 이동네에, 그러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정말 내 가슴이 답답해 진다. 집에나 잘 들어가셨으려나.. 그 할머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