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기간 동안의 재미있는 추억(?)

아스피린2006.03.06
조회1,147

안녕하세요. 시/친/결 게시판 죽순이 아스피린 입니다.

 

제가 저희 꼬마 덕에 첫번째 결혼기념일을 병원에서 우울하게 맞이했었어요.

 

다른 결혼한 친구들은 나름 성대한 이벤트도 하고 둘이 재미나게 지내더만...-_-;;;;

 

꼬마가 결혼기념일 바로 전날에 나왔거든요.(출산예정일보다 10일 먼저 나왔습니다. 첫째임에도...)

 

사람들이 저희 꼬마가 큰 효도 한거라고 합니다.

 

부모님의 소중한 기념일을 비켜서 태어나는 센스(?)를 발휘했다나?

 

(저희 꼬마가 어린 주제임에도 매우 센스 있습니다. 팔불출 같은 자식 자랑은 다음에...)

 

그 꼬마가 태어난 날이 제 결혼생활에 큰 분기점이었습니다.

 

행복 끝 고생 시작의 분기점이더라구요. 나중에 보니까...-_-;;;;

 

흠...감상에 사설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꼬마가 태어나기 전인 저희 신혼 때를 기억해보려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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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위의 내용 보시면 아시겠지만...저희 꼬마는 신혼 100일 즈음에 생겼습니다.

 

사실 나름 피임(?)도 했었지만 애를 가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제대로 고민도 하기 전에 먼저 찾아오더군요.(이런 센스는 좀 오버라고 보지만...-_-;;;;)

 

그래도 아이의 임신은 그 부부에게 큰 이벤트이고 첫애다 보니 좋을 때라고 하던데...

 

그리 순탄한 생활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었지만요...ㅋㅋㅋ

 

1. 처음 임신인 것 알았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 인사를 무지하게 받았습니다.(어떻게 같은 직장에 임산부가 3명?이 된 상황)

 

친구들도 축하한다고 인사하구요.

 

남편에게 전화했습니다. 착잡한 목소리로 "축하한다."  한마디 하더군요...-_-+

 

물론 딩크족 하고 싶다는 것 알고 애 안 좋아하는 것 알지만...별로 안 친한 남이 할 법한 목소리로...

 

주변에서 남편에게 꽃 받아봤냐고 물어보더군요. 절대 못 받았습니다. 애 낳고도...지금까지..-_-;

 

2. 임신인 줄 모르고 태몽인 줄 모른 상태로 태몽을 꾸던 때...

 

꿈에 모 장관과 친하게 악수하고 대화 나누는 꿈을 꾸었습니다.

 

사실 그때 임신인 줄 몰랐지만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나오면 계획한 일이 잘 된다고 합니다.

 

그때만 해도 뭔가 다른 일을 준비중이라서 전 그 일이 잘 풀릴 꿈으로 생각하고 좋아했습니다.

 

(결국 꼬마한테 그 꿈 뺏겼지만요...ㅋㅋㅋ)

 

아침부터 너무 좋아서 말했더니 남편 이럽니다.

 

"개꿈이야...뭐가 좋다고 아침부터 그래?"

 

물론 남편은 태몽같은 것 꾸지도 않았구요...지금도 태몽을 개꿈이라고 칭한 것으로 구박 먹고 있음당

 

3. 임신 입덧하던 시절...

 

임신 중이라고 해도 역시나 집안 일은 제 일이었지요.

 

심지어 애 낳기 며칠 전에도 남편 옷을 다림질 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남편을 악당 만들지만...

 

하여간 그렇게 튼튼한 저도 입덧때문에 맥을 못 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냄새에 너무 민감해서 한동안 빵집 앞만 지나가도 구역질이 올라오던 때였지요.

 

특히 아침에 그러고 저녁은 살만해서 아침 내내 못 먹는 것을 다 저녁에 만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네...곱창 2인분을 후딱 먹어치운 덕에 밥 사주러 온 남편 친구가 기겁을 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때 집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너무 버리기 싫더군요.

 

그래서 남편보고 좀 버려달라고 했지요.

 

10분이 지나도 15분이 지나도 조금 있다가...하면서 독서 하기 바쁘더라구요.

 

결국 제가 갖다 버렸습니다만...제가 성격이 좀 ㅈㄹ맞은 관계루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니 그 냄새에도 속이 안 좋더군요.

 

결국 화장실 가서 왝왝 구역질 해댔는데 밥 먹은 지 오래되서 토는 안 나오고 액만 토했죠...

 

심하게 왝왝 거리는데도 남편...오지도 않더이다.

 

막판에 왝왝 거리면서 마구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서야 화장실로 달려 오더군요.

 

되었다고 성질 내고 나갔는데...거울 보니 완전 팬더가 되었더군요...-_-;;;;

 

하도 심하게(?) 토악질을 해서 눈 주위 모세혈관과 목 쪽 모세혈관이 다 터져서 멍든 거더라구요.

 

남편 그것 보고 싹 기가 죽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대체적으로 시키는 것을 잘 하더라구요.

 

다만...그 멍땜시 부부싸움 했냐? 남편은 입원했겠다.(제가 좀 괄괄해 보여서리...-_-;)

 

이런 농담으로 괴롭긴 했지만요....

 

4. 스타크래프트 사건

 

네이트 글 보면 여자들의 하소연 중 빠지지 않는 옵션이 남자친구 내지 남편의 게임 중독일 겁니다.

 

저희 남편은 그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게 스타 열풍이 다시 불어서리...-_-;;;

 

돈 주고 절대로 살 일 없는 정품CD까지 사더군요. 거기까지는 취미생활이라고 놔두었지만....

 

어느 토요일...그 당시 저는 토요일 당연 근무였고 남편은 주5일제였습니다.

 

혼자 제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했고 남편은 아침부터 스타를 하더라구요.

 

안쓰러워서 암 소리 안 하고 내버려두었습니다만...4시에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집은 엉망에 계속 게임 중...와서 인사해도 쳐다도 안 보더군요. -_-;;;;;;;;

 

임산부고 나름 중노동(?)하고 온 터라 1시간인가 잠들었다 깼는데도 여전히 부동자세로 게임 중...

 

집 전화가 울리거나 말거나 본인 핸드폰이 코 앞에서 울려도 전화 안 받더군요...-_-;;;;

 

그 날 저녁에 산후조리원 예약 하기 위해 미리 가보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습니다.

 

산후조리원 그거 운운해도 쳐다도 안 보고 게임만 하더군요.

 

결국 혼자 가서 알아보고 왔는데...그 와중에도 똑같은 자세로 게임 중이더군요.

 

완전 폭발했습니다. 소리 지르고 난리 치는데도 쳐다도 안 보길래 막 울면서 뛰쳐나갔습니다.

 

잡으러 나올 줄 알았는데 소식 없더이다. 어허허허...넘 속상해서 친정 갈까 해서 전화했다가

 

부모님께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눈물 닦고 거리 한바퀴 쏘다니고

 

기분 전환용 아이스크림까지 사서 집에 들어갔는데도 또 부동 자세로 게임 중입니다여...허~

 

물론 사람이 오거나 말거나 관심 없는 그 상태 그대로...친한 친구 집들이도 전화 안 받아 제낄 지경...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충격요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남편 담배를 하나 꺼내서 불 붙이고 컴퓨터 있는 방 앞에 가서 섰지요. 연기 팍팍 풍기면서...

 

그때서야 "뭐하는 짓이야? 담배 핀거야? 안 꺼~"라고 소리지르며 컴퓨터 끄더이다.

 

막 울면서 말했지요. 마누라 임신 했는데...어쩌고 저쩌고... 당연히 아무 소리 못했지만...

 

그렇게 한참 혼내고 아이스크림 먹고 못 이기는 척 화해했습니다.

 

5. 병아리 감별

 

산부인과에서 성별 알려주는 것이 불법인 관계로 건너건너 아는 의사 선생님을 소개 받았습니다.

 

사실 그냥 엄마의 호기심에서 성별이 무척 궁금하긴 하더군요.(저만 그런가?)

 

시부모님은 독실한 신자인 분이라 남녀차별 안 된다 그냥 궁금한 체로 낳아라 하시지만...-_-;;;

 

남편에게 그 산부인과에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솔직히 임신하고 단 한번도 산부인과 같이 안간 상태

 

자기는 죄 짓기 싫다고...너도 가지 말라고 하더이다...나중에는 니 맘대로 하라고...

 

그래서 그 무거운 몸으로 1시간 거리를 버스 타고 갔었답니다.

 

갔다 오는데 전화 오더군요. 쳇...안 따라온다고 하더니 성별은 궁금한가 봅니다. 물어보더군요.

 

절대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지요...괘씸해서요.

 

근데 세상에 치사하게...시어머님한테 그 사실(성별 감별 하러 갔다.)을 이르더군요.

 

시댁에서 시어머님이 뭐하러 갔냐고 한 마디 하시길래...

 

성별뿐만 아니라 정밀진단도 받았다고...(싸게 구석구석 다 봐 주셨죠 뭐...)

 

무슨 넘의 남편이 부인 임신했는데 산부인과 한번 안 쫓아오냐고...내내 혼자 다녔다고...

 

요근래 남자들에게서 보기 힘든 마인드라고...참 서러웠다고...

 

뭐...남편만 시부모님께 구박 옴팡 먹는 분위기였죠 뭐...ㅋㅋㅋ

 

나중에 마트로 장 보러 갔는데 "기쁨이(태명) 성별 감별 기념"이라고 젠가 하나 사주면서 무마...-_-;

 

6. 임산부 가출 사건

 

그 당시 남편이 다니던 국내 굴지 모 그룹 모 부서의 퇴근 시간은 나름 칼이었지요. 밤 11시...

 

임산부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았지만 힘든 남편 생각하면서 내색 안 했었지만...-_-;;;;

 

어느날 남편이 회식한다고 하더군요. 자기 중간에 빠지고 싶으니 아프다고 뻥 치고 전화하랍니다.

 

12시에 전화 했더니 1시쯤 전화하라고 하고...1시에 전화 하니 전화 안 받더이다.

 

그 뒤 10분 간격으로 전화했다가 포기 하고 2시쯤 자려는데...자기 전에 전화 하니 받더니...

 

노래방인데 전화 못 받을 수도 있지...미져리처럼 전화한다고(이미 술 옴팡 취함) 화 내더군요.

 

기가 막히고 분하고 열 받아서 짐 싸들고 집을 나왔습니다.

 

근데 새벽 2시 반...임산부가 갈 곳이 없더군요...에혀...

 

근처의 큰 찜질방 갈까 했는데...예전에 기차에서 치한 만난 사건 때문에 찝지름 해서..

 

동네 근방에 유명한 관광호텔을 갔습니다. 근데...방이 없더군요...-_-;;;

 

그래서 그 옆에 깨끗해 보이는 모텔 같은 데를 갔습니다. 당근 남편 카드로 결제하는 정신도 있었구요.

 

모텔 좋은 방에서 인터넷도 하고(그때는 톡의 존재를 모르던 순진한 시절임...-_-;;;)

 

그러다 자려고 하는데 남편한테 전화 오더군요. 집에 왔는데 왜 안 보이냐고...

 

나 모텔 왔다고...전화 하래서 전화했는데 날 미져리 취급하는 당신 혼자 잘 자고 출근 잘 하라구~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쫓아온다고 하네요. 그래서 위치와 호수는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이미 남편 성격 다 파악하고 있는데 그 상태에서 그냥 쓰러져 잘 것 같더군요.

 

별 기대 안 하고 그냥 잠이 들었죠.

 

아침 6시 50분...알람때문에 깼는데 밉상 남편이지만 슬슬 걱정이 되더군요.

 

분명 술이 떡이 되서 찬바닥서 몽롱거리며 꿈나라를 해맬텐데...

 

그랬다가 출근 못하면 회사에 두고두고 찍히고 말 나올 것이 걱정되는 착한 마누라인 관계루다...

 

바로 체크아웃 하고 집까지 죽어라고 뛰다시피 왔죠...

 

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루바닥에서 속옷 차림으로 불쌍하게 자고 있더군요...켁...

 

얼른 깨워서 세수 시키고, 그 와중에 와이셔츠 챙겨주고 꿀물 타주고...

 

겨우 시간 맞춰 출근 시켰습니다요...케...

 

나중에 그런 데 혼자 갔다고 흉이네 잘못했네 적반하장격 소리 하길래 말로 한번 뭉개주고 상황 종료..

 

(저런 소리 나올 줄 알았으면 그냥 푹 잘 자고 편하게 출근할 것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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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쓰면 길어지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게 지냈던 임신기간이었습니다.

 

남편이 잘 한 것도 많은데...주로 험담 위주로 말했네요...볼 일이야 없지만 알면 화내겠네요.

 

ㅋㅋㅋㅋ